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노동자들의 미래를 향한 여정에 코로나-19는 어느 방향으로 가속도를 더해 줄 것인가?

코로나-19 전염병과 봉쇄의 이중 충격을 맞은 인도 노동시장의 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공식노동 분야에 편입된 대다수의 노동자들, 특히 임시직을 전전하는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봉쇄를 계기로 폭발적 위기를 맞고 말았다. 대탈출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벌어졌고, 다양한 대응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위기는 이미 1980년대부터 인도에서 진행형이었고, 수사적인 표현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은 인도 정부의 장기 전략은 미래의 방향 설정에서 일관성이 결여된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다. 통계치의 뒤에 숨은 인간적인 비극과 정치적 수사에 덮여 있는 내막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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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코로나19 봉쇄령에 귀향하는 노동자들
출처: 연합뉴스

강성용(서울대학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쁜 상황이면 다행인가?

2020년 1월 말 인도 께랄라 주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서 2월 3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3월 2일에는 수도 델리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11월 19일 현재 8,960,098명의 확진자(백만명당 발생률 6,493명; 대한민국의 경우 578명)가 나왔고 8,383,602명의 완치자와 함께 131,639명의 사망자(치명률 1.5%; 대한민국의 경우 1.68%)가 희생되었다.[1] 전반적인 수치로만 보더라도 미국에 이어 2위에 이르는 수치이고 다양한 면에서 동원가능한 자원이 부족한 인도에게는 너무나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신규 확진자 발생이 9월 정점에 이른 이후 조금씩 안정세를 보이면서 최악의 상황을 넘기고 있다고 보이지만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심각한 상황이어서 위기를 벗어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보인다.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 (2020/12/17 현재)
출처: worldometers.info

이러한 추세에 따라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11월에 인도 GDP 기존 예측치 -9.6%를 -8.9%로 상향조정하고, 2021년 전망치 또한 8.1%에서 8.6%로 상향조정하였다.[2] 하지만 미비한 의료 인프라가 마비에 가까운 상황인 것은 물론이고, 인도가 40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만으로도 현재 상황의 심각성은 강하게 우리에게 와 닿는다. 이 상황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에 대한 판단 척도는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다. 총 확진자 수가 미국에 이어 2위라지만, 코로나-19 사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을 좀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척도는 그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비를 벌어 살아가는 노동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인도에서 코로나 대유행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에 다가가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인도 정부의 대응과 전망을 표면적인 수사와 정치적 논란이 아니라, 그 내막과 장기적 전망 안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탈출, 15살 소녀의 Tour de l’Inde

3월 25일 인도정부는 전국적인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경제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하지만 상황파악이나 구체적인 준비가 부족했던 깜짝 발표는 대도시에서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채로 저임금 노동을 하면서 인도의 경제를 실제로 떠받치고 있던 수많은 인도 국내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을 한계 상황에 몰아넣었다. 우선 봉쇄령에 맞게 격리되어 생활할 수 있는 생활공간의 확보 자체가 불가능하고, 하루하루의 먹거리에서 여분을 갖출 수도 없는 이들에게 봉쇄조치는 생존을 위한 탈출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인도의 대도시들마다 도시를 탈출하려는 행렬이 이어졌고, 인도가 분할독립 당시에 겪었던 피난민 행렬 이후 최대의 난민행렬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픈 아버지를 자전거에 싣고 1,200km를 일주일간 달려서 델리를 탈출해 고향 다르방가에 도착한 15살 소녀, 죠띠 꾸마리(Jyoti Kumari)의 이야기는 감동이라기보다 비극의 현실감을 전해준다. 5월 10일 500루피(≑ 7,500원)에 마련한 자전거로 시작된 여행은 16일 저녁에 고향에 도착하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델리 봉쇄 이후 빌려서 영업하던 릭샤(rickshaw)를 반납한 아버지는 돈을 벌 수 없었고, 가진 돈이 총 600루피이던 부녀에게 방세를 지불하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결국 목숨을 건 낙향은 유일한 선택지였다. 야간에도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있는 주유소에서 쉬어 가면서 똑같은 처지의 고향길에 오른 난민들을 위한 쉼터에서 배를 채워야 했다. 어느 순간이라도 뒤에서 달려드는 자동차에 죽을 수도 있었고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고향에 도착한 소녀는 도리어 길이 온통 고향으로 가는 난민들로 가득해서 무섭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죠띠 꾸마리가 고향 마을 근처에 가서 어머니에게 밤에는 고향 마을에 도착하겠다고 연락을 했을 때, 당시 씨르훌리(Sirhulli)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외부인의 진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는 죠띠 꾸마리에게 외할머니의 집으로 가라고 권했는데, 우연히 몇몇 고향 출신의 사람들이 트럭을 타고 마을로 돌아오는 일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그 사람들의 마을 진입을 막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 죠띠 꾸마리는 고향 마을에 아버지와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죠띠 꾸마리가 Indian Bank 직원으로부터 후원금을 전달받고 있다.
출처: Indian Bank 트위터 (twitter.com/MyIndianBank)

그런데 이후 상당수의 지역 정치인들이 이 이야기를 미담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편승하기 위해 소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소녀를 학교에 보내 주겠노라 공언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마침내 인도 국가대표 자전거 팀에 이 소녀를 스카웃하겠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 소녀가 거의 투르 더 프랑스(Tour de France)에 비견할 만한 거리를 달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 소녀는 스카웃 제안을 결국 거절했다. 이 소녀의 사례는 비공식노동시장(informal labor market)에 편입된 하층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물론이고, 국가의 코로나 대응이 보여준 비현실성과 다양한 주체들의 각자도생을 향한 반응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도의 부족한 가용자원을 가지고 이루어진 모든 코로나 대응이 실패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표적인 성공의 사례로 아시아 최대의 슬럼가로 유명한 뭄바이에 있는 다라비(Dharavi)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대규모 인력의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추적과 검사 시행은 물론이고 현지 주민들과의 성공적인 공조체제 구축에 성공하면서 인도에서도 최악으로 꼽을 수 있는 환경에서 최선이라고 할 만한 결과를 얻어낸 성공적인 대응의 예로 다라비 사례를 꼽을 수 있다.(Golechha 2020)

하지만 사람들의 이주를 간단하게 통제할 수 있고, 사람들의 공간적인 이동을 막는 것으로 코로나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내려진 봉쇄조치는 (Khanna 2020: 182) 다중적인 문제들을 야기했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사람들의 구원요청 사례를 수집한 시민단체(SWAN, Stranded Workers Action Network)의 보수적으로 작성된 불완전한 통계치만 보더라도 잘못된 정책결정이 만든 비극의 규모를 볼 수 있다. 대탈출의 혼란에 닥쳐 즉흥적으로 조직된 시민단체, SWAN이 구조요청을 받은 경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중에 돈이 전혀 없고 남은 식량이 하루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구조 요청자들의 약 50%에 이른다.(Adhikari 2020)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주노동자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만한 자료를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시민단체 SWAN에서 수집한 구조요청을 근거로 발이 묶인 이주노동자들의 분포
출처: Adhikari 2020

그리고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도시외 지역으로의 탈출은 코로나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주노동자 대탈출 사태의 초기부터 제기되고 있었다. 인도 연방 내무장관 샤(Amit Shah)가 주 정부들에게 대규모 노동자 탈출을 막아 달라고 공식 요청을 제기한 것이 이미 3월 28일이었다.

 

인도 노동시장의 현실과 구조

인도 정부가 초기 대응에서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요소로 남아 있던 인도의 비공식노동시장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서 중요하다. 인도의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가장 최근 자료인 정기 노동력 조사(Periodic Labor Force Surveys, PLFS) 2018-19에 근거해서 상황을 판단해 보면 현재의 상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전체 노동자의 24%는 임시직이고, 다른 24%만이 정기적인 임금을 지급받는 정규직 노동자 (Regular Wage Salaried, RWS)이고, 다른 52%는 자영업자이다. 52%의 자영업자들 중에서 95%는 혼자 일을 하거나 가족구성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고 고용주인 사업자의 비중은 5%이하이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 (RWS) 중 단 하나라도 사회보장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40.6%이지만 사회보장보험의 모든 혜택을 받는 비중은 17.7%에 그친다. 결론적으로 전체 노동자의 4.2%만이 실제로 사회보장보험의 혜택을 받는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보다 주목할 사실은 RWS 노동자의 42%는 인도 정부에서 2019년 1월 기준으로 제시한 최저임금(월 Rs 9,750 ≑ 146,500원)를 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노동자의 2.2%만이 3년 이상 기간의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3] 그런데 보다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GDP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 노동시장의 2011-12년 통계치와 2017-18년 통계치를 비교하면 일자리가 이미 66,000,000개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4] 이 시기에 GDP는 어쨌거나 성장을 하고 있었는데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인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라고 판단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인도에서 일자리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사실 이미 1980년대부터 현실화하고 있었다.(Anant et al. 2006: 239) 그리고 상황이 보다 암울해 보이는 것은 2016-17년과 2019-20년의 GDP 성장률이 8.3%에서 4.2%로 반토막이 났다는 사실이다. 2020-21년 GDP는 마이너스성장을 보여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성장률의 둔화와 맞물린 일자리 없는 성장이 인도의 미래를 지배할지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경향성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던 상황에서 노동시장은 다시 두 가지 충격을 맞아 정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충격이란 바로 질병 유행 자체의 충격과 이 때문에 야기된 봉쇄조치의 충격이다. 이 두 충격이 노동시장의 어떤 층위를 보다 강하게 가격하고 피해를 줄 것인지 가늠하자면, 현재 노동시장의 참여자들이 가진 고용의 형태와 노동자들의 교육수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아래의 표가 유용한 자료가 된다.

2018-19년 기준 교육수준별 노동자들의 일자리 형태 분포 (단위: %)
출처: Kapoor 2020b: 3

좋은 일자리에 해당하는 것부터 순서대로 꼽자면 공식 정규직 → 비공식 정규직 → 자영업 → 임시직의 순서가 될 것인데, 이 표에서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좋은 일자리는 모두 최고의 교육수준을 갖춘 노동자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 정규직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대졸과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춘 사람들의 일자리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상황은 분명해진다. 자영업자의 1/4과 임시직 노동자의 1/3을 훨씬 넘는 수가 문맹이라는 사실도 그러하다. (Kapoor 2020b: 3) 똑같은 PLFS 2018-19에 근거해 산업 분야별 노동자의 교육수준을 보면 금융, 사업, 부동산 등 고부가가치 영역 노동자의 52.73%가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자들이다. 반면 농업분야 노동자의 37.50%, 그리고 건설노동자의 27.72%가 문맹이다. (Kapoor 2020b: 4) 따라서 고용의 불안정성 때문에 실업상황에 처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에 처해 우선 실업자가 될 것은 당연한데, 또한 이들이 실업상황을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도 어려움을 더한다. 바로 이 상황이 갑자기 이루어진 봉쇄조치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게 된 구조적인 이유이다. 이들에게는 실업이 문제가 아니라, 단 하루의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대규모 탈출사태의 현실이었다. 3월 봉쇄조치 상황에서 식료품 소비를 줄여야 했던 가구가 도시지역의 83%였고, 농촌지역의 73%였다. 한 주일의 생필품을 살 만한 여유자금을 갖지 못한 가계의 비율이 도시지역의 64%이고 농촌지역의 35%에 이르고 있었으며, 다음달의 월세를 내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이 80%를 넘고 있었다. (Lahoti et al. 2020: 6)

농업, 건설 등의 분야에서 종사하는 비숙련 저학력 노동자들이 재택근무 등의 기술적 가능성을 활용해서 코로나-19 대유행의 고비를 넘긴다는 것은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장 정부에서는 식료품과 생필품 지원에서부터 가용자원을 최대한 투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이러한 노력은 정부에서도 그리고 시민단체의 자발적 참여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파악과 대응책 모색과는 별개로 인도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충격과 그 여파를 가늠하고 장기적인 개선책을 모색해 가는 통찰이 필요한 때이다.

 

통계 이면의 현실

인도의 민간연구기관인 인도 경제 모니터 센터(Center for Monitoring Indian Economy, CMIE)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과 6월을 지나면서 인도의 실업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극적인 양상은 아래의 그래프에서 잘 드러난다.

인도 실업률 추이 2020년 6월 3주차 기준
출처: CMIE 자료, statista 그래픽

이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우선 도시지역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농촌지역으로 돌아가서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해야 한다. 이는 다시 경제 전반의 수요뿐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실업자로 지낼 여유조차도 없는 사람들이어서 불완전고용 상태로라도 일을 해야만 한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계절적으로 농촌지역에서 가을작물(Kharif)의 파종기, 즉 한국의 모내기철에 해당하는 노동수요가 집중된 기간과 맞물린 노동시장의 계절적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5] 또 다르게 최상층 노동자들의 경우 유행병 상황에서 건강을 위해 자발적 실업을 택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인도의 실업률 통계 자체는 2020년 하반기의 상황이 개선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강력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인다.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식료품과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조처는 당연히 필요하고, 그것이 현장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어떤 방향으로 인도가 노동시장을 미래지향적으로 재구성해 나가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에 다른 뜻을 담고, 다른 말로 같은 주장을 하다

이상의 서술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인도의 노동시장에서 비공식노동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고 이 분야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비공식노동과 연관시켜 이주노동의 문제도 큰 틀의 노동시장 재구성의 틀 안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충격이 없었더라도 좋은 일자리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인도는 해결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의 창출은 결국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아주 오래된 인도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생산성에 발이 묶인 농업분야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숙련 노동자로 발전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겠지만, 페티클라크 법칙(Petty-Clark’s law)으로 대변되는 상식과 다르게 인도는 IT 산업 중심의 3차산업의 불균형 발전을 이루어 왔다. 또한 인도 IT 산업은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발전했기 때문에 수출지향성이 강하고 미국 중심의 선진국 IT 산업의 하청역을 맡아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 편입되어 있다. 인도가 최근 “Make in India” 정책을 표방하면서 제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몰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말할 때에도 어떻게 인도 경제에 내재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느냐의 질문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인도의 제조업이 낙후된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사회의 기초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로망이 부실하고 상시적인 정전이 일상화된 곳에서 제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인도에서 공식적인 소득세를 납부하는 인구가 2.5%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국가의 재정여력이 인프라투자를 감행할 만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이제는 일자리 없는 경제발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발전에 치우치면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상황이 더 가속되어 벌어지고 있다.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인도가 더욱 강하게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도의 노동시장에서 현재 벌어지는 실직의 문제가 단기적인 것이 결코 아니라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도, 단기적으로는 분야별 격차와 노동자들의 임금 양극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불거진 위기는 상주하는 위기의 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 제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에는 법률과 규정들만 과잉 생산하는 구조를 탈피하고, 현장에서의 구속력이 부재한 상황을 반복하지 말아야 하며, 식민시기 이래의 관료주의와 독립 이후 계획경제체계가 낳은 비효율성과 맞물린 노동시장 정책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의 비공식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향한 실질적인 노동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고 고용주와 노동자 간의 고용관계에 집중하는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보인다. (Anant 2006: 239) 이 모든 것들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사항들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모디 총리는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경제대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 5월 12일에 “자립 인도”(Atmanirbhar Bharat)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재정지원 패키지를 담고 있고 이전부터 주력해 오던 제조업 육성책, “Make in India”를 반복하고 있다. 이후 2020년 11월 12일에 재무장관 씨타라만은 12개 정책을 추가 발표하면서 Atmanirbhar Bharat 3.0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자립 인도” 정책은 너무나 강렬하게 간디의 자립경제(Swadeshi) 운동을 연상시키면서 등장했다. 그리고 표현 자체로는 국산품 애용과 애국주의 고취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는 힌두 극우파 정권이 지금까지 사용해 온 종교와 종교적 상징을 동원한 정치의 뿌리가 간디의 대중선동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적 태도라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디의 “자립 인도” 정책은 크게 성공적이지 못한 외국인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치적 가림막이라고 보인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진보진영에서는 이 정책을 신자유주의 시장개방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이 경제적으로 올바른 선택인지 여부는 필자의 판단영역 밖의 복잡한 경제적인 문제이다. 또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이 이러한 정책의 성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최소한 정치적으로 보자면, 개방정책을 쇄국정책으로 포장해 내고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상징조작의 기술적 수준은, 인도가 겪은 그 어떤 정권도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이다. 따라서 2016년 인도 구권화폐 유통금지(demonetisation) 조치의 경제적 실패를 정치적 성공으로 만들어 내고, 2019년 파키스탄과의 무력충돌에서의 군사적 패배를 정치적 성공으로 만들어 낸 정치역학이 다시 작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는 정치적 성공뿐 아니라 경제적 성공을 함께 담아내기를 기대해 보는데,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바로 2020년 11월 4일에 수년을 끌던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RCEP) 조인의 마지막 순간에 인도가 자국의 이익을 내세우며 조인을 거부한 것이다.

제 3회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RCEP)의 각국 정상들
출처: 모디 총리 트위터(twitter.com/narendramodi)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최소한 국내정치적으로는, 강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고 가겠다는 계산은 물론이고 야당과 개방에 반대하는 산업계의 여론에 편승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 때문에 1991년부터 지속적으로 추구해 오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통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는 현실적으로 추동력을 얻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강력하게 견지하기 어려운 중국산 제품 수입 견제에 대한 명확한 정책 노선의 설정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덮어 두더라도,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점은 RCEP 탈퇴와 Atmanirbhar Bharat 정책이 과연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외관상으로만 일관된 쇄국정책처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정치는 논리적 일관성 이상의 어떤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국내 정치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고려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판단근거가 된다고 한다면, 인도 노동시장 개혁의 어려운 과제를 현 정부가 진지하게 수행해 나갈 의지가 있는지조차 질문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저자소개

강성용(citerphil@snu.ac.kr)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이다. 독일 함붉(Hamburg)대학교에서 인도학, 철학, 티벳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오스트리아 빈(Wien)대학에 근무하면서 파키스탄 라호르 소재 울너(Woolner)컬렉션의 국제프로젝트를 진행시킨 바 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Die Debatte im alten Indien󰡕과 󰡔빠니니 읽기󰡕 등의 저작이 있다.

 


[1]  출처 https://coronaboard.kr (2020/11/19 확인).

[2]  2020/11/12자 보고서, 「Global Macro Outlook 2021-22」.

[3]  Periodic Labour Force Survey (PLFS 2018-19)에 따른 수치이다.

[4]  Kapoor 2020a:2. 이 해석치는 Kapoor 2020a를 따르고 있다. 인도의 실업자 추계치에 대해 밝혀 둘 사실이 있다. 인도의 실업률과 노동상황 통계는 여러 집단을 구분하고 각각의 경우에 해당하는 비율들만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통계 해당자의 수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비율을 절대값으로 환산하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의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학자들이 실업자들의 규모를 제시하는 값은 각 연구자의 계산에 따른 추정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5]  “Kharif”는 벼처럼 장마철에 맞추어 파종하고 수확하는 작물들을 말한다. 이와 다르게 보리처럼 겨울에 파종하고 봄에 수확하는 작물들을 “Rabi”라고 한다.

 


참고문헌

  • Anant, T.C.A., R. Hasan., P. Mohapatra., R. Nagaraj and S. K. Sasikumar. 2006, “Labor Markets in India: Issues and Perspectives.” in Jesus Felipe and Rana Hasan eds. Labor Markets: in Asia Issues and Perspectives. New York: Palgrave Macmillan.
  • Adhikari, A., Goregaonkar, N., Narayanan, R. et al. 2020, “Manufactured Maladies: Lives and Livelihoods of Migrant Workers During COVID-19 Lockdown in India.” Indian Journal of Labour Economics (online published 21 Octo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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