축복받은 왕이시여,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천일야화』 의 주인공 샤흐라자드는 천일하고도 하루에 걸쳐 매일 밤 그녀가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분노한 왕을 치유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민담, 전설, 설화는 듣는 이와 읽는 이에게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간직한 공동체가 가진 세계관과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에는 높으신 분들이 남기는 엄숙하고 정형화된 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치유하고, 즐겁게 하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힘이 있다. 한때는 천박하다고 여겨지던 이야기가 오늘날 어엿한 고전의 반열에 오르고 영화의 인기 있는 소재가 될 정도로 이야기에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강한 힘이 있다.

이번 <다양성+Asia> 25호는 이야기가 가진 이런 힘에 주목한다. 이야기, 민담, 전설, 설화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평범한 사람들이 간직한 문화와 가치관과 세계관을 살펴본다.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져 전해지며 오늘날에 이르러 변화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며 이야기의 다채로움과 변화무쌍함도 경험한다.

<다양성+Asia> 25호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시베리아 에벤족 설화에 나타난 새들의 신화적 형상

시베리아 에벤족은 시베리아 고대 만주퉁구스어족 민족의 하나로 자신들의 자연환경 속에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동물에 대한 관념이 있으며 그 동물에 대한 숭배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새 숭배는 에벤족의 신화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새 숭배 모티프는 에벤족의 설화에서 자주 나타난다.

아미르 쿠스로의 수수께끼, 예술성과 통속성의 경계 읽기

수수께끼는 하나의 언어공동체에서 동일한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하며 생성되어 수 천년을 거듭하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말장난 같은 것이다. 델리 술탄 왕조의 궁정시인이었던 아미르 쿠스로는 자신의 모어인 힌디어로 수수께끼를 쓰면서 자신의 후원자들이 아닌 대중들과 소통했다.

『천일야화』, 아랍의 대표 민담이 되기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아라비안 나이트’는 아랍어로 ‘1001개의 밤’이라는 제목의 민담이다. 이 글에서는 이 민담의 제목을 원어에 가깝게 번역하고, 이 민담들을 기록한 책을 가리켜 『천일야화』로 부른다. 『천일야화』는 오랜 세월 광활한 지역에 걸쳐 이야기가 전해지고 덧붙여져 15세기가 되어서 오늘날의 형태로 고착되었다.

아프리카, 신과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지는 이야기의 땅

아프리카는 B.C. 36억 년 전 지구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륙이다. 또한, 인류의 기원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견해인 ‘아프리카 기원설’의 공간이기도 하다. 인류학적, 세계사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아프리카 지역의 설화, 즉 신화, 전설, 민담의 특성을 알아보는 것은 아프리카와 이곳에 살았던 인종과 민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익하다.

신과 함께: 전설의 고향 방콕

이 글에서는 방콕에 근거한 전설 세 가지를 소개한다. 전설은 역사와 관련되며 표징물이 존재해야 한다는 특징을 지니는데, 그에 부합하는 세 이야기는 방콕에 수도를 건립할 때 세운 기둥인 락므앙, 죽은 이들의 구역에 세워진 에라완 신전, 그리고 불멸의 여귀(女鬼) 매낙 프라카농이다.

도깨비의 기원과 한중일의 요괴문화

아시아는 서양의 근대문명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상상력 속에 수많은 신과 요괴문화를 창조하고 일찍부터 조형화했지만, 아쉽게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요괴 연구와 콘텐츠 창조는 매우 저조하다. 이것은 아마도 조선시대 성리학의 영향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나 ‘잡것’에 대한 논의를 외면했던 경향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