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패러독스, 세계평화를 위협하다

대만해협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줄다리기를 하며 절묘한 세력균형을 이뤄 온 곳이며, ‘현상유지(status quo)’라는 타협점을 통해 평화와 안보를 유지해 온 공간이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세력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시진핑 시기 들어서 현상 변경의 의지를 점점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미국도 대만 이슈를 지렛대로 사용하여 시진핑 체제를 흔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대만은 전략적 가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이 높아지기보다는 전쟁의 위기 속에 내몰리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국익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묵인의 외교를 펼치고 있다. 즉 외교적 자율성의 공간이 좁아지는 패러독스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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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성균관대학교)

섣불리 대만을 손에 넣으려는 자 천하를 잃는다

전환의 시대에 대만이 전 지구적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은 그 동안 동아시아에서 성공적인 민주화와 함께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가 구현된 사회로 인정받아 왔고, 산업화에 성공한 후 기술력에 기반하여 지금은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방역에 성공하며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지금 대만이 주목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전쟁의 위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게 되었다. 심지어 제3차 세계대전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대만은 한 가지 패러독스에 직면해 있다. 요컨대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졌는데 대만해협은 안보 위기에 빠져 들었고 대만의 외교적 자율성은 더욱 위축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대만이 지전략적1) 차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이 높아지기보다는 한편으로는 전쟁의 위기 속에 내몰리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익을 극대화하기보다 버림받지 않기 위한 묵인의 외교를 펼치고 있다. 즉 대만이 점점 외교적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타이완 패러독스의 본질이다.

대만해협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줄다리기를 하며 절묘한 세력균형을 이뤄 온 곳이며, ‘현상유지(status quo)’라는 타협점을 통해 평화와 안보를 유지해 온 공간이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세력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시진핑 시기 들어서 현상 변경의 의지를 점점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미국도 대만 이슈를 지렛대로 사용하여 시진핑 체제를 흔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2)

문제는 현상을 변경하여 “섣불리”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려고 할 때 전쟁의 비극과 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목도하고 있다. 세력의 균형점을 파괴하고 지정학적 균열선(fault line)을 초월하고자 할 때 전쟁의 비극이 초래될 수 있다. 쇠퇴의 시기에 들어선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확보와 부국강병의 꿈을 위해 대만과의 통일을 경로로 간주하고 있다. 대만해협 안보 위기의 근원은 누구도 대만을 잃을 수 없고 잃어서는 안 된다는 엔드게임의 양상에서 비롯된다. 이런 정세 속에서 대만이 외교적 자율성을 발휘하여 중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시도하고 안보의 위기를 극복하면 좋겠지만, 중국공산당이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대만 사회의 여론지형도 홍콩 요인으로 인해 중국과의 타협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고 평화적 통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시진핑 체제는 대만과의 통일에 조급성을 보이며 비평화적 수단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이렇게 섣불리 대만을 얻으려고 할 때 중국은 천시(天時)를 거스르고 지리(地利)를 활용치 못하며 인화(人和)를 잃어버림으로써 중국몽의 추락뿐 아니라 천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미국은 대만과의 강력한 비공식 관계의 발전을 지지한다. 그러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캠벨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서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할 경우 매우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CSIS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중단할 경우, 이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대만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억제할 것이라 답한 비율은 겨우 3%에 불과했다.3)

흥미로운 사실은 대만의 독립 문제가 대만 내에서 더 이상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대만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에서 현상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56%)이 주류 여론을 형성하고 있으며 독립을 지향하는 사람은 30% 안팎이다. 대만인 정체성이 확연히 늘었지만 그러한 정체성의 본토주의 추세가 정치적인 독립의 시도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현재의 상태가 이미 독립된 상태로 인식하는 대만인들이 다수이고 ‘법리적’ 독립이 몰고 올 국제정치적 파장과 그로 인한 중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천수이볜 전 총통과의 인터뷰에서 민진당의 원로인 추이롄(邱義仁)이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만 독립은 대만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은 대만과 미국 관계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것이자 2024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하고자 하는 민진당의 미묘한 흐름을 시사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과 차이잉원의 만남
출처: 헬로아카이브

 

미국에게 있어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 : “대만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과 군사 안보의 차원에서 대만은 미국에게 매우 중요하다. 가령 중국이 대만해협을 장악하게 되면 남중국해 분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의 대담한 주장처럼 미중 패권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공간인 것이다.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등 경제안보의 차원에서도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 미국이 반도체를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할 게임체인저로 설정하면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눈독을 들이는 자원이 되었고, 미국이 대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가치와 정체성의 차원에서도 대만은 미국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서구적 보편 가치를 내재화하고 있는 대만은 미국적 세계관 확장에 중요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미 행정부가 지정학과 지경학의 고려 속에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다면, 미 의회는 가치와 규범의 측면에서 정서적으로 대만 사회가 성취한 민주주의를 중시한다.4) 지난 9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압도적으로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 of 2022)을 통과시킨 배경에는 이러한 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법안은 향후 5년 동안 거의 65억 달러를 제공하여 대만 방어를 강화하고 미국 정부 관리가 대만을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 민선 정부를 대만 국민의 합법적 대표로 간주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제재할 것과 군사적 대비를 위해 향후 5년간 대만에 65억 달러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대만에 ‘주요 비나토 동맹국’의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전략가들 사이에 ‘대만 포기론’의 시각도 존재한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이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현실주의적 시각과 대만을 포기하는 것이 미국의 패권 유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실용주의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대만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유연한 측면을 갖고 있지만, 전략경쟁의 심화와 반중여론이 고앙된 흐름 속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포기론’을 고려할 여지는 크지 않다. 또한 2016년 민진당의 집권 이후 중국과 대만 당국 간에 대화의 채널이 상실되면서 대만이 미국 편승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은 양안관계를 미중 양자관계의 문제로 치환시켜 버렸다. 요컨대 양안관계 해결의 키를 미국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대만-대만국민
출처: China Daily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대만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국내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만해협의 위기를 더욱 촉발시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제4차 대만해협 위기도 이런 맥락에 서 있다. 펠로시의 아시아 지역 순방과 대만 방문은 소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그의 정치 인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레거시를 남기고자 하는 졸업 여행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민주당 소속의 정치인으로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국 내 반중 정서에 올라타 유리한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조금 더 큰 차원에서는 대만해협 유사시 미국의 대만 지원을 신뢰하는 대만인의 비율이 3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의심하는 대만 사회의 여론 동향을 차단하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러한 분석을 감안하면 미국의 대만 정책도 다분히 당파적이고 국내정치적 고려와 이익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위한 마지막 카드

미국이 대만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에 비해 중국은 주권을 보전하고 대만과의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의 차원에서 대만 문제를 인식한다. 중국 대중들의 절대 다수가 대만통일을 염원하고 있고 무력 통일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중국 지도자 중 대만과 대만인의 생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로 꼽힌다. 지방 지도자 시절부터 대만 관련 업무를 매우 중시했고 최고지도자가 된 후에도 대만해협의 정세를 직접 살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양안 문제의 해결을 자신의 역사적 소명이자 정치적 유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양안통일을 추구하는 중국인민의 의지
출처: https://www.163.com/dy/article/HE4NQLKE055271UI.html

시진핑은 지방 지도자 시절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대만 문제의 해결을 자신의 역사적 레거시로 삼고자 하는 의욕을 높여왔다. 물론 중국에게 있어서도 대만 문제는 역사적 소명이라는 당위성 외에 전략적 중요성도 갖는다. 제1도련선의 최전방에 위치한 대만을 중국이 장악하게 되면 중국은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는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서태평양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기술경쟁 차원에서도 TSMC를 보유한 대만을 중국이 통일한다면 미국의 반도체 공급사슬 재편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공산당 20차 대표대회를 통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체제의 노선은 분명하다. 특히 대만문제에 관해 중국공산당은 20차 당대회에서의 분명한 대만 독립 반대와 대만 문제에 대한 외세개입 반대가 향후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의 대만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며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대만과의 통일’을 계속 내세울 것임을 천명했다.5)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면서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의 과도한 군사 행동이 대만의 ‘탈중국화’를 가속화하고, 그렇지 않아도 비우호적인 국제사회의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음에도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이익 중의 핵심으로 간주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발리 G20 회의에서 마주한 시진핑과 바이든은 정상회담에서 서로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기본 메시지는 주고 받았지만 대만문제에 관한 간극은 여전히 좁히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양안관계에 대해 갖는 의미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단합을 불러왔는데, 중국은 이러한 현상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및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대규모로 제재하는 것을 보고 경계심을 가졌을 것이다. 특히 1,000개 이상의 외국계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지켜봤다. 중국군은 실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분쟁을 철저하게 연구하며 토론하고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고 분쟁의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교훈을 얻었을 것인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과를 바탕으로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작전에 대해 많은 검토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침공을 결정할 경우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일 방법에 대해 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군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만해협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있다. 우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비해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중국도 대만에 비해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러시아의 압도적 군사적 우위는 실제 전투에서 빠른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능숙한 비대칭 전력에 의해 상쇄되었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려면 대규모 병력을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함을 알려준다.

두 번째 유사점은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핵 보유국인데,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아니다. 세 번째 유사점은 어떤 나라도 우크라이나를 방어할 조약 상의 의무가 없는데, 대만도 조약상의 동맹국이 없다. 다만 대만의 경우에는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따라 미국이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도록 되어 있고 “대만인들의 안전, 또는 대만의 사회 및 경제 체제를 위태롭게 할 무력이나 기타 형태의 강압에 저항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유지해야 할” 정책적 공약을 갖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중국의 경우 대만해협의 분쟁에 대해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전제해야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할 때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시진핑과 젤렌스키
출처: open source

게다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가능한 조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에 러시아는 이미 크림 반도와 도네츠크 공화국 일부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의 약 7%를 점령하고 있었고 수만 명의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에 주둔하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대만의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있지 않다.

두 지역 간의 지리적 차이도 두드러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이 대부분 평평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어서 탱크가 국경선을 넘어 진입하는 것이 수월하다. 반면에 중국군이 대만을 장악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대만해협를 건너 수십만 명의 병력을 수송해야 한다. 중국군이 성공적으로 상륙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다.

병참은 대만해협에서의 전쟁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대만은 섬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봉쇄될 수 있다. 중국군의 항공 및 해상 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대만에 대한 보급을 차단하고 단계적으로 리스크를 높이는 봉쇄 조치가 가능하다. 중국군은 또한 대만 북부 및 남부의 주요 항구인 지룽과 가오슝에서 대만의 수출이 이뤄지지 않게 봉쇄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작전과 유사한데, 푸틴은 오데사(Odesa)와 오차키프(Ochakiv) 항구를 봉쇄하여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았다.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 네 가지 시나리오

상술한 내용을 종합해보았을 때, 향후 4-5년 간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아주 높은 건 아니다. 중국에게 있어 양안통일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절체절명의 임무이며, 충분한 준비 없이 한번 시도해볼만한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군사력으로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력충돌은 중국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미국 또한 대만해협으로 인해 중국과 전쟁을 벌이고 싶은 동기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원천배제할 수는 없으며, 만일 발생한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다.

중국과 대만의 단거리 미사일 사정거리

1) 고강도 전쟁: 대만에 대한 중국의 속전속결 침공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고강도 침공의 가능성은 당분간 매우 낮다. 랜드연구소의 스콧 해럴드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대만해협의 지리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규모 상륙작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지난 20여 년간 군사력을 수십 배 키웠고 대만해협 부근에서 중국의 전력이 미국보다 우세하지만 미국이 샌디에고나 알래스카 등에 주둔하고 있는 전력을 증파하는 데는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현재 중국군은 항공, 해상 분야에서 병력 수송 능력과 보급선에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 저강도 전쟁: 대만 해상 봉쇄 및 주변 도서 점령

대만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해상봉쇄나 진먼다오, 타이핑다오 등에 대한 침공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중국의 대만 주변 도서에 대한 침공과 대만 봉쇄는 우선순위가 낮은 시나리오다. 대만 주변 도서를 공격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미군의 직접 개입을 피할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가 침묵할 리 없다. 오히려 대만침공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낳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작은 성과를 얻는 대신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시나리오다.

3) 하이브리드 전쟁

사이버전과 정보전을 혼합한 개념인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이버 공격으로 중요시설을 마비시키고 가짜뉴스를 퍼뜨려 대만 사회를 교란한다. 대만 내의 친중파를 끌어들이고 동시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미군이 개입하기 전에 단시간 내에 점령상황을 종결할 수 있다. 2014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위기 때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사용한 방식이다. 그리고 중국군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일상적으로 들락거리면서 대만군이 많은 인력과 비용을 지불하게 해 피폐한 상태로 만드는 ‘회색지대 전술’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4) 우발적 충돌

대만해협에서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는 우발적 충돌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분쟁 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우발적 충돌은 확전 가능성이 낮다. 미중 양국이 우발적 상황이 정면 대결로 확전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시진핑은 20차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 대만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을 정책으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에 최고 수위의 발언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진핑 시기 이전 중국의 통일 담론이 중국이 현대화에 성공하면 대만 통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면, 시진핑 시기의 통일 담론은 중국이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만 통일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담론의 변화는 대만 문제를 더욱 풀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 것이다. 물론 시진핑이 강경한 블러핑을 통해 미국과 대만의 타협적 태도를 이끌어낸다면 그것도 중요한 업적이 될 것이다.

미중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여타 국가들은 미중이 야기한 구조적 전환 속에서 심각한 국익의 손실을 감당하고 있고 심지어는 더 큰 비극과 재앙을 예감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지정학적 중간국이자 통상문화국가는 능력을 발휘할 시장과 무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냉전의 도래를 가리키는 정세 속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진영을 초월한 다자적 협력을 외치는 것은 분명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의존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환경 문제 등은 한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어젠다이다. 따라서 미중의 권력장으로부터 벗어나 외교적 자율성을 발휘할 공간을 확보하고 나아가 미중을 중재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는 다자협력기구를 통한 관계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다자적 관계를 통해 평화와 안보를 위한 공동의 규범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출구 전략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장영희(hessed02@skku.edu)는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이다. 국립대만대 국가발전연구소에서 학위를 받았고, 한국외대, 충남대, 서울시립대, 고려대에서 강의를 했다. 연구 분야는 중국 정치외교, 대만정치 및 양안관계, 동아시아 국제관계이다.

「바이든 시기 양안관계의 지속과 변화」, 「미중 전략경쟁 시대 양안 안보 딜레마의 동학」, 『韓國知識界的中國認識與中國論述』, 「Popular Value Perceptions and Institutional Preference for Democracy in ‘Confucian’ East Asia」 등의 연구 논문이 있다.

 


1) 지전략은 지정학과 지경학을 아우르는 개념임.

2) 미국이 대만 이슈를 카드로 사용하려는 전략의 이면에는 중국이 국내정치적으로 민족주의를 강화하면서 대만 문제를 레드 라인으로 설정하고 체제 정당성 확보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것을 흔들어 시진핑의 기세를 꺾고 딜레마에 빠뜨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3) CSIS, Surveying the Experts: China’s Approach to Taiwan. September 19, 2022.

4) Coffin, Jocelyn. “Rhetoric and Reality: Taiwan’s Democratization and its Effects on US-Taiwan Relations.” American Journal of Chinese Studies (2017): 1-12.

5) 장영희, <20차 당 대회와 중국공산당의 대만정책 변화>, IFES 연구보고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2022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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