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한 인구이동과 새로운 도시화의 실험: ‘사람의 도시화’를 중심으로

최근 중국의 '새로운 도시화' 정책은 새로운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체제의 전환이란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구 이동과 호구제도 간의 사회적 긴장 속에서 수많은 사회적 불만과 불편이 누적되는 가운데, 대규모 인구이동에 걸맞은 '사람의 도시화'의 본격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사람의 도시화'는 사람들의 도시 정착에 대한 희망을 점진적으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개선 효과를 갖는 동시에, 그 과정과 결과로서 상당기간 차등·차별적 사회질서를 지속하고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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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GIST)

중국 사회의 거대한 전환: 대규모 인구이동 및 도시화의 빛과 그림자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홀리필드는 국가의 성격이 국방 국가에서 무역 국가를 거쳐 지금의 이민 국가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즉,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18세기 이전까지는 안전유지였고, 18~19세기는 무역과 투자 등 경제개발이었으나, 20~21세기는 이민관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민은 20~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전 지구적인 현상이고, 모든 국가에서 이민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현상이 되어왔다(이혜경 외, 2016).

도시로 향하는 중국의 이주노동자들
출처: AP Images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구이동과 그에 따른 빠른 도시화를 경험해왔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개인, 가족의 생계와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이동해왔고, 이들은 도시와 농촌, 저발전 지역과 발전 지역을 오가면서 중국의 산업화, 도시화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2018년 현재, 전체 인구의 59.58%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30년 그 비율은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의 도시화는 중국 내에서 미래 경제성장의 동력이자 잠재력의 원천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21세기 글로벌 번영을 위한 동력으로 미국의 기술혁신과 더불어 손꼽히고 있다.[1]

하지만 대규모 인구이동이 만들어낸 거대한 모빌리티(mobilities)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합당한 대우를 보장할 새로운 사회체제의 건설이 지체되면서 극히 복잡한 사회적 논란과 불평등 또한 만들어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인구이동이 일상화되고 사회경제발전에 필요·필연으로 점차 인식되는 데 반해, 호구제도를 비롯한 각종 사회체제 및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인구 이동을 저해하고 각종 차별과 배제, 불편을 양산한다는 점이다. 수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지리적 이동 속에서 발전된 대도시일수록 많은 인구, 특히 다른 지역 출신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반화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이주자들은 해당 지역의 호구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과 제도에서 각종 차별과 배제를 당해왔다. 이들은 같은 중국 국민이지만 국제이주노동자와 유사한 ‘2등 시민'(second citizen)의 지위에 처하면서, 수많은 사회적 불만과 불평등이 누적되어왔다.

최근 중국 정부는 새로운 도시화 정책을 통해 대규모 인구이동과 관련된 본격적인 개혁을 시도하면서, 중국 사회경제체제의 ‘거대한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도시화’를 강조하면서, 상당수의 이주자들을 도시 주민으로 행정적·실질적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도시민화'(市民化) 실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8년 현재, 호구 소재지를 떠난 이주인구가 2.9억 명을 넘어섰고 2030년 4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와 사회는 거대한 인구이동에 따른 사회경제체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도전과 실험의 국면에 들어섰다.

 

개혁개방 이후 도시화의 명암: 거대한 인구이동과 호구제도간의 긴장과 모순
<그림 1> 중국 이주인구 분포의 역사적 변화 (1982-2010)
출처: 중국사회과학원 지리연구소. <平均人>(2015.12.2.)에서 재인용.[2]
<그림 2> 중국 인구 도시화율의 역사적 변화 (1949-2018)
출처: 중국 국가통계국 사이트(http://data.stats.gov.cn/)의 통계수치를 저자가 직접 계산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의 가장 커다란 변화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일컬어지는 거대한 인구 이동과 급속한 도시화라 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여지듯, 수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발전된 도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의 도시건설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왔고, 그 결과 <그림 2>처럼 빠른 인구 도시화로 이어졌다. 1978년부터 2018년까지 상주인구(常住人口)[3] 도시화율은 40% 이상, 도시인구는 6.4억 명 증가했고, 중국의 도시(城市) 수는 1978년 193개에서 2017년 661개로 증가했다.[4] 또한, 중국의 도시화율이 20%(1981년, 20.2%)에서 40%(2003년, 40.5%)로 증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22년으로, 영국의 120년, 프랑스의 100년, 독일의 80년, 미국의 40년, 구소련의 30년, 일본의 30년에 비해 빠르게 이뤄졌다(陸大道·宋林飛·任平. 2007). 도시화율이 75~80%에 이르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2030년 중국 사회는 도시화율 70%, 도시인구가 10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림 3> 중국 상주인구 도시화율과 호적인구 도시화율 차이
출처: 『国家新型城镇化规划(2014-2020)』의 내용을 수정·정리한 바를 인천발전연구원(2014)에서 재인용.

 

<그림 4> 농민공 수의 역사적 변화(1982-2015)
출처: 중국 전국인구센서스(1982, 1990, 2000, 2010)와 1% 표본조사(1987, 1995, 2005, 2015)의 자료를 저자가 종합 정리.[5]

하지만, 거대한 인구이동과 급속한 도시화는 상당수 인구의 희생과 차별 속에 이뤄져 왔는데, 특히 호구제도에 기반한 각종 제도적·사회적 차별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방에 따라 20~60여 개에 이르는 사회·복지혜택들이 호구제도와 연동되어 기존 주민들에게 독점적·배타적으로 제공되었다. 이주자는 국가의 사회적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적, 맹목적, 이기적인 존재이자 잠정적인 존재로 여겨졌고, 그들의 높은 유동성과 낮은 소질(素質) 등을 이유로 도시인구로 인정되지 않곤 했다. 이를 통해 도시들은 상당수 인구의 노동력 비용과 재생산·도시화 비용을 절감하고 대부분의 재정과 사회적 자원을 개발과 토지재정수익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간·토지의 도시화가 인구의 도시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6] <그림 3>처럼 완전한 도시주민으로서 자격을 갖춘 호적인구로 따진다면 더욱 소수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도시인구지만 상당한 배제와 차별을 겪는 인구가 <그림 4>처럼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전체 인구의 1/5 이상인 거의 3억 명에 달했다. 중국 사회는 도시-농촌, 지역, 계층 간 차등·차별화가 시장과 제도 양 측면에서 다차원적으로 구조화된 ‘불평등한 사회’로 빠르게 변화해왔다.

중국 도시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이동은 갈수록 일상화되고 사회경제발전에 필요·필연으로 점차 인식되는 데 반해, 인구이동을 저해하고 차별·차등 대우를 뒷받침하는 호구제도와 이에 기반한 사회체제의 부정적 효과와 이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나날이 증대된다는 점에 있다. 개혁개방 이후 호구제도가 사회체제의 핵심 기제로 활용되면서, 호구는 복지혜택뿐만 아니라 발전 기회,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규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신분으로 인식되어왔다. 기존 도시 호구 주민이 해당 지역 사회경제적 자원을 독점·배타적으로 향유하는 데 반해, 상당수의 농민과 이주자(농민공을 포함)는 기회와 분배 측면에서 차등·차별적인 지위에 놓이게 되면서, 일종의 수직적 사회계층 질서가 형성되어왔다. 일종의 ‘신분제적 질서’는 자원의 이동과 최적 분포를 위한 시장 질서에도, 국가의 인구와 노동력 관리에 대한 행정적·개발적 통치 질서에도, 사회적 자원분배와 정당화를 위한 사회적 질서에도 미달한다. 상당수의 이주자들은 해당 지역의 호구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과 제도에서 각종 차별과 배제를 당해왔고, 같은 중국 국민이지만 국제이주노동자와 유사한 ‘2등 시민'(second citizen)의 지위에 처하면서, 수많은 사회적 불만과 불평등이 누적되어왔다. 국가 제도가 오히려 불평등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질 뿐만 아니라 계층이동을 고착화하는 불평등의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호구제도 및 사회체제의 개혁 및 전환은 중국 사회에서 중대한 도전이 되어왔다.

하지만 기존 중국 정부의 제도개혁 실험은 상당한 사회적 저항과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왔다. 우선, 14억 명의 거대한 인구와 대륙 규모의 면적을 갖는 일종의 ‘대륙 국가’적 사이즈를 고려할 때, 대도시로의 인구집중과 이로 인한 ‘대도시병’ 등 사회문제의 발생 우려, 도시화의 비용 증대 등 이른바 ‘현실적인’ 문제들은 인구이동을 일정 정도 제한 또는 규제해야 한다는 현실론적 인식을 뒷받침해왔다. 또한, 경제적 파이를 우선 늘려야 한다는 지방 주도의 개발주의적 정책하에서, 이주자들은 개발과정에 적극 동원되었지만 성과의 분배에는 상당부분 배제되어왔다. 그 결과, ‘같은 목숨이지만 다른 보상가격'(同命不同價), ‘동일 노동 차별 임금·대우’ 등 다양한 차별·차등 대우와 사회적 논란이 심화되어왔지만, 지방 정부 주도 하의 개혁 조치는 제도적 미비와 기존 주민의 사회적 저항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의 새로운 도시화: 중국의 신형도시화 계획과 사람의 도시화

최근 중국 정부는 호구제도 및 사회체제 재편을 위한 중대한 개혁의 길목에 들어섰다. 특히, 2014년 3월 16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신형도시화계획 2014-2020」(新型城鎭化規劃, 이하 ‘신형도시화계획’)과 이후 진행된 호구제도 개혁 등은 중앙 정부 주도 하의 종합적·전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도시화를 산업화, 현대화, 정보화와 동반되는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과정으로 인식하고 내수 확대라는 경제발전의 근본 동력이자 산업구조 전환과 업그레이드의 중요 수단, 삼농(농업, 농촌, 농민) 문제의 중요한 경로, 지역 간 협조 발전의 실현장소이자 사회의 전면적인 진보의 필연적인 요구로서 제시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새로운 도시화는 보다 종합적이고 포용적이며 체계적인 발전의 실험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1> ‘전통도시화신형도시화의 차이와 연계

전통도시화 신형도시화
차이 시대적 배경 농업경제, 계획경제 주도체제 구조전환: 농업경제 → 산업경제
체제전환: 계획경제 → 시장경제
추진 역점 인구도시화, 도시규모, 공간확장 도시화 질적 제고, 도농통합발전
자원환경과 사람의 협조발전
추진 주체 각급 정부 정부, 기업, 농민공, 도시민
발전방식 하향식 위주, 상향식 보조 상향식 위주, 하향식 보조
동력기제 전통적 산업화 농업현대화, 신형산업화, 정보화
평가 신형도시화는 전통도시화의 정수(정부의 거시적 인도와 경제발전 관심 등)를 계승
신형도시화는 전통도시화에 부족점(사회-경제, 도시-농촌, 지역간 협조발전의 경시 등)을 배제
출처: 张荣天·焦华富(2016)를 필자가 보완하여 정리

 

신형도시화계획은 기존의 ‘전통도시화’와 차이를 부각하며 새로운 도시화의 청사진을 밝힌다. <표 1>에서 보여지듯, 중국 사회에서 도시화란 무엇이고, 어떤 도시화가 좋은 도시화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즉, 중국 사회는 하드웨어의 도시화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도시화, 사물과 토지의 도시화가 아니라 ‘사람의 도시화’를 강조하면서, 도시란 공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우고, 도시를 다른 공간 및 부문과 어떻게 연결시켜 함께 발전을 추진할까에 대한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2> 신형도시화의 주요 프레임과 핵심 목표

프레임 핵심목표 주요 내용 구체적 내용
민생의

도시화

평등도시화 도농일체화 농민공 도시민화, 공공서비스 균등화, 호적과 토지제도, 소득분배제도 혁신
행복도시화 소득과 거주안정 도농주민소득 제고, 도농주민소득격차 및 빈부격차 축소
지속가능한

도시화

전환도시화 구조와 업그레이드 산업의 가치사슬 고도화와 육성, 구조 산업구조 최적화, 농업현대화 및 현대서비스산업 육성
녹색도시화 환경보호와 저탄소성장 기후 및 생태 최적화, 탄소배출량 절감
질적 도시화
건강도시화 생태와 안전 환경오염 및 에너지 소비 저감, 환경의 질 향상, 식품안전수준과 시민건강수준 향상
집약도시화 절약과 고효율 도농 토지이용의 절약과 집약, 도농 건설시설의 효율적 이용
출처: 单卓然·黄亚平(2013)의 내용을 필자가 보완하여 정리

 

<3> 중국 신형도시화 계획의 주요 지표

2012 2020(계획)
도시화수준
상주인구 도시화율(%) 52.6 60 (전후)
호적인구 도시화율(%) 35.3 45 (전후)
기본공공서비스
농민공 자녀 의무교육 수혜비율(%) ≥99
도시 실업자, 농민공, 신성장 노동력의
무상 기초직업기능훈련 수혜비율(%)
≥95
도시 상주인구 기본연금보험 가입율(%)2) 66.9 ≥90
도시 상주인구 기본의료보험 가입율(%) 95 98
도시 상주인구 보장성주택 공급율(%)3) 12.5 ≥23
기초시설
100만 명 이상 인구도시의 대중교통이용률(%) 451) 60
도시 공공 상수도 보급율(%) 81.7 90
도시 오수처리율(%) 87.3 95
도시 생활쓰레기 친환경처리율(%) 84.8 95
도시 가정 광대역전송속도(Mbps) 4 ≥50
도시 지역커뮤니티(社区) 종합서비스시설 구축율(%) 72.5 100
자원환경
1인당 도시건설용지(㎡)4) ≤100
도시 재생가능 에너지소비 비중(%) 8.7 13
도시 신축건설 중 친환경 비중(%) 2 50
도시개발지역의 녹지율(%) 35.7 38.9
국가기준 대기질에 도달하는 지급시 이상 도시비율(%)5) 40.9 60
출처: 『国家新型城镇化规划(2014-2020)』,에서 재인용.
1) 2011년 수치 기준
2) 16세 이하 인구와 재학 중인 학생은 포함하지 않음
3) 도시보장성 주택이란, 공공임대주택(염가 임대주택), 정책성 상품주택, 판자촌지역 철거민 이주택을 포함
4) 『도시용지분류와 건설용지규획기준』에 따르면 1인당 도시건설용지 기준은 65.0~115.0㎡, 신도시는 85.1~105.0㎡로 규정
5) 도시 대기오염의 국가 기준은 1996년 기준을 기초로 PM 2.5 농도와 오존 8시간 평균농도제한수치를 설정했고, PM10, 이산화질소, 납 등의 농도 제한 수치를 조정.

 

새로운 도시화 정책을 통해 중국의 도시는 미래 발전의 성장동력이자 가치 실현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지난 30년의 발전을 산업화가 추동했다면 향후 30년의 발전은 도시화가 책임진다는 말처럼, 중국의 도시는 지속적인 미래 발전의 동력이자 사회경제체제 재편의 공간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도시화 방식이 양적 성장, 투자, 개발 위주로 사람의 핵심적 가치를 홀시했다고 한다면, 새로운 도시화 방식은 질적 성장, 민생,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다'(以人爲本)는 점을 강조하며 ‘사람의 도시화’(人的城鎭化)로 집약된다. <표 2>와 <표 3>의 주요 프레임과 목표, 주요 계획지표들은 민생, 질적,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통해 도시-농촌, 발전지역과 저발전 지역, 부유층과 빈곤층, 인간과 환경 등의 보다 조화롭고 종합적인 발전을 추진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호구제도 및 거주증 제도 개혁, 기본 공공서비스 균등화, 도농 일체화 및 도시군·도시권 등 지역통합발전이 강조된다.

 

사람의 도시화와 도시민화: 차이화(差異化) 개혁 vs 차등적(差等的) 사회질서

‘사람의 도시화’란 중장기적 목표이자 지향적 가치로서, 사람을 도시화의 주체로 삼아 생산방식, 생활방식, 문명 소질, 사회권익의 측면에서 사회체제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면서 사람의 복지와 생활 수준 향상을 가장 중요한 목표를 삼는다(李强·王昊, 2017). 하지만 과연 기존 도시화의 난점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는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핵심적인 측면은 ‘사람의 이동’을 전제하여 실질적인 도시 정착을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도시민화’와 관련된다. 2020년까지 1억 명의 인구에게 도시호구를 부여한다는 중국 정부의 ‘도시민화’ 계획은 이미 달성되었고, 향후 상당 기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반수의 사람들이 대도시로 이주·정착을 희망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시장에 따른 인구이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촉진하면서도 새로운 인구를 포함하는 사회적 질서를 구축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4> 중국의 도시 수와 규모 변화: 1978년과 2010년의 비교

1978 2010
도시(城市) 193 658
인구규모에

따른

도시수

1000만 명 이상 0 6
500-1000만 명 2 10
300-500만 명 2 21
100-300만 명 25 103
50-100만 명 35 138
50만 명 이하 129 380
건제진(建制镇, 현 관할의 행정단위) 2173 19410
출처: 중국 2010년 제6차 전국인구센서스. 『国家新型城镇化规划(2014-2020)』,에서 재인용.

 

<5> 도시규모에 따른 호구취득의 원칙 (2014)

구분 상주인구 기준 호구취득 원칙
소도시·() 50만 명 이하 전면적 개방: 합법·안정적 주소
중등 도시 50만 ~ 100만 명 질서 있는 개방
: 합법·안정 취업/주소, 사회보험 참가연한(3년 이하)
대도시 100만 ~ 300만 명 합리적인 확정
: 합법·안정 취업/주소, 사회보험 참가연한(5년 이하)
300만 ~ 500만 명 합리적인 확정
: 점수적립제 방식 제안 – 사회보험 참가연수(5년 이하)
특대도시 500만명이상 엄격한 통제: 점수적립제 방식 제안
출처: 『국무원의 호적제도 개혁을 진일보하는 데 관한 의견』(2014)에서 필자 재정리

 

<표 4>와 <표 5>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민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도시 수와 규모에서 중국은 대도시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도시 규모에 따라 상이한 조건을 설정하여 사람들이 각자의 바람과 수준에 따라 이주 장소를 선택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한 성장동력이 높은 대도시 및 특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권, 도시군을 설정하여 협조·일체화 발전과 더불어 집약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와 그 주변으로 이주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개혁조치는 개인의 바람과 해당 지역의 정황을 기초로 한 점진적인 성격을 지닌다. 자유로운 인구이동은 허용하고 개인의 선택은 존중하되, <표 5>처럼 도시 규모에 따라 호구취득을 다르게 규정하는 ‘차이화’된 개혁이다. 이주자들은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취업과 주거를 지속하면 생활에 필수적인 기본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해당 지역에서 규정하는 조건을 충족한다면 기존 주민과 완전히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점진적인 도시민화가 권장되고 있다. 기존 도시주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저항을 절감하는 동시에, 표준화된 지표를 통해 이주자들 간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비해 진전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혁조치가 기존의 차등적 사회질서를 지속하고 새로운 불평등을 촉진한다는 비판도 증가하고 있다. 기존 도시주민과 이주자들 간의 차등·차별대우를 근본적으로 수정한 것이 아닌 데다, 능력에 따라 도시 내 복지혜택을 차등적으로 수급하는 질서로 공고화될 우려에 대한 비판이다. 새로 대도시에 정착이 허용되는 사람들은 대학졸업생과 엘리트, 기술자 등 인재들이 대부분이란 점에서, 능력 기반의 새로운 질서가 기존의 신분제적 질서를 공고화할 우려다. 더구나 도시 규모와 발전 상황에 따라 각 도시 간 위계가 형성되는 가운데, 도시 내, 도시 간 새로운 신분제적 질서로 확대될 우려 또한 존재한다.

 

사람의 도시화’: 가치와 현실 사이

중국 정부의 개혁조치는 최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도시의 호구취득요건은 더욱 개방되고 있고 각 도시들이 적극적으로 이주인구를 흡수하는 것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조치들은 ‘사람의 도시화’가 지향하는 가치와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사람의 도시화’를 내세우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은 여전히 분할되고 배제되는 현실이다. 중국 정부는 능력 기반의 자발적, 점진적 개혁을 통해 복지 격차에 대한 개선 효과를 꾀하지만, 복지란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함이 원칙일 것이다. 경제적 파이를 키우는 것을 우선시하는 개발주의가 여전히 지속되는 하에서, 상당수 보통 사람들(특히, 이주자)은 여전히 개발에 필요한 인적 자원이자 도시민으로 전환하는데 감당해야 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다뤄진다. 가장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적은 복지혜택을 받는 역진적인 사회적 결과 속에서, 같은 사람, 같은 국민으로서의 동등한 대우로의 길은 여전히 멀다.

시장과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 불공정과 사회 부정의는 여전히 중국 사회에서 수많은 불만들을 누적하고 있다. 호구가 없다는 이유로, 개인의 자질이 부족하단 이유로, 아직 국가·지역의 발전이 미진하단 이유로 미뤄왔던 분배의 문제가 점차 국가·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중국의 새로운 도시화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저자소개

윤종석(dreamdie@naver.com)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대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중국 사회의 인구이동과 시민권, 개발주의와 산업/노동, 도농관계와 농민공과 관련된 연구 등을 진행해왔고, 『현대중국연구』, 『중소연구』, 『사회와 역사』 등에 여러 논문을 출판해왔다.

 


[1] 유명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e Stiglitz)가 지적한 이래, 많은 학자들은 이를 인용하며 중국 도시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2] 平均人. “曾经禁止迁徒 如今也只是漂泊异乡”. 《腾讯新闻》, 2015.12.2.
https://news.qq.com/cross/20151202/51DUO26P.html

[3] 상주인구는 중국 사회에서 실제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해당 지역에서 6개월 이상 지속 거주하는 인구로 정의된다.

[4] “改革开放以来我国城镇化水平显著提”. 《新华网》, 2018.9.10.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8-09/10/c_1123408567.htm

[5] 농민공의 정의는 규정과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중국 국가통계국의 정의인 ‘사람과 호구가 분리된 인구’(人户分离人口)를 따라 거주지와 호구등기지가 말단 행정단위인 향·진·가도(乡镇街道) 차원에서 일치하지 않는 인구들로 정의했다.

[6] 2000~2009년간 도시건설지역의 면적이 69.8% 증가하며 공간은 빠르게 도시화되어왔지만 도시 상주인구(常住人口: 해당 지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인구)는 오직 35.5%만 증가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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