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영(원광대학교)
왜 항상 꽌시를 언급하는가
2018년의 연말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이 논의된 시기였다. 한국은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 비중이 높은 국가이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렀었다. 이러한 글로벌 위기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중국과 관련된 내용에 상담을 청하는 사례가 부쩍 많았다. 대부분의 상담 내용은 향후 자신의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곧 진행하려고 하는데, 이와 같은 시장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중국 시장에서 기업을 유지하거나 진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의에 대해 필자는 대부분 진출을 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히 미중 간 무역 분쟁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견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유사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규모가 많은 기업들이 과도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 역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을 권유하는 것은 중국이 결국 ‘생산’공간으로써의 가치보다 ‘소비’공간으로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중국은 상당한 품목의 제조 공장으로써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핵심적인 산업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제조업을 통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여 글로벌 제조 강국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제조업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의 진정한 힘은 소비시장으로써의 이점을 기반으로 생산 기반의 고도화를 추진하여 새로운 시장으로써의 가치를 갖는다는 점이다. 즉, 외자를 흡수하여 싼 가격의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제조과정의 첨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동시에 점차 질 높은 제품 생산하여 새로운 시장으로써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상술한 중국 시장의 가치로 인해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진행되는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지역적 특수성과 다양한 마찰을 빚는다는 점이다. 이런 지역적 특수성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지역 고유의 방식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중국 특유의 해결방법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것이 ‘꽌시(关系, guanxi)를 이용한 해결책’이다. 꽌시는 한국의 인맥(personal connection)이나 서양의 사회적 관계(social connection)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꽌시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부정적 측면에서의 사적 관계를 지칭한다. 그러나 외국의 기업들은 부정적 측면에서의 꽌시가 아닌 중국의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꽌시를 주목하였다. 꽌시가 제도적 공백을 메꾸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인 사회‧경제 질서 방식인 꽌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결과, 꽌시는 공식적 규범과 실제 경영 환경 간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행위자의 이해관계와 이념을 수렴시키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인 사회 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자격요건 혹은 기준으로써의 틀로 결론지어졌다. 즉, 외국기업들은 법제도 등의 공식적인 환경 하에 비공식적인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자보다 우위를 확보하는 중국 특유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만의 독특한 시장질서로 인해, 많은 한국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입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한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은 결국 꽌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꽌시의 배경과 형성 매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인맥(personal connection)이나 연계성(relationship) 맥락에서의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꽌시에 대한 인식이 청탁이나 부패의 상징으로 보는 부정적 측면에서 강조되어 조명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꽌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알아야 한다.
꽌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 글자를 풀이할 필요가 있다. 꽌시는 글자 그대로는 ‘관계’이지만 글자가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를 모르면 정확한 풀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关)의 의미는 문(门)을 열고 닫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문(门)은 “출입의 경계가 분명한 하나의 조직에 포함되어 활동한다”로 해석되어 폐쇄적 집단을 의미한다. 시(系)는 “관계를 맺어 유지, 확장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연계’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꽌시는 폐쇄적으로 형성된 집단의 구성원들 간 상호 호혜적 특성의 연계 체계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
꽌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꽌시’는 중국 특유의 비공식 사적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는데, 체제 전환이후 공식적 법제도가 현실을 모두 반영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이 기존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전환기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변화와 혼란이 야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기업들은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산업 생산 조직 및 공간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배경 속에서 중국의 전환 모델에서의 안정적인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서 국가의 계획에 의해 규정된 법제도에 따르는 공식적인 측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기업 간 거래의 유지, 신뢰 기반의 거래 등과 같은 법제도 이면의 비공식적인 부분에서의 행태들은 국가가 제시하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이론틀을 통해 설명하기 힘들다.
즉, 공식과 비공식적 부분의 괴리 극복을 설명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중국인의 연줄망인 할 수 있는 꽌시이다. 따라서 필자는 중국의 전환기에 발생하는 공식적 틀과 비공식적 관행 등을 조응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꽌시의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꽌시가 갖는 다양한 특징들과 형성요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꽌시가 생겨난 원인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이 역사적 맥락에서 한정된 자원 획득에 대한 우위 선점을 위해 집단화 경향을 주도하는 중국의 집단주의를 주목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 획득 우위를 목적으로 하는 중국의 집단주의로 인해 꽌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방면에서 사회적 자본으로써 역할을 하였다. 꽌시는 발생 근원에 따라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선천적 꽌시’와 ‘후천적 꽌시’가 바로 그것이다. ‘선천적 꽌시’는 혈연, 학연, 지연에 기반을 둔 꽌시로써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개인이 속한 공동체 내의 역할만 수행하면 습득될 수 있다. 반면 ‘후천적 꽌시’는 사교, 직장 등의 사회생활을 통해 경험적 선택 및 반복을 통해 습득한다.
꽌시는 근본적으로 사람 간의 관계를 뜻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인간 감정 혹은 목적성이 구비되어야 형성될 수 있다. 첫 번째 구성요소는 감정이다. 가족과 친척, 친구와 같이 태어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감정적 교류는 물론이고, 업연, 학연으로 형성된 동료애와 같은 감정적 교류를 포함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전자의 경우보다 지속적인 관계 유지라는 측면에서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 가족의 생일, 가족 대소사를 챙기는 노력 및 빈번한 인간적 교류 등이 필요하다. 인간적 교류는 상호간 호혜를 위한 도덕적 기초를 제공하는데, 이것은 타인에 대한 정적, 물적 배려를 의미함과 동시에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한 투입요소로써 작용한다.
두 번째 구성요소는 호혜성이다. 꽌시는 암묵적으로 상호간 이익을 보장해주는 호혜적인 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형성될 수 있다. 호혜의 시기는 부정기적이지만 혜택 혹은 호의를 입은 경우 암묵적 채무를 지게 된다. 종국에는 형평의 원리에 따라 이미 받은 혜택, 호의와 비슷하거나 더 큰 보답을 해야 하는 상환기한 부정의 채무를 가진다.
세 번째 구성요소는 체면이다. 체면은 사회적 역할을 완료한 후에 타인에 의해 평가되는 공적이고 사회적인 이미지이다. 중국인들이 대단히 중시하는 대인관계의 기본 요소이다. 특히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호간 체면을 세워줄 수 있어야 꽌시가 형성될 수 있다. 체면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암묵적 위상 및 소통수단으로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인 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항상 상대의 체면을 최대로 살려주도록 노력하고 역으로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은 금물이다.
네 번째 구성요소는 신뢰이다. 중국에서의 경영 활동은 복잡한 절차, 규제 등에 자주 접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 범위 바깥에서의 불가피한 활동은 특히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즉, 신뢰는 암묵적 규칙 준수를 위해 집단 내의 구성원들에게 폐쇄성을 강요하는 접근 절차 및 검증 수단으로써 작용하지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상호 이익의 증대를 암시함으로써 구성원들의 단결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신뢰는 좋은 감정의 유지, 호혜의 교환, 상대의 체면을 존중될 때 형성이 된다.
꽌시에 대한 개념들을 종합해보면, 꽌시는 오랜 기간 동안 상호간의 검증과정을 거쳐 믿음이 생성되었을 때 형성되며, 폐쇄적이지만 내부적 단결력과 구속력이 높은 핵심 중추 세력망(inner circle)이나 연줄이 닿는 사람과 단체에 대한 접근(connection)의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아야 되는 꽌시, 사업 꽌시
그러나 개발과 관습이 혼재된 불안정한 사회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꽌시의 개념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중국의 경제적 발전 양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적 괴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발전을 유지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후천적 꽌시 중에서도 사업 꽌시에 대한 개념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 꽌시 연구자들은 사업 꽌시를 사업 행위에 국한시켜 ‘사적관계 또는 사업 관계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관계나 관계망 만들기’라고 정의하거나,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꽌시 만들기 과정에서 생성되는 감정을 통해 형성된 감정과 의무가 결합된 중국식 사회관계’라고 하였다. 따라서 사업 꽌시에 대한 해석은 기존의 개인 단위의 꽌시를 기반으로 사회 및 기업 단위의 사업 꽌시로 확장하여 시대적 혹은 사회적 필요성에 의한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의도를 반영해야 한다.
사업 꽌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업 꽌시는 혈연, 학교, 직장 등 사회적 연고 관계, 지역 관계 등에 기초해 맺어진 인맥으로 중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사업상 또는 공식적인 관계와는 달리 다소 비공식적이며, 상호간 호혜적인 감정이 선 교환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 꽌시는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지만 형성 가능하다. 중국의 꽌시 네트워크는 폐쇄적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내에 진입하는 절차 또한 까다롭다. 하지만 꽌시 네트워크는 배타적 성향이 강한 만큼 네트워크 내부적으로 단결력 정도는 매우 뛰어나다. 이 단결력은 유무형의 상호 혜택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셋째, 사업 꽌시는 개인 간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므로 추상적이다. 하지만 관계 당사자와의 꽌시 성격에 따라 복합적인 무형의 속성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업 활동에서 꽌시의 발현은 꽌시의 관계 당사자가 개인에서 기업 등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 넷째, 사업 꽌시는 물질적, 비물질적 성격을 아우르는 호의의 교환을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있는데 이러한 꽌시의 특징은 기업의 이윤추구를 통해 사업 꽌시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목적과 폐쇄성을 잘 설명해준다. 결과적으로 사업 꽌시는 매우 폐쇄적이며 비공식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형성과정에서 구성원을 선별하고 모임을 유지할 수 있는 규칙을 강요함으로써 관계성을 유지 및 보장하는 사회적 자본이다.
꽌시, 아직도 중요한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대한 다방면에서의 꽌시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에서 월등한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서 합리적 사고에 의해 관계가 규정지어지면서 기존에 관행으로 여겨지던 꽌시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우리 한국의 예만 보더라도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현재의 한국이 엄청난 경제발전으로 인해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맥에 기인하는 여러 가지 관행과 관습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 사업에서 꽌시는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는 기준 법칙으로 작용한다. 중국 로컬 기업들끼리의 끈끈한 거래 관계,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 등과 같은 사례들은 중국 시장에서 꽌시가 갖는 위력을 증명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꽌시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상황이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 중 유통단계에서 겪는 좌절이다. 중국은 생산된 상품의 가치보다 유통단계에서 부여되는 가치가 큰 시장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유통단계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외부의 기업이 유통단계에 참여를 희망할 경우 상당히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한다.
이러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외자기업이 시장 개척 과정에서 유통단계의 폐해를 자력으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유통단계에서의 대형 로컬기업들과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제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꽌시가 있는 중국 기업 간의 거래는 어떠한가? 훨씬 높은 가격에도 꽌시가 있는 제품만을 진열해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꽌시가 있는 제품에만 수수료율을 인하해준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유통단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시장 환경 및 특성으로 인해 꽌시가 갖는 기업 간 상호 호혜적 특성과 상호 채무적 특성은 오히려 기업 연계 및 경영의 활성화를 유지시키는 대단히 중요한 원칙이 되어버렸다.
결국 기업이 보유한 사업 꽌시는 중국 시장에서의 생명줄과도 같은데, 기업체가 보유한 사업 꽌시 중에서 특히 오너의 꽌시망은 매우 중요하다. 임원이나 핵심 영업 담당자이 보유한 꽌시도 있지만, 오너가 보유한 꽌시에 비하면 매우 미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사업의 태동이 오너의 꽌시에 기대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오너는 경영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꽌시의 확장을 추구한다. 상호호혜적인 특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임원이나 담당자가 아닌 오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너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꽌시를 맺고 유지할 수 있는 포지션을 확보하고 꽌시를 관리한다.
꽌시, 대안은 없나?
그렇다면 꽌시가 없는 신규 사업자는 어떻게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꽌시후(关系户)다.[1] 꽌시후는 다양한 꽌시를 보유하고 이를 소개하여 수수료를 챙기는 일종의 중개인으로 볼 수 있다. 즉, 꽌시후는 꽌시 네트워크 구성원으로서 외부개체에 꽌시 네트워크의 역량을 대변하거나 외부개체에게 다른 꽌시 네트워크의 꽌시후를 중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꽌시후를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기업 환경이 전환기적 특성으로 인해 여전히 제도적 결함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시장에서 카운터 파트너를 물색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소개하고 관계 유지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꽌시후의 핵심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천적 꽌시보다 후천적 꽌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 네트워크의 특성상 새로운 영역의 진출을 위해 관련 영역의 꽌시후를 찾는 것은 매우 일반화되어있다.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은 한국이나 서양에도 꽌시후와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업계 친인이 브로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이다. 최초 거래시 업계 친인에게 소개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선물 혹은 소정의 금액을 지급한다. 그러나 중국의 꽌시후는 일회성이 아니다. 거래 관계가 발생할 때마다 혹은 일정 기간별로 수수료를 납입하듯 소개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특수성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어 꽌시후를 제외하고 거래를 추진하려고 한다면 완전히 거래가 끊어질 수도 있다. 거래 파트너는 우리보다 꽌시후와 더 밀접한 꽌시를 형성하고 있으며, 돈과 같은 물질적 보상으로 꽌시의 견고성을 허무는 것은 무리다. 꽌시후를 제외하고 거래를 하는 순간 꽌시는 깨어지게 되며 파트너는 꽌시후의 꽌시 영역에서 영원히 추방된다.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도 꽌시후를 제외하고 싶어 하는 파트너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사업 꽌시를 만들 수 있을까? 중국 사업에서 급하게 파트너를 물색해야 되는 경우 꽌시후를 찾을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확실한 사업 꽌시를 형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업 꽌시를 형성하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충분히 들여야 한다고들 한다. 필자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하지만 두 가지 요소를 첨가해야 한다. 첫째는 능력의 보유이다. 내가 꽌시 파트너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만큼 꽌시 파트너 역시 나를 통해서 이익을 찾을 수 있어야 되는 상호 호혜적 특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호의를 꽌시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이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둘째는 진정성이 어린 신뢰이다.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상대방을 형제를 대하는 것과 동일한 감정으로 보듬어야 한다. 단순히 같이 술자리를 하고, 선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관리함으로써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 우리는 싫든 좋든 중국과 많은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 거래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상대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인과 그에 속한 사회적 산물을 편협된 시각에서 바라본 경향이 크다. 이는 분명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이다. 우리는 더욱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저자소개
최자영 崔滋泳 Choe, Jayeong은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동국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박사학위논문의 제목은 <대중국 한국 자동차 부품 해외직접투자 기업의 공간 전략과 생산 네트워크>로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생산지역을 선정하여 입지하는 과정과 다른 기업들과의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공간전략을 통해 생산공간을 형성했는지를 분석하였다. <중국의 기업 관행과 네트워크>, <대중국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의 공간전략과 입지 특성> 등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시진핑, 트럼프에 108첩 식사 대접했지만>, <중국은 지금 ‘산업 정책 변화’ 중이다>, <중창공간, 중국의 산업이 변신하고 있다> 등의 칼럼을 매달 프레시안지에 기고하고 있다.
[1] 꽌시후는 비교적 넓고 두터운 꽌시망을 거느린 소위 마당발 형 인간을 지칭하는 단어이나, 기업적 거래에서 관계 마케팅 에이전시를 수행할 수 있는 중개 인력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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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o. Y., 1997, Guanxi and performance of foreign-invested enterprises in China : an empirical inquiry, Management International Review 37(1): 51-70
- 문정은, 2007, 한국 중소기업의 중국 내 네트워크 활용 만족도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 서강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 Redding, S., 1991, Culture and entrepreneurial behavior among the oversea Chinese., In B. Berger, ed., The Culture of Enterpreneurship. SanFrancisco, CA: ICS: 137-156
- 김의연, 2011, 사회 연결망과 경력계획의 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자본의 매개효과, 숙명여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 최자영, 이승철, 2012, 대중국 한국 투자기업의 꽌시 형성과 네트워크, 한국경제지리학회지 제15권 제2호, 228-239
- Kipins. A., 2002, Practices of guanxi production and practices of ganqing avoidence, in gold thomas eds, Social connections in China,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 宋曉雪, 2008, 海外市場 進入에서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學習과 沒入 : 中國 電子企業 하이얼의 韓國市場 進入, 인제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