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이 중앙아시아의 대외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서구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타국 상품의 우회수출 통로가 되면서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전자기기, 자동차 부품 등의 對러 수출이 제재 이전에 비해 수백 배까지 확대되었다. 서구 국가들은 이를 통제하고자 하나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이탈한 외국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교역 메커니즘은 장기적으로 이들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 개선과 EAEU 틀 내에서의 합의된 규정 등이 기반이 되어야 지속성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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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우 전쟁과 서방의 러 경제제재

러·우 전쟁에 따른 서방의 對러 경제제재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의 상품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상품공급의 과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출통제, 결제수단과 수출루트를 봉쇄하는 금융통제와 물류 제재는 제재초기 러시아의 대외교역 기능을 크게 저하시켰다.

먼저 수출통제는 상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공급자의 의지와 가능성에 현저히 영향을 미친다. 이번의 제재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은 2014년부터 적용되던 對러 수출통제 제도를 대폭 확대 적용했다. 먼저 미국 상무부가 관리하는 거래통제목록(Commerce Control List, CCL)의 10개 범주 중에서 기존의 통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57개 품목 및 기술에 대한 통제를 확대했다. 이 범주에 드는 것은 장비(0), 화학재료(1), 가공재료(2), 전자·반도체(3), 컴퓨터(4), 정보통신(5), 센서·레이저(6), 항법·항공전자(7), 해양(8), 항공우주(9) 등 10개로 구분된다. 그리고 상기 10개 범주에 해당되는 제품의 경우, 군사용도목적(Military End-Use)의 수출은 품목에 관계없이 전면 금지되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면제 사유를 대폭 축소한 것도 수출통제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인데, 기존에 적용되었던 총 17가지 허가예외 규정 중에서 7가지 만을 축소 적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밖에 러시아로의 수출통제를 위해 적용된 규정으로 ‘해외직접생산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이 있다. 이 규정은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했다면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방식으로, 러시아에 대해서는 기존의 일반적인 FDPR 규정에서 군수 및 국가안보 관련 용품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것을 앞선 CCL 통제 목록의 모든 카테고리로 확대하였다.

두 번째는 상품 수출과 관련되어 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루트의 제한으로 이는 금융제재와 관련이 있다. 상품교역의 기본이 되는 금융결제의 일부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금융제재가 도입되었다. 이 방식은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을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실시되었는데, 제재초기 여기에 포함된 러시아 은행은 VTB, VEB, Sovcom, Novicom, Otkritie, PSB(Promsvyazbank), Bank Rossiya의 7개 은행이었으나(European Council, 2023) 추후 Sberbank, Rosselkhoz, CBM 3개 은행이 추가되어 총 10개 은행이 제재 대상이 되었다. 동 제재에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을 포함하여 EU,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과 한국 등이며 상기 은행들은 러시아의 주요 대형은행들로 SWIFT망에서 배제된 이상, 이 은행들을 통한 금융거래는 원천 차단된다.

세 번째는 상품수출의 물리적인 차단방식으로 러시아산 선박과 항공기의 자국 내 입항금지 조치 등 러시아에 대한 운송 및 물류관련 제재이다. 러시아 선박과 항공기의 자국 내 입항금지 조치를 통해 상품교역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도록 하는 방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에 대한 상품수출이 어렵도록 이루어진 조치는 정부의 공식적인 조치가 아니라 러시아와 서방을 해상으로 연결하는 서방 선사들의 자발적인 운항금지이다. Maersk(덴마크), MSC(스위스), Hapag-Lloyd(독일), CMA(프랑스), ONE(싱가포르), Evergreen(대만) 등의 많은 선사들이 2022년 2월 말부터 러시아를 오가는 자사 선박의 운항을 차례로 중단하였고 그 결과 러시아에 대한 주요한 상품공급루트는 차단되었다. 여기에 더해, EU는 러시아로 들어가는 육로 운송루트마저 차단함으로 EU로부터의 상품공급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상품 공급망 차단으로 서방으로부터의 상품 수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러시아 시장 내에서 상품의 공급부족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다. 특히, 다양한 제재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22년 1/4분기 이후 공급부족 문제는 심화되게 된다.

중앙아시아의 부각
2023년 5월 25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담에 모인 각국 정상
출처: Kremlin.ru(http://kremlin.ru/catalog/keywords/126/events/71204/photos/71213)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 조명받게 되었다. 이들은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점을 갖고 있으며 과거 소비에트의 영향으로 물류나 금융시스템이 연계되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상당수의 상품은 러시아를 허브(hub)로 하여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로 공급되는(spoke) 방식의 유통체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난 이후에는 ‘러시아로부터의’ 상품공급이 아닌 ‘러시아에 대한’ 상품공급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함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가입국으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對러 수출은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카자흐스탄의 對러 수출은 2022년 약 87억 달러를 기록하여 전년 대비 약 24% 증가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2022년까지 철류, 화학제품, 선철·슬래그 등의 품목은 카자흐스탄의 對러 수출에서 큰 변화가 없으나 보일러·기계류와 전자기기·장비·부품의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즉, 러시아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입하기 어려운 품목의 수출이 2021년도 대비 2022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기계류, 전자기기·장비·부품, 자동차 부품 등은 서구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수출을 금지한 품목으로 러시아 내에서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품목이며 상기 품목은 군수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수출금지 품목에 등재되어 있다.

보일러 및 기계류(HS 84)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인 2021년, 카자흐스탄의 러시아에 대한 수출금액은 약 1억 3,2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의 비중은 1.9%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약 8억 3,7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비중도 9.5%를 차지했다. 전자기기·장비·부품(HS 85)도 2021년 수출액 1억 2,000만 달러, 1.7%의 수출 비중에서 2022년에는 8억 2,700만 달러, 9.4%의 비중으로 크게 증가한 모습이다. 자동차·부품(HS 87) 수출은 2021년 약 9,250만 달러에서 2022년 약 2억 달러가 되었으며 비중도 1.3%에서 2.3%로 확대되었다. 또한, 자동차, 부품, 타이어 등 일부 품목의 경우, 한국의 對카자흐스탄 수출이 폭증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회 수출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전자 집적회로(5,507%), 자동차 부품(263%), 자동차(179%)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무역협회, 2023), 자동차 부품과 전자 집적회로는 한국의 對러 수출 통제품목이며, 자동차는 러시아 내에서 공급이 부족한 품목이라는 점에서 일부 품목의 우회 수출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에 대한 카자흐스탄의 수출은 2023년에도 증가 추세에 있는데 2023년 상반기까지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세 유지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까지 카자흐스탄의 對러 수출은 49억 3,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35억 7,000만 달러 대비 38% 증가했다(TASS, 23/08/16).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對러 수출은 2022년에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전체 수출은 9억 6,350만 달러로, 2021년의 4억 1,100만 달러에 비해 134.4% 성장하여 기록적인 수치를 보여주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높은데 주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등 수출보다는 수입이 월등히 큰 구조이나 이번 전쟁을 통해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로 우회 수출되는 것으로 예상되는 기계·보일러와 차량·부품의 수출금액 대폭 증가했는데, 기계·보일러의 경우, 2021년에는 연간 500만 달러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5,000만 달러를 상회하면서 주요 수출 품목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차량·부품은 2,560만 달러로 기존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출 품목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는 4,010만 달러로 금액이 증가한다. 2023년에도 키르기스스탄의 對러 수출 확대 추이는 지속되고 있는데, 2023년 1/4분기까지 키르기스스탄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수출품으로는 구리 및 구리제품(2,950만 달러), 승용차(1,070만 달러), 전자기기·장비·부품(1,020만 달러), 과일 및 견과류(880만 달러), 의류(870만 달러)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우회 수출 통로로 지목되는 이유는 다음의 세가지 이유로 정리된다. 첫째는 주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對러 수출 급증 품목이 전자부품, 자동차, 자동차 부품, 기계, 장비 등 서방의 수출통제 품목이며 둘째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이 품목들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러시아로의 수출이 미미했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2021~2022년의 기간 동안,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해당 품목의 산업생산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으며 제조업 발전 추세 역시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의 각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초기부터 제재의 빈틈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제재를 확장해 나갔으나 점차 對러 수출통제보다는 러시아의 수출통제에 집중하면서 우회 수입 방식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이 시기에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를 통한 對러 우회 수출이 급증하였으며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지속이 우회 수입을 통한 전쟁 물품의 보급 유지에 기반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 우회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5월 초, 미국과 EU의 주요 인사들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EU 특사는 “EU에서 수출하던 상품들이 카자흐스탄을 통해 러시아로의 수출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자 간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논평한 바 있다. 또한, 2023년 6월 23일 채택된 EU의 對러 11차 제재에서는 필요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제3국에 대한 수출제한을 가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우회 수출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규정하였다. 미국 외교위원회 의장인 ‘멘데즈(Bob Mendez)’ 상원의원은 2023년 8월 8일,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대한 우회 수출을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멘데즈 의장은 본 서한에서 “키르기스스탄을 통해 러시아로 재수출되는 물품에 드론, 전자회로부품, 항공기 부품, 무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라며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요청하였다(FRC, 2023).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입장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표면적으로는 서방의 요구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이지만, 현재의 경제적 이득이 손해볼 것이 없다는 태도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재로 인해 완제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조업 육성과 연계하여 자국 경제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들은 러시아에서 이탈하는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여 자국 경제·산업발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2022년 7월 러시아 시장을 떠난 외국 기업을 카자흐스탄으로 이전하기 위해 자국 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대통령은 “정부는 카자흐스탄으로의 이전을 위해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중간 및 고부가 가치 제품의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Tengrinews, 22/07/14). 또한, 정부에 제조업 분야의 투자 프로젝트 풀을 준비하고 잠재적 투자자들과 함께 해결할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러시아를 떠난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카자흐스탄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카자흐스탄 정부는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기업들 가운데 256개의 기업을 선정하여 이들이 사업장을 카자흐스탄으로 옮기도록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이미 43개 기업은 지사나 법인의 이전, 공장의 신규건설 등 카자흐스탄으로의 이전을 확정한 상태이다. 이미 이전을 확정하거나 정부와 논의 중인 기업 중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덴마크의 음료 생산기업인 ‘칼스버그(Carlsberg)’가 있다. 이 기업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양국에 모두 음료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일부 제품의 경우 러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을 카자흐스탄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러시아 공장의 폐쇄를 결정한 데 이어, 러시아의 생산시설을 카자흐스탄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였다. 생산시설 구축은 2023년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 내 공장폐쇄로 인해 향후 카자흐스탄의 생산과 지역 내 물품 공급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 생산기업인 ‘필립모리스(Philip Morris)’ 역시 러시아의 전자담배 생산시설을 카자흐스탄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 기업은 카자흐스탄 내에 전자담배 생산설비를 건설할 계획인데, 투자규모는 약 1억 1,000만 달러에 이르며 고용인원은 200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Kursiv, 22/07/22).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우즈베키스탄도 서방기업들의 러시아 철수가 자국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러시아에서 이주하는 IT 관련 전문인력을 유입시키기 위해 공식적으로 IT 전문인력의 간소화된 비자발급 절차 수행을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인력유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쉐르마토프(Sherzov Shermatov) 정보통신기술개발부 장관은 현재의 약 4,000만 달러 수준인 자국의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 및 서비스 수출을 2028년까지 1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Uzdaily, 21/12/30) 러시아로부터의 IT 인력 유입은 우즈베키스탄의 동 분야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IT 기업인‘이팜(EPAM)社는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이후, 직원들을 우즈베키스탄으로 재배치하고 있으며 이동 인원은 최대 1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운영하는 IT 비자 홈페이지
출처: itvisa.uz

이 국가들이 자국으로 러시아 기업의 유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과 인재의 유치가 자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러시아를 기반으로 사업을 이행하던 기업의 이전은 단순한 사업장의 이전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를 연결하는 사업상의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생산시설의 이동은 과거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상품의 이동방향을 역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희망적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과제와 전망

완제품 수출은 제재의 강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따라서 제조업 강화를 통해 규모가 큰 러시아 시장에 대한 수출을 강화하는 것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목표이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등 러시아에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에 비해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방의 경제제재 이후에 중국은 서방의 상품을 대체하는 자국산 상품의 수출을 증가시켰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통해 수출되는 상품의 증가분은 대부분 중앙아시아산이 아니다. 중앙아시아산 상품이 중국산과 저가 상품군에서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고부가가치 군에서도 차별화는 어려운 과제이다. 결국 중국 및 터키산 제품과 경쟁우위에 있는 상품군의 전략적인 선택 및 육성이 필요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확대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인식해왔다. 카자흐스탄은 2010년대 이후로 제조업 강화정책을 지속해왔고, 최근에는 수출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을 본격화 하고 있다. 2017년 채택한 「국가수출전략(Национальная экспортная стратегия)」프로그램을 통해 비자원부문의 수출을 확대하고 수출업체 지원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왔다(Правительство Республики Казахстан, 2017). 유망 분야와 상품, 서비스 등의 육성을 위해 ‘수출바스켓(export basket)’을 선정하여 운송, 관광, 의료, 교육, 우주, 금융, 비즈니스 등 7개의 산업군과 116개의 제품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 중인 수출강화 전략이 제조업 발전과 조화롭게 이루어져야만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이 2021년 7월부터 도입한 ‘관세행정 및 절차간소화 방안’ 법안에 따르면, 원자재를 해외에서 무관세로 수입 후 국내에서 가공하여 제3국에 수출하거나 국내의 수입 절차없이 제3국에 재수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정책 역시 우즈베키스탄의 제조업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수출 허브로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지속적 역할 강화를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조건은 중앙아시아를 통한 상품교역에 대한 러시아 정부와 중앙아시아 정부 간의 명시화된 협력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시장경제 도입 이후 역사적으로 볼 때,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는 국가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보호 정책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이 성립된 이후에도 회원국 상품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정책을 통해 실현 되어왔다. EAEU 가입국은 경제협력체의 범주 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재수출 문제를 조정하고 협의하는 것이 이러한 구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EAEU 미가입국은 회원국 수출제품이 갖지 못하는 상품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자국 내에서의 제조업 경쟁력이 갖추어질 때 가능한 것으로 결국은 무역허브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다시 회귀하게 된다.

추후 서방과의 관계가 개선되어 금융제한이나 수출·물류규제 등이 모두 사라지고 교역이 정상화될 경우, 유라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나 제3국 제품의 중앙아시아를 통한 대량 유입을 보는 러시아 정부의 시각은 현재와는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유입되는 제품이 기계, 장비와 같이 러시아가 적극적인 수입대체화를 통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육성하려는 제품군일 경우, 완제품 유입에 대한 정부의 인내심은 길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별로 각국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러시아와의 교역에 대한 공식적인 틀을 마련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저자 소개

박지원(nolmts@daum.net)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연구위원이다.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러 대화 경제분과 전문위원,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였다. 주로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지역 경제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하고, 러시아의 대외경제, 러시아·중앙아시아 시장의 산업 분야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참고문헌

  • Правительство Республики Казахстан. 2017. “Национальная экспортная стратегия,” https://primeminister.kz/ru/documents/gosprograms/nacional-nay-eksportnay-strategiy (검색일: 2023.12.15.)
  • 무역협회 통계시스템, 2023. https://www.kita.net, (검색일: 2023.10.12).
  • European Council. 2023. “COUNCIL DECISION (CFSP) 2022/346 of 1 March 2022 amending Decision 2014/512/CFSP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in view of Russia’s actions destabilising the situation in Ukraine,” https://eur-lex.europa.eu/eli/dec/2022/346 (검색일: 2023년 10월 2일)
  • FRC. 2023. “Chairman Mendez Calls on Kyrgyzstan to Uphold International Sanctions Against Russia, Reverse Course on Democratic Backsliding,” Foreign Relations Committee Chairman’s Press, https://www.foreign.senate.gov/press/dem/release/chairman-menendez-calls-on-kyrgyzstan-to-uphold-international-sanctions-against-russia-reverse-course-on-democratic-backsliding, (검색일: 2023.10.12).
  • Kursiv. 2022. “About 40 companies that have left Russia this year may relocate to Kazakhstan.” (July 22), https://kz.kursiv.media/en/2022-07-22/about-40-companies-that-have-left-russia-this-year–may-relocate-to-kazakhstan/ (검색일: 2023.10.10).
  • TASS. 2023. “Kazakhstan’s export to Russia up to $4.93 bin. in 1H 2023 – statistics,” (Aug 16), https://www.tass.com/economy/1661339, (검색일: 2023.10.12).
  • Tengrinews. 2022. “Токаев поручил создать условия для релокации компаний, ушедших из России.” (14 июля), (https://tengrinews.kz/kazakhstan_news/tokaev-poruchil-sozdat-usloviya-relokat-sii-kompaniy-473113/ (검색일: 2023.10.9).
  • Uzdaily. 2021. “Узбекистан планирует довести объём експорта IT-услуг до $1 млрд.” (Dec 30), https://uzdaily.uz/ru/post/66262/ (검색일: 202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