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르 쿠스로의 수수께끼, 예술성과 통속성의 경계 읽기

수수께끼는 하나의 언어공동체에서 동일한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하며 생성되어 수 천년을 거듭하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말장난 같은 것이다. 델리 술탄 왕조의 궁정시인이었던 아미르 쿠스로는 자신의 모어인 힌디어로 수수께끼를 쓰면서 자신의 후원자들이 아닌 대중들과 소통했다. 아랍-페르시아어, 힌디어, 터키어 등의 해박한 언어지식으로 과감하게 단어를 변형해 언어유희를 즐겼고, 민중의 삶이나 에로틱한 표현을 수수께끼에 녹여내면서 예술과 통속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쿠스로의 수수께끼가 비록 주류 문학으로 자리 잡지 못했지만, 비주류인 민중들의 언어로 새로운 문학의 흐름을 만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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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 쿠스로
출처: TheFamousPeople (https://www.thefamouspeople.com/profiles/amir-khusrow-6824.php)

이지현(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 민속 문학의 한 갈래, 수수께끼

민속 문학(Folk literature)은 세대를 거듭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들로,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다. 민속 문학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한 공동체의 문화와 사상적 체계를 구현하는 문화적 산물임과 동시에 불변의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민속 문학을 구비문학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여기에는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신화, 전설, 서사시, 우화, 민담, 수수께끼, 속담 등이 모두 포함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지닌 나라 중 하나인 인도에서도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왔다. 신에게 제의를 올리며 부르던 찬송가들은 문자가 아닌 사제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상층계층의 한정된 집단만의 것으로 매우 폐쇄적이었으며, 지배어인 산스끄리뜨어를 중심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반면 인도의 민속 문학은 지역어로 전승된 민중들의 문화 양식이다. 민중들은 언어공동체를 기반으로 입에서 전달하여 풍부한 민속 문학을 남겼다. 하지만 인도에서 이런 상층과 하층의 문학은 완전히 따로 분리되어 발전한 것이 아니라, 민속체계에서 속담, 수수께끼, 설화, 민담, 신화와 궁정시인들의 시, 종교적 제례에서 사용되던 연극 등의 구전문학과 기록문학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했다. 그 예로 산스끄리뜨 우화집으로 잘 알려진 『빤쯔 딴뜨라』(Panch Tantra)는 이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민속 문학을 엮은 책이며, 벵갈의 자뜨라(Jatra), 오디샤의 람릴라(Ramlila), 까르나따까의 약샤가나(Yakshagana)와 같은 민속극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신화적이거나 세속적인 에피소드를 포함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둘러싸인 아미르 쿠스로. 17세기 말~18세기 초. 술탄 후세인 바이카라(HusaynBayqarah)의 Majlis Al-Ushak 사본의 미니어처 삽화
출처: Central Asian miniature (https://www.barabass.ru/71.php)

여기에서 인도 민속 문학의 한 갈래인 수수께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소개할 작가는 최초의 힌디어 작가 아미르 쿠스로(Amīr Khusrau, 1253-1324)이다. 아미르 쿠스로는 지배계층을 위한 작가였다. 터키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따라 수니파 무슬림의 일원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7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쿠스로의 어머니가 델리 근처 본가로 오면서 라즈뿌트(Rajput)였던 외가의 영향을 받아 인도의 전통적인 힌두 가정 아래에서 자라게 되었다. 덕분에 쿠스로는 자연스럽게 페르시아어, 터키어, 힌디어 등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이후 술탄 왕가의 후원을 받아 궁정시인으로서의 삶을 살았고, 수피 성자인 니자무딘 오울리아(Nizamuddin Aulia)의 영향으로 수피시를 쓰기도 했으며, 자신의 모어인 힌디어로도 글을 썼다. 그의 페르시아어 시는 중앙아시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으나, 힌디어 시는 ―최초의 힌디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 힌디어로 쓰인 작품 대부분은 수수께끼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주류 문학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아미르 쿠스로의 힌디어 작품이 힌디 문학사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그의 수수께끼는 예술성과 통속성이 아주 잘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미르 쿠스로의 수수께끼
아미르 쿠스로의 <캄사>(Khamsa, quintet) 사본의 폴리오. (좌) 메카를 향한 무슬림 순례자가 절을 하며 성지로 나아가는 브라만의 모습을 보고 감화를 받아 맨발로 걷고 있다. / (우) 해전을 벌이는 알렉산더 대왕.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46563;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46566)

쿠스로가 활동한 당시는 힌디 문학이 태동하던 시기로, 문학사가인 람짠드러 슈끌(Rāmchandra śukl)은 아미르 쿠스로와 동시대 작가들을 다루면서 ‘혼합된 작품’(Phūtkal rachnāen)으로 정의했다. 당시 힌디어 문학은 문학사적으로 주류의 문학이 하나의 흐름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학이 혼재하고 있었다. 지방 토후들을 중심으로 지역방언으로 쓰인 영웅 서사시 외에도, 비정통 종교 집단의 포교를 위한 문학이나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도 쓰이고 있었다. 쿠스로 역시 델리술탄의 궁정시인으로서 자신의 후원자들을 위해 페르시아어로 글을 썼지만, 힌디어로 전혀 다른 장르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프다르 아흐(Saphdar Āh)는 쿠스로의 힌디 작품을 1) 주류 문학 전통에 따른 시, 2) 『카리끄 바리』와 같은 종교적 교리를 담은 시, 3) 통속적 시로 분류했다.

쿠스로는 초기 힌디어로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페르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아 가잘같은 시적 기법을 따랐다. 페르시아어 가잘에 힌디어를 섞어 시를 쓰거나, 아니면 힌디어로 가잘의 형식을 구현해 내려고 시도했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된 형식이 각각의 행을 다른 언어로 쓰는 레크따(rekhta)이다. 예를 들면, 종교시 중 하나인 『카리끄 바리』(Khālik Bārī)에서 쿠스로는 페르시아어, 힌디어, 아랍어, 터키어의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배열해 신을 찬양했다. 『카리끄 바리』의 첫 번째 도하를 살펴보면,

여기에서 카리끄(khālik)는 아랍어로 ‘생명을 주는 존재’를 의미하며, 바리(bārī)는 힌디어로 ‘생명을 주는 존재’ 또는 ‘신’을 의미한다. 시르잔하르(sirjanhār)는 힌디어로 ‘창조자’이다. 두 번째 행에서 아랍어로 신을 의미하는 와히드(wāhid)와 힌디어로 신을 의미하는 까르따르(kartār)를 나열하여 동일한 의미의 단어들로 시를 만들었다(이지현, 2018:126).

쿠스로의 수수께끼도 이와 비슷하다. 그의 수수께끼는 지식인의 해박한 지식과 민중의 소박한 표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수께끼는 기본적으로 언어를 조작하여 즐기는 놀이로, 현실에 대한 모방과 허구를 이용해 그 속에서 재미와 유희를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쿠스로는 청자에게 오답을 유도하면서 시 속에 정답을 숨기는데 이때 아랍-페르시아어, 터키어, 힌디어의 동음을 이용하거나 문법 규칙에 어긋나는 어휘를 사용했다. 단순히 언어만 조작했던 것이 아니라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시어에 운율을 더해 문학적인 예술성까지 높였다. 거기에 쿠스로의 스승이었던 수피성자 니자무딘 오울리야(Nizamuddin Aulia)의 복잡하고 신비로운 가르침이나 나트 빤트와 같은 신비주의 사상이 드러나면서도 당시 인도인들의 소박한 생활양식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쿠스로의 수수께끼는 문답의 유형에 따라 ‘뻬헬리’(paheli), ‘무끄리’(mukri), ‘니스바뜨’(nisbat), ‘도-수크네’(do-sukhne), ‘다꼬슬레’(dakosle)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뻬헬리’는 4행의 짧은 시로 구성되어 있다. ‘뻬헬리’는 다시 유추 수수께끼(būjh paheliya)와 비(非)유추 수수께끼(binā būjh paheliya)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쿠스로는 유추 수수께끼에서 명사의 성과 수, 또는 동사의 형태를 바꾸어 정답과 유사한 단어를 문장에 숨기거나 힌트를 주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비유추 수수께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수께끼처럼 전체적인 맥락을 통해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무끄리’는 ‘뻬헬리’와 마찬가지로 4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 친구들끼리 질문을 하고 문제를 맞히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자가 1, 2행에 연인으로 짐작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3행에 ‘이게 연인이 아니라면 누구(ai sakhi sājan, nā sakhi- )’라고 질문하면 4행에 정답이 공개된다. ‘무끄리’는 연인에 빗대어 오답을 유도하기 때문에 성적이거나 세속적인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니스바뜨’과 ‘도-스쿠네’는 ‘뻬헬리’의 한 종류로, 동음이의어를 이용해 답을 유추한다. ‘니스바뜨’는 ‘비교와 관계’를 의미하며 동음이의어 관계에 있는 두 단어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스쿠네’에서 ‘스쿠네’의 의미는 ‘대화’이다. 두 가지 질문에 공통으로 답이 되는 동음관계인 단어를 찾는 것이다.

 

동음을 이용한 언어유희

7세기 이후부터 인도는 이슬람 국가와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다. 10세기 무렵 가즈나비 왕조가 대규모의 말 기병을 앞세워 인도의 북서부 평원을 침략했다. 12세기 델리 술탄이 들어서기 전까지 침략의 길목에 위치한 북인도에는 이슬람의 언어와 문화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힌디어는 북인도의 교통어(Lingua Franca)의 역할을 하면서 점차 아랍-페르시아어, 터키어 등의 외부 어휘들을 차용했다. 아미르 쿠스로의 힌디어에도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쿠스로의 힌디어 수수께끼에는 그의 유연한 언어관이 나타난다. 문학사가들은 쿠스로의 ‘힌디어’는 종파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Ramswarūp Chaturwedī, 2004:26). 그는 정치적·종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아랍-페르시아어 뿐만 아니라 카리볼리 힌디어, 보즈뿌리와 같은 당시 북인도의 지역방언 모두를 수용했다. 쿠스로는 해박한 언어 지식을 바탕으로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감하게 단어를 변형하여 시적 운율을 갖추었고, 동음을 통한 언어유희로 재미를 만들었다.

뻬헬리 1
뻬헬리 2

위의 두 수수께끼는 유추 수수께끼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수수께끼는 청자가 다른 맥락을 연상하게 하여 오답을 유도하는데, 유추 수수께끼는 수수께끼 자체의 맥락이 아니라 수수께끼적 맥락 안에서 언어가 조작된 것을 찾는 것이다.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거울’ 그리고 ‘님나무 열매’이다.

님 나무 열매
출처: Wikipedia / 저자: Jimmy tikhak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9/9e/Neem_seed.jpg)

첫 번째 수수께끼에서 페르시아어와 힌디어의 동음으로 정답 ‘거울’(āīnā)을 찾을 수 있다. 1행에서 ‘페르시아어로 알지 못하다’로 해석된 아이나(āīnā)는 힌디어로 ‘알다’라는 뜻을 가진 아나(ānā) 동사의 완료형에 부정어 나(nā)가 결합한 형태이다. 그리고 ‘페르시아어’로 알지 못하는 이유는 페르시아어로 아이나가 ‘거울’을 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3행의 아르시(ārsī)는 아랍어이다. 형용사 아르(ār)와 접미사 시(sī)가 결합하여 ‘부끄러운’이라고 해석하지만, 우르두어로 거울을 뜻하는 아르시(ārsī)와 동음관계이다.

쿠스로는 동음을 이용해 재미를 만들어 내면서도 시적 운율도 갖추었다. 단어를 변형해 발음이 동일한 단어를 반복하여 각운을 만들었다. 1, 2행에서는 각각 동사의 완료형에 부정어 ‘나’를 결합하여, 아이-나(알지 못하다), 빠이-나(pā-nā, 얻지 못하다, 찾을 수 없다)로 리듬을 만들었다. 그리고 3, 4행에서는 아나(ānā, 오다)와 볼르나(bolnā, 말하다) 동사의 마지막 음절에 –e를 첨가하여 청유형으로 만들었고, ‘아에’, ‘바따에’처럼 –e를 반복하여 음률을 느끼게 했다.

두 번째 수수께끼에도 동음으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정답은 니볼리(nibolī) 또는 니보울리(nibaurī)라고 쓰이는 ‘님나무 열매’를 말한다. 니볼리(nibolī)는 부정 접두사 니(ni)와 볼리(bolī)를 합쳐 ‘말이 없다’로도 해석되고, 4행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에서 ‘말하다’의 볼르나(bolna) 동사의 완료형에 부정어가 결합한 나 볼리(Nā bolī)와도 연결된다. 그리고 2행의 ‘이름을 절반만-’은 우르두어 아드하(ādhā)를 사용하고 있는데, 힌디어 님(nīm) 역시 절반이라는 의미가 있어 정답을 유추할 수 있다.

쿠스로는 단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문법적 의미로도 수수께끼를 만들었다. 쿠스로의 수수께끼에는 여성과 남성에 빗댄 설명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것은 명사의 성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면, 이 ‘뻬헬리’에서 나무에서 내려온 ‘여인’은 문맥상 님나무에 열린 열매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문법적으로 님나무 ‘열매’가 여성명사이기 때문에 쿠스로는 ‘여인’이라고 힌트를 주고 있다. 또한 ‘어머니로부터 태어나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는 ‘님나무’는 남성명사이기 때문에 열매는 여성에게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스쿠네와 니스바뜨 역시 모두 동음을 이용하여 수수께끼를 푼다.

왕에게도 있고 닭에게도 있는 것 중에 동음인 단어를 찾는 것이다. 이 니스바뜨의 정답은 따즈(tāj)로, 페르시아어 ‘왕관’과 힌디어 ‘닭의 벼슬’은 동음이다.

그리고 다음의 도-스쿠네는 두 가지 질문에 공통으로 답이 되는 동음관계인 단어를 찾는 것이다.

이 도스쿠네의 정답은 ‘로우따 너 타’(lauṭā na thā)로, ‘로우따(lauṭā)가 없다/아니다’로 해석할 수 있다. 로우따(lauṭā)는 명사로 ‘물병’을 뜻하고, 두 번째로 ‘눕다’라는 뜻을 가진 레뜨나(leṭna) 동사의 완료 형태와 음이 같다. 쿠스로는 동음관계를 이용해서 물병이 없어 여행자가 목이 마르고, 눕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여 당나귀가 슬프다고 수수께끼를 냈다.

 

에로틱의 통속성

앞서 수수께끼는 놀이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수수께끼가 놀이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수수께끼에서는 담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통상의 장애를 형성하는데 주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통과 질서에 도전하여 질서에 흠집을 내는 신선한 사회적 행위가 더해진다. 수수께끼적 시공간에서는 권위와 규범에 대한 도전이나 풍자가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김경섭, 2002: 68-9). 아미르 쿠스로의 힌디어 수수께끼의 주요 대상은 쿠스로를 지원하던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다. 쿠스로는 힌디어로 수수께끼를 써서 주변인들에게 보냈다고 전해진다. 사실상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쓰였다기보다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쓰인 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쿠스로의 수수께끼 시가 많은 부분 소실된 이유도 이와 같다.

쿠스로의 수수께끼는 그의 페르시아 시와는 달리 유희적 기능이 두드러진다. 민중문학은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의 수수께끼는 기존의 문자 문학에 비해 본능적이고 표현의 범위도 과감하다. 특히 그의 수수께끼 중 ‘무끄리’는 연인에 빗대어 맥락을 조작한다. 청자가 연인을 연상하게 하여 오답을 유도하기 때문에 성적이거나 세속적인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주로 이성에 대한 외형의 묘사, 남녀 간의 이별, 그리움, 성관계나 애정 표현의 만족도 등이 나타난다.

무끄리 1
무끄리 2
무끄리 3

세 수수께끼의 정답은 무엇일까? 사랑의 대상, 침대 속에서 만나는 사람, 그리고 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 이 모두는 사랑하는 연인과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 번째 무끄리에서 쿠스로는 망고를 연인에 빗대었다. 망고가 제철인 7~8월은 인도의 우기가 끝나는 시기이다. 따라서 비가 온 뒤 그가 온다고 표현하고 있다. 2행에서 마치 연인이 입맞춤을 하는 것과 같은 표현은 망고를 먹기 위해 입을 가져간 것을 말한다. ‘사랑을 나누다’라고 해석된 ‘ras를 마시다’는 ‘라스’가 중의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주로 라스는 감정의 정수를 의미하거나 문학이나 예술을 감상하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의미로 과일의 즙을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여인이 사랑을 나누며 느끼는 절정의 감정으로 오독을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망고의 즙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무끄리의 정답은 꿈이다. 밤에 잠이 들어야만 꿀 수 있는 꿈을 마치 침대 안에서 느끼는 연인과의 즐거움으로 설명했다. 마지막 수수께끼의 정답은 신발이다. 쿠스로는 맨발로 다녀 다치지 않게 해주고, 발을 더럽히지 않게 나를 보호해 주는 든든한 존재로 빗대고 있다. 그리고 내 발에 입맞춤을 해준다며 나를 최고로 사랑해 주는 존재인 듯 설명한다. 쿠스로는 몸에 장착하고 있는 것들을 무끄리에 자주 사용했다. 화장에 사용되는 것들, 귀걸이, 목걸이, 부채 등을 연인으로 묘사하면서 마치 애인이 애정표현을 하는 것처럼 수수께끼를 냈다.

 

민중 문화를 하나의 문학 갈래로

수수께끼라는 민속문학은 항상 주류 문학에서 벗어나 있었다. 수수께끼는 민중적이며 하층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지배계층이 독점하던 주류의 문자 문학과는 달리 문자에 익숙하지 않은 민중들의 ‘말’로 전해졌기 때문에 기억하기 간단하고 전달과 보급이 쉬워야 했다. 더욱이 수수께끼는 구비문학 장르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고 간단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수께끼는 지배계층의 정제된 문학과 달리 특별하게 문학의 예술성이랄 것도 없이 흥미 본위로 쓰였다.

아미르 쿠스로의 힌디어 수수께끼 역시 당시 힌디어 문학사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쿠스로의 수수께끼 시를 통해 민속문학이 단순히 통속적이고 저급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시적 아름다움과 언어유희성을 통해 오락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질문과 답을 하는 소통의 방식을 취하는 수수께끼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생활 또는 풍속, 의식주, 생활, 자연 등 그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민중들의 문학으로서의 가치 역시 찾을 수 있었다.

쿠스로의 수수께끼를 통해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문학의 대상이다. 수수께끼를 즐기는 대상은 지배계층이 아닌 민중이었다. 당시 영웅서사시와 같은 주류의 힌디 문학에서는 문어와 구어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미르 쿠스로의 수수께끼에 쓰인 힌디어는 구어에 가까운 카리볼리 힌디어이다. 쿠스로는 구어로도 ‘시문학’이라는 것을 쓸 수 있다는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던 문학이 ―비록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민중으로 보급되면서 향유 계층이 넓어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학을 시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 소개

이지현(jh2897@naver.com)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이다. Jawaharlal Nehru University에서 힌디 번역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외대 인도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힌 번역 관련 연구로는 ‘한국어-힌디어 번역 오류 분석: 한국어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힌디어 번역을 중심으로(2019)’, ‘한-영-힌 중역에 나타난 문화소 번역 양상 분석-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중심으로(2023)’와 역서인 ‘인도의 수수께끼: 아미르 쿠스로’(2019)가 있다. 최근에는 HK+연구의 일환으로 힌디어의 대전환 양상을 언어학적, 사회학적, 정치적 배경을 토대로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참고문헌

  • 김경섭(2002), “한국 수수께끼의 장르 정체성 및 소통 상황의 특징”, 한국민속학, 36, pp. 53-82.
  • 이지현(2018), “아미르 쿠스로의 힌디어 작품에 나타난 대중성 연구”, 남아시아연구, 제 24권 2호, pp. 113-136.
  • 이지현(2019), 인도의 수수께끼: 아미르 쿠스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콘텐츠원.
    Chaturvedi, Rāmswarūp(2004), Hindī Sāhitya aur Sanvednā kā vikās, Delhi: Lokbhāratī Prakāśan
  • Shukl, Rāmchandra(2007), Hindi Sāhitya kā Itihās, Delhi: Kāśan Sansthā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