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모든 곳에 있는 신(神)들과 공존하는 나라, 인도

현대 사회는 종교를 선택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이것을 인도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인도에서 종교는 어떤 종교를 갖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그들의 일상 생활양식이며 규범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와 같은 다양한 종교의 발상지이지만, 현재 인도 인구의 80%정도는 힌두교도로 구성된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각자가 믿는 신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어떤 모습으로든 함께 살아간다고 믿는다. 이러한 인도의 종교성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라는 막연한 이분법적 카테고리에 담아 둘 수 없는 독특하며 고매한 세계관을 탄생시켰다. 허나 동시에 종교적 이상이 다양한 사회 현실과 정치를 만났을 때 어떻게 변화 혹은 변질될 수 있는지, 그 명과 암을 모두 다 담고 있는 것이 인도종교의 현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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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란(다이쇼대)

인도는 고도의 정신적 유산을 구축했지만 현실에서의 빈부 격차는 여전히 크다. 최첨단 정보 기술을 구축한 나라이나, 그 발전만큼 높은 문맹률을 보인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은행 계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에서 디지털 결제가 가장 많은 나라로도 조사된다. 인도는 이렇듯 상반되는 측면을 모두 담고 있다. 이러한 인도의 변화무쌍함은 종교적 유산과 국가 정체성을 분리할 수 없다는 특징에서도 나타난다. 그 때문에 종교를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문화에서 볼 때 인도의 종교 문화는 생소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인도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던 이들은 인도 관광청의 슬로건 Incredible India를 듣고 무릎을 친다. 인도는 긍정적 측면에든 부정적 측면에든 분명 기존의 상식을 흔들어 놓는 놀라운(incredible) 나라이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인도의 종교는 어디에서 볼 수 없었던 놀라움을 주기도 하지만, 찬찬히 훑어보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상은 보편적이기에 인도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인도관광청 Incredible India의 로고
출처: 인도관광청

 

종교적 유산의 국가 브랜드화, 산스크리트 마을(Sanskrit-speaking Villages)

인도의 다양성은 언어에서도 드러난다. 인도인이 사용하는 모어(母語)의 수는 1천개가 넘는다. 그러니 하나의 언어를 국어(national language)로 정할 수 없어 힌디어와 영어를 공용어(official language)로 사용하며, 이 외에도 22개의 언어를 지정어로 규정한다. 여기에 더하여 구어와는 다르게 인도 종교 경전에서 사용된 산스크리트어라는, 인도유럽어에서 파생된 인도-아리안어족에 속하는 고전어가 존재한다. 이 언어를 지칭하는 원어 삼스크르탐(Saṃskṛtam)은 ‘온전하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을 지니며, 베다 시대부터 사용된 경전 언어라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브라민 사제 등과 같이 특별한 사원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익힐 수 없는 고급 언어이기도 하다. 불교와 자이나교처럼 인도의 정통 브라흐마니즘에 뿌리를 두지 않은 종교들도 초기 경전들은 지역의 통용어로 쓰였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의 경전은 산스크리트화(sanskritization) 된다는 점에서 종교에 관한 이 언어의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스크리트어는 인도 종교의 자부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경전의 언어라고 해서 이것이 일상의 의사소통 도구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0-11년에 걸쳐 시행된 인도 센서스(Census) 조사에서도 산스크리트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0.002%인 24,821명이라고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이 수치를 과거의 센서스 결과들과 비교해 보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1981년 조사에서는 6천 명대였지만, 1991년에 들어서면서 그 수는 5만 명을 조금 밑도는 수치로 수직 증가했고, 2001년에는 1만4천명대로 집계되었다. 즉, 근래 30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증가세는 근래에 산스크리트어 사용 마을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와도 결이 닿아 있어 보인다. 대표적인 산스크리트어 사용 마을로는 카르나타카(Karnataka) 주의 마투르(Mattur), 마드야 프라데쉬(Madhya Pradesh)의 지리(Jhiri)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보도는 힌두 민족주의의 고취를 위해 현 정부가 취하는 적극적인 태도, 예컨대 종교적 유산을 국가 브랜드화시키고자 한 움직임인 ‘세계 요가의 날’ 지정 등과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최근의 연구들은 오히려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산스크리트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며, 실제 그러한 마을에서 구어로서 사용되는 산스크리트어의 질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문해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McCartney 2022:103). 하지만 이 마을들의 존재 자체가 산스크리트의 현대적인 부활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전통 언어를 보존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기대심리 또한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1년 쿰브멜라 축제가 던진 질문
바라나시에서 찍힌 사두(sādhu)의 모습
출처: Wikipedia

쿰브멜라 축제는 온몸에 재를 바른 채 옷을 입지 않은 수만 명의 나가 사두(Naga sadhu)들이 선두에 서서 성스러운 강에 몸을 담그는 홀리딥(holy dip)으로 시작된다. 나가 사두(Naga Sadhu)는 쉬바신을 따르는 전통에 속해 있는데, 이들은 완전히 나체(naga)로 지내며, 특정 아카라(Akhara)1)라고 불리는 장소에서 그룹을 이뤄 수행한다. 이 나가 사두들이 주축이 되는 쿰브멜라(Kumbh mela)는 인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힌두축제로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9년에는 총 1억2천만 명이 참가했다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 최대의 종교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기원후 7세기경 인도를 방문한 중국의 구법승 현장(玄奘, 602-664)이 ‘강에 몸을 씻음으로써 정화하는 의식’을 보았다는 기록을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남겼을 정도로 이 정화 의례의 기원은 오래되었다. 힌두교 신자라면 쿰브멜라는 일생에 꼭 한번은 참여하기를 원하는 성스러운 순례여행으로 여겨진다. 비단 힌두교 신자가 아니라 이 순례의 현장에 참여하고자 세계 각국에서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있을 정도로 쿰브멜라는 인도를 만끽하는 평화로운 종교 행사로서도 홍보되어 왔다. 이 축제는 갠지스, 야무나, 사라스와티 강이 만나는 지점인 프라야그라즈(Prayagraj, 알라하바드)과 갠지스강 상류인 하리드와르(Haridwar), 그리고 고다바리강이 위치한 나식(Nashik)과 시프라강 유역의 우자인(Ujjain)의 네 군데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되기 때문에 한 곳을 기준으로 본다면 12년에 한 번씩 열리게 된다. 특별히 프라야그라즈와 하리드와르에서는 6년마다 아르드-쿰브멜라(Ardh-Kumbh mela)가 열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3년 주기로 규모가 다른 쿰브멜라가 열린다. 하지만 정확한 시기는 인도 점성학을 바탕으로 해 브리하스파티(Bṛhaspati, 목성)과 수리야(Sūrya, 태양), 그리고 찬드라(Candra, 달)의 위치에 따라서 정해진다.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에도 쿰브멜라가 하리드와르(Haridwar)에서 열렸다.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쿰브멜라가 개최된 것은 2010년이었으므로, 12년 주기라면 2022년에 개최되는 것이어야 했지만, 인도 점성학자들은 2021년이 ‘태양이 양자리로, 목성이 물병자리로’ 이동하는 때이기 때문에 축제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러한 천체 구도는 점성학적 도표와 달력 연도를 일치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83년을 주기로 한 번씩 돌아온다는 것이 날짜를 앞당긴 주요한 이유였다. 감염병 예방 전문가와 의학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방 정부와 하리드와르가 속한 우타르칸드(Uttarkhand) 주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였다. 우타르칸드(Uttarkhand) 주의 수상 라와트(Tirath Singh Rawat)는 ‘강가 여신의 축복으로 모든 질병이 치유되길 빈다’는 메시지와 함께 쿰브멜라 축제를 강행했고, 결국 인도의 코비드 상황이 최악의 정점을 찍게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다. 감염으로 인해 셀 수 없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 축제를 주재한 한 종교 지도자는 ‘죽음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우리는 전통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이 사태에 대해 타오르던 비판적인 목소리에 기름을 부었다.

 

인도의 최대 종교, 세계에서 세 번째 많은 신도수를 지닌 힌두교.

인도는 인더스문명의 발상지이자, 힌두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의 고유한 종교를 발생시켰고, 그 중 하나인 불교는 인도에서는 그 영향력을 잃었어도, 아시아를 넘어 전파되어 현재는 세계종교의 하나가 되었다. 서로 닮아 있는 듯 매우 다른 다양한 종교를 탄생시킨 데에는 인도 고유한 종교적 포용성이 토양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인도 종교를 대표하는 것은 힌두교이다. 힌두교는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약 세계 인구의 15%에 버금가는 약 13억 명이라는 신도수를 지닌다. 이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도를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이다.

힌두교의 대표적 삼신(trimūrti)은 세계의 창조, 유지, 파괴를 각각 담당한다고 알려지는 브라흐마(Brahmā), 비슈누(Viṣṇu), 쉬바(Śiva)이지만, 이 외에도 매우 다양한 신격이 존재하고 숭배된다. 기원전 1500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베다(veda)라 불리는 고대 전통에까지 원류가 거슬러 올라가는 힌두교는 그 긴 역사만큼이나 각기 종파에 따라 신에 대한 믿음과 태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단일신교(henotheism), 일신교(monotheism), 다신교(polytheism), 만유신론(panentheism), 범신론(pantheism), 교체신교(kathenotheism) 등의 면모를 일부씩 포함하고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힌두교의 신격은 천상에 사는 초월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개별적인 형상을 완전히 넘어선 우주적 질서와 원리 자체로서 이해될 수도 있다.

힌두교에서는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목적(puruṣārtha)’을 아르타(artha, 부, 경제적 풍요)와 카마(kāma, 욕망, 애정, 심리적 만족), 다르마(dharma, 정의, 질서)와 목샤(mokṣa, 해탈, 종교적 가치)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논한다. 이 중에서 세속적인 목적인 아르타와 카마를 바르게 달성하기 위해서 기준이 되는 다르마(정의)가 옳게 서 있어야 하므로, 다르마는 이들보다 상위의 것으로 중요하게 취급된다. 나아가 ‘행위’라는 뜻의 카르마(karma, 業)를 통한 인과(因果)의 법칙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그 결과로서 인간은 윤회를 하게 된다 믿는다. 그러므로 이 윤회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목샤(해탈)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최상의 목표로서 설정된다. 다시 말해 인도종교는 종교적인 지고한 목적을 상정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속적인 삶의 가치와 목표 또한 인정, 혹은 긍정한다.

 

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사람들

2021년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응답자의 90%이상은 신을 믿는다고 답했는데, 이러한 견해는 성별이나, 교육 수준 등과 상관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믿음의 정도에 대해 물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에 대해 ‘확실한’ 믿음이 있다고 답했다. 신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불교도나 유일신을 숭상하는 이슬람교도 등을 제외하면 힌두교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믿는 각각의 신이 궁극적으로는 유일하나 세상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태도는 붓다를 비수뉴의 화신(avatāra) 중 하나로 포섭하는 사상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힌두교도들은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신으로 쉬바(Śiva)를 꼽았고, 그 뒤를 하누만(Hanuman), 가네샤(Gaṇeśa), 락슈미(Lakṣmī), 크리슈나(Kṛṣṇa), 칼리(Kālī) 등이 이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서인도는 쉬바보다 가네샤를 더 친근하게, 인도의 동북지역은 크리슈나를, 남인도의 힌두교도들은 무루간(Murugan)처럼 타밀 지역에 기원한 신을 꼽았다.

 

쉬바를 따르는 이들의 한 단면, 아고리(Aghori)

종파에 상관없이 세속을 떠나 종교적 이상을 실행하는 힌두 수행자들을 사두(sādhu)라고 총칭한다. 그 중 머리에 자타(jaṭa)라고 하는 두껍게 꼰 머리를 하고 반나체로 수행하는 고행자의 이미지는 특히 쉬바 신과 관련이 있다. 쉬바는 히말라야 산맥의 봉우리 카일라스 산에서 고행하는 신으로, 커다란 바수키(Vāsuki)라는 뱀을 목에 감고, 두껍게 꼰 머리털 사이에 초승달을 걸고 있다. 그리고 그 틀어 올린 머리 안에는 천상에서 흘러 내려온 성스러운 강가(Gaṅgā) 강이 담겨 있다고 묘사된다. 이런 신화적 내러티브는 인도의 성스러운 강의 원천으로서 카일라스를 신성시 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삼지창과 다마루(ḍamaru)라는 작은 북을 손에 쥐고, 화장터에서 머무르며, 재를 뒤집어 쓴 채 수행하는 고행자로서 그려진다. 이러한 쉬바 신을 따르는 전통을 샤이바(Śaiva)라고 하는데, 이에 속한 현대의 힌두 수행자들은 흡사 쉬바신같은 모습을 한 채 평생 어떤 소유물도 지니지 않고 금욕 수행을 한다.

아고리(Aghori) 수행자. 19세기경 바라나시에서 촬영된 수행자의 모습이다.
출처: Wikimedia

그 가운데에서도 북인도 지역의 아고리(Aghori)라고 불리는 수행자 집단은 그 극단적인 요소 때문에 주목을 받기도 한다. ‘두려움이 없는’이라는 뜻의 아고라(aghora)에서 파생되어 ‘두려움이 없는 자’라는 의미를 지닌 이 수행 집단은 해골을 지닌 자라는 뜻의 카팔리카(Kāpālika)라는 고대 샤이바 전통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지만, 실질적으로는 17세기의 바바 키나람(Baba Keenaram)이라는 샤이바 수행자가 창시자로서 여겨진다. 대게 인욕을 먹는 식인종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해외 토픽에 소개되기도 하는데, 이는 일부의 현상으로 살생을 하거나 타인을 해치는 위협적인 행위와는 관련이 없다. 화장을 끝내고 미처 다 타지 않은 시신 일부가 강에 떠다니는 것을 취하는 경우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아고라 전통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행위는 아니다. 그리고, 아고리들이 기본적으로 죽음을 마주하고 초월하기 위해 화장터 주변에서 평생 지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탁발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의 일반적 수행은 사후 의례와 관련되어 있고, 치병의 힘을 지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터부시되는 사회적 관습을 초월하려는 아고리의 수행에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이 신의 발현임을 체득하고자 하는 종교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현세적인 입장에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인도인들이 추구하는 종교의 가치는 분명 극단적이거나 혹은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다. 아고리의 수는 전체 샤이바 수행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가하다. 하지만 인도에서 종교적인 목적으로 온전히 수행자의 삶을 사는 사두의 수는 약 4~5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들은 성스러운 이들로서 큰 존경을 받는다. 세속적 가치가 지니는 유한성에 반향을 일으키는 종교적 가치라도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인도 종교의 양가적 면모, 변화 속의 정체성

인도의 종교 구성 비율은 시간에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 예로 힌두교도들의 출산율이 줄고 증가세가 완화되는 데에 비해 이슬람교도의 출산율과 증가세는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2015년 인도 인구의 15%인 무슬림 인구가 2060년에 19%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이로써 인도 무슬림 인구는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인구를 넘어서게 된다고 전망한다.

인구의 수만큼 신이 존재한다는 말로 수사되는 인도의 종교도 그러한 믿음을 섬기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그 수명 또한 함께 사그라들 것이다. 하지만 여러 변화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인도 종교의 독자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특징은 크게 달라지는 일 또한 쉽게 일어나지 않을 듯싶다. 일상에서는 갖가지 이유와 목적에 맞춰 다양한 신을 섬기고 숭배하지만, 편재하는 만물을 절대적 원리로 소급시키는 인도 종교의 양가적인 성격은 비단 종교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하바라타> 자나메자야 왕의 제사 장면
출처: Wikimedia

인도의 유구한 역사만큼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는 자나메자야(Janamejaya) 왕에게 현자 바이샴파야나(Vaiśampāyana)가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라타 중에서도 황소[같은 최고의 왕]이시여!
[삶의 추구 목적인] 다르마와 아르타, 카마와 목샤와 관련한 것은
그 무엇이든 여기 [마하바라타]에 있을 것이며,
여기에 없는 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dharme cārthe ca kāme ca mokṣe ca bharatarṣabha |
yad ihāsti tad anyatra yan nehāsti na kutracit |)

 

저자소개

방정란(junglan.bang@gmail.com)은
독일 함부르크(Hamburg) 대학교에서 고전인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로버트 호(Robert Ho) 재단의 박사후 펠로우를 거쳐 현재 일본 다이쇼(大正) 대학교 종합불교연구소(綜合仏教研究所) 소속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인도의 탄트라 전통을 문헌학과 사본 연구를 통해 진행하고, 샤이바(Śaiva)와 밀교(Vajrayāna) 분야 관련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1) 아카라(Akhara) 혹은 아카다(Akhada)는 인도 무술이나 종교 전통에서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수행하는 장소를 일컫는 말로, 힌두교의 다양한 수행자들은 특정 아카라에 속해 일정 기간 동안 수행 기간을 거쳐 사두로서의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참고문헌

  • McCartney, P.S.D. 2022. “‘Sanskrit-Speaking’ Villages, Faith-Based Development and the Indian Census.” Bhasha 1(1), 77-110.
  • McCartney, Patrick. 2020. “Searching for Sanskrit Speakers in the Indian Census”
    https://thewire.in/culture/india-census-sanskrit (검색일: 2023. 6. 12)
  • Pew Research Center. 2021. “12. Beliefs about God”
    https://www.pewresearch.org/religion/2021/06/29/beliefs-about-god-in-india/#fnref-35283-23 (검색일: 2023. 6. 12)
  • Sengupta, Shuddhabrata. 2021. “Kumbh 2021: Astrology, Mortality and the Indifference to Life of Leaders and Stars”
    https://thewire.in/government/kumbh-2021-astrology-mortality-and-the-indifference-to-life-of-leaders-and-stars (검색일: 2023. 6. 12)
  • Sharma, Arvind. 2002. “On Hindu, Hinustān, Hindusim and Hindutva.” Numen 49 (1),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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