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ACRF)와 신남방정책플러스

코로나19(COVID-19)의 확산으로 아세안은 경제성장률의 대폭 감소, 무역액과 해외투자(FDI) 유입액의 축소, 금융 시장 및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 아세안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차원의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위크(ACRF: ASEAN Comprehensive Recovery Framework)라는 출구전략을 마련했다. ACRF는 ① 보건시스템 증진 ② 인간안보 강화 ③ 아세안 시장 잠재력 극대화 및 경제통합 확대 ④ 포용적 디지털 전환 ⑤ 지속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미래를 향한 전진 등을 제시했다. 한국은 2017년부터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남방정책을 수행해왔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존 외교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2020년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7개의 전략 방안을 포함한 신남방정책플러스(New Southern Policy Plus) 전략을 발표했다. ‘코로나19의 발생’과 ‘신남방정책플러스’라는 2개 축은 한·아세안 관계의 접근 방식의 다양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본 고는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신남방정책플러스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아세안 협력 방안의 효율적 접근을 위한 기반을 고찰하는 데 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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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한국외국어대학교)

코로나19로 인한 ASEAN 경제 타격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전대미문의 영향을 미쳤으며 아세안(ASEAN)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20년 1월 13일 태국에서 아세안 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월 23일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에서 발생하였고, 1월 25일 말레이시아, 1월 30일 필리핀에서 각각 발생하였다. 이때까지는 중국(우한)이 유일한 코로나19 유입경로였으나 3월 이후 발생한 인도네시아(3월 2일), 브루나이(3월 9일), 동티모르(3월 21일), 라오스·미얀마(3월 24일)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유입되었다. 특히 해외노동자로 출국했던 동남아 노동자가 귀환하던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급증하였다.

2021년 8월 기준으로 아세안 10개국의 확진자 수는 8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는 17만 명을 넘어섰다. 백신 현황을 살펴보면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싱가포르를 제외한 ASEAN 9개국이 도입했고, 시노팜(Sinopham)의 BIBP는 5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필리핀), 스푸투니크(Sputunik) V는 3개국(라오스·필리핀·베트남), 화이자(Pfizer)의 BioNtech는 3개국(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 시노백(Sinovac)은 2개국(캄보디아·필리핀), 얀센(Janssen)은 2개국(필리핀·태국), 코박신(Covaxin)은 1개국(필리핀)이 도입했다.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아세안은 생산·투자·무역·유통·여행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제한과 제약을 경험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Asian Financial Crisis)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lobal Finance Crisis)도 아세안에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주었지만, 코로나19 위기는 생산·무역·유통·관광 등 전 경제 분야에 큰 충격과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의 2020년 국가별 경제성장률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로 마이너스(-) 경제성장 즉 역성장을 경험하였다. 또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방역 비용과 피해 보상을 위한 재정정책으로 인해 2020년 ASEAN의 재정적자는 국별로 –6 ~ -8%를 기록하였다.

 

2020년 아세안 무역은 12.4% 감소하였고, 동남아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해외직접투자(FDI) 역시 –32.9%로 대폭 감소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ASEAN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관광분야이다. ASEAN 10개국은 모두 2020년 관광객 수가 전년(2019년) 대비 73.6%~ 86.6%까지 감소하였으며, 동년 관광 수익 역시 42.1%~82.6%까지 감소하는 등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와 같은 수출과 관광 분야의 부진은 ASEAN의 고용 악화로 실업률이 상승하였으며, 특히 필리핀의 실업률은 19.3%로 전년 대비 5배나 높아졌다.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ACRF)의 주요 내용

코로나19에 대한 아세안의 지역 차원의 대응은 발병 위협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정보 공유의 결여 등으로 인해 대단히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국가적·개별적 대응은 역부족인 상황에서 아세안의 체계적인 협력과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위해 아세안은 2020년 11월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ACRF: ASEAN Comprehensive Recovery Framework)를 발표했다.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는 ① 보건시스템 증진(Enhancing Health System) ② 인간안보 강화(Strengthening Human Security) ③ 아세안 시장 잠재력 극대화와 경제통합 확대(Maximizing the Potential of Intra-ASEAN Market and Broader Economic Integration) ④ 포용적 디지털 전환 가속화(Accelerating Inclusive Digital Transformation) ⑤ 지속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미래(Advancing Towards a More Sustainable and Resilient Future) 등의 5개 전략을 채택하였다.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는 5개의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세부적인 우선순위와 프로그램을 함께 제시하였다. 보건시스템 증진에는 6개 우선순위와 19개의 프로그램, 인간안보 강화에는 6개 우선순위와 33개의 프로그램, 아세안 시장 잠재력 극대화와 경제통합 확대에는 10개 우선순위와 51개의 프로그램, 포용적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는 11개 우선순위와 39개 프로그램, 지속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미래에는 8개 우선순위, 35개 프로그램을 각각 수립하였다.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 조달 및 동원, 조직과 거버넌스 운용, 이해관계자 참여와 협력라는 정책과제가 놓여 있다. 재정 조달 및 동원은 코로나19 통제와 예방을 위한 ASEAN 대응기금(Response Fund)을 마련하고, 의료진 보호와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정부 재정은 물론 민간 자금의 동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세안은 코로나19를 대응하기 위해 ACCWG-PHE(ASEAN Coordinating Council Working Group on Public Health Emergencies)를 아세안 지역 대응의 주무기관으로 정해 국별·부문별 조정, 보고,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2월 회의에서 코로나 기금(1,050만 달러) 조성과 코백스 모델을 통한 다자간 백신 공급을 논의하였다. 2021년 4월 개최한 ASEAN 정상회의에서는 ACRF의 이행 계획과 목표 성취, 백신 확보를 위한 ASEAN 대응 기금 활용, ASEAN 공공보건 응급센터의 조기 운영을 합의하였다.

 

신남방정책플러스: 한아세안 협력

한국은 코로나19 변수를 반영한 신남방정책플러스를 2020년 11월 12일 발표하였다. 신남방정책플러스는 3년간 수행해 온 기존 신남방정책의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고, 향후 5년간 신남방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남방정책은 7대 분야 협력으로 ① 포스트 코로나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 ② 교육모델 공유·인적자원 개발 지원 ③ 한류 활용 쌍방향 문화 교류 ④ 상호 호혜적·지속가능한 무역·투자 기반 구축 ⑤ 상생형 농어촌·도시 인프라 개발지원 ⑥ 공동 번영의 미래 산업 분야 협력 ⑦ 비전통적 안보 분야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포괄적 보건 의료 협력으로는 2025년까지 보건 의료 분야의 유무상 ODA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K-Health 국제협력기획단을 설치하여 교육·연수 및 장학 사업을 실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은 아세안에 코로나 대응기금으로 100만 달러를 기여했고, 한·아세안협력기금(ACF: ASEAN Cooperation Fund)을 활용한 아세안 코로나19 진단 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또한 아세안 국별로 진단키트, 진단부스, 마스크 등 방역 용품 및 의료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지원했다.

한국의 교육 모델 공유 및 인적자원개발지원은 기존의 단순 상호 방문을 넘어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인적 자원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교육모델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신남방국가 대학에 수요맞춤형 학과 및 전문대학 신설, 사이버 대학 신설 및 운영과 관련된 한국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쌍방향 문화교류 증진과 관련해서는 비대면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디지털 문화체험관을 국내 및 신남방국가 현지에 설치하기로 하였고, 한·아세안 문화유산 협력기구 등 새로운 플랫폼을 신설하기로 했다. 호혜적 무역·투자 기반구축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신남방 진출기업에 대한 무역보험 제공, 유동성 지원 강화와 해외시장 조사를 지원하기로 했고, 아세안 회원 국민의 신속 입국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생형 농어촌 및 스마트 시티 인프라 개발과 관련해서는 신남방 낙후지역의 ICT 및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한국형 스마트팜 사업 확대와 ODA 검역시설 현대화 및 농축산물 검역행정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동 번영의 미래 산업 분야 협력에 대해서는 한국의 디지털 뉴딜 정책을 활용하고 한·아세안 스타업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비전통안보협력에 관해서는 초국가범죄인 환경, 기후변화, 재난대응, 해양오염, 물관리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고 메콩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해 한·메콩 생물다양성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2021년 3월 29일 자카르타 전략국제연구소에서 열린 제2차 신남방정책포럼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있어 한·아세안의 주요 협력 분야인 보건의료, 미래산업, 인프라 등을 논의하였다.

 

아세안, 한국의 코로나 지원 미미하다고 인식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매년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아세안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76%가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을 꼽았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 가장 도움을 주는 국가로는 중국이 44.2%로 1위, 일본이 18.2%로 2위를 기록하였으며, 한국은 5.4%로 5위를 기록하였다. 한국이 신남방정책 등 전방위적 노력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늘려왔지만, 주요 강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존재감의 한계를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남방정책플러스가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아세안의 ACRF와의 연계성과 공유지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은 내년(2022년) 정부의 교체를 앞두고 있어 아세안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중국·일본과 같은 규모의 물량공세를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상징성과 영향력을 남길 수 있는 시그니처 사업의 발굴이 필요하다.

학문적으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아세안 연구는 신남방정책 협력 분야, 방식, 평가와 관련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비대면 산업 가속화와 GVC의 변화와 같은 산업구조 재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역, 보건 ODA와 같은 보건 의료 협력 연구도 주요 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소개

이요한(prolao@hanmail.net)은
한국외대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연구교수로 동남아 국제관계, 아세안 경제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2021년 1학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및 다양성+아시아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외대 국제관계학과에서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메콩 유역(Mekong Region)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참고문헌

  • 최윤정. 2020. “코로나19 사태와 한아세안 관계의 전략적 모색,” 『정세와 정책』 7월호. 세종연구소.
  • 김희숙 외. 2020. “코로나19에 맞선 동남아의 대응: 초기 대처 과정의 잠정적 함의,” 아시아연구, 23(2), pp. 75~116.
  • ASEAN Secretariat. 2020. ASEAN Comprehensive Recovery Framework, Adopted at 37th ASEAN Summit.
  • Sebastein Miroudot. 2020. “The Reorganization of Global Value Chains in East Asia before and after COVID-19,” East Asian Economic Review, 24(4), pp. 389~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