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한양대)
중국, 일대일로 구상 추진
일대일로 구상(또는 개발전략)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유연성을 띤 지정학적인 개발구상으로, 이 구상과 관련된 지역은 세계 GDP의 약 32%, 세계 상품무역의 39%, 세계 인구의 63%를 차지하며 65개국을 포괄한다. 이 구상은 실크로드 경제벨트(SREB) 및 21세기 해상실크로드(MSR)라고도 불리며, 고대의 “실크로드”를 따라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1] 이 구상은 유럽과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유라시아 전체와 북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걸친 광범위한 연결 및 협력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수도 아스타나의 나자르바예프대학에서 발표한 이 구상은 중국의 획기적인 세계화와 개발 및 소프트파워 전략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대일로 구상은 가시적인 지정학적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2017년 5월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제1차 일대일로 포럼(Belt and Road Forum: BARF)을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는 29개국 정상을 비롯하여 130개국과 70개 국제기구로부터 대표단이 참석했다. 제2차 일대일로 포럼은 2019년에 예정되어 있다.
일대일로의 예상 투자 규모는 실로 방대하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9,000억 달러 상당의 차관을 비롯해, 총 투자 규모는 4조 달러에 이른다(The Economist, 2018).
지금까지의 경과로 볼 때, 궁극적으로 일대일로는 단순히 중국의 재정지원 이니셔티브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대일로 관련 투자의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 및 중국이 통제하는 금융기관에 의해 입안되고 주도되며 자금이 조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각국의 정부와 다자기관 및 민간부문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이 글은 중앙아시아의 입장에서 일대일로를 살펴본다.
일대일로: 인프라 연결이 가장 중요, 그 외 필요한 것은?
인프라 개발은 여전히 일대일로 구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인 설명은 물리적 연결을 5대 주요 분야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5대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정책 조정: 대규모 인프라 개발 및 지원
- 시설 연결: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 건설
- 무역과 투자: 국경 간 투자와 공급사슬 협력 촉진
- 금융 통합: 금융정책 조정 및 양자 간 금융협력 강화
- 문화 교류: 인적 유대와 협력 장려
이상의 5대 분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3대륙 65개국과 중국의 연결성 향상에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연결성 향상은 (1) 물리적 인프라(도로, 철도, 파이프라인, 송전망), (2) 무역, 투자, 금융 흐름, 그리고 (3) 인적 교류를 통해 가능해진다.
일대일로 구상은 중앙아시아에 대해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가? 이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이 구상의 야심차고 광범위한 성격뿐만 아니라 현재의 유동성과 유연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대일로 구상은 시진핑 주석의 주력 프로그램으로 교통, 연결, 인프라, 무역, 투자 및 인적 교류와 같은 영역을 포함한다. 이 구상은 2013년 시진핑이 아스타나와 자카르타에서 각각 발표한 육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SREB)와 해상의 ‘21세기 해상실크로드(MSR)’로 구성되어 있다.[2] 일대일로는 철도 및 도로망, 해상로 및 에너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및 무역을 향상시킬 것이다.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6개의 경제회랑 개발이 계획되어 있다.
일대일로 : 중국의 지전략, 정치ㆍ경제 이익과 긴밀
일대일로 구상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그 전망 혹은 발전방향에 비추어 보면,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이 제안하고 다른 많은 국가들이 후원하는 다자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이 구상은 여러 국가와 국민 간의 연결, 운송, 통신, 무역 및 협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세계 여러 지역 간에 상품, 자본 및 서비스의 원활한 흐름을 활성화시키고 시장 통합을 더욱 촉진하고자 한다. 29개국 정상이 일대일로 포럼을 마치면서 서명한 공동성명은 일대일로 구상이 평화, 협력, 평등 및 호혜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개발전략에 시너지 효과를 축적하기 위해 대화와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와 같은 명시적인 목적 외에 일대일로를 통해 다른 목적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의 지전략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이웃의 소국이나 개도국에 대해 일정한 지배력을 행사하려 한다. 반면 이웃 국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운송 인프라를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 통합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대규모 차관 도입과 대 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둘째, 일대일로는 중국이 지난 수년간 일부 산업에서 축적한 과잉생산능력을 축소하거나 일대일로 연선의 다른 국가들에 수출하려는 한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현재 중국 철강산업의 미가동률은 미국보다 2배 높다. 철, 시멘트, 알루미늄, 유리, 석탄, 선박 및 태양열 패널 생산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대일로의 길목에 있는 국가들은 자국 제품 수출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일대일로 구상의 목표 중 하나는 신장(新疆)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서부지역을 개발하고 안정화시켜 더 큰 유라시아 경제에 통합하는 것이다. 중국 서부의 저개발 지역과 부유한 해안지역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는데, 서부의 신장 지방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핵심 지역으로, 예컨대 금융 허브로 개발될 예정이다.
중앙아시아 : 일대일로에서 중요한 위치
중앙아시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첫째,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 3개국이 중국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더욱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양쪽 민족 간의 종족적ㆍ언어적, 종교적ㆍ문화적 유대가 존재한다. 둘째, 중앙아시아는 중국이 서쪽으로 가기 위한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유럽, 서아시아 또는 남아시아로 가는 모든 육로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통과한다. 셋째, 중앙아시아 5개국 중 3개국에서 탄화수소 매장량이 풍부한데, 이는 중국 경제에 생명선이 될 수 있다. 넷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발전이 지체되었다. 이러한 조건은 중국에 도움이 되는데, 이 지역 국가들이 중국에 원자재와 에너지를 공급하고 중국에서 제조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로 알려진 중국의 서부지방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지체되었고 불안정한데,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결 및 무역은 신장의 발전과 안정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확고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으며, 어느 국가에 의해서도 지배되기를 원치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중국과의 긴밀한 접근은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하기 위한 의식적인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가 정치적ㆍ군사적 우위를 유지해 나가고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간다는 데 대해 암묵적인 이해가 성립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해 러시아가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이해는 빛을 잃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자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간의 총 무역량은 2001년 15억 달러에서 2015년 500억 달러로 증가한 반면, 두 번째 무역 상대국인 러시아는 약 310억 달러에 머물렀다(Muzalevsky, 2016). 또한 중국은 특히 운송, 인프라 및 에너지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중앙아시아 전역의 도로, 철도, 교량 및 터널을 건설하거나 이에 자금을 지원하였다. 중앙아시아로부터의 3개 파이프라인은 중국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 투르크메니스탄 가스 수출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또한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과 150억 달러 규모의 가스 및 우라늄 거래를 체결했다(Wilson, 2016).
최근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경제 관계 크게 확대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간의 무역액은 2000년의 18억 달러에서 2013년 500억 달러로 약 27배 증가했으며, 2008년에는 러시아와의 무역액을 능가했다(Financial Times, 2015). 현재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지만, 중앙아시아 각국의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수출능력이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보인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대 중국 수출입의 추이는 다음 도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2012년까지는 석유를 중심으로 대 중국 수출 규모를 증가시켜 왔으나, 2013년 이후에는 경기침체로 인해 수출입 규모가 크게 감소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투르크메니스탄의 사례는 좀 더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대 중국 수출액에서 볼 때 2010년은 전년대비 27배, 2011년은 4.5배, 2012년은 1.7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3년간 무려 2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신장까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2009년에 완공되어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영가스공사 투르크멘가스의 최대 고객은 러시아의 가스프롬으로부터 중국으로 이동, 투르크메니스탄 수출의 6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게 되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에 비해 다른 3개국(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 타지키스탄)의 대 중국 수출을 보면, 규모 자체도 작지만 경기변동에 따른 연도별 변동 폭도 크지 않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무역수지를 보면,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큰 규모의 무역흑자를 달성하였다. 2012년 각국의 수출은 수입에 비해 2.2배, 3.9배 많다. 이에 비해 다른 3개국은 큰 폭의 무역적자를 보인다. 다만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수입이 수출의 2배 이내로 억제되고 있다. 문제는 키르기스와 타지키스탄 양국인데, 2012년을 보면, 각각 수입이 수출의 70배와 19.5배로 무역 불균형은 비정상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유입되는 중국 제품에 대해 국내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키르기스에서는 수도 비슈케크에 중국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인 큰 바자르(노천시장)가 생겨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존재하는 수도의 최대 바자르에 대항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키르기스인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중국제품 수입 관련 서비스가 국민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중앙아시아 국가의 대중국, 대러시아 수출입 추이 (단위 100만 달러)
중국 | 러시아 | |||||
2006 | 2012 | 2016 | 2006 | 2012 | 2016 | |
카자흐스탄 | 3,592.52 | 16,484.00 | 4,228.41 | 3,731.10 | 2,703.00 | 3,445.18 |
우즈베키스탄 | 533.82 | 992.05 | 1,515.97 | 1,216.68 | 689.08 | 716.26 |
키르기스스탄 | 38.12 | 80.22 | 79.70 | 153.78 | 168.07 | 145.21 |
타지키스탄 | 9.94 | 98.78 | 114.17 | 65.44 | 44.69 | 208.11 |
투르크메니스탄 | 15.11 | 7,292.81 | 5,248.39 | 74.44 | 164.79 | 312.46 |
중국 | 러시아 | |||||
2006 | 2012 | 2016 | 2006 | 2012 | 2016 | |
카자흐스탄 | 1,924.95 | 7,498.00 | 3,668.03 | 9,072.88 | 5,058.00 | 9,288.31 |
우즈베키스탄 | 430.47 | 1,962.33 | 2,182.64 | 1,151.44 | 2,457.19 | 2,082.95 |
키르기스스탄 | 245.64 | 5,580.57 | 1,464.96 | 652.31 | 1,764.82 | 799.82 |
타지키스탄 | 148.90 | 1,923.15 | 373.76 | 423.70 | 737.77 | 758.74 |
투르크메니스탄 | 172.20 | 1,869.72 | 361.41 | 242.52 | 1,209.47 | 604.81 |
(출처) IMF 통계데이터.
다음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2006년과 2012년 무역상대국의 변화를 살펴보면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기간에 수출입 모두 중국의 비중이 증가하고 러시아의 비중이 감소하여 양국의 지위가 역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예외가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의 수입에서 러시아가 중국을 능가하고 있는 것과 키르기스스탄의 수출에서 여전히 러시아 쪽이 중국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무역 규제로 중국 제품의 유입을 제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중국시장에 수출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쨌든 무역 면에서 중국과 비교할 때 러시아의 지위 하락은 부인할 수 없다.
중앙아시아와 일대일로
중앙아시아의 관점에서 일대일로 구상을 바라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대일로 구상의 경제적ㆍ사회적 편익과 비용 및 위험을 평가하는 것, 그리고 이 지역의 편익을 증가시키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과 정책 및 접근방법을 모색하는 것과 관련된다.
이러한 과정에서의 주요 초점은 인프라 건설에 관한 것이지만, 일대일로 구상이 초점을 맞추는 세 가지 다른 주제, 즉 정책 조정, 무역과 투자, 금융 투자 및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전체적인 검토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발전 전망과 경제통합 및 글로벌 연결에 대해 일대일로 구상이 갖는 함의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프라와 운송회랑 건설 및 지역통합
중국은 이미 6대 경제회랑을 제안했으며 그 중 2개는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고 1개는 몽골을 거쳐 러시아로 간다. 또한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중요한 이슈는 그 범위와 경로, 시기 사회적ㆍ환경적 영향, 비용 및 자금원(자본과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중앙아시아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포함), 시행 절차 및 준비, 주최국의 역할, 중앙아시아 국가에 기대되는 이익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지역의 다른 파트너의 유사한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관계(상호 보완성, 중복 또는 복제) 또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국가의 경험에 따르면, 여러 국가를 연결하는 인프라 설비의 기대 이익을 실제로 실현하는 것(운송비용 절감, 역내 무역 및 투자 흐름의 증가)은 ‘소프트 인프라’ 또는 무역 물류 개선 그리고 ‘비관세 장벽’ 해소이다. 이러한 무역, 물류 등의 개선은 중앙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운송회랑이 궁극적으로 연결되는 국가들과 중국 간의 긴밀한 정책 조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검토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중앙아시아의 관점에서 현재 제안된 루트와 프로젝트 범위가 최적인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개선하고 위험을 줄여 더 많은 윈-윈 성과를 낳기 위해 중앙아시아 정책 결정자가 중국 정책 담당자와 함께 검토해야 할 대체 경로 및 프로젝트 범위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일대일로가 중앙아시아의 지역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독립 이후 중앙아시아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보다 긴밀한 지역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최근 들어 중앙아시아의 지역통합이 과거보다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할 수 있다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일대일로 구상이 물리적 연결과 ICT 연결, 물, 관광 또는 기후 변화와 같은 영역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어떠한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지역통합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도로, 철도, 항구, 공항 및 공공시설을 비롯한 인프라 시설을 개발하기 위한 주요 사업을 수행했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건설된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의 절반 정도는 중국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중국이 건설한 프로젝트의 재정적ㆍ물리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한 많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중국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사회적인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었다. 중앙아시아에 제안된 일대일로 투자의 막대한 규모와 관련 국가의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등을 감안할 때,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에 대한 중국의 참여 및 지원에서 나온 교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앙아시아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유해한 경험을 알려주고 또한 피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무역과 투자
물리적 연결과 인프라 개발은 경제적 진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자체로 최종 목표는 아니다. 물리적 연결의 개선은 제조업, 농업과 농공업, 서비스업, 관광업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무역과 투자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일대일로의 추진과정에서 중앙아시아가 얻는 주요 보상은 유럽, 중동 및 남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및 투자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일대일로 구상이 중앙아시아 경제에 제공하는 주요한 외부효과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대일로 구상이 중앙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과의 직접적인 경제관계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일대일로 구상이 중앙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이 구상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무역 및 투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일대일로 구상이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최국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추가적인 무역 및 투자 흐름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경 간 인프라의 혜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역 물류가 개선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역 및 투자 흐름을 증가시키려면 국내 정책 및 제도의 개혁과 관련 국가 간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금융자원 활용과 금융시장 통합
중국은 현재 3조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고와 여전히 40%를 상회하는 저축률을 기반으로 막대한 금융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당국과 자산 관리자들은 이러한 자원의 일부를 중국의 해외에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이러한 자금 중 일부만 유치해도, 해당 지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 국가의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어떻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하는 것이다.
중국은 홍콩에 기반을 둔 기존의 금융허브 외에 국내의 금융시장 발전과 상하이의 주요 금융센터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 구상의 틀에서 중국은 훨씬 더 많은 국가들과 금융통합을 계획하고 있다. 중앙아시아가 중국에 근접하고 금융시장의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의도는 엄청난 기회를 부여할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기존 행위자들과 그들의 계획(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에 잠재적 위협을 제공한다. 중앙아시아와 중국의 금융시스템 통합은 잠재적으로 매력적이지만 복잡한 정책 및 기술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핵심적인 의문은 일대일로 구상의 금융통합이라는 주제 하에서 중국 당국이 중앙아시아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 및 과제를 이해함으로써 중앙아시아에 대한 일대일로 구상의 전반적인 함의, 잠재적 이익과 비용 및 편익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앙아시아 정부와 이해관계자는 순이익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은 중앙아시아 국가별로 상이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아스타나 방문 기간에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상을 발표했다. 이는 일대일로 개발에서 중앙아시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신유라시아 랜드브리지(New Eurasian Land Bridge)’와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회랑’이 그것이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고속철도가 카자흐스탄을 통과한다. 이와 유사한 철도 노선의 건설이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은 우즈베키스탄의 페르가나계곡 지역을 타슈켄트와 연결하는 캄치크(Kamchiq) 터널 건설을 후원했다. 이 터널은 기존에 예정된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노선의 일부이며, 이란과 서아시아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일대일로 구상을 개시한 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 구상에 대해 열광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이니셔티브 대부분은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하기 훨씬 전인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무역과 투자 및 연결과 관련된 중국의 경제적 관여는 지난 3년 동안 다양해졌다. 2017년 5월에 개최된 제1차 일대일로 포럼 기간 동안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여러 개의 협정이 체결되었는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일대일로의 틀 내에서의 협정을 비롯하여 중국과의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각기 다른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의 협력에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관심과 참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다. 또한 중앙아시아 각국의 접근방법은 경제ㆍ사회정치적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번영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카자흐스탄은 일대일로 구상에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른 한편, 빈곤하고 개발이 지체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원조 수혜국의 지위에 머무르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자체 인프라 개발 프로그램인 ‘누를리졸’이 2016년에 일대일로 구상과 통합되었는데, 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최대한의 의지와 대응자세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 일대일로는 기회이자 위험
앞서 언급했듯이, 중앙아시아는 일대일로 구상의 발전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실상 이 지역은 일찍이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차관과 투자 및 경제 지원을 받아왔다. 도로, 철도, 교량 및 터널 건설과 기초 인프라 개발은 신생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에너지, 산업 및 농업과 같은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와 합작사업은 이들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발전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시장으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석유 및 가스의 탐사 및 추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이와 함께 일대일로 구상 하에서 추진된 프로젝트들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일대일로 구상 및 중국의 영향력 증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막대한 액수의 차관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들은 부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는 특히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과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경우에 더욱 그러한데, 이들 국가에서는 대외채무의 40% 이상이 중국에 속한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각 정부와 국민은 중국 노동력의 유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현지 노동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는 그러한 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중국인 노동자가 더욱 쉽게 눈에 띈다. 이로 인해 자국 출신의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고, 이는 현지인들의 분개와 불만을 야기한다.
저자소개
김영진 교수(youngjinkim@hanyang.ac.kr)는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의 HK교수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받았다. 주로 유라시아 경제와 경제발전론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체제 전환과 경제 발전 등에 관한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1] 일대일로 구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따르면, “벨트”는 육상 연결을 의미하고 “로드(Road)”는 해상 루트를 가리킨다.
[2] ‘실크로드’와 같이 널리 알려진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일대일로 구상의 연결성 요소가 주로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경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실은 6대 경제회랑 중 중앙아시아 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2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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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