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에서 벗어나기: 중국의 도시 건설 과정과 지역시민권의 구성

최근 중국의 경제위기설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맞물리며 빈집 문제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유령도시 담론으로부터 이어져온 과잉 공급과 빈집의 문제는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현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유령도시와 빈집 담론은 지역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지속적인 도시 건설 과정과 새로이 개발된 도시 지역의 변화 양상을 간과하게 한다. 톈진시에서 수행한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한때 유령도시로 불렸던 신도시가 어떻게 이 오명을 벗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 사례는 중국 도시화 과정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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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아시아연구소)

최근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설은 빈집 문제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건설 산업의 침체와 그에 따른 중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빈집의 이미지와 결합되며 구체성을 부여 받고 있다. “현재 미분양 빈집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전문가들마다 그 수치가 천차만별이지만 14억 인구를 다 동원해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직 국가통계국 국장의 최근 발언은 외신을 통해 중국 외부에도 빠르게 전파되었다.1) 중국 유수의 부동산개발 기업들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대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중국의 빈집을 둘러싼 논란은 근래의 현상만은 아니다. 2000년대 말부터 등장한 유령도시(鬼城, ghost city) 담론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제기된 바 있다. 비어 있는 도시(空城, empty city)로도 불리는 유령도시는 새로이 건설되었지만 지극히 낮은 입주 비율과 계획한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인구 규모를 특징으로 하는 신도시 지역이나 개발 지구를 의미한다(Woodworth and Wallace, 2017). 유령도시 담론에서 제기된 빈집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구 집적의 효과와 그에 따른 도시 활력의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정 기간 거래되지 않고 있는 미분양 주택은 물론 분양은 완료되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비워둔 주택과 완성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주택까지 다양한 형태의 빈집이 많은 중국 도시에서 새로운 현실로 부상했다.

중국의 유령도시가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내몽고자치구 어얼둬쓰시에 위치한 신도시 캉바스(康巴什, Kangbashi) 사례가 2009년 무렵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화려하고 현대적인 건축물과 대규모 광장, 고층 아파트와 고급 주택이 들어서 있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텅 빈 거리가 유령도시라는 이름으로 재현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온 나라에서 사람이 없는 도시는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Shepard, 2016). 특히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들이 발전전략을 수출주도 성장에서 토지중심 도시화로 전환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 등장하였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품과 주택의 과잉 공급을 상징하는 개념이 되었다. 이후 다수의 도시에서 유사한 현상이 보고되면서 유령도시 담론은 강화되었다.

토지중심 도시화라는 발전전략이 야기하는 경제적 여파를 검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지역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도시 건설 과정을 간과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의 유령도시를 발로 뛰며 조사해 온 웨이드 셰퍼드(Shepard 2016)는 캉바스 사례를 두고 “흔히 간과되는 것은 이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된 지 불과 6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6년이라는 시간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 지역이 충분히 지어지기에도, 인구가 집중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유령도시 담론에 전제되는 착공으로 시작해 완공으로 끝나는 단선적이고 목적론적인 시간성은 지속적인 도시건설 과정을 비가시화하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연구들은 캉바스가 이른바 유령도시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김경환, 2023; Yin et al., 2017). 이러한 변화는 본 연구자가 현장연구를 진행해온 중국 톈진시 소재 신도시의 사례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 신도시의 사례를 통해 유령도시 담론이 간과해온 도시 건설의 시간성과 복잡성 문제를 지적한다. 캉바스와는 다른 지역적 조건에 있는 해당 신도시에서는 특권적인 지역시민권 체계의 구축과 타 지역 출신 중산층 이주민들의 유입, 경제개발구에서 발생한 환경재난이 유령도시의 극복 과정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였다.

한때 유령도시로 불렸지만 교통체증이 등장할 정도로 비교적 활기 있는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연구자가 2018년에 촬영).

 

유령도시에서 이민도시

중국 톈진시 교외에 위치한 계획신도시 그린타운(가명)은 한때 중국에서 대표적인 유령도시 중 하나로 불렸다. 현지 주민들 또한 그린타운을 중국 전역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유령도시였다고 소개하고는 했다. 녹색발전과 도시 지속가능성 실험이 포함된 주거중심 신도시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으며, 초기 계획면적 30㎢에 35만 명의 인구를 목표로 2008년에 착공되었다. 2012년 하반기에 첫 입주가 시작되었지만 2014년 8월에 연구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 목도한 것은 유령도시의 특징으로 흔히 묘사되는 황량함과 폐허의 이미지였다. 거리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미 간판을 내건 상점과 식당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비어 있거나 공사가 유예되어 방치된 건물과 아파트 건설현장 곳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공사소음은 황량한 느낌을 배가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그린타운 정부가 밝힌 상주인구는 13만 명으로, 8천여 개의 입주 기업과 40여 개의 주거단지를 갖추고 있다. 비록 목표했던 인구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활기 있는 신도시로 변모한 상태다. 무엇보다 주민들 스스로가 그린타운을 ‘이민도시(移民城市)’라고 규정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이 신도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중국 전역에서 온 타 지역 출신의 중산층 이주민들이 주거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톈진시 정부의 지역 차등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 이는 그린타운이 왜 초기에 입주민 비율이 낮은 유령도시가 되었는지를 지역 내부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톈진시의 지역 차등화 정책에서 핵심은 도심과 외곽 지역을 차별화하는 호구 정책을 통해 인구 분포를 조율하는 데에 있다. 도심의 인구를 엄격히 통제하되 근교 지역의 인구 규모를 적절히 증가시키고, 외곽 지역에는 영구정착 인구를 확대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가 차별화된 호구정착 정책(差别化落户政策)이다.2)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톈진시의 호구를 획득해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지는 것이다. 인구 이동을 통제하기보다 촉진하되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통치 방식이 특징인 최근 호구 개혁 정책의 경향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톈진시 시내에서 약 60㎞ 떨어진 교외 지역에 자리한 그린타운은 톈진시의 근교 지역에 대한 차별화 정책의 영향 하에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호구정책은 교육정책과 맞물려 있었다. 톈진시 내에서도 대학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한 고등학교들은 도심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호구 소재지가 도심지역의 6개 행정구가 아닌 학생들은 톈진시 호구라 해도 해당 고등학교의 입학시험을 볼 수가 없다. 톈진시 내에서도 행정구에 따른 호구 장벽이 존재해서 호구 소재지가 외곽지역인 경우에는 도심지역의 교육자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이러한 상황은 진학연령기의 자녀가 있는 톈진시 시민이 교외 거주를 주저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즉, 투자를 위해 그린타운의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이주해 거주하지는 않는 상황이 존재했다. 실제로 도심지역에서 이주해온 한 주민은 도심의 좋은 교육자원을 두고 교외 신도시로 이주해온 자신의 결정이 톈진시 시민의 시선에서는 어리석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도심지역에 여전히 주거지를 두고 자녀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며 주말에만 가족들과 별장처럼 그린타운의 주택을 이용하고 있었다.

신도시 정부의 후원으로 한 주거단지에서 개최된 주민행사. 공연을 하는 이들과 관람객 모두가 신도시의 주민이다(연구자가 2016년에 촬영).

 

특권적인 지역시민권 혜택의 형성

그린타운의 행정가들이 도시건설 과정에서 초기부터 고심했던 부분은 어떻게 인구 유입을 촉진해 조기에 ‘사람의 기운’(人气)과 도시의 활력을 형성할 것인가였다. 중국에서 도시개발은 정부청사가 위치한 초기개발지구의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도시건설 과정을 수반한다. 여기에는 교통망과 편의시설, 상업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실제로 많은 주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도시 인프라가 갖춰진 데에서 유령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를 찾고 있었다.

사람을 오게 하기 위한 신도시 정부의 활동에는 특권적인 지역시민권 혜택을 구축하는 전략도 포함되었다. 대학병원과 가족주치의 제도, 명문대학의 부속학교 등의 공공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공공주택 정책은 도시 실험의 요소이면서 도시발전을 위한 제도로 활용되어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린타운에서 주택공급은 상품주택을 중심으로 주로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공주택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을 위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었다. 전체 주택 공급량의 20퍼센트를 공공주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이 혜택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에서 호구 신분은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니었다. 즉, 호구 제약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인구 유입을 촉진해왔다.

그린타운의 공공주택은 두 유형으로, 공공분양주택(公屋)과 인재아파트(人才公寓)로 구성되었다. 공공분양주택은 다른 지역의 경제실용주택(经济适用房)과 유사한 성격이다. 그린타운이 속한 행정구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 그 신청자격은 흔히 시나 구 층위의 현지 호구 소지자인 지역민들로 한정되어 왔다. 반면 그린타운 정부는 현지 호구가 없는 이주민들에게도 개방했다. 초기에는 톈진시 호구가 아니면 부부 모두가 그린타운 내에서 3년 이상 취업상태에 있는 경우에 한정해 개방했지만 점차 그 조건을 완화했다. 2019년에는 기존의 소득상한선 제도는 유지하되 호구 제한 자체를 없애고 22세 이상으로 그린타운 내에서 6개월 이상 취업했다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인재아파트의 입주자격에도 현지인과 외지인을 구분하는 호구 제한은 없앴지만 공급은 두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첫 번째 경로는 그린타운 정부가 직접 선발한 인재가 개인 자격으로 신청하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인적자본 확보를 위한 지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중앙정부가 인재개발을 강조한 이래 다양한 층위의 도시 정부들이 지역적 인재정책(人才政策)을 운영하고 있다. 톈진시와 그린타운이 소속된 행정구는 물론 경제개발구도 이미 각각 인재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그린타운 정부는 이와 별도로 독자적인 인재정책을 마련하였다. 학력, 경력, 업적 등을 기준으로 인재를 1~7등급으로 구분하여 선발하고 혜택을 부여해온 것이다. 등급에 따라 업무보조금과 무상건강검진, 미취업 배우자의 생활보조금, 그린타운의 상품주택 구입 시 주택구매 보조금, 주택임대만으로도 가능한 호구 정착( 지원, 자녀의 유치원과 학교 우선배정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별도로 건설된 인재아파트를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두 번째 경로는 그린타운 정부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거나 협의 중인 기업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선발하여 기업 차원에서 신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국가가 직접 선발하는 인재 또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린타운 소재 민영 기업이나 비공유제 기업의 종사자여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협조가 전제된 것이었다. 이는 공공분양주택에도 해당된다. 즉, 주거보장 혜택에 대한 접근에서 호구 신분보다는 그린타운 소재 기업에서의 고용상태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간주해온 것이다. 이는 공공주택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호구와 신이민(新移民)

그린타운 정부가 도시건설을 위해 활용한 또 다른 수단은 호구 정책이다. 주택 정책이 기업 유치와 인적자본 확보의 도구로 활용되었다면, 호구 정책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와 일정한 수준의 부를 갖춘 이주민의 유입에 기여했. 주거기능의 비중이 높은 그린타운에서 주요한 재정수입원인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는 정부의 중요한 과제였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활용된 것은 남인호구(蓝印户口)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1990년대 중반부터 많은 도시들에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이주민들에게는 주택구매를 통한 지역 호구 획득의 기회를 제공했다. 2000년대부터는 도시 별로 점차 폐지됐지만 톈진시는 전국 대도시 중에서는 가장 늦게까지 유지하다가 2014년에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발급을 중지하도록 조치하면서 폐지했다.

톈진시의 남인호구 정책은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시행되었다. 2009년부터는 신청 요건인 구입한 상품주택의 가격 하한선을 행정구역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톈진시 중심지구와 발달한 근교 지역은 80만 위안 이상, 덜 발달한 근교 지역은 60만 위안 이상, 외곽 지역은 40만 위안 이상으로 가격 하한선이 설정되었다. 신축 상품주택을 주택담보대출 없이 현금으로 일괄 지불해 구입해야 한다는 조건은 부의 수준에 따라 행정구역 별로 이주민을 선별하여 수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린타운은 초기에 다른 근교 지역처럼 가격 하한선을 80만 위안으로 설정했다가 2012년 하반기부터 60만 위안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이주민들에게 그린타운의 주택 구입을 통한 톈진시 호구 획득이 특히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교육자원에 있었다. 톈진시는 대학입시 천국으로 불릴 만큼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대학입시 이민(高考移民)을 계획하고 있는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교육자원이 풍부하고 명문대학 수가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인구수는 적은 편이다. 따라서 대학입시 응시자 수가 적어 대학합격선이 낮고 베이징시, 상하이시와 함께 전국에서 1~3위를 다툴 정도로 대학진학률이 높다. 그린타운 정부 또한 톈진시의 이러한 지역적 조건과 수요를 고려해 톈진시와 베이징시 소재 유명대학의 부속학교와 외국어학교,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등 교육자원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호구 소재지가 그린타운인 경우에 한해 이 교육자원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했다.

2014년에 남인호구 제도가 폐지된 후에 새로이 도입된 호구전입정책에는 재산권이 있는 주택 외에도 연령, 교육수준, 전문기술과 직능기술 수준 등의 다양한 심사항목이 포함되었다. 각 항목에 배분된 점수를 종합해 심사한 후에 지역 호구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그린타운의 상품주택 분양사무소에 등장한 새로운 풍경은 이 새로운 호구전입정책과 함께 톈진시가 수위를 다투는 전국 4년제 대학 합격률 순위를 안내하는 표지판이었다. 지역 호구를 획득할 만한 자격 있는 이주민이 되기 위한 조건에는 안정적인 고용상태가 아니면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지가 전제되고 있다. 상품주택의 소유권은 이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톈진시로 호구를 이전해오려면 상품주택을 먼저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호구 정책의 변화 이후에도 그린타운의 이주민들에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신도시 소재 초중등 외국어학교 정문 앞에서 자녀가 하교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연구자가 2017년에 촬영).

 

환경재난과 유령도시의 극복

많은 중산층 이주민들이 톈진시 내에서도 그린타운의 주택을 선택해 구입한 이유에는 교육자원 외에도 부동산 투자의 목적도 있었다. 특히 그린타운에 제조업과 공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주거환경에 가치를 두는 중산층 집단의 선호가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전통적인 공업도시면서 산업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톈진시의 맥락에서 공장이 없는 환경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2015년에 톈진시 교외의 경제개발구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는 이러한 환경에 보다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한 중요한 계기였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에서는 화재나 가스누출사고 등 산업 인프라를 둘러싼 수많은 재해가 발생해 왔다. 그 중에서도 2015년의 시점에서 톈진시 폭발사고는 가장 심각한 환경재난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1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톈진시 전체에 지속적인 여파를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사고 지점과 가까운 거리에 고급 중산층 아파트가 밀집한 주민 주거구역이 위치해 있었다는 점이다. 그간 고도 성장기를 누리며 성실히 축적해온 부가 하룻밤 사이에 파괴되고 중산층들이 ‘난민’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상실감과 불안의 정서를 자아냈다. 실제로 폭발사고로 크게 제기된 문제의식은 도시계획 상의 안전거리 문제였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6백 미터 거리에 아파트 단지가 위치하면서 재산 피해는 물론 화학약품 누출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 문제도 대두되었다. 이와 함께 생산공장과 위험시설물이 없는 그린타운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다.

피해 보상 방식도 그린타운에 인구가 유입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 피해 주민들의 요구와 집단행동 끝에 톈진시 정부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부동산기업 사회책임연맹을 설립해 피해를 입은 아파트 단지의 주택 소유주에게 주택 시장가치의 1.3배의 가격을 치르고 파손된 주택을 회수했다. 개발구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이 배상금을 이용해 그린타운의 주택을 구매해 거주하게 된 것이다.

그린타운의 개발 목표 중 하나는 기존에 수출주도 성장을 뒷받침해온 도시개발 모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린타운이 차별화하고자 했던 대상은 1990년대까지 중국에서 지배적인 도시개발 모델이었던 경제개발구였다. 비록 중국의 경제개발구는 일반적인 산업단지와는 달리 종합적인 도시개발의 성격을 띠어 왔지만 기존에 주요한 산업구조였던 제조업과 수출산업을 뒷받침하며 양적 경제성장을 목표로 해왔다는 점에서 산업기능이 보다 강조되었다. 하지만 점차 질적 성장과 산업구조의 업그레이드,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시되면서 새로운 공간 전략이 요구되었다. 특히 화이트칼라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더 나은 주거환경이 선호되면서 주거구역과 생산공장 및 위험시설물 간의 근접성이 문제시되기 시작하였다. 폭발사고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그린타운이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벗게 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저자소개

정해영(hychung2023@gmail.com)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로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이자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강사로 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도시화와 토지개발, 환경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유예된 주거: 중국의 건설노동자와 농민공 주거의 재생산」, 「거저 주지 않는 국가: 확장된 협상과 재정착 농민의 권리 실천」, 「도시화의 배반: 중국 톈진시에서 약속으로서 실험적인 신도시 개발」 등이 있다.

 


1) 现有住房14亿人都住不完!国家统计局原副局长发声. <每日经济新闻>, 2023年 09月 24日. Even China’s 1.4 billion population can‘t fill all its vacant homes, former official says, Reuters, September 25, 2023. 유령 아파트 넘쳐나는 중국… “인구 30억 있어야 빈집 채운다”, <한국경제> 2023. 9. 25.

2) 2017년 1월부터 시행된 호구제도 개혁의 진일보한 추진에 대한 톈진시 인민정부의 의견(天津市人民政府关于进一步推进户籍制度改革的意见). 톈진시 정부가 2017년 3월에 공표한 ‘톈진시의 비호구인구의 도시정착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天津市推动非户籍人口在城市落户工作方案).

 


참고문헌

  • 김경환. 2023. “중국 어얼둬쓰시 캉바스의 유령도시화 현상 해소 연구.” 『중국지역연구』 10(3): 165-186.
  • Shepard, Wade. 2015. Ghost Cities of China. London: Zed Books.
  • ________, 2016. “An Update On China’s Largest Ghost City – What Ordos Kangbashi Is Like Today.” Forbes (April 19).
  • Woodworth, Max D. and Jeremy L. Wallace, 2017, “Seeing Ghosts: Parsing China’s “Ghost City” Controversy.” Urban Geography 38(8), 1270-1281.
  • Yin, Duo, et al. 2017, “Living in the Ghost City: Media Discourses and the Negotiation of Home in Ordos, Inner Mongolia, China,” Sustainability 9,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