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2일 (특별기고)
박기철(숙명여자대학교)
2025년 5월 선전(Shenzhen)
출처: 저자 제공(Louhu Distrinct, 2025. 5. 9. 촬영)

 

선전(Shenzhen)의 경제적, 사회적 위상
과거 염전이었던 선전(Shenzhen)이 연간 3,230억$를 벌어들이는 수출 컨테이너 항구로 변화하였다.
출처: 저자 제공(선전박물관, 2025. 5. 10. 촬영)

선전(深圳)은 중국 무역의 전진기지다. 이곳에는 전자제품, 통신장비, 반도체, 드론, 전기차 부품 같은 첨단 제조업이 뿌리내리고 있다. 화웨이, 텐센트, DJI 같은 중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도 모두 선전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22년 선전의 수출액은 약 3,2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66조 원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 전체 수출 규모의 9.5%를 차지하는 큰 비중이다. 광둥성 안에서만 놓고 보면, 선전이 담당하는 수출 비율은 43.1%에 달한다(Shenzhen Government Online, 2023). 선전은 1979년 특별경제구로 지정된 이후 불과 몇십 년 만에 작은 어촌에서 세계적인 기술도시로 탈바꿈하였으며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겪었다. 그 결과,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23년 말 기준 선전의 상주 인구는 약 1,780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전년 대비 12만 8천 명이 증가했다. 인구 증가율은 1.75%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2025년에는 인구가 약 1,85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The Standard, 2024; Macrotrends, 2025). 선전은 ‘젊은 도시’다. 단순히 인구만 많은 것이 아니라 평균 연령이 낮고, 이방인들이 대거 몰려와 개방적이고 유연한 도시 문화가 형성되었다. 덕분에 실험적인 행정정책이나 기술 도입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처럼 선전은 중국 내에서 기술 발전, 산업 구조 전황, 도시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선도 도시로 기능하고 있으며, 중국이 꿈꾸는 미래 도시의 모델로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

 

선전의 인구변화 추세 1950~2030
출처: Macrotrends(2025)

 

선전을 강타한 관세전쟁의 충격
중국무역의 대미의존도
출처: Zhu(2025)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다시 불붙은 미중 관세전쟁은 선전의 미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2025년 2월, 미국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4월 4일에는 34%, 4월 11일에는 145%, 4월 17일에는 무려 245%의 관세를 잇따라 올리며 사실상 무역 봉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연쇄적인 관세 인상은 선전의 주요 수출품목인 스마트폰, 통신장비, 전자부품, 가전제품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15%에 달하며, 전자제품 수출 중 미국 비중은 22%로 대미 의존도가 상당하다. 특히 선전은 이러한 전자제품의 생산과 수출의 중심지로, 미중 간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海关总署, 2024).

중국의 민간 금융정보업체 차이신이 지난 5월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1)는 50.7로 집계돼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시장에 미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고율 관세가 기업과 소비자 심리에 타격을 주면서, 내수 회복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차이신 소속 이코노미스트 왕저(Wang Zhe)는 “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신뢰가 약해졌고, 이로 인해 소비 진작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미중 간 관세 갈등의 여파는 2분기와 3분기 동안 점점 더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Caixin 2025).

이러한 상황은 선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동남아시아나 인도로 이전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단기간 내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전은 현재 미중 무역 갈등의 최전선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 최소 14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양국 간 무역이 사실상 거의 끊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여러 공장들은 쌓여가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거나, 생산직 노동자들을 일시적으로 해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선전크로스보더전자상거래협회(CCBEC-Shenzhen)” 회장인 왕진(Wang Xin)은 소속된 2,000개가 넘는 업체들이 극심한 불안 속에서 거래처에 납품 연기나 아예 계약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근로자들에게 최소임금만 지급하면서 한 달간 유급 휴가를 주는 방식을 택해 고통을 나누고 있다(Financial Times, 2025).

한때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었던 선전이 지금은 점차 그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무거운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으로 빠르게 분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폰 생산량의 60% 이상을 맡고 있는 대만계 최대 하청업체 폭스콘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폭스콘은 선전시 광밍신구와 롱화구에 대규모 생산단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을 대비해 2023년부터 대만 가오슝에 반도체 및 부품 생산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베트남 박닌(Bắc Ninh)과 박장(Bắc Giang) 지역에 새로운 스마트폰 조립 공장을 세우고, 인도 첸나이 인근에도 대규모 아이폰 생산시설을 건설해 이미 가동을 시작했다. 이런 변화로 선전이 맡고 있는 생산 비중은 2018년에는 약 50%에 달했으나 2023년에는 30% 이하로 급락했다. 반면 대만, 베트남, 인도를 합산한 생산 비중은 2023년 기준 40%를 넘어서며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Hon Hai, 2023).

 

향후 전망과 선전의 불안한 내일

중국 정부는 이번 충격을 계기로 선전을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로 탈바꿈시키려 하고 있다. 선전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함께 5G,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같은 첨단 기술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화웨이, 텐센트, DJI 같은 대표 기업들도 미국의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미국의 무거운 관세를 견디지 못해 줄줄이 무너진다면, 이는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 불안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 이미 2023년에는 중국 청년층 실업률이 20%를 넘어섰고, 2024년 3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16세~24세 청년층 실업률을 15.3%라고 발표했지만, 대학생과 직업훈련생을 통계에서 제외한 결과라 실제로는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Trading Economics, 2025). 높은 실업률은 지역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고 상업시설 공실률을 높이며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전 기업들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에 나섰다. 유럽,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내수 시장을 키우기 위한 ‘쌍순환(雙循環)’ 전략도 본격 추진 중이다(KIEP, 2025).

한산한 선전의 거리 모습
출처: 저자 제공(Louhu Distrinct, 2025. 5. 9.)

미중 관세전쟁은 단순한 일시적 무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촉발하는 장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국 남부의 첨단 제조업 중심지인 선전은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선전은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성 아래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관세 장벽과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인해 수출 둔화, 청년 실업 급증,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다층적 충격을 겪고 있다.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평균 145% 이상)는 전통적 저가 제조업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전자산업에도 직격탄을 가했다. 선전의 주요 기업들은 생산을 일시 중단하거나 대체 시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폭스콘을 비롯한 대형 제조업체들은 대만, 인도, 베트남 등으로 분산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선전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지역 사회 전반의 고용과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향후 전망은 점점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치킨게임을 펼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실제로는 점차 악화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제네바에서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협상대표단에 마약방지위원장을 포함시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술적·금융적 압박을 계속 강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 또한 수출시장 다변화와 내수진작 정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재편과 탈중국화(China+1 전략)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선전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 궤도로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선전의 미래는 단순한 ‘무역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첨단기술 혁신,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글로벌 시장 다변화라는 구조적 변화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관세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선전에게는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험대다.

저자소개

박기철(komsi64@snu.ac.kr)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다. 육군사관학교와 US Army CBRN School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레짐이론, 레짐효과성, 글로벌 안보협력이며,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 “The United Nations, Indo-Pacific and Korean Peninsula: An Emerging Security Architecture” (Routledge Press 2023), “The ROK-US EDSCG Evaluations and Issues” (The Diplomat, 2022) 등이 있다. 현재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자문위원, 법무법인 효천 상임고문,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참고문헌

미주

  1.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전 세계 45개국, 30개 산업 분야의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월간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지표로, 세계 경제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사실 기반 지표다. 이 지수는 경제 및 시장의 변화 흐름을 예측하는 데 널리 활용되며, 경제 상황과 기업 환경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사용된다(www.spglobal.com/marketintelligence/en/mi/products/p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