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의무가 형성한 사랑의 형태: 인도의 중매결혼에 대하여

인도에서 중매결혼(arranged marriage)은 상당수가 선택한다고 해도 좋을 보편적인 결혼 방식이다. 이러한 중매결혼의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Netflix) 리얼리티 쇼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 중매를 부탁해》(원제: Indian Matchmaking)는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계급과 성차별, 색채주의를 보여줌으로써 논란에 오르기도 하였다. 본고는 현재 인도의 중매결혼 현황에 대한 간략한 보고를 통해 출신과 가족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관습과 현 세대의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도 청년들의 모습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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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정(서울대학교)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 들썩인 인도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OTT 서비스 플랫폼 중 하나인 넷플릭스(Netflix)에서는 인도의 결혼 시장을 다룬 리얼리티 쇼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 중매를 부탁해》(원제: Indian Matchmaking)를 방영하였다. 총 8회로 구성된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는 인도 뭄바이에서 ‘수터블 리쉬타’(Suitable Rishta)라는 결혼정보회사를 소유한 최고의 전문 결혼중매인 시마 타파리아(Sima Tafaria)를 중심으로, 그녀가 담당하는 일곱 고객의 결혼 중매 과정을 담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에 거주하는 변호사, 뉴저지의 파티플래너, 뭄바이의 보석상, 시크교도 재혼 고객에 이르기까지 인도내외에 거주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지역적 혹은 직업적 배경과 가치관에 따른 상대의 물색부터 양가 부모의 만남, 조정과정 등 인도인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중매결혼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그야말로 ‘인도식’ 리얼리티 쇼로서 큰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결혼의 조건으로서 노골적으로 제시되는 계급의 문제와 색채주의(colorism)로 대변되는 밝은 피부색에 대한 선호 등 사회 문제가 인도 결혼시장의 현실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여러 가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였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중매를 부탁해》 (출처: IMDb)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에서 중매인 시마는 인도의 결혼에 대한 인식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인도에서 우리는 중매결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결혼’과 ‘연애결혼’이 있지요. 결혼은 두 가족 간의 일이에요. 두 가족의 명성과 수백 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들을 이끄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중매인의 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도에서 중매결혼(arranged marriage)은 상당수가 선택한다고 해도 좋을 보편적인 결혼 방식이다. 중매결혼과 연애결혼(love marriage)이라는 선택적 이항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보다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 동일 계급 내에서 혼인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세기 동안 인도 사람들은 친척, 결혼 중개인, 혹은 신문 광고를 통해 자신의 아들 혹은 딸과 결혼시킬 사람들을 찾고자 했다. 인터넷 환경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이러한 중매 과정이 주로 혈연이나 카스트 연락망, 신문 광고, 결혼 정보기관, 또는 소위 ‘입소문’이라는 매개에 의존했지만(Titzmann 2013), 작금의 온라인 시대에 결혼 중매 사이트가 보급되면서 인도의 결혼 중매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도의 결혼 중매 사이트 현황: 연애결혼? 중매결혼?

근대화 이후 인도의 사회·경제적 변화는 결혼 시장과 관련해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다양한 민족과 언어, 계급,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공존할 뿐더러 지역적으로 제도와 관습에 차이가 큰 국가임을 고려할 때, 성급한 일반화로 인도의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다만, 소위 ‘자유화 이후’(post-liberalization) 중산층의 확연한 증가가 본 주제를 다룰 때 중요한 맥락을 차지한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인도 인터넷 및 모바일 협회(Internet and Mobile Association of India)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 웹사이트 사용자의 약 80%는 18세에서 35세 사이로, 최소한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인도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주로 도시 중산층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Titzmann 2013).

결혼 중매를 전문으로 하는 인도 기반의 최초 웹사이트는 1990년대 후반에 등장했으며 그 이후로 사용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온라인 결혼 시장은 3개의 주요 웹사이트인 ‘샤디닷컴’(shaadi.com, 이하 ‘샤디’), ‘바랏매트리모니닷컴’(bharatmatrimony.com, 이하 ‘바랏’), 그리고 ‘지반사티닷컴’(jeevansathi.com)이 주도하고 있다. shaadi.com의 경우 가장 많은 수의 사용자와 성공적인 매칭을 표방한다. ‘샤디’의 가장 큰 경쟁자이기도 한 ‘바랏’은 주로 지역적 제휴를 통해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포털사이트의 경우 타밀(tamilmatrimony), 벵갈(bengalmatrimony), 마라티(marathimatrimony) 등 15개 지역의 하위 사이트로 구성되어 있다(Pepper 2007). 기타 관련 웹사이트 또한 지역 차별화를 통해 대부분 사용자에게 지역 또는 언어에 따른 하위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인도의 유일한 대도시 사이트”를 표방하는 ‘심플리메리닷컴’(simplymarry.com)은 주로 도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성을 내세운다. 특정 종교 커뮤니티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도 존재한다. 예컨대 시크교도를 위한 사이트(sikhingyou.com), 이슬람교도를 위한 사이트(nikah.com)처럼 특정 종교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지역과 종교를 결합한 케랄라 출신 기독교도 대상 사이트(trinitymatrimony.com) 등 다양한 결혼 중매 사이트가 있다(Titzmann 2013).

이처럼 지역과 종교라는 요소가 결혼 상대 찾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른 바 ‘커뮤니티’(community)를 기준으로 하는 결혼 중매의 형태이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매트리모니닷컴’(communitymatrimony.com)과 같은 웹사이트는 커뮤니티를 가장 강력한 정체성 표시기준으로 강조함으로써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한다(Titzmann 2013). 인도식 영어에서 ‘커뮤니티’라는 표현은 종종 전통적 계급 질서로서의 ‘카스트’(caste)1)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인도 정부는 1949년 공식적으로 카스트 제도를 폐지했지만, 현실 사회에서 계급제의 잔재는 여전히 유효하며, 법적으로도 지정카스트(scheduled castes)와 같은 용어가 사용되어 여러 가지 우대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동일 카스트 집단 내에서 결혼을 진행하며, 카스트 간 결혼(inter-caste marriage, ‘서로 다른 카스트 간의 결혼’)은 2011년 기준으로 불과 5.8%에 그친다. 인도에서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 나름 변화를 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는데, 예컨대 모디 총리는 지난 2017년 카스트 간 결혼 정책의 일환으로서 초혼, 힌두법에 근거하는 결혼 등 일정 조건이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달리트(최하층) 계급과의 결혼에 25만 루피(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3백9십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계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Financial Express). 이 같은 차별 철폐 노력은 오히려 ‘카스트’의 용어 사용에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부여하였고, 이러한 분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한편에서 다소 모호하면서도 가변적인 인상을 주는 ‘커뮤니티’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만들었다.

온라인 중매사이트는 인도인들이 기존 행하던 결혼 중매 방식을 온라인을 통해 확장하였으며, 한편으로는 ‘가족’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전의 방식을 넘어 결혼 당사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확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물론 당사자 간의 소통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결혼 전 연애를 하듯 양자 간의 친밀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가족의 인정 하에 전화통화 등의 교류를 하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본 것처럼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지역과 계급이라는 결혼의 조건과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는 오랜 전통적 관습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출신(jāti)과 가족(kula), 전통이 전하는 결혼의 기준

인도 발리우드 영화는 말 그대로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러한 사랑에 목숨을 건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넘쳐나며, 이러한 서사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결혼에 있어서는 결국 가족의 결정이 가장 우선시 된다는 것은 흥미롭다. 인도의 결혼 제도를 연구하는 많은 사회학자들은 중매결혼 제도가 사실상 카스트의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Roychowdhury 2020). 이와 관련하여, 힌두의 전통적인 관습규범을 담은 고전 문헌 중에는 《마누법전》(Mānava-dharma-śāstra, 또는 Manu-smṛti)을 살펴볼 수 있다. 대략 기원전 2세기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마누법전》은 ‘법전’이라는 용어가 지닌 외연과 달리, 창조 신화와 철학적 담론에서부터 계급과 종교사회적 규범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범위의 주제를 아우르는 문헌이며, 특히 각 신분집단의 윤리적·종교적 생활규범을 설한다는 면에서 현대에도 통용되는 많은 관습과 전통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마누법전》에서는―다소 서로 합치되지 않는―결혼 규범과 관련된 언급이 곳곳에 나타나는데, 특히 3장에서는 총 8가지 형태의 결혼(vivāha)의 종류가 열거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①브라흐마(brāhma), ②다이바(daiva), ③아르샤(ārṣa), ④프라자파티야(prājāpatya), ⑤아수라(āsura), ⑥간다르바(gāndharva), ⑦락샤사(rākṣasa), ⑧파이샤차(paiśāca)이다. 각각의 명칭은 신이나 사제, 반신종족 또는 악마를 나타내는 단어들에서 파생된 것이다. ①브라흐마는 브라흐만(brahman), 즉 베다나 사제 계급처럼 신성한 존재와 그들을 관장하는 브라흐마 신의 명칭에서, ②다이바는 천신(天神)을 의미하는 데바(deva), ③아르샤(ārṣa)는 베다의 찬가를 영창하는 사제 시인 리쉬(ṛṣi), ④프라자파티야는 만물의 창조주 프라자파티(prajāpati), ⑤아수라는 천신에 대적하는 집단 아수라(asura), ⑥간다르바는 천상의 음유시인 역할을 수행하는 반신(半神) 간다르바(gandharva), ⑦락샤사는 거친 악마 집단 락샤스(rakṣas), 마지막으로 ⑧파이샤차는 피와 살을 즐기는 악마족 피샤차(piśāca)에서 각각 파생되었다. 파생어들이 의미하는 것처럼, 각각의 결혼은 해당 신이나 집단의 행동특성이나 성격을 강하게 띤다. 지참금 매매혼에 해당하는 ⑤아수라, 약탈혼에 해당하는 ⑦락샤사, 강간이나 다름없는 ⑧파이샤차를 제외하고, 이들 가운데 가족의 동의를 수반하지 않은 연애결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⑥간다르바 뿐이며, 나머지 ①~④는 과정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중매결혼의 특성을 띤다. 《마누법전》에서는 각 카스트에 적합한 결혼의 종류를 명시하는데, 그중에서도 매매혼인 ⑤아수라와 강간인 ⑧파이샤차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면서도, 하위 2계층인 바이샤와 슈드라의 경우에는 ⑤아수라를 행하는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결혼한 여성의 상징인 붉은 염료 신두르(sindoor)를 새신부의 이마에 칠해 주는 신랑의 모습(출처: pixabay)

중요한 것은 전통 힌두 규범에서 가장 권고되는 결혼의 형태는 변주는 있을지언정 결국 처음 네 가지의 결혼, 즉 ‘부모가 적법한 의식에 따라 자신의 딸을 적절한 상대에게 내어주는’ 중매결혼의 형태라는 점이다. 이러한 결혼의 전통적 개념은 현대 힌두교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물론 힌두교도들이 중매결혼의 핵심적 측면을 카스트와 종교에 두고 있는 반면, 인도 내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경우 중매결혼을 일종의 ‘민사계약’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설사 그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가족이 결혼을 주선하는 것은 언제나 핵심적인 요소였다(Gupta 1976).

이처럼 소위 전통이 전하는 결혼의 이상적 형태는 카스트와 종교성이 내포되어 있는 가부장적 가족단위의 존속과 연계되어 있다. 인도의 결혼식은 개인과 가족의 삶에서 중요한 행사로서 계급 지위를 확립하고 가부장적 가족 내의 재산을 지참금 형태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확립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신부의 가족이 신랑에게 재산을 주고 친가의 자산에 대한 딸의 권리가 종료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Kapur, 2009). 현재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여전히 결혼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거론되는 지참금(dowry) 문제 또한 이러한 가부장적 질서와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앞서 언급한 카스트 간 결혼의 경우, 남성이 상위 카스트인 경우보다 여성이 상위 카스트인 경우 훨씬 더 큰 반감이 발생한다. 불과 얼마 전 2021년에도 인도 북부 하리야나 주에서 여성이 상위 카스트에 해당하는 두 사람의 결혼으로 인하여 23세의 신랑이 여성의 가족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보도되었으며, 2018년 텔랑가나 주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신부가 자신의 가족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인도에서 한 사람의 결혼이란 개인에게 국한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해당 가족 카스트의 순수성, 명예나 경제적 존속과 직결되는 것으로 취급된다. 즉 자신의 출신이자 카스트인 자티(jāti)에 맞는, 자신의 가족(kula)에게 적합한 상대를 고르는 것이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규범, 즉 올바른 다르마(dharma)인 것이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Shah Jahan)이 장남 다라 시코(Dara Shikoh)의 결혼 행렬에 참석하는 모습을 표현한 세밀화. 신랑이 신부의 집을 방문하여 신부를 데려오는 풍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출처:wikipedia)

 

변화와 전통 사이, 그 어딘가에 머무르는 청년들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가 흥미로운 전개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인도 내에서조차 논란을 일으킨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매인 시마(Sima)의 다소 시대착오적인 발언들일 것이다. 시마는 고객 중 한 여성에 대해 “아름다움과 미소를 지녔고, 키가 크고, 날씬하고, 깔끔하고, 교육을 받았으며, 좋은 가족 출신입니다. 100점 중 95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언급하며 해당 여성을 평가한다. 그러면서 ‘어두운 피부색’, ‘비만’, ‘키 160센티미터 미만’인 여성들은 ‘완전히 절망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심지어 중매 대상에 대해 원하는 체크 항목 중에는 ‘흰 피부’(fair complexion) 항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외모의 대상화, 성차별에 비판적인 작금의 시대적 흐름과는 다소 맞지 않는 표현들이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더욱 가혹한 잣대로 작용하는 인도 결혼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주기도 한다. 동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이른바 ‘서구적’ 교육을 받은 인도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세태가 불편하면서도 저항하기 힘든 하나의 현실로 작용한다. 이들은 현대적 가치와 전통 사이에서 오는 혼란 속에서 나름 둘 사이의 통합을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며, 이러한 현상은 결혼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중매 사이트에서는 중매 과정의 효율성과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성공사례’를 게시한다. 성공적으로 짝을 이룬 한 커플의 보고는 흥미롭게도 결혼 과정에서 다소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중매’와 ‘사랑’에 대한 혼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한 사용자는 “우리는 이 관계의 모든 부분을 즐거이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중매를 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라고 전한다. 또 다른 행복한 커플은 서로의 취향이 일치하는 점이나 우정을 쌓아 나가 마침내 서로에 대한 강한 호감을 갖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이제 우리 가족들은 이것을 ‘중매결혼’이라고 해야 할지 ‘연애결혼’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 우리 모두가 행복한데 그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라고 말이다. 특히 여성사용자의 경우, 자기소개를 할 때 마치 대조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측면을 결합하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나타난다. 예컨대 자신의 직업적 야망이나 모험적인 태도 등 자신이 지닌 현대적인 측면에 대해서 설명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전통을 존중하는 겸손한 여성’이라고 지칭하는 식이다. 전형적인 표현으로는 “나는 전통적 가치를 지닌 스마트하고 도시적인 여성”이라던가 “나는 스스로를 동양과 서양의 훌륭한 조화라고 명명하고자 한다”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Titzmann 2013). 이 같은 표현들은 스스로가 서구화된 현대적인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도의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하는데, 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소위 ‘신 인도여성’(New Indian Woman)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면서(Munshi 2001) 이러한 내러티브가 결혼 시장에서도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 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현대 인도에서 행해지는 중매결혼의 과정은 언제나 가족의 기대 또는 종교적 전통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모순이나 긴장이 존재하지만, 결국 기존의 전통적 가치질서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은 방식임을 보여준다. 이는 중매결혼을 전제로 행해지는 가족의 경제적 지원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이라 할지라도 이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치메이킹 인 인디아》는 한편으로는 시마의 여성 고객들이 ―시마 본인의 의견과는 별개로―스스로의 커리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중매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변화하는 인도인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대해 어느 정도 시사해 준다. 중매와 연애의 대립적 이항 속에서 카스트의 순수성에 소비되는 것이 아닌, 결혼 당사자이자 선택의 주체로서 새로운 결혼 문화가 인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결국 인도 청년들의 선택으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 소개

류현정(rhj_varoru@snu.ac.kr)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강사이다. 동국대학교에서 인도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산스크리트 고전문학, 인도 신화 및 종교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대표 논문으로는 “희곡 <나가난다>(nāgānanda) 연구”, “맹세와 실행으로 완성되는 시의 논리:『카비야알람카라』(Kāvyālaṃkāra) 제5장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1) 《마누법전》의 용례를 제외하고, 본고에서 사용하는 ‘카스트’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브라만, 크샤트리야, 바이샤, 슈드라 등 전통적인 의미의 4성계급인 바르나(varṇa)의 의미라기보다는 좀 더 세분화된 직군 개념으로서의 출신과 연결되는 ‘자티’(jāti)를 의미한다.

 


참고문헌

  • Brown, Carolyn Henning. 1983. “The Gift of a Girl: Hierarchical Exchange in North Bihar.” Ethnology, 22(1), 43-62.
  • Chattopadhyay, Dhiman ; Chattopadhyay, Sriya. 2019. “Colorism and Love for Fair Skin : Exploring Digitizations Effect on Indias Arranged Marriage Matrimonial Advertisements.” Asian Communication Research, 16(1), 105-138.
  • Gupta, Giri Raj. 1976. “Love, Arranged Marriage, and the Indian Social Structure.” Journal of Comparative Family Studies, 7(1), 75-85.
  • Munshi, S.. 2001. “Marvellous Me: The Beauty Industry and the Construction of the ‘Modern’ Indian Woman.” in S. Munshi (ed.), Images of the ‘Modern Woman’ in Asia: Global Media, Local Meanings, Richmond: Curzon, pp. 78-93.
  • Titzmann, Fritzi-Marie. 2013. “Changing Patterns of Matchmaking: The Indian Online Matrimonial Market.” Asian Journal of Women’s Studies, 19(4), 64-94.

<기사>

  • Financial Express. 2017.12.06 기사. “Modi government push for inter-caste marriages; offers Rs 2.5 lakh for marrying Dalit” (https://www.financialexpress.com/india-news/modi-government-push-for-inter-caste-marriages-offers-rs-2-5-lakh-for-marrying-dalit/962848/lite/) 2022년 2월 22일 검색.
  • NDTV. 2018.12.24 기사. “Telangana Woman’s Body Burnt, Ashes Thrown Away For Inter-Caste Marriage” (https://www.ndtv.com/telangana-news/parents-allegedly-kill-daughter-for-marrying-man-outside-caste-in-telangana-1967090) 2022년 2월 22일 검색.
  • NDTV. 2021.01.03 기사. “Inter-Caste Love Marriage Costs 23-Year-Old His Life In Haryana’s Panipat” (https://www.ndtv.com/india-news/dishonour-killing-man-killed-in-haryanas-panipat-for-inter-cast-marriage-families-okayed-2346909) 2022년 2월 22일 검색.
  • Roychowdhury, Adrija. The Indian Express 2020.07.26 기사. “From Manusmriti to Indian Matchmaking, tracing the roots of arranged marriages” (https://indianexpress.com/article/research/from-manusmriti-to-indian-matchmaking-tracing-the-roots-of-arranged-marriages-6521518/) 2022년 2월 22일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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