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옥스퍼드대학교)
지난 십 년 동안 기후 이주 및 이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구글에서 ‘climate’과 ‘migration’이라는 두 단어를 함께 사용하여 검색한 기록을 보면, 2011년 이후 사람들이 이 단어들을 함께 검색어로 사용한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기후 변화가 인간의 이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계속해서 탐구하고 이해해 나가야 할 주제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인간의 이동은 대부분 국경 내에서 일어나며, 이는 주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은 농촌 지역에서 도시로의 이동으로 나타난다(Clement et al., 2021). 더욱이, 이러한 이동은 반드시 영구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기후 난민과 관련해 제기되는 잘못된 주장은 여전히 언론과 공공 정책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주장은 대부분 1990년대에 발표된 과거의 연구들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기후 변화의 민낯’으로 묘사하며, 이들의 수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1995년, 세계은행의 컨설턴트였던 노먼 마이어스는 이른바 ‘환경 난민’의 개념을 도입하며, 그 수가 2010년까지 5천만 명, 지구 온난화의 효과가 전지구적으로 나타나면 최대 2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예측은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당시 UN 총회 의장인 스르잔 케림 또한 비슷한 수치를 제시하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맥시멀리스트’ 접근법은 환경 변화를 이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특히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환경 난민’이 유럽과 같은 선진국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조장했다(Chung et al., 2022).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이 공공 정책 영역에서 널리 퍼지면서 학계에서는 이와 다른 관점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스트’ 접근법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환경 문제보다 경제적 패러다임의 역할을 강조하며, 환경 문제와 이주 사이의 관계를 보다 신중하게 평가하려 시도했다(Piguet, 2013).
결론적으로, 이 두 접근법 사이의 논의는 기후 변화와 이주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초기의 우려 섞인 예측들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와 이주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환경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후 이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환경 난민’이라는 용어를 넘어서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주 현상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후 이동성이란 무엇인가
‘기후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유로 사람들이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의 영구적인 거주지 변경을 뜻하는 ‘이민’과는 차이가 있으며,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의 이주가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 따른 짧은 거리 이동부터 국가가 주도하는 강제적 이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이동을 포함한다(Cundill et al., 2021). 또한, 이 개념은 이동성(mobility)과 비이동성(immobility)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식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정 내에서도 이동성과 비이동성의 상호의존성을 볼 수 있다. 한 예로, 반복된 가뭄의 피해로 농업생산량이 점차 줄어 가족의 남성 구성원이 일자리를 찾아 인근 도시로 이동할 수 있지만, 아내와 자녀들은 더 안정적인 교육과 토지 관리를 위해 원거주지에 남을 수 있다. 이는 기후 변화가 각 가정 내에서 어떻게 다르게 경험되고 대응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렇듯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동성을 이해하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다 포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기후 변화와 기후 이동성의 복잡한 관계
많은 이들이 기후 변화를 기후 이동의 단일 원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자세히 보면 이야기가 더 복잡하다. 남아시아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같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에서 조차 이동의 주된 원인으로 기후 변화만을 지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는 영아 사망률, 식료품 가격 상승, 실업률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간의 이동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UK GOS, 2011). 그렇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따른 개인이나 가족의 이동 결정 과정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먼저, 기후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태풍이나 홍수와 같이 극단적인 날씨 현상으로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빠르게 발생하는 기후변화(fast-onset climate change)’와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반복되는 가뭄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서서히 발생하는 기후 변화(slow-onset climate change)’가 있다. 극단적인 날씨 현상은 대체로 신속한 강제 이주를 초래하는 반면, 서서히 발생하는 기후 변화는 주로 농업이나 수산업과 같은 1차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에서 점차 악화되는 기후에 적응해야 하는 가족의 이주 고민과 선택에 영향을 준다. 이는 가족의 생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후 이동의 결정 과정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동성과 비이동성을 결정짓는 생계 유지 전략의 일부다. 이는 기후 변화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다층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기존의 연구는 주로 경제 활동과 관련된 남성 이주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성별, 연령, 교육, 인종, 사회적 네트워크, 결혼 상태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이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기후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은 그들의 능력, 욕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기후 이동성’이라는 개념은 개발도상국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이동성과 도시화 과정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는 중요한 연구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는 이미 존재하는 빈곤, 경제적 불평등, 인구 증가와 같은 문제들을 더 악화시킨다. 어떤 이들은 인종차별이나 사회 문화적 규범, 관료적 장벽으로 인해 이동할 수 없고, 다른 이들은 이동에 필요한 자금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처럼 다양한 이동성과 비이동성의 형태는 기존의 이동 관행을 반영하며, 이주민들이 출발지와 도착지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로의 이주를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이동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이동이 기존의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새로운 정치 구조를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도시의 정치 경제적 구조가 이주 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와 인간의 이동 사이에는 단순한 결정론적 관계가 아닌, 지속적으로 이동성과 개인 및 가정의 기후변화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지역적 요인들이 있고, 이러한 접근은 기후 변화의 실제 경험과 이주의 경제적 동기, 지역의 권력 구조 및 사회적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후 위기 속 도시의 역할
2018년에 발간된 세계은행의 그라운드스웰 보고서(Groundswell Report)를 비롯한 최근 연구들은 기후 변화로 이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경을 넘지 않고, 대신 일자리, 교육, 보건 등 도시가 제공하는 기회를 찾아 이동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 패턴과 이주민의 경험은 도시 환경에 영향을 받고, 이는 기후 변화와 이동성의 상호작용을 도시화 과정과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도시는 다양한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후 이주민들은 종종 빈민가의 비위생적인 생활 조건, 경쟁이 치열한 노동 시장 등 도시 환경의 여러 도전에 직면한다. 이전에 농업에 종사했고 교육 수준이 낮은 이들은 대부분 자격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도시의 노동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많은 이주민들이 도시에서 법적인 거주권을 얻는 과정에서 관료적 장벽에 부딪힌다. 따라서, 도시화 과정을 중심으로 기후 이동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개발 과정과 구조적 불평등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시로의 기후 이동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 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주민 증가는 주택, 물과 위생, 보건, 교통과 같은 도시 인프라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지만, 동시에 기후 이주민들이 슬럼과 같은 도시의 비공식 시스템에 의존할 가능성 또한 높인다. 그러므로 기후 이동성의 관리는 국제, 국가, 지역 거버넌스의 정책 연계성을 고려해, 노동 유연성, 계절적 이주 패턴, 인권 및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교차 문제와 함께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도시로 향하는 에티오피아 소작농들이 직면한 구조적 도전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이며,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이 나라는 대부분이 농촌 지역이지만, 매년 거의 5%에 달하는 빠른 도시화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에티오피아 내부의 기후 이동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저자가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의 지원으로 진행 중인 연구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서 농한기(10월에서 2월)에 젊은 소작농들이 도시로 임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 최근 일반적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농촌과 도시 사이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경험한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내부 이주 역사를 단순히 최근의 기후 변화와 관련된 현상만으로 보는 것은 소작농들이 직면해 온 사회구조적 문제와 열망을 간과하는 것일 수 있다.
토지에 대한 접근성은 소작농들의 생계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고질적인 토지 부족과 인구증가로 인한 농촌 지역의 땅 없는 젊은이들의 증가는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거기에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고 국민에게 사용권만 허락하는 이 나라의 토지 정책은 소작농들의 토지 소유권을 불안하게 만들어 이들이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토지에 투자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결국 충분하지 않은 크기의 농지와 낮은 농업 생산성에 반복되는 가뭄까지 겹쳐 많은 소작농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농한기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에티오피아의 주된 기후 이동 패턴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에티오피아에서의 기후 이동은 주로 농촌에서 대규모 농장으로 이동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는 점차 도시 지역으로의 이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탕수수와 목화 재배 같은 대규모 농업 또한 반복되는 가뭄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다른 민족 간의 무력 충돌로 인해 특정 지역을 기피하는 경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살고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한 이 나라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이다.
그러나 최근 도시에서의 경제 활동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많은 소작농들은 농한기와 겹치는 건기 동안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서 발생한 내전(2020-2022년)과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로 인해 생긴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현재 도시로 온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플라스틱 페트병이나 다른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수집하는 등의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길거리에서 노숙하거나 열악한 환경의 공동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다양한 도시형 범죄에 노출되거나 가담하여, 이는 도시의 범죄율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에티오피아의 기후 이동성은 젊은 소작농들이 사회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동성은 기존의 정치경제적 불평등 구조 아래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장기적인 정책 지원은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토지 개혁과 같은 사회 정책적 접근으로 먼저 해결하고, 이들의 반복되는 이동 패턴을 도시 정책의 맥락에서 다루어야 한다. 이와 같이 기후 이동성의 관리는 다양한 거버넌스의 정책 연계성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와 함께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자 소개
정진호(jin-ho.chung@ouce.ox.ac.uk)는
옥스퍼드대학교 교통연구소(TSU) 책임연구원이다. University College London(UCL)에서 기후변화 적응 연구로 인문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가 지원하는 ‘기후 이동성, 지속적 불확실성 및 도시 환경(CEMEN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엔대학교 정책연구센터(UNU-CPR)의 ‘공정한 개발과 이주(EDM)’를 위한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참고문헌
- Clement, Viviane, Kanta Kumari Rigaud, Alex de Sherbinin, Bryan Jones, Susana Adamo, Jacob Schewe, Nian Sadiq, and Elham Shabahat. 2021. Groundswell Part 2: Acting on Internal Climate Migration. Washington, DC: The World Bank.
- Chung, J., Buswala, B., Schwanen, T., Keith, M. (2022). Climate mobilities into cities: A systematic review of literature from 2011-2020, Urban Climate 45: 101252. https://doi.org/10.1016/j.uclim.2022.101252
- Cundill, Georgina, Chandni Singh, William Neil Adger, Ricardo Safra de Campos, Katharine Vincent, Mark Tebboth, and Amina Maharjan. 2021. “Toward a Climate Mobilities Research Agenda: Intersectionality, Immobility, and Policy Responses.” Global Environmental Change 69: 102315. https://doi.org/10.1016/j.gloenvcha.2021.102315
- Piguet, E. 2013. From “Primitive Migration” to “Climate Refugees”: The Curious Fate of the Natural Environment in Migration Studies.” Annals of the Association of American Geographers, 103(1), 148-162.
- UK Government Office for Science (UK GOS). “Foresight: Migration and Global Environmental Change.” Final Project Report. London: UK Government Office for Science, 2011.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migration-and-global-environmental-change-future-challenges-and-opportun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