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왕이시여,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천일야화』 의 주인공 샤흐라자드는 천일하고도 하루에 걸쳐 매일 밤 그녀가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분노한 왕을 치유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민담, 전설, 설화는 듣는 이와 읽는 이에게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간직한 공동체가 가진 세계관과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에는 높으신 분들이 남기는 엄숙하고 정형화된 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치유하고, 즐겁게 하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힘이 있다. 한때는 천박하다고 여겨지던 이야기가 오늘날 어엿한 고전의 반열에 오르고 영화의 인기 있는 소재가 될 정도로 이야기에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강한 힘이 있다.

이번 <다양성+Asia> 25호는 이야기가 가진 이런 힘에 주목한다. 이야기, 민담, 전설, 설화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평범한 사람들이 간직한 문화와 가치관과 세계관을 살펴본다.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져 전해지며 오늘날에 이르러 변화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며 이야기의 다채로움과 변화무쌍함도 경험한다.

<다양성+Asia> 25호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방문학자

美·中 관세전쟁의 현장을 가다: 중국 무역의 전진기지 선전(深圳)의 불안한 내일

미중 간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 질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대표적 수출 전진기지인 선전(深圳)은 그 최전선에 서 있으며, 관세 전쟁의 직접적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지역이다. 본 글에서는 관세 전쟁이 선전의 경제와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요리책과 음식 혼종(culinary hybrid): “오리엔탈·아시아·에스닉”

물질과 개념이 경계를 넘어 이동이 빈번한 현대의 음식은 혼종의 운명에 놓인다. 또, 내셔널리즘은 19~20세기 ‘오리엔탈·아시아·에스닉’ 음식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사람들이 오리엔탈과 아시아로 규정되는 국가·민족의 정보를 갈망하는 이유는 중산층이 지적 취미를 개발하고 식민지 및 개척지를 파악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한 ‘오리엔탈·아시아·에스닉’에 해당하는 이주민은 자국을 소개하는 문화 대사(cultural ambassador)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글은 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혼종화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현상을 통해 오리엔탈·아시아·에스닉 음식이 만들어져 온 지형이 있음을 이해하기 위하여 요리책의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