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명 헤게모니 경쟁과 대한민국: K-방역 모델이 놓친 문제들

2020년 전반기 코로나19가 가져온 충격에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다. 그리고 이 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 혼란 속에서 소위 선진국을 정점으로 형성된 국제 헤게모니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반면, 방역에 성공한 국가들은 새로운 헤게모니 질서 형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 역시 K-방역 모델을 들고 이러한 ‘글로벌 생명 헤게모니’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고 여전히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는 데다가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우리가 코로나19 대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이 글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5개월여간 한국 사회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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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서울대학교)

2019년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감염병 발생을 보고한 이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코로나19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했고 그 결과 2020년 6월 20일 현재 확진자 수는 850만 명, 사망자 수는 45만 명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범유행병(Pandemic)이 초래한 충격과 비극은 단순히 확진자나 사망자 수로 드러나지 않는다. 방역을 위한 국가 또는 지역 간 인구 이동이 제한되면서 수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했고, 생산 활동이 위축되어 실직자들이 증가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로 인한 고립감 등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고통은 재난 상황에 대처할 경제적,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취약계층에게 더욱 컸는데, 이로 인해서 공동체와 사회,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전 세계적인 충격은 기존의 국제 질서와 글로벌 헤게모니(hegemony)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와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 및 사회의 혼란이 실시간으로 목격되면서 고정불변의 것으로 보였던 소위 선진국들의 위상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모든 국가는 경제지표 등으로 순위가 매겨져 위치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진자, 사망자, 검사, 회복자 수 등의 지표로 전 세계 국가 순위가 새롭게 매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헤게모니 경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한국, 대만, 홍콩, 베트남, 몽고 등의 국가는 방역의 성공을 자신의 체제 또는 민족의 우월성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러한 현상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클로에(Kloet, et al. 2020) 교수는 ‘생명정치 민족주의(biopolitical nationalism)’라는 개념으로 포착했다. ‘생명정치 민족주의’의 내용과 평가는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체제나 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강조는 전 세계적 위계질서 내에서 인정받아 더 높은 자리로 이동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필자는 이를 ‘글로벌 생명 헤게모니(bio-hegemony)’ 경쟁으로 개념화하고자 한다. 역사학자인 피터 테일러(Peter Taylor, 1996)는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국가가 17세기 네덜란드, 19세기 영국, 그리고 20세기 미국으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와 질병, 방역, 신체, 건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헤게모니 경쟁이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생명 헤게모니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소위 ‘K-방역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질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통제했다는 여러 외신과 전문가의 평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외신의 긍정적 평가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19를 잘 막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우월성의 증거라는 생각에 근거한 ‘생명정치 민족주의’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민족주의는 한편으로는 사회적 통합을 가져와 코로나19를 대처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을 기회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외교적 노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한국이 코로나19의 충격을 성공적으로 막는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여전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매일 평균 4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6월 12~18일)은 언제 코로나19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공을 자축한 것은 아닐까?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준 충격들을 고려했을 때 과연 방역의 성공 기준에 관해 우리 사회가 논의나 합의한 적이 있었던가?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그리고 앞으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사회경제적 개혁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가? ‘생명정치 민족주의’에 취해 논의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글은 먼저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19로 한국 사회에 어떠한 일들이 발생했는지 간략히 살펴본 다음, ‘생명정치 민족주의’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지점이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확진자 수의 변화
출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지역정보센터 홈페이지(https://sites.google.com/view/snuaric/home)

 

코로나19와 한국사회의 대응

질병과 혐오의 확산(2020.1.20.-2.18.)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2020년 1월 초부터 주변국에 확산하기 시작했으며, 한국에서는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편 1월 20일은 중국의 사스(SARS) 영웅이라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의사가 중국 CCTV에서 이 질병이 사람 간 전염이 된다고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사람 간 전염을 부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발표는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방역당국은 환자 추적(trace), 테스트(test), 치료(treat)를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시작했고, 급격한 확산을 막아냈다. 신규 확진자 수는 1월 20일부터 2월 18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불과 30명에 불과했다.

정부의 적절한 초기 대처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정체 모를 전염병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과 공포에 혼란스러웠다. 1월 21일경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에 대한 가짜 뉴스와 혐오 담론이 언론과 온라인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피해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며, 이들에 의하여 전염병이 한국에 확산될 것이라는 담론이 점차 커졌다. 심지어 중국인을 입국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무려 76만 명의 넘는 사람들이 동의하기도 했다. 근거 없는 이러한 혐오 담론은 재중동포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고,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사람들의 방문이 중단되었다. 2월 3일에는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는데 즉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인에 대한 혐오 담론과 불필요한 정치화는 사실 근거가 없는 것이었고, 실제로 확진자 중 중국인 등 외국인은 소수였으며, 이 당시 중국인이나 재중동포가 거주하는 특정 지역에서 집단 발병된 사례도 없었다. 근거 없는 혐오 담론은 한국 정부에 의해 전세기로 귀국하는 우한 지역 교민과 유학생을 격리 수용하는 장소를 섭외하는데 불필요한 논란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확산 초기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방역 당국은 매뉴얼에 근거하여 대처한 반면, 한국 사회는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된 혐오 담론을 확산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예방 수칙, 2020.1.28.

신천지와 지역사회 감염 확산(2.19.-3.21.)

많은 이들이 전염병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을 때 코로나19는 이미 지역사회에서 확산하고 있었다.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19일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30명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는 2월 19일 단 하루 만에 34명이 발생했고, 10일 후인 2월 29일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909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19의 확산은 걷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동남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기 시작한 3월 중순까지 한국의 확진자 수는 중국 다음으로 많았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처럼 여겨졌다.

한편 대구 31번 확진자가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분류되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신도이며, 전국의 신천지 교회를 통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이 신천지에 주목됐다. 신천지 특유의 비밀주의와 이단이라는 낙인으로 인하여 신도 명단 제출과 진단 참여에 소극적인 신천지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었다. 각 지자체에서는 신천지에 신도 명단을 제출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3월 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코로나19 강제조사를 압박했고, 서울시에서는 3월 26일 신천지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이렇게 정부가 압박한 데에 신천지의 비밀주의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는 계속 확산되어 3월 18일 신천지 확진자는 5,016명에 달했다. 이는 당시 전체 누적 확진자 8,413명 중 거의 60% 달하는 수였다. 하지만 신천지뿐만 아니라 여러 개신교 교회를 통해서도 집단감염이 꾸준히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신천지를 통해 확산하던 코로나19가 사회의 소외되고 약한 부분을 침투해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2월 20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2명의 확진자가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장기 수용시설 내 감염이 급증했다. 좁고 열악한 공간에 면역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하여 흡연이 습관화된 정신질환자들을 밀집된 공간에 장기간 수용하는 병원은 전염병이 확산하기 최적의 공간이었다. 그 결과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12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3월 중순에는 대구 대실요양병원과 제2미주병원에서도 장기간 요양하던 정신질환자들에게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이 건물에서만 총 22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에도 칠곡 중증장애인시설, 봉화 푸른요양병원, 칠곡 밀알 사랑의 집, 경산 서린요양원 등 수용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장기요양시설 내지 격리시설의 열악한 환경 문제와 수용자의 인권 문제가 언론의 조명을 받았으나, 엄격한 방역 대책 외에 장기수용이 발생시키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도 침투해갔다. 3월 9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콜센터 노동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 콜센터의 노동환경은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장기간 전화상담 업무를 보는 구조였다. 게다가 주로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이 많아 불안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불만을 건의하기 힘든 노동문화가 지배적인 환경이었다. 게다가 마스크를 쓸 수 없는 노동조건,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 부재, 재택근무도 불허 당하는 상황, 그리고 아플 때 쉴 수 없는 문화가 전염병 확산에 최적의 조건이 되어 이곳에서만 확진자가 109명(3월 13일 기준)에 달했다. 이후 전국의 여러 콜센터는 코로나19의 주요 집단감염지가 되었다.

하지만 대구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되기 시작했는데, 2월 29일 정점을 찍은 확진자 수는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자원봉사 의료진이 대구로 가서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꾸기 시작했고, 군대에서도 병사들과 의료 인력을 대구로 파견했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한국 사회에 많은 감동을 주었지만, 의료진에 대한 적절한 대가 없는 희생의 강요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했고,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이 지역거점 병원이 되어 대구, 경북지역 코로나19 통제에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공병원의 부족과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병상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한편 대구, 경북지역이 부족한 병상으로 어려움을 겪자, 광주광역시에서 확진자 격리치료를 위한 병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전주 신천지 소유 건물 정문: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정부는 전국의 모든 신천지 관련 건물을 폐쇄했다
출처: 저자 촬영(2020. 6. 3. 전주)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확산의 감소(3.22.-5.20.)

중앙대책본부는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집중적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정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 간에 1~2m의 물리적 간격을 만드는 것으로 WHO에서는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일상적인 사회 활동의 자제도 의미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2월 중순부터 각 학교나 지자체 등 사회 곳곳에서 먼저 실시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거부감이 있었던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국가에 비하여 한국 사회에는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했다. 3월 초 대다수 대학은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개학을 미루었으며, 많은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한편 코로나19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선거를 연기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성공적이었는데 3월 중순에 하루 평균 100여 명에 달했던 신규 확진자 수는 이 기간 95.9명으로 감소했다. 방역 당국은 4월 6일부터 4월 19일까지 2차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고, 그 결과 이 기간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다시 30.3명으로 감소했다. 한편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4월 20일부터 5월 5일 사이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8.9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봄이 오면서 날씨가 풀리고 5월 6일부터 생활방역이 시작되자, 약 3개월에 걸친 생활의 제약에 지친 시민들의 활동이 점차 증가했다. 특히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연휴 기간에 인구 이동이 늘어났다. 그러다 5월 7일부터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게 되었다. 한편 이태원 클럽에서의 집단감염은 성소수자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결합하여 코로나19 통제에 또 다른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장기화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오랫동안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커져만 갔다. 특히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들, 예술계 종사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저소득층과 실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에 2월 말부터 이들에 대한 사회적 구제와 동시에 경기 방어를 위하여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월 29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곧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되었고 곧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지급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소득 하위 70% 이하를 대상으로 정했으나, 곧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5월부터 지자체와 중앙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을 시작했는데, 서민들의 가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생명정치 민족주의의 등장

외신의 찬사와 비판

한국과 일부 국가들이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을 경험하고 있던 반면, 북미와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3월에서야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1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었고 중국과 동아시아에서의 상황과 대처를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북미와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초기에 통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성공적 모델로 외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공격적인 환자 추적(trace), 무료이거나 저렴한 대규모 검사(test), 그리고 의료보험을 적용한 효과적인 치료(treat)방식에 있어서 외신의 극찬을 받았고, 투명한 정보공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재난문자 등도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BBC는 3월 12일자 뉴스에서 한국의 방역 방식이 다른 국가들의 “롤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BBC, 2020.3.12.). 이러한 평가로 인해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 정책을 배우고, 진단키트 등의 물자를 지원받기 위하여 여러 나라에서 한국 정부에 접촉 해왔다.

외신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한국에 대한 찬사는 단순히 한국 정부의 효과적인 활동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이나 이탈리아처럼 특정 도시나 지역을 봉쇄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한 점이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워싱턴포스트지는 3월 12일 판에서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이 우한을 봉쇄하고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한 반면 한국은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대규모의 검사를 시행하는 등 잘 대처했다고 평가했다(The Washington Post, 2020.3.11). 또한 정보의 투명성과,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찬사의 이유였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정부의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민들이 지키지 않거나 심지어 반발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는 눈에 띄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은 시민의 이동권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시민의 의견을 억누르는 중국의 방식과도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칭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서구 언론에서는 한국의 방역 성공의 원인을 한국사회의 집단주의, 유교와 같은 문화적 요인이나 국가와 사회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로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월 13일자 기사에서 한국이 방역에 성공한 데에는 유교적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적 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 용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The Wall Street Journal, 2020.3.13.). 독일의 여러 언론사에서도 한국 사회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정부 정책에 잘 따르고, 마스크 쓰기를 잘 지키는 이유를 유교적 집단주의 영향이라 주장했다. 이러한 분석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무지와 인종주의적이고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는 독일 언론사인 벨트는 3월 23일자 기고문에서 코로나19를 정부가 통제하는데 사용되는 디지털 감시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아시아 사회에서는 부재한다고 지적했다(WeLT, 2020.3.23.). 디지털 감시를 용인하는 태도는 유교적 문화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방역의 효율성과 개인의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 관한 외신 기사 제목
출처: BBC, The Washington Post, The Wall Street Journal, WeLT

 

세계 최고 방역국가’, 대한민국

3월 초까지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한국 사회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중국인 입국 금지, 국경 봉쇄, 신천지에 대한 처리 등 코로나19 방역 방식과 관련되어 여러 정치적 논쟁이 발생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많은 시민은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유명순(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2월 25일부터 28일 전국 1천명을 조사해 발표한 ‘국민 위험인식 2차 조사’ 결과에 의하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 동안 많은 이들이 불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한겨레》, 2020.3.4.). 코로나19 대응의 중심에 있었던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신뢰는 상승한 것에 비해 청와대에 대한 신뢰는 하락했다. 마스크 공급, 국경폐쇄, 중국인 입국 금지, 대구 봉쇄 등의 여러 문제들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3월 초부터 들려오기 시작한 외신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이러한 논쟁을 불식시키기 시작했다. 또한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실패하는 상황은 많은 사람이 한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방역을 잘하는 국가라는 것이 사실처럼 굳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신감은 이후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외신에 대하여 한국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필자는 3월 30일 독일의 슈피겔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른 국가보다 더 잘 지키는 이유로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collectivist) 문화를 꼽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러한 주장은 인종주의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 답했다. 네이던 박(Nathan Park) 변호사 역시 4월 2일 포린팔러시에 기고한 글에서 유교문화와 한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것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으며, 이러한 시각은 인종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산물이라 주장했다(Nathan Park, 2020.4.2.). 이외 한국의 여러 언론사들은 한국은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한국 정부 역시 한국의 방역 성공을 외교적으로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

시사IN과 KBS, 서울대학교는 과연 한국의 성공이 유교문화로 인한 한국인의 순응적, 수직적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민주주의적 특징인 개방성, 수평성 때문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하여 5월 7일부터 8일까지 웹조사를 실시했다(KBS, 2020.5.20.; 《시사IN》, 2020.6.2.). 연구를 진행한 임동균(서울대) 교수는 조사결과 수평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방역에 열심히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자유로운 개인이자 동시에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하는 민주적 시민성을 지닌 시민이 한국의 방역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는 한국에서 방역의 성공을 유교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했던 일부 서구 언론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사회의 불안과 공포, 혐오의 확산, 그리고 정치적 논쟁은 과연 이러한 조사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 위기를 민주적 시민성으로 한국 사회가 극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생명 헤게모니 경쟁과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

이미 WHO는 2003년 기후변화가 인간 건강에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 논하면서 앞으로 신종감염병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WHO, 2003). 더 나아가 WHO는 2015년 감염병의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백신과 치료제를 빨리 생산할 수 있도록 ‘R&D Blueprint Advisory Group’을 조직했다. 그리고 2018년 WHO는 새로운 병원균에 의해서 발생될지 모르는 신종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로 하면서, 이 새로운 질병을 ‘disease X’라 칭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첫 disease X가 된 것이다(WHO). 즉 코로나19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오래전에 예측됐던 질병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등장한 시점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되고, 미·중의 패권 경쟁의 결과 국제협력체계가 약화되고,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신자유주의의 발전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의료복지제도가 후퇴하고, 민족주의의 발흥과 전지구적 인종주의가 확산되는 시점이었다. 신종감염병의 병인인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진화론적으로 끊임없는 돌연변이를 통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등장하고 확산된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는 지구온난화라는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세계적 위험(risk)의 강화 속에서 더욱 폭발된 것은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코로나19 범유행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세상과 문명의 예정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그 이후를 상상하는 것은 이전 우리에게 익숙했던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거나, 단순히 언텍트(untact)라고 하는 새로운 규범을 상상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진전된 논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익숙했던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다양한 차원에서 중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생태적 관점이 논의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 자연의 개발, 그리고 대규모의 축산업은 새로운 인수공동감염병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 적은 성장, 더 적은 소비, 더 적은 활동의 가능성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생태적 관점이 도입된 지속가능한 발전이 구호로서가 아니라 강력한 실천이 논의되어야 한다.

둘째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의사결정에 있어 더 많은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러한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방역 조치가 엄격해질수록 시민의 자유는 억제되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책 결정에 있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며,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그러한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들이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공공성의 강화가 논의되어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공공의료제도, 건강보험제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경험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고 공공의 영역을 민영화하려는 흐름 속에서 만약 의료제도가 민영화되었다면, 우리는 현재 미국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한국에서 경험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진주의료원이 적자를 이유로 폐쇄되지 않았다면 경남권의 코로나19 통제에 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 전반의 공공성 강화 방법이 논의되어야 한다.

넷째, 인권, 노동권 보호 방법이 더욱 논의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의 요구로 민간의 영역에 있던 마스크에 공공성이 부여되었다. 하지만 시민권에 근거한 공공성은 한계가 있다. 시민권을 갖지 못한 외국인은 마스크 분배에서 배제되었으며, 재난지원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에게 이 재난의 고통은 더욱 큰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논의되어야만 한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권, 노동권이 보장되어야한다.

다섯째, 개인정보와 관련되어 있는 기술의 문제도 논의되어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국가가 환자의 동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시민을 통제하는데 여러 기술들이 사용할 수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또한 4차산업의 일환인 원격의료의 도입이 가져올지 모르는 건강정보의 이윤화, 즉 생명자본주의(bio-capitalsim)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섯째, 젠더적 관점이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돌봄노동 영역의 노동자들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며, 코로나19와 맞서는 의료 일선에서 싸우는 간호사 대부분은 여성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열악한데, 이들이 여성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리고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역시 여성이며, 가족 구성원, 특히 아이가 확진되었을 때 같이 격리되는 이들도 여성이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어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중요해진 돌봄과 양육노동은 여성이 더욱 많이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에서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돌봄노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어야 하며,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를 재조직화하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체계의 복원과 발전이 논의되어야 한다. K방역은 어느 정도 한국의 위상을 높여줄지 모르지만 그 효과는 한정적일 것이다. 최근 환경, 건강, 문화, 인권, 경제 분야에서 국제협력체계는 큰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WHO를 둘러싼 국제보건체제는 이러한 갈등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그리고 분배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국제적인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가간 갈등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8일 “코로나19 백신은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돼야 한다”고 연설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WHO를 중심으로 또는 제3의 기구들을 통해서 국제협력체계의 복원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할 방법이 논의되어야 한다. 한국이 새로운 국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방법은 단순히 더 많이 추적하고 테스트하고 치료하는 K방역 모델이나 마스크 외교를 뛰어넘어 사회 및 국제적인 구조적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비롯될 것이다.

 

저자소개

김재형(hyungjk77@gmail.com)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및 한신대와 상지대 전임강사이다. 또한 비판사회학회 운영위원, 사회사학회 학술위원, 의료역사연구회 편집위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한센인에 대한 강제격리정책과 낙인 및 차별”에 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의료사회학과 법사회학적 관심에서 한편으로는 전염병환자(소록도)로부터 부랑인(형제복지원)과 정신질환자(수심원)를 거쳐 노인에 이르는 한국의 시설격리제도를 통시적으로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격리제도와 사회적 배제 문제를 아시아적 맥락에서 비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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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2020.5.20. “K-방역이 가져온 변화?···‘공감’ ‘연대’ 그리고 ‘자부심’.”
  • 시사IN. 2020.6.2.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 의외의 응답 편.”
  • 한겨레. 2020.3.4. “코로나19 40여일, ‘불안’ 속 ‘분노’ 커졌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1147.html
  • BBC. 2020.3.12. “Coronavirus in South Korea: How ‘trace, test and treat’ may be saving lives.” https://www.bbc.com/news/world-asia-51836898
  • Nathan Park. 2020.4.2. “Confucianism Isn’t Helping Beat the Coronavirus.”
    https://foreignpolicy.com/2020/04/02/confucianism-south-korea-coronavirus-testing-cultural-trope-orientalism/
  • The Wall Street Journal. 2020.3.13. “East v. West: Coronavirus Fight Tests Divergent Strategies.”
    https://www.wsj.com/articles/east-vs-west-coronavirus-fight-tests-divergent-strategies-11584110308
  • The Washington Post. 2020.3.11. “South Korea shows that democracies can succeed against the coronavirus.”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0/03/11/south-korea-shows-that-democracies-can-succeed-against-coronavirus/
  • WeLT. 2020.3.23. “Wir dürfen die Vernunft nicht dem Virus überlassen.”
    https://www.welt.de/kultur/plus206681771/Byung-Chul-Han-zu-Corona-Vernunft-nicht-dem-Virus-ueberlassen.html
  • WHO. 2003. Climate Change and Human Health Risks and Responses Summary.
    https://www.who.int/globalchange/environment/en/ccSCREEN.pdf?ua=1
  • WHO. Prioritizing diseases for research and development in emergency contexts.
    https://www.who.int/activities/prioritizing-diseases-for-research-and-development-in-emergency-contex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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