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군, 문민 권위주의 정치체제 유지를 위한 통제 기제

제3세계 신생독립국가에서는 군이 국내 정치의 주요한 정치세력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에 등장한 구소련권 신생독립국가들의 경우 문민 권위주의 정체에 의한 군부의 통제가 작동한다. 이는 소련 시스템에 의한 소련식 근대화와 문민 권위주의 정체의 유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독립 이후 이슬람 카리모프 문민 권위주의 정체와 이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권위주의 정체에서 문민정부의 군에 대한 정치적 우위와 통제 체제가 작동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문민 우위체제에서 군은 문민 권위주의 정체를 지지하는 주요한 통제수단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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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우(가천대학교)

군 또는 군 엘리트, 개발도상국에서 정치권력의 한 축

일반적으로 제3세계 신생독립국가 또는 개발도상국가에서 군과 군 엘리트는 해당 국가의 국내정치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권력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 군이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치권력을 장악하거나 군 출신이 대통령 등의 국가수반으로 직접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구축하고 정치권력을 행사한다. 이와 같은 권위주의 정체에서 군은 주요한 정치권력을 지탱하는 권력기반으로 존재한다. 과거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끌던 터키 공화국과 안와르 사다트와 무바라크 정권에서의 이집트,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기의 한국의 사례들, 그리고 오늘날의 미얀마의 사례들은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들로 지적될 수 있다.

 

구 소련 신생독립국, 군 엘리트는 사회의 다양한 엘리트의 일원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소련의 붕괴로 등장한 구소련권 신생국가들에서는 이전 비소련권 신생국가들에게서 나타났던 것과는 다른 신생국가 권위주의 정체의 발전궤적을 보여주었다. 이들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국가 지배 엘리트가 해당 국가의 군 이외의 구 공산당 간부,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지식인 그룹, 구 KGB 등의 간부들과 같은 다양한 배경으로부터 등장했다. 이들 국가들에서도 물론 군이 국내정치의 주요한 권력 기반의 하나로 작동하지만 그러한 군의 국내정치적 영향력이 민간인 출신 권력엘리트들의 통제 하에서 일정 정도 통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군의 정치권력이 다른 부분에 비해 과도하게 우세한 형태를 띠는 비소련권 신생국가들의 경험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 글의 주요 초점인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련식 근대화로 군은 민간(, 공산당) 주도 권위주의체제에 편입

1990년대 초반 신생국가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다른 비소련권 신생국가들과는 달리 군과 군 엘리트가 주요한 근대적 권력기관이자 지배 엘리트이긴 하였지만, 해당 정치사회의 거의 유일한 근대적 엘리트이거나 근대적 제도적 플랫폼은 아니었다. 이는 소비에트 체제가 남긴 유산 때문이다. 다른 비소련권 신생국가들과는 달리 우즈베키스탄은 아제르바이잔이나 카자흐스탄 등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 중앙정부에 의해 이미 약 70년간의 소련식 근대화를 통해 서구식 근대화와는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전통사회로부터 근대화 이행과정을 거쳤다. 이 결과로 1990년대 초반 우즈베키스탄이 신생국가로 독립하던 시점에 이미 군 또는 군 엘리트와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당과 행정부, 경제 부문과 교육, 연구 부문 등에서 다양한 기존의 구소련이 구축한 근대화된 제도들과 엘리트들이 존재했다.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의 국내정치 권력은 민간인 출신이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행사하는 가운데 군과 군 엘리트가 어느 정도 이 민간주도의 권위주의 정체를 떠받치는 주요한 권력기반으로 작동하면서 지배체제와 지배 엘리트의 주요한 한 축으로 편입되는 형태로 재편되었다. 이는 공산당이라는 민간 부문이 군을 정치권력관계에서 통제하는 독특한 소련식 모델의 유산이 우즈베키스탄의 신생국가 정치권력 재편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소련 체제하 우즈베키스탄 : 지역 파벌, 엘리트 파벌 간 경쟁과 중앙권력의 조정

소련체제하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지방정치권력은 공산당과 지역 KGB 등에 의해 장악되었다. 민간 부문인 공산당과 보안기관이 군을 통제하고 장악하는 독특한 소련식 문민통치가 우즈베키스탄의 지역 수준에서 작동하였다. 이 공산당과 KGB 등의 주요 직위는 지방권력에 접근하는 주요 통로였다. 이 주요 통로를 장악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각 부족에 속한 지역 엘리트들이 자신들이 속한 부족파벌을 중심으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였다.

우즈베키스탄의 지역 파벌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지역 부족 파벌들은 초대 대통령인 이슬람 카리모프가 속했던 사마르칸트와 부하라를 기반으로 한 삼부파(Sambuh faction), 페르가나와 안디잔, 나망간을 기반으로 한 판파(FAN faction), 수르한다리아를 기반으로 한 수르콰시파(Surqash) 등이 있다. 이들 우즈베키스탄 지역 부족 파벌들은 지역 정체성을 가지고 정치권력의 영역에서 서로 경쟁했다. 이와 같은 경쟁은 주로 여러 정부 부처와 우즈베키스탄 정치엘리트의 산실인 사회국가건설 아카데미(The Academy of Social and State Construction) 등과 같은 교육기관 등에서 이루어졌다. 군은 이러한 지역 파벌들이 정치권력을 위해 경쟁하는 여러 정부기관과 교육기관의 한 부분이었다. 따라서 주요한 정치권력에 접근하는 한 채널이기는 하였지만 유일한 채널은 아니었다. 각 지역 파벌에서 온 엘리트들은 다시 중앙의 정부기관들과 교육기관들에서 서로 동료와 동창(alumni)의 관계로 연계되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지역 파벌 네트워크에 더해 지역을 넘어 연계되는 동료와 동창의 네트워크가 이중으로 구축되었다. 소련 시절에는 이처럼 지역과 정부기관과 교육기관으로 구축된 엘리트 파벌들 간의 정치권력을 둘러싼 경쟁과 균형을 무스코바이트(Muscovite)라고 불린 모스크바 중앙권력에서 임의적 조정자로 개입하여 각 부족 파벌들 사이의 그리고 각 정부 및 교육기관 출신의 파벌들 사이의 적절한 힘의 균형을 권력분배를 통해 조율하고 관리하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파벌과 집권세력의 관계

 

1990년대 독립 후, 민간 정치권력의 군과 군 엘리트 통제

우즈베키스탄 독립 이후에 이와 같은 지역-정부·교육 기관들을 둘러싼 파벌들의 경쟁과 협력의 권력구도는 대체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단지 조정자로 기능했던 모스크바의 중앙권력만이 사라졌다. 기존의 우즈베키스탄 공산당은 민중민주당(Popular Democratic Party)로 대체되었고, 모스크바의 중앙권력은 새로운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한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에 의해 대체되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삼부파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속한 지역적 파벌을 넘어 모스크바 중앙권력을 대체하는 정치권력의 분재와 조정자로 기능하였다. 이는 그가 약 26년간 안정된 장기독재를 할 수 있었던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구소련의 정치권력구조를 이어받은 신생독립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의 군에 대한 민간 부문의 우위를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이슬람 카리모프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구소련시절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우즈베키스탄 공산당의 수장이 되었다. 우즈베키스탄 독립 이후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이후 2016년 사망할 때까지 약 25년간 장기 권위주의 집권체제를 구축하였다. 이슬람 카리모프 사망이후 2016년에 우즈베키스탄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역시 민간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이슬람 카리모프 정권에서 행정관료와 목화 생산 등을 포함한 경제발전과 관련된 관리자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지방 주지사(governor)등을 역임하였고 2003년부터 카리모프 사망 직전까지 총리(prime minister)를 역임하였다. 카리모프 전임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역시 공고히 안정된 권위주의 집권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우즈베키스탄의 국내정치 지형은 군과 군 엘리트에 대한 민간 정치부문의 우위를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권력 정점에 있는 민간인 출신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내 여러 정치세력과 파벌, 그리고 권력 엘리트 기관들의 힘의 균형을 조정하고 권력을 분배하는 조정자로서 기능한다. 대체로 이와 같은 권위주의 집권체제는 경쟁력 있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즈베키스탄 군(엘리트), 정치권력의 한 축이자 정치권력의 통제 하에 존재

우즈베키스탄 군과 군 엘리트가 카리모프의 권위주의 정체를 떠받치는 주요한 정치권력의 한 축으로 기능하면서도 민간정체로 볼 수 있는 카리모프 정체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2005년 안디잔 사태이다. 2005년 5월 페르가나 계곡에 위치한 안디잔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폭동이 발생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당시 군을 동원하여 신속히 시위 군중들을 타격하였고 해당 지역 전체를 우즈베키스탄 다른 지역으로부터 차단·봉쇄시켰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따르면 당시 18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며 다수의 서방 미디어나 연구기관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카리모프는 안디잔 사태에 대한 서방국가들과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 직면하여 이를 모면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다수의 고위 군 지도부를 해임했다. 여기에는 국방장관 카디르 굴야모프, 합동군 총장 이스마일 에르가셰프, 동부군관구 사령관 코시말리 아흐메도프 등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은 군 최고위급 장성들의 해임이 군 구조내의 공식적 행정시스템을 변화시키지는 않았지만, 우즈베키스탄 내 각 지역출신 부족파벌들을 대표하는 지역 엘리트들 사이의 권력 관계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같은 사례를 놓고 판단해 볼 때, 카리모프 권위주의 정체를 지탱하는데 군이 주요한 권력 엘리트 기제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카리모프 정치권력이 군과 군 엘리트들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출처:hrw.org

 

군의 비대화를 막는 우즈베키스탄의 지정학적 조건과 군의 임무

우즈베키스탄군은 극단주의 테러 세력이나 분리주의나 반정부 운동, 그리고 마약거래와 같은 초국가적 조직범죄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응하여 권위주의 정체를 보위하고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주요한 임무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국경을 맞댄 다른 이웃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에 있다. 반면에 중앙아시아 지역에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러시아나 중국 등의 국가들에 비해서는 군사력에 있어 압도적인 열세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대국들과는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아 무력충돌 가능성은 적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군은 국가 간 분쟁이나 정규전이 가장 주요한 관심사항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주요한 안보위협은 이웃한 아프가니스탄이나 타지키스탄 등에서의 내전이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으로의 확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마약거래 및 난민 등과 같은 초국가적 비전통적 위협이 우즈베키스탄내로의 유입,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발생하는 분리주의나 반정부 폭동 가능성 등이다. 우즈베키스탄군은 이러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가장 핵심적인 임무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이 군 병력 증강이나 군사력 건설에 과도하게 국가역량을 집중할 개연성이 높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급격한 군사력 증강을 통해 군의 정치권력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는 그러한 현상이 신생국가 발전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련 체제를 이어받은 우즈베키스탄의 독특한 군 편제

한편 소련식 군사전통을 이어받은 우즈베키스탄의 독특한 군 편제 역시 군의 과도한 정치권력 증대를 억제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우즈베키스탄 군은 과거 소련시절 중앙아시아 지역에 설치되어 있었던 투르케스탄 군관구(Turkestan Military District)의 편제를 그대로 물려받아 우즈베키스탄 군의 구조를 건설했다. 이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군은 지상군(Army), 국경수비대(Frontier Troops), 공군 및 방공군(Air Force and Air Defense Force), 그리고 국가경비대(National Guard)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지상군은 국방부에 속해있으며 5개의 군관구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권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대는 수도인 타슈켄트를 포함하고 있는 타슈켄트 군관구(Tashkent Military District)로 볼 수 있다. 공군 및 방공군 역시 국방부에 소속되어 있는데 기술군이라는 군의 특성상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국경수비대와 국가경비대는 국방부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각기 다른 정부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국경수비대는 우즈베키스탄의 국가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National Security Service) 산하 국경보호위원회(Committee for State Border Protection) 소속이다. 국가경비대 역시 독립 이후 오랫동안 국방부에 소속되지 않는 독립된 군 편제로 존재했다. 우즈베키스탄 국가경비대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의 우즈벡 구성공화국(Uzbek SSR)의 내무군(Internal Troops)을 직접 계승한 조직이다. 지난 2017년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대통령 훈령을 통해 국가경비대를 독립기구로 만들었고 국가경비대를 최근 국방부 산하로 이관시켰다. 이 밖에도 우즈베키스탄은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SNB 또는 State Security Service) 산하에 알파(Alpha), 코브라(Cobra), 티에스(Ts) 등과 같은 특수목적 엘리트 전투부대가 있으며, 내무부(MVD) 산하에도 내무군(Internal Troops)과 스콜피온(Scorpion Group), 바르스(Bars), 티에스(Ts), 알파(Alpha Group) 등과 같은 엘리트 전투부대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군 편제 때문에 구조적으로 군과 군 엘리트들이 우즈베키스탄 국내정치권력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과거 카리모프 대통령과 같은 민간인 출신 권위주의 리더십은 여러 무장조직들과 엘리트들을 사이의 권력경쟁을 임의적으로 조정하면서 군에 대한 민간 우위의 권위주의 정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우즈베키스탄의 군 편제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통한 군 현대화 노력

2016년 카리모프 대통령 사후 집권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최근 수년간 미국과의 긴밀한 군사협력을 통해 우즈베키스탄군의 현대화와 전문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우즈베키스탄 국방개혁과 군사교육에서의 전문화를 강조해왔다. 이는 2018년 1월 9일에 채택된 우즈베키스탄 국방독트린(Defense Doctrine)에 포함되어 있다. 우즈베키스탄군의 개혁과 전문화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DEEP (Defense Education Enhancement Program)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에 PME (Professional Military Education)와 국방부자문프로그램 (Ministry of Defense Advisor Program) 등을 제공한다. 2019년에는 우즈베키스탄 특수부대(special forces)가 사상 최초로 미국 미시시피 주방위군(U.S. National Guard)과 합동훈련을 미국 내에서 실시했으며, 플로리다에 있는 미군 중부사령부(U.S. Central Command) 본부에 우즈베키스탄 대표단이 방문하였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경제, 사회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방 부문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 강화해오고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긴밀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군 개혁의 결과 2018년 글로벌 군사력(Global Firepower) 평가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의 군사력은 평가 대상인 세계 136개국 가운데 39위를 차지했다. 이는 구 소련권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2위)와 우크라이나(29위) 다음으로 높은 순위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평가해 볼 때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우즈베키스탄군과 군 엘리트에 대한 민간정부의 조정과 통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군이 현대적 의미의 전문군(professional army)으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2019년 7월, 미군 중부사령부를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국방부 장관
출처: unipath-magazine.com

미국의 군사안보부문과 관련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미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침투, 확산시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교두보로 보기 때문이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에 친미-친서방 정권 창출을 통한 교두보 확보 전략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즈베키스탄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이러한 역내 강대국들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북한에 비견될 정도로 폐쇄적인 독재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과 달리 개방적이고 친서방적인 권위주의 정체를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내전과 난민, 테러와 마약거래 등의 위협으로 인해 역내에서 가장 취약한 정정 불안 지역인 아프가니스탄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어 아프가니스탄 위기관리를 위한 접근 경로로서의 지리적 중요성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여러 요건들 때문에 미국은 역내에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미국의 영향력 침투와 확산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고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비전통적 위협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을 긴밀히 증대할 전략적 필요성이 있다. 최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친미 행보는 그와 같은 미국의 전략적 관심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조건이 되고 있다. 미국의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적극적인 군사, 국방협력의 배경에는 이러한 미국의 이해관계가 깔려있다.

 

저자 소개

윤민우 교수(minwooy@hotmail.com)
현재 가천대학교 경찰안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국제정치학과 범죄학 2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윌링 제수이트 대학교 사회과학학과에서 조교수와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국가정보원, 안보지원사령부, 경찰청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테러리즘, 국제조직범죄, 전쟁, 사이버 안보, 러시아, 중앙아시아, 구소련지역 등에 관한 연구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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