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창주 (아주대학교)
미중 대 중동 전략 환경의 변환
원유와 천연가스는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동력원이다. 이러한 에너지 자원은 18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산업혁명때부터 인간과 가축의 힘을 초월한 폭발적 에너지로서 높은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고 세계 전반을 엮는 교통수단을 가능케했다. 이와 같은 면에서 봤을 때, 에너지 자원은 한 국가의 경제 부흥과 군사력을 결정지을 수 있고, 국제정치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하나의 변수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에너지 자원을 논의함에 있어 에너지자원 공급지역, 에너지 통과지역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며, 이를 둘러싼 강대국 간 게임 발전 방향 역시 반드시 논의해야할 중요한 사항임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본 글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은 미중 간의 무역갈등 속의 중동이슈이다. 논의하고자하는 주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우디아리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이란, 이라크 등 그 이름만으로도 에너지 자원 매장량이 많은 국가들이 분포되어 있는 곳이 중동 지역이다. 또한 호르므즈 해협의 경우 원유 및 가스의 해상 수송량이 세계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EIA, 2017). 미국에너지 정보청(EIA)는 중동산 원유의 약 80%가 아시아로 운송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근거로 봤을 때 중동이슈가 강대국들과 경제대국에게 중요한 이슈이다.
이를 전제로 했을 때, 최근의 국제정세에서 봐야할 몇 가지 정세를 주목해 봐야한다. 첫째는 미국 셰일가스 혁명이다. 미국은 기존에 중동, 캐나다,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자원에 의존하며 군사력 및 경제력을 유지해왔으나, 셰일가스 채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에너지 강국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중동시장 에너지자원의 시장 지위가 흔들리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서 국제무대에 등장했고, 2013년부터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에너지 자원의 소비량 및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어 중동 에너지자원의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 셋째, 미국의 대 중동 에너지 전략의 지정학, 지경학적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중동 지역 내 국제정치 구조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동이 에너지자원 중심 산업에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지역 내 미국의 ‘힘의 공백’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한 해외진출전략은 중동의 투자유치 수요와 부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본 글에서는 이상의 전제, 변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특히 미국, 중국, 중동을 주요 행위자로 삼아 중동과 중국의 경제협력의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이 글의 핵심 가설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동의 산업구조 전환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중국의 대 중동 접근 전략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개념
중국과 중동의 연계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중국의 일대일로(the belt and road initiative)는 ‘실크로드 경제벨트(the belt)’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the road)’를 합친 신조어이다(中国商务部网站, 201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에 처음 제안해, 2015년에 그 ‘비전과 행동’의 공식 문건을 발표했다. 일대일로는 분명 시진핑 중국이 주도적으로 발표한 이니셔티브이지만, 일대일로의 큰 흐름은 구상(initiative)의 층위와 국가전략(strategy)의 층위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일대일로를 어떤 층위에서 분석하는가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이창주, 2017).
일대일로를 구상의 개념에서 접근한다면, 일대일로는 연계성(Connectivity)이다. 위의 지도 <일대일로의 주요 범위 및 연계성 표시도>에서 표시된 것처럼, 일대일로의 기본개념은 교통 물류 인프라를 건설하고(physical connectivity; 시설련통), 무역, 투자, 통관의 편리화를 실현하며(institutional connectivity; 무역창통), 그렇게 형성된 틀 위로 민간교류를 활성화시킨다(people-to-people connectivity; 민심상통)는 연계성의 기본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다시 정책구통(political coordination), 자금융통(financial cooperation) 등을 추가해 “5통(五通)”이라 부르며 일대일로를 운영하는 기본 메커니즘이라 소개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양자 혹은 다자간의 국제공간 내 인프라 연결과 무역.투자.통관의 편리화를 토대로 서로의 공간 개발 전략 연계를 통해 상호의 비교우위를 극대화하며 시장통합을 실현하자는 연계성에 그 근간을 두고 있다(이창주, 2017).
일대일로를 전략의 개념에서 접근하면, 일대일로는 중국 해외진출(走出去) 전략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함에 있어 중국의 에너지자원 확보 문제, 중국 건설분야, 상품시장분야, 농업분야, 원자재분야를 망라한 각 분야별 기업의 해외진출 문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자원 및 상품 무역루트 확보, 중국의 산업구조 전환을 통한 글로벌 밸류체인 재조정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이 개혁개방 채택, 2001년 WTO 가입, 2012년 뉴노머 시대 진입 등에 걸친 기간 동안에 추진해온 경제개혁은 양적성장에 그 포커스를 두었다면, 2012년 이후의 중국 경제정책은 일대일로, 중국제조2025, 위안화 국제화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 제조업 분야 중심의 질적 성장의 시기로서 재조정하게 하게 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중국은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중국의 경제 체질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대일로가 중국 국가전략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주요 여론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빚의 덫 외교(debt-trap diplomacy)”라는 프레임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중국의 국가전략 차원의 일대일로 추진을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함이다. (Pence, 2018)
요컨대, 일대일로는 “구상”의 관점에서 연계성, “전략”의 관점에서 중국 해외진출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요점은 상호간의 공간 개발 전략의 연계, 상이한 공간 내 비교우위 결합,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협력체의 형성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중국의 대 중동 접근전략을 살펴보면 “연계성”이라는 큰 틀 속에 중국의 해외진출과 중동의 관련 수요가 결합되는 현상 분석이 가능해진다.
중국의 대 중동 접근전략
상기한 중국의 일대일로의 관점이 중국의 대 중동 접근전략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를 대표하는 공식 문건이 바로 2016년 1월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의 대 아랍국가정책 문건(이하, 문건)”이다. 이에 앞서, 중국에게 중동의 전략적 가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동은 중국 원유 제1 공급원이다. 둘째, 중동은 중국의 중요한 인프라 건설 시장이며, 셋째, 중국의 주요 상품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의 “문건”에 따르면, 아랍권 국가들은 실제로 중국의 제1대 원유공급처이자 제7대 무역 동반자이다. 중국은 이러한 중동과의 관계, 그리고 일대일로 등을 결합하며 대 중동 접근 전략을 추진해왔다.
중국과 중동의 관계를 살펴보면, 1955~1990년까지 중국은 22개 아랍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냉전 종료 이후에는 양자관계를 중심으로 경제, 무역, 과학기술, 문화, 교육, 안보, 보건, 체육, 미디어분야에 걸친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를 활성화했다. 2004년에 중국-아랍국가협력포럼이 성립되면서 기존에 양자관계 협력에만 국한되었던 협력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다자협력 플랫폼으로도 확장되게 된다. 2014년 제6차 중국-아랍국가협력포럼 장관급회담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회사를 통해 협력 중점 영역과 향후 협력 방향을 제안하면서 다자플랫폼을 통한 중국과 중동의 일대일로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었다(新华社, 2016).
“문건”을 토대로 한 중국-중동 경제협력의 방향의 중요한 방향은 이러하다. 중국-중동 쌍방의 개발전략을 상호 연계하고, 양자의 비교우위를 극대화해 국제산업협력의 구조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중동 일대일로 협력으로서 “1+2+3”을 그 기본틀로 명시하고 있다. “1+2+3”을 정리해보면, “1”은 에너지자원, “2”는 ‘인프라 건설’과 ‘무역편리화’, “3”은 ‘원자력 에너지 협력’, ‘항공+우주 위성분야’, ‘신에너지 분야’ 등의 협력을 지칭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자원 협력을 가장 큰 골자로 삼아 인프라 건설, 무역편리화를 2개의 날개로 삼으며, 원자력, 항공우주, 신에너지 분야를 중국-중동의 협력 심야 분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문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1+2+3”의 내용 이외에도 농업, 금융 분야의 협력이 포함되어 있고, 그 이외에도 인문교류, 과학, 교육, 문화, 보건, 방송 미디어 분야도 협력분야로 망라하고 있다. 또한, 지역안보, 테러, 기후변화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新华社, 2016).
이러한 협력의 방향은 앞서 설명한 일대일로의 내용과도 부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대일로의 기본 내용과 중동의 지경학적 가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중국이 대 중동 전략을 수립했고, 또한 이에 중동지역 국가들과 양자 및 다자 협력플랫폼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에너지 분야에서 원유 및 천연가스의 탐사, 개발, 운송, 가공 분야의 투자에 중국이 집중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다시 인프라 건설과 무역편리화 분야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각각 “시설련통(physical connectivity)”과 “무역창통(institutional connectivity)”과 그 맥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프라 분야는 특히 중국기업이 아랍 내 철도, 도로, 항만, 항공, 전력, 통신, 위성 분야에 참여하게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의 관점에서 정책 및 금융 지원의 플랫폼을 마련하며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무역편리화의 분야에서 주목할 부분은, “더 많은 아랍권 국가들의 비석유 분야 상품이 중국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아랍국가들의 산업전환을 지지하면서 중국 국내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춰주는 한편, 중국의 상품 진출을 위한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추진해 그 경제협력의 수준을 격상시키고자 하고 있다. 중국은 기존에 염가 제조상품을 중심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는데, 이제는 중국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기존의 산업은 아랍권 국가에게 전수해줌으로써 중국제조 2025 기반의 첨단산업(첨단산업 상품 및 비교우위 상품: 화웨이 등을 포함한 통신시설, 원자력발전소, 항공우주 및 위성, 신에너지분야 등 첨단산업군)과 아랍국가의 산업(기존 에너지자원 분야 산업, 일반 제조업 등)을 결합한 국제산업구조, 밸류체인 등을 고도의 공간 베이스로 연계하고자하는 대 중동 접근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대 중동 접근 전략은 중동의 산업구조 전환 정책,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자원 수출시장 모색의 국면과 맞물리면서 역내 새로운 정세 흐름을 발생시키고 있다.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중동의 정세 전환
미국의 셰일혁명
2008년 수압파쇄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석유 추출 기술혁신이 추동한 셰일혁명은 세계 에너지 질서의 변화와 그에 따른 미국의 위상 및 역할을 포함한 지경학적 변환 가져오고 있다. 아래의 지도 < 미국 내 주요 셰일가스 광구 위치 >와 같이 셰일 유전이 집중된 미국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셰일자원(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개발은 에너지 혁명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즉 전 세계가 기존의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와 가스의 고갈 및 수급 불균형에 대비하여 원자력 발전과 신재생 에너지에 역점을 두고 있는 사이 셰일자원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여 세계 에너지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미국 에너지 관리청)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까지 일일 1,320만 b/d 의 석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하였는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생산량으로 미국이 제 1의 석유 생산국가가 됨을 의미한다. 특히 이중 2/3이 비전통석유(Tight Oil), 셰일자원 수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가히 혁명이라 표현될 만하다.
기존의 학자들은 셰일혁명에 따른 미국의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 전환이 석유 수출을 통한 지대추구국가 체제의 중동국가와 중동지역의 미국 외교안보전략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동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동의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중요성은 여전하고, 중동과 미국의 관계는 에너지 이외에도 서로의 외교안보적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일혁명으로 인한 미국의 중동석유 물량이 감소는 미국 정책결정권자들도 하여금 중동지역의 정세안정에 관한 미국의 재정지출 및 투자 축소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미묘한 변화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미국이라는 가장 큰 투자처 및 석유수입처의 대체자를 찾는 중동국가, 특히 걸프산유국을 중심으로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에너지 안보, 일대일로 그리고 GCC와의 이해 관계
GCC 국가인, 걸프 산유 6개국은 일대 일로의 육상길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핵심 전략 지역이다. 아래 표< 중국 에너지 소비량 변화와 에너지별 소비 비중>에도 보여주듯이, 연간 3,150석유환산톤(ton of oil equivalent)의 에너지를 사용,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에너지 소비하는 중국의 경우 핵심 에너지 수입국인 중동국가를 배재하고서는 일대일로 구상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없다. 또한 중국은 2017년 전세계 평균 에너지 소비 증가량을 상회하는 높은 에너지 소비 경향을 (세계 평균 2.2%, 중국 3.1%) 보여주고 있고, 최근 17년간 가장 높은 에너지 소비 성장률을 보인 국가 이기에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BP, 2018).
50만 b/d의 석유를 소비하는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중국은 에너지 공급원의 다각화 및 안정적 에너지 수급이 국가 핵심 외교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최대 석유 수입국인 걸프 산유국과의 관계 강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는 진주 목걸이 외교 전략 (string of pearls)등으로 이미 일대일로 정책이 수립 이전부터 확인되었던 사실이다. 걸프 산유국 입장에서도 2000년대에 이후 경제 개방과 시장경제 채택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속히 늘어난 중국은 핵심 시장 및 투자자로서 발돋음 하게 된다. 실제로2009년 1천억 달러이던 중국과 걸프 산유국의 교역규모는 2012년 약 2천220억 달러 규모로 3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고(Kāzemi and Chen, 2014), 2016년에는 중국의 대 중동 투자액이 295억 달러가 됨으로서 미국을 제치고 아랍 지역의 제 1의 투자국이 되었다. 이는 2016년 중동 지역의 외국인 직접 투자 총액 920억 중 32%에 달하는 수치이며 2위 투자국인 UAE (151억 달러)의 2배에 가까운 수치였다(Arab Investment and Export Credit Guarantee Corp, 2017).
특히 중국은 현재 13차 5개년 규획에 의거하여 청정 저탄소 에너지 정책, 즉 안전하고 고효율적인 현대화 에너지 시스템을 건설 추진을 통한 국가 에너지안보 확보를 노정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중국내 에너지 발전의 40%를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낮은 천연가스를 통한 에너지 발전이 단중기적 미래까지는 꼭 필요함을 의미한다. 6%대의 경제 성장률을 지속하지 못하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심각한 국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인 지금,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경제 성장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에너지 자원 확보는 국가 안보 최우선 순위 의제 중 하나이다(Zhou, 2018; Fickling, 2019). 중동의 GCC 국가의 경우 역시, 셰일 혁명으로 인한 석유시장 변화에서, 자신들의 제 1 무역 수출 상품이자, 국가 재정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의 제품의 수출시장 확보가 자신들의 정권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가 되었다. 케네스 월츠가 동맹의 형성에 중요한 변수로 공동의 위협을 강조한 것처럼, 지경학적 변화가 추동한 환경 변화는 중동지역, 특히 GCC 국가와 중국의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내 중국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일대일로 정책을 상당히 반기는 분위기이다. 특히 비전 2030의 경제 개혁 정책의 일정 수준의 성공만이 현재 살만 왕세자의 향후 왕위 계승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우디 역시 중국의 일대 일로 정책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미 공동의 이익 실현을 위해 양국은 2015년 일대 일로 기반 산업 구축 파트너 협정을 맺었고, 중국 공상은행 지부를 리야드에 개설하였다. 특히 각 도시와 관계망 (철도 및 도로, 물류망) 구축을 통한 공동의 번영을 기치로 내건 일대일로 정책은 비전 2030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네옴 도시 건설과 맞물려 있어 상호 호혜적 측면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 공상은행의 사우디 진출은 사우디 정부가 필요로 하는 산업 다각화 및 공기업 민영화 과정의 해외 직접 투자 과정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었다.
UAE: UAE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은 상황이다. UAE내 중국의 직접 투자 총액은 23억 달러이고 2016년 통계상으로는 4,200개의 중국 기업이 UAE에 진출하였다. 이는 불과 10년 전인 2005년 18개 기업 진출과 대비했을 때 200배가 넘는 성장이다. 특히 물류의 허브로서 자국의 입지를 굳히려는 UAE 경우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전망이 밝은데, 현재 UAE가 수입하는 중국 물품의 60%는 다시 아프리카 혹은 유럽으로 재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Fahy, 2017).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목표로 하는 공동 번영과 부합하는 전형적인 예로, 중국과 UAE의 국가 정책 목적이 서로 부합하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물류망 강화 차원에서 이미 UAE는 중국중철과720억 달러의 철도 건설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카타르: 현재 카타르와 걸프 GCC 국가 사이의 분쟁으로 인해 중국-카타르 일대일로 관련 사업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008년 시작한 카타르의 경제 개발 정책 카타르 비전 2030의 경우 역시, 유수의 중동 아랍국가의 계획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산업 다각화를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카타르는 적은 인구와 이미 풍부한 국부 펀드를 인해 해외 직접 투자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주변 산유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분산 투자와 등거리 외교를 통해 자신들의 외교력 극대화를 꾀했던 카타르 입장에서는 중국은 최적의 파트너이다. 실제로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 아랍국가들과 첫번째 공식적 관계 악화가 불거졌을 당시 카타르 국부펀드는 중국 헬스 케어 산업 분야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중국의 부동산 산업에는 200억 달러 투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중국은 자신들의 천연가스 수요의 20% 이상을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국가일 뿐 아니라 2018년 통계로 미국을 제치고 카타르의 제 1 무역 교역국이 된 점은 양국의 경제 교류가 얼마나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2018년 7월에 베이징에서 열린 제 8차 중국-아랍 국가 협력 포럼을 통해 카타르가 현재 외교 관계가 단절된 사우디, UAE, 이집트 대표들과 같은 자리에서 회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중동 지역에 대한 경제적 협력뿐 아니라 정치 외교적 중간자 역할을 해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미국 패권안에서 미국이 역내 국가들의 갈등을 조율해 주었던 과거에 비교했을 시 달라지고 있는 국제 정세의 모습이 드러난 하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오만: 오만의 경우는 지정학적인 위치성 때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해상길 성공에 핵심 지역이라 할수 있다. 이는 과거 영국 제국이 페르시아 걸프를 통치하였을 당시, 다른 걸프 국가들과는 달리 오만은 영국 제국에 직접 포함시켜 관리하였던 역사적 사실 말해준다. 아라비아 반도 동쪽 끝에 위치한 오만은 인도양을 직접 맞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일대일로 정책 실행에 있어 인도의 견제가 있을 시 우회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고무적인 점은 이미 영국의 제국 통치하에서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 국익의 극대화 경험을 한 오만의 술탄 까부스 역시 일대일로가 자국의 외교력과 정치력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아랍 걸프국과의 관계 전망
중국과 GCC 걸프, 그리고 아랍 국가와의 관계에서 걸림돌이 될 유일한 요소는 중국과 이란의 관계이다. 중국의 일대 일로가 성공하였을시 이란 역시 큰 수혜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시기 유럽 연합도 참여하여 석유 수출입까지 제한한 경제 제제로 인해 중국은 이란의 제1 교역국으로 발돋음 하였고 현재에도 이란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이다. 걸프 아랍 산유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지속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이란의 협력 관계가 어떻게 조율 되느냐에 따라 중국과 아랍 중동국의 관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 중동 영향력 확대의 가능성은 큰데, 이러한 미묘한 외교관계를 이미 중국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중동 걸프 지역국과의 경제관계 개선 및 상호 호혜적 투자를 넘어, 걸프 아랍 지역의 고질적인 두려움인 안보 문제에 있어도 개입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반테러리즘 의제에 관해서 적극적인데, 일대일로 지역의 테러활동을 막아 자신들의 정책 안정성도 높이는 반면 지역국들의 안보 강화에도 역할을 하여 경제, 문화뿐 아니라 안보의 영역까지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파키스탄에서의 군사 협력 움직임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Rajagopalan, 2018). 특히, 예멘에서의 사우디와 시아의 분파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 지금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중재를 해줄 상대는 현재로선 중국 외에 다른 중간자가 없다.
중국판 마샬 플랜이라 이야기 듣는 일대 일로 정책은 각 걸프 중동 국들의 상황에 맞는 투자 공간과 계획을 제공해주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국가 개조에 필요한 자금이나 동력이 부족한 사우디 아라비아에게는 그에 맞는 해외직접 투자와 인력 및 비전을, 자금은 확보하였으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부재한 UAE와 카타르에게는 투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오만 등, 주변국에 비교하여 자금이 부족,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국가라 할지라도 그들의 지정학적 자산을 통한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의 플랫폼으로서 중국인 일대일로를 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존하는 국가중에 미국과 같이 자신의 군사력을 투사하여 타국의 안보를 지켜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중동 역내 국가들의 안보 문제에 있어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중국은 중동 산유국들의 제1 무역 교역국으로 경제적 영향력은 이미 확보한 상태이고, 공동 성장, 공동 번영을 기치로 내민 일대 일로 정책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조 역시 쉬이 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 아래에서는 더 더욱 요원해 보인다.
전환시대의 연계: 확대되는 공동 이익
현재 벌어지는 지경학적 변환은 중동국가는 물론 중국의 국가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외부환경으로는 1) 미국의 셰일혁명에 따른 오일 및 천연가스의 국제 시장 구조 전환, 2) 트럼프 정권의 대 이스라엘, 대 사우디아리비아, 대 이란 정책의 혼선에 따른 중동 내 정세 혼선 등이 그 원인이다. 중동 내부의 원인으로는 1) ‘아랍의 봄’ 이후 확대되는 ‘석유 산업 의존도’ 탈피 움직임 및 산업 다각화 수요, 2) 중동 국가들의 사업 발전과 경제 재건을 해외자본 및 건설사업 수요 발생, 3) 동아시아지역으로의 안정적인 원유 및 상품 수출입 통로 확보와 중동 지역 네트워크화를 통한 주변지역과의 인프라 및 산업 연계 실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외부환경 및 중동 내부 상황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동의 연계의 종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을 허브로 하는 동아시아와 유럽을 두 축으로 유라시아 전반을 엮는 공간 네트워크를 건설하고자 하고 있다. 그 공간 네트워크는 단순히 인프라 네트워크라는 물리적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공급사슬, 산업사슬, 가치사슬을 종합하며 효율성이 높은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인류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을 표방하는 한편, 그 공공재 속에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 자원 확보, 해외시장 확장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종합적으로 보건대, 이러한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은 중동 국가들의 수요와 부합되면서 “전환시대의 연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이 중동 내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내부의 변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구조의 전환 속에 중국 일대일로의 ‘기능주의적인 접근’이 중동국가의 수요에 부합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경학적’ 관점에서 중동지역을 핵심이익 라인으로 삼던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인해 중동개입을 ‘지정학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발생된 중동 내 정세 구조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중동 내 미국 패권의 약화가 아닌 중동을 바라보는 미국의 접근법의 전환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로써 발생한 중동 내 ‘힘의 공백(Vacuum of Power)’에 중국이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중동 내 새롭게 부상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새로운 국제 자본’으로서 접근함에 따라 중국과 중동의 결합이 발생하고 있다 주장할 수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해외진출을 실현하고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동은 산업 다각화를 위한 FDI 유치와 에너지 자원 판로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트럼프 미 정권의 대 중동 전략의 혼선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중동은 미중 패권이 아닌 기능적인 부분부터 밀착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유럽을 연계하는 실크로드 라인에 중동의 연계는 이렇듯 단순한 미중 패권 다툼이 아닌 전환하는 구조속의 공급-수요, 그리고 기능적인 연계를 추구하는 각국의 외교정책의 산물이라 판단할 수 있다.
저자소개
백승훈 박사(paik-house@hanmail.net)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통번역학과 중동 정치 강사이다. 영국 Durham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워싱턴 소재 씽크탱크 Global Risk Intelligence의 non resident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초빙 연구원과 국가정보원 중동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동지역 안보, 핵비확산, 외교정책 및 외교관계 등을 진행하고, 주요 저서로는 『중동 지역 에너지 산업 비교 연구』, 『Nuclear Politics in Asia』 등이 있으며 다양한 학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창주 박사(letscj@naver.com)는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강사이다. 상하이 복단대학에서 외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과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제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일대일로, 연계성을 포함해 정치외교, 물류, 개발학 등을 진행하고, 주요 저서로는 『일대일로의 모든 것』, 『변방이 중심이 되는 동북아 신 네트워크』 등이 있으며 현장에 다니며 다양한 학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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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bās Varij Kāzemi and Xiangming Chen, “China and the Middle East: More Than Oil”, European financial review, February 28, 2014. http://www.europeanfinancialreview.com/?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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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tish Petrol, 2018 BP Statistic Review of World Energy, June, 2018. https://www.bp.com/content/dam/bp/en/corporate/pdf/energy-economics/statistical-review/bp-stats-review-2018-full-report.pdf
- David Fickling, “Xi’s Leading China Toward Stagnation”, Bloomberg, Jan 13, 2019.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19-01-13/xi-s-leading-china-s-economy-into-the-middle-income-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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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hael Fahy, “UAE on China’s Silk Road map”, the National, March 13, 2017. https://www.thenational.ae/business/uae-on-china-s-silk-road-map-1.63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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