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일본 트랜스젠더*의 여러 얼굴

일본은 고대부터 꾸준하게 다양한 젠더 크로싱의 기록이 발견되지만, 근대에 이성애와 성별이분법이 강화되면서 젠더크로싱은 변태성욕이라는 이름으로 비정상의 영역으로 밀려난다. 전후 1980년대까지 유흥과 예능의 영역에서 두드러진 여장남성이나 여성스러운 남성 동성애자의 모습이 성소수자를 대표하면서, 화려하고 특이하면서 일상과는 괴리된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겨났다. 한편 1990년대 말 이후 트랜스젠더를 ‘장애, 질환’으로 보는 성동일성장해 담론으로 인해 주류사회의 동정과 수용이 증가하였다. 트랜스젠더가 보다 일상적인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고, 일부 의료 트랜지션과 법적 성별정정이 가능해졌지만 트랜스젠더는 병리화된 존재로 비정상의 영역에 머물게 되었다. 일본의 트랜스젠더들은 2010년대 후반 국제사회에서의 트랜스젠더 비병리화 움직임에 발맞추어, 성별정정에 대한 법률 개선과 함께 트랜스젠더를 동일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중하고 대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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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명지대학교)

일본 문화의 성의 다양성과 젠더 크로싱

일본의 도시공간에서 쉽게 눈에 띄는 ‘풍속’업소(성산업), 편의점이나 전철에서 무심하게 성인만화나 잡지를 읽는 출퇴근객, 배우가 자신의 반대 성별을 연기하는 전통예술 가부키와 현대가극 다카라즈카, TV에 등장하는 여장남성 연예인들, 어덜트 비디오와 BL(Boy’s Love) 등의 하위문화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성의 표현과 실천이 자유분방한 나라라는 인상을 준다. 이것이 반드시 성소수자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성애와 성별이분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존재와 실천의 기록은 일본 역사를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크로싱의 흔적은 종교, 예술, 유흥의 영역에서 발견된다. <일본서기>와 <고사기>에는 여장을 하고 적을 물리치는 신화적 영웅이 등장하고, 무녀의 복장을 하고 의례를 치른 남성의 존재는 고고학적, 역사적 기록에서도 발견된다. 헤이안 시대(8~12세기)의 예능 시라뵤우시(白拍子)는 여성 무용수가 남장 차림으로 춤을 추고, 무로마치(14~16세기) 시대의 노(能)에서 남성 배우가 여성을 연기하였다. 대표적인 전통예술 가부키는, 17세기에 전원 여성으로 이루어진 온나가부키(女歌舞伎), 소년이 여성을 연기하는 와카슈가부키(若衆歌舞伎)를 거쳐 성인남성이 연기하는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정교한 화장과 옷차림, 여성스러운 말투와 몸놀림을 하고 무대 밖에서도 여장을 하고 생활하기도 했던 가부키의 온나가타(女形)는, 도쿠가와 시대의 지식인들이 여성다움의 전범으로 칭송하며 여성들이 본받을 것을 권장할 정도였다(Robertson 1998). 한편, 유곽이나 숙박업소, 찻집 같은 유흥, 접객의 공간에는 여장을 하고 남성을 상대로 접대를 하거나 가무, 성을 파는 가게마(陰間)라는 여장 남성들이 있었다.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다양했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가졌거나 실천을 하는 남성들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존재했던 셈이다. (三橋 2003a)

가부키 온나가타
출처: Hankyu Culture Foundation
와카슈 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하는 소년들
출처: https://paradjanov.biz/art/favorite_art/favorites_j/8919/

 

근대 이후 강화된 성규범과 ‘변태성욕’의 등장

이성애나 성별이분법 바깥의 실천을 금기시하지 않던 일본 사회에서 동성애나 이성장(異性装)을 문제시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기에 들어서이다. 서구 근대국가를 모델로 광범위한 개혁을 실시하면서, ‘문명국가답지 않은’ 풍습은 개량과 교정의 대상이 되었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수입된 성과학(sexology)은 ‘정상적인 성’과 ‘비정상적인 성’을 구분했다. 에도시대에 사무라이들의 고양된 관계로 여겨지던 남성동성애는 폄하되고 금지되었다. 가부키에서도 성적인 내용을 제거하고, 온나가타의 여장은 무대에서만 허용하게 되었다(三橋 2003b). 1914년 시작된 여성가극단 다카라즈카에는 남장여성배우 오토코야쿠(男役)가 등장하지만, 혼성 배우간의 문란한 관계를 예방한다는 명목과, 애국적인 내용과 남녀간의 낭만적인 사랑을 주된 내용으로 삼는 건전한 예술임을 표방함으로서 도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Robertson 1998).

1934년 다카라즈카의 오토코야쿠와 무스메야쿠 배우
출처: wikiwand

여장 등의 젠더크로싱은 ‘변태성욕’, ’성도착’으로 불리며 비정상적인 섹슈얼리티의 영역으로 이해되어 음지로 밀려났다. 1920년대에 ‘에로 구로 난센스’(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라는 하위문화 속에서 변태성욕을 다루는 잡지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태성욕 하위문화는 성과학과 주류 남성의 관점에서 ‘비정상인 성’을 관음적인 태도로 다루었지만, 한편 당사자들이 잡지를 소비하거나 투고하고, 취재대상이 되는 방식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 표현을 하며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유지되었던 셈이다. 변태성욕에 대한 관심은 전시체제에서 얼어붙었다가 전후에 ‘카스토리잡지’ (카스토리는 싸구려 밀주를 의미)로 이어졌다. (Ishida et al. 2005)

 

전후 유흥과 예능에서의 여장남성

패전 직후 일본에서는 대도시의 사카리바(盛り場:번화가, 환락가)를 중심으로 암시장과 함께 풍속업(성산업), 유흥업이 되살아났다. 여기에는 근세의 가게마처럼 여장을 하고 접객이나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한편 1950년대 중반 신주쿠에는 여장은 아니지만 화장을 하고 몸짓이나 말투가 여성적인 미소년 ‘게이 보이’들이 남성 고객을 상대로 공연을 하거나 함께 차를 마시고, 연애 (사실상 성매매)를 하기도 하는 ‘게이 바’가 나타났다. (McLelland 2005)

이 중에는 주류의 예술과 대중문화에 진출해서 성공한 인물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와 아키히로(三輪明宏)이다. 1950년대부터 게이 바와 캬바레 등에서 샹송가수로 활동하며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했던 미와는 1960년대부터는 영화에 종종 여성 캐릭터로 출연하였고,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와의 로맨스로도 화제가 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싱어송라이터, 배우, 성우, 저술가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왔고, 문화예술에 대한 일생의 공헌을 인정받아 2021년에는 NHK방송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미카와 켄이치, 쌍둥이 형제인 오스기와 피코 등 여성적인 말투와 태도의 오네계(オネエ系)(2) 연예인이 이 6, 70년대부터 활동해 왔다. 1980년대에는 ‘뉴 하프’(3)가 유흥업이나 방송 예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남성으로 태어났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성형과 호르몬 요법으로 여성다움을 극대화시킨 외모를 하고, 화려한 화장과 관능적인 옷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젊은 시절의 미와 아키히로
출처: Wikimedia commons
미시마 유키오와 미와 아키히로가 출연한 1968년 영화 <검은 도마뱀>(黒蜥蝪). 각본을 쓴 미시마는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의 동명소설을 미와 아키히로의 배역에 맞게 각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 amazon
<시스터 & 시스터>라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오스기와 피코 형제
출처:  https://biz-journal.jp/2022/05/post_294744.html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방송인인 IKKO 의 저서 <여자의 법칙>
출처: amazon

이렇게 화려한 여장 남성, 오네계, 뉴 하프 연예인들의 존재는 MtF (Male to Female: 남성의 신체로 타고났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가졌거나 혹은 성별표현을 하는 사람)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예능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했지만, 유흥이나 풍속업에 종사하는 도덕이나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 화려한 연예계에 어울리지만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괴리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지속시켰다. 또한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동성애자)”라는 성적 지향과 “여자 같은 남자(트랜스젠더)”라는 젠더 표현은 오랫동안 동일시되었다. 50년대의 ‘게이 보이’ 처럼, 남성동성애자를 가리키는 속어인 ‘오카마’는 종종 여장 남성에게도 구분없이 사용되었다.

남성의 여장이나 MtF가 과다대표되면서 이 때문에 여성적이지 않은 남성동성애자, 여성동성애자, FtM 트랜스젠더 (Female to Male: 여성의 신체로 태어났지만 남성의 정체성을 가졌거나 젠더표현을 하는 사람) 등 다른 모습의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남장여성 혹은 FtM 트랜스젠더는 가려진 존재였다. 하지만 신분을 엄격하게 확인하지 않는 저학력, 저임금의 남성 일자리에서는 여성이 남장을 하고 취업을 하는 경우가 언제나 흔했다고 전해진다. 경제적 필요성 때문이든, 성별정체성 혹은 성적지향 때문이었든, 남장 여성들은 남성 사이로 스며들어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오카마의 반대 의미로 남장 여성, 혹은 여성과 관계를 맺는 여성을 의미하는 ‘오나베’라는 용어가 존재했지만, 남장 여성들이 여성을 접대하는 오나베 바 등 극히 제한된 하위문화를 제외하고는 드러나지 않았다.

 

‘성동일성장해’의 부상: ‘장애’로서의 트랜스젠더

1990년대에는 해외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LGBT라는 개념이 소개되었지만, 성소수자 운동을 넘어선 일반에게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의료적, 사회적, 법적 변화가 두드러진 것은 1990년대 말 이후이다. 1997년에는 ‘성동일성장해(gender identity disorder, GID)’(4) 환자의 치료를 둘러싸고 의학계의 논의가 진행되었고, 1998년에 공식적으로는 일본 최초의 성별적합수술 (SRS: sex reassignment surgery)이 실시되었다. ’성동일성장해’라는 진단은 트랜스젠더를 신체와 정신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정신과적 질병 혹은 장애로서 의료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과거의 ‘성전환수술’이 성매매 같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어 불법화된 것에 반해, ‘성별적합수술’이란 몸과 정신의 성별을 일치시킴(‘성별적합’)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의료적, 윤리적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2001년 인기드라마 <3학년 B반 긴파치 선생>(5)에 성동일성장해 환자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트랜스젠더는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의 상상력 안에 들어왔다. FtM ‘여중생’ 캐릭터 츠루모토 나오는 트랜스젠더 작가이자 활동가인 토라이 마사에의 자서전과 자문에 근거하여 쓰여졌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는 성별로 일상을 살아가는 고통을 디테일하게 보여주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2년에는 경정(스피드보트 레이스) 여성선수인 안도 치나츠(安藤千夏)가 FtM으로서 커밍아웃하고, 트랜지션 후 안도 히로마사(安藤大将)라는 이름으로 남성 선수로 일본경정협회에 재등록함으로서 화제가 되었다. 선수의 성별이 경기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정 종목의 특성상 안도의 성별변경과 선수재등록이 큰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2003년에는 트랜스 여성인 카미카와 아야(上川あや)가 도쿄 세타가야구의 구의회 의원 선거에서 성동일성장해임을 공표하고 입후보하여 당선되었다. (虎井 2003)

<3학년 B반 긴파치 선생>의 성동일성장해 캐릭터 츠루모토 나오
출처:  TBS
경정선수 안도 히로마사의 자서전 <치마를 입은 소년>
출처: amazon

집단적으로 호적상의 성별정정신청을 하거나,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책을 출판하고, 시위나 언론을 통해 호적 성별정정과 GID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등 당사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유흥업이나 예능에 종사하며 일상생활과 괴리되어 보이던 전 세대 트랜스젠더와 달리, 이들은 교사, 학생, 작가, 사무원 등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존재로서 남녀로 성역할이 엄격하게 분리된 일본사회에서 성별위화감으로 학교, 직장, 병원, 화장실등 일상의 공간에서 겪은 장벽과 고통에 대해 호소하였다. 그 결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과 지지가 확산되었다. 2003년에는 ‘성동일성장해자의 성별 취급의 특례에 관한 법률’ (이후 특례법)이 통과되었고, 일정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호적상의 성별을 정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 열렸다. 트랜스젠더는 장애나 병이라는 인식, 성별위화감으로 겪는 고통은 인권의 문제라는 해석이 역설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수용을 가능하게 한 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반드시 긍정적인 변화만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신체나 주변의 대우에 위화감을 강하게 느끼며, 성기를 포함한 전신성형을 희망하는 사람들, 특례법의 성별정정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수술자격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신체위화감이 강하지 않은 사람, 남녀의 특정 성별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 등 미디어의 고정관념이나 의료, 법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수많은 트랜스젠더 개인들이 배제되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장애인, 정신질환자임을 증명해야지만 신체와 정신의 성별, 법적 성별을 일치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을 ‘비정상적이고,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LGBT의 T’: 병리화를 넘어선 트랜스젠더의 권리 추구

트랜스젠더를 장애로 보는 시선을 넘어 ‘LGBT의 T(트랜스젠더)’로서 온전한 권리를 추구하는 성소수자 운동은 2018년 국제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비병리화(6) 움직임과 맞물려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0년대 학교나 기업등의 조직문화에서 ‘다양성과 포용’ 담론과 맞물려 성과를  이루었고, 지자체 수준의 성소수자 포용 정책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트랜스젠더 구의원 카미카와는 2003년 당선 이후 현재까지 5선 의원으로 활동하며 동성파트너쉽 등록제도(7), 서류에 불필요한 성별란 제거 등 자신의 지역구에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살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사이타마 현 이루마시 시의회의원에 FtM 트랜스젠더 호소다 토모야(細田ともや)가 당선되었다.

2021년에는 MtF 중학생이 교복의 성별구분을 없애달라고 도쿄도의 교육위원회에 진정한 것을 계기로, 도쿄 에도가와구의 1/3 이상의 학교가 성별과 무관하게 바지와 치마 원하는 스타일을 착용할 수 있는 ‘젠더리스 교복’을 채택하였다(8). 남녀교복이 시대착오적이고 남녀의 성별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고 생각하는 학생, 학부모, 교육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반겼다. 화장실 표식에서 남녀 색깔구분을 없애거나, 출석부를 남녀구분 없이 이름 순서대로 기재하는 등, 작지만 습관적으로 행해져온 무의미한 남녀구분을 없앤 학교들도 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문제제기로 촉발되었지만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폭넓게 적용되게 된 변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WHO의 트랜스젠더 탈병리화 결정에 따라 성동일성장해라는 틀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특례법에서 성별정정요건 중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반대 성별의 성기 수술을 받을 것, 성년이면서 미성년의 자녀가 없을 것 등은 당사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스기야마 후미노(杉山文野)의 사례는 이러한 특례법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여성으로 태어난 스기야마는 20대까지 일본대표 펜싱선수로 활동하였으나, 2006년 FtM으로서 커밍아웃하고 2012년부터는 도쿄 레인보우 퍼레이드의 이사로 활동하며 일본 성소수자운동의 대표적인 얼굴로 알려져 있다. 스기야마는 탑수술(가슴 절제)과 호르몬 요법으로 수염이 자라 외모는 남성으로 보이지만, 자궁과 난소 적출을 하지 않아서 호적상 성별은 여성이다. 2019년 스기야마와 여성파트너는 게이 지인에게 정자 제공을 받아 파트너가 첫 아이를 출산하였고, 2021년에는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9). 엄마, 아빠, 두 아이라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은 일본에서 스기야마는 파트너와 결혼할 수 없고, 자녀들과의 법적인 관계도 증명할 수 없다. 2021년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도쿄 올림픽을 기해 스기야마를 이사로 임명하면서 여성으로 발표하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10). 젠더다양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이해 부족으로 그 취지를 완전히 살리지 못한 셈이다.

스기야마 후미노의 아이들
출처: Benesse

21세기의 일본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사회 진출이나 사회적, 법적 권리보장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지만, 트랜스젠더를 장애나 질병,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고, 일상에서의 몰이해나 차별 역시 남아 있다. 가족이나 주변과의 갈등은 물론, 교복, 여행 등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성별구분 때문에 등교에 어려움을 겪는 트랜스젠더 청소년도 있으며, 외모와 법적인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의료나 선거 등에서 배제되고, 성동일성장해 진단서를 받았어도 이성의 복장을 이유로 해고하는 등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트랜스젠더들이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들과 당사자들은 세계의 변화에 발맞추어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대화가 촉발되고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자소개

조수미(sumic@mju.ac.kr)는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이다. 미시건대학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일본 오사카에서의 오키나와 민속예능의 실천을 둘러싼 정체성과 차이의 정치에 대하여 박사논문을 작성하였다. 일본과 한국의 소수자 정치, 종족문제, 디아스포라, 젠더 등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특히 축제와 예술, 미디어 등 문화적 수단을 통한 소수자 운동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퀴어문화축제를 중심으로 한국의 성소수자의 현황과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성소수자 혐오를 넘어 인권의 확장으로』(공저, 2019)등의 저서와 “퀴어문화축제 공간의 상징과 의례”(2019) 이외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 현재 통용되는 ‘트랜스젠더’라는 표현은 좁은 의미에서는 출생시의 신체를 기준으로 한 지정성별과 자신의 성별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이고, 지구상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시기에 등장하는 젠더와 관련한 믿음이나 실천, 관습을 표현하는 데는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다른 문화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최근까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성별표현을 혼동하거나, 비규범적인 성적 지향과 실천, 성별정체성이 한 집단에 혼재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성별정체성 뿐 아니라, 젠더크로싱(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과 표현)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트랜스젠더 개념을 사용하고자 한다.

(2) ‘오카마’는 남성동성애자를 의미하지만 여장남성, 외모나 말투, 몸짓이 여성적인 남성에게도 구분없이 사용된다. ‘오네계’란 일부 남성동성애자들이 쓰는 여성어와 매너리즘인 오네고(オネエ語)를 사용하는 여성적인 남성 연예인을 지칭한다.

(3) 원래 ‘하프’란 일본인과 비아시아계 외국인의 자녀를 지칭하는 말로서, ‘남성과 여성의 중간’이라는 의미에서 ‘뉴 하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4) 한국에서는 성주체성장애로 번역된다.

(5) 학원드라마 <긴파치 선생>은 1979년부터 2011년까지 수 차례 방영되면서, 학업의 부담, 십대의 임신, 자살, 등교거부 등 청소년의 다양한 고민을 드라마에 녹여내었다.

(6) 세계보건기구(WHO)는 1990년대 발간한 국제질병분류 제10판에 성주체성장애(GID), 성전환증(transsexualism)으로 기재되어 있던 트랜스젠더를 2018년 발간한 제11판에서 정신 및 행동장애의 항목에서 삭제하였다. 대신 ‘성별불일치(gender incongruence)’를 성건강 항목으로 옮기게 되었다.

(7)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에 동성 커플로 등록하면 지자체가 결혼한 부부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의료, 복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일본의 도도부현 47개 자치단체에서 관련조항을 두고 있다.

(8) _____, 2021, 「“ジェンダーレス制服”導入広がる 学校の「男女分け」に苦しむ生徒も」NHK、(11,19) (https://www.nhk.or.jp/shutoken/wr/20211119gg.html 검색일 2022. 8. 27)

(9) _____, 2019「トランスジェンダーの僕が、赤ちゃんを授かるまで」、たまひよ、(2.20)
https://st.benesse.ne.jp/ninshin/content/?id=35599 검색일 2022. 8. 27); _____, 2019「トランスジェンダー、ゲイ、ママ「親3人の育児」始めました」、たまひよ、(2.24) (https://st.benesse.ne.jp/ikuji/content/?id=35613, 검색일 2022. 8. 27) ; _____, 2021, 「「願うことすらしない未来だった」元女子高生トランスパパ、子2人、親3人、ジジババ6人でするチーム育児」 たまひよ、(3.29) https://st.benesse.ne.jp/ikuji/content/?id=100518

(10) _____, 2021, “日올림픽위, 트랜스젠더 선수 이사로 임명했지만… 태어난 성별로 분류 논란” , 한국일보 (6.2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2710580003193, 검색일 2022. 9. 15)

 


참고문헌

  • Robertson, Jennifer. 1998. Takarazuka: Sexual Politics and Popular Culture in Japan.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Ishida, Hiroshi, Mark McLelland and Takanori Murakami, 2005, “The Origins of ‘Queer Studies’ in Postwar Japan”, Mark McLelland and Romit Dasgupta (eds), Genders. Transgenders and Sexualities in Japan. London: Routledge.
  • McLelland, Mark. 2005. Queer Japan from the Pacific War to the Internet Age. Lanham: Rowman and Littlefiled.
  • 虎井まさ衛、2003、『語り継ぐトランスジェンダー史:性同一性障害の現在・過去・未来』、東京:十月舎
  • 三橋順子 2003a、「日本トランスジェンダーの略史(その1)-古代~中世社会における神性」、 米沢泉美(編)『トランスケンダリズム宣言:性別の自己決定権と多様な性の肯定』、東京:社会批評社
  • 三橋順子 2003b、 日本トランスジェンダーの略史(その2)-戦後の新展開」、 米沢泉美(編)『トランスケンダリズム宣言:性別の自己決定権と多様な性の肯定』、東京:社会批評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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