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독자적 지역협력 모색, 정상회의 출범

그동안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수자원, 국경 획정 등이 각국 간에 갈등요인으로 작용하며 역내 협력체 구성이 지지부진하였다. 반면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와 중국은 EAEU, SCO 등과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한 기구를 설립하여 운영해왔다. 역내 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국제정치상황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2018년부터 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올해 3차 정상회의의 주요 주제였던 코로나19,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은 역내 국가들 간의 논의를 통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더욱 보여주고 있다.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의 추진이 역내 협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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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수출입은행)

2019년 EIAS 회의에 참석한 중앙아시아 리더들
출처: https://eias.org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의 가능성

중앙아시아 지역의 5개 국가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유라시아 대륙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내륙국가이다. 역사적으로 모두 구소련의 구성국가였으며, 종교적으로 이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유사성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공통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성에 비해 역내 국가들 간의 협력 정도는 미흡하다. 국경이 접하고 있어 교역이 미약하나마 증가하고, 공동의 운송,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정도이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역내 협력이 잠재력에 비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의 걸림돌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1990년대 초 독립 이후 제기된 몇몇 이슈들이 각국 간에 갈등 요인이 되었고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대표적인 지역 협력의 걸림돌로는 수자원, 국경 획정 문제가 있다.

소련의 해체로 중앙아시아 각국이 독립국가로 나누어짐에 따라, 수자원과 국경 획정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했다. 1992년에는 이러한 분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각국이 ‘수자원 분배 협의를 위한 알마티 조약(‘Agreement on cooperation in joint management, use and protection of interstate sources of water resources’)을 체결하고, 수자원 조정을 위한 국가간 위원회(ICWC)를 설립하였으며, 1998년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즈, 우즈베키스탄 3국 간에 비슈케크 협력을 통해 시르다리야강의 수자원 이용과 전력 공급에 대해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 사항은 자주 위반되었고, 각국 간의 대립은 지속되었다.

 

더욱 첨예한 갈등 요인은 국경분쟁이다. 국경분쟁은 1920~30년대 구소련 시기에 획정된 국경선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의견 대립으로 발생하였다. 특히 여러 민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 타지키스탄 간의 국경이 접하는 페르가나 지역에서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키르기즈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의 역외영토 문제도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각국 간에는 다수의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지속되었다. 2021년 4월에도 키르기즈와 타지키스탄의 국경지역에서 교전이 벌어져 19명이 숨지고 2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각국이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고 갈등이 약화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완전한 해결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수자원 문제는 전력 공급, 농업 생산, 댐을 비롯한 인프라 건설 등 각국의 주요 경제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고 있다. 또한 국경분쟁은 국경 주변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를 위협하고 국경을 통한 교역활동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국가 간의 대립이 무력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이외에도 각국이 지향하는 대외정책에서의 입장 차이도 협력의 걸림돌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은 1995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영구중립국으로 인정받아 중립적인 외교노선 추진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였는데, 이는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외교정책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가입한 국제협력기구: 비주체적 참여

이러한 상황에서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들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포함된 기구를 설립하거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 EAEU), 집단안보조약기구(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CSTO),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등의 기구가 설립되었으며,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중앙아시아지역경제협력(Central Asia Regional Economic Cooperation, CAREC) 등의 경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기구나 프로젝트의 공통적인 특징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중앙아시아 외부의 국가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외부의 국가들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구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협력기구인 EAEU는 러시아 주도로 성립되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지역주의를 주장하며, EAEU를 통해 구소련 지역에서 국가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CSTO는 러시아 주도의 안보협력기구이며, SCO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정치·경제·안보 협력기구이다. 중앙아시아 각국이 참여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앙아시아를 포함하여 세계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운송·에너지 인프라 구축사업이다.1) 2013년에 시진핑 주석이 중앙아시아 각국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을 방문하여 ‘실크로드경제벨트’를 선언한 것이 출발점이며, 카자흐스탄, 키르기즈,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은 2014~2015년 중국과 일대일로 공동추진에 협력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설립 배경을 통해 볼 때 러시아나 중국 주도의 기구나 프로젝트가 중앙아시아 각국의 현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역내협력체의 역할을 맡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EAEU, 일대일로 등 역외 국가가 주도하는 기구나 프로젝트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비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도 상이하다. 더구나 다른 국가 주도의 기구 활동에서 때로는 주도국과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의 입장이 배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한 예로 최근 서방의 대 러시아, 대 벨라루스 제재와 관련하여 EAEU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의견에 대해 카자흐스탄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C. Putz, 2021).

일대일로와 같은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중앙아시아 각국의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시위가 발생하는 사례들도 있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중국의 막대한 투자가 계획되고, 이 지역에 필요한 운송·에너지 등 경제성장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가 확충된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참여해 왔다. 이에 따라 다수의 프로젝트가 중국 기업의 투자와 중국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중앙아시아 각국의 대 중국 채무가 증가하고 중국 노동자들이 프로젝트 현장에 유입되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형성되었다.

 

키르기즈에서는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2019년 수도 비슈케크에서는 중국인의 취업 허가 제한, 대 중국 채무 축소, 중국인과의 결혼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하였다(Open Democracy, 2020.3.7.). 2016년 카자흐스탄에서도 중국 농민의 유입을 우려하며 카자흐스탄 정부의 외국인 농지 임대 허용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하였으며, 2021년 3월에는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반중국 시위가 발생하기도 하였다(Caspian Policy Center, 2021.4.8). 최근의 키르기즈, 카자흐스탄 등에서 발생한 반중국 시위는 신장-위구르 지역의 자국 민족에 대한 탄압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지만, 일대일로 추진과정에서 자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중국이 주도하는 기구의 정책은 대체로 주도하는 국가들의 의지가 크게 반영되어 있으며, 중앙아시아의 참여 국가들과 주도국 간에는 정부 차원에서 또는 국민들 차원에서 이견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역외 국가들과의 협의체 구성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주요 국가들과의 외교적 협의체가 발전해 왔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미국, EU, 인도, 일본, 터키 등과의 고위급 회담이나 포럼이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2008년부터 매년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에서는 상설 사무국을 운영하며 각국의 외교관들이 파견되어 있으므로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각국 간의 협력의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역내 협력과 관련하여서는 이러한 외교적 협의체들도 앞에서 언급한 러시아, 중국 주도의 협력기구나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미흡한 측면이 있다. 외교적 협의체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적극 참여하며 어느 정도 지역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으나, 중앙아시아 역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 증대 : 지역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중앙아시아 내의 상시적인 협의체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내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 간의 협력의 필요성은 증대되어 왔다. 이는 최근 중앙아시아 정상 자문회의(Central Asia Leaders Summit)라는 역내 국가들 간의 협의체 구성으로 이어졌다. 2017년 11월 사마르칸드에서 개최된 지역 안보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Security and Sustainable Development in Central Asia)를 계기로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5개국 정상의 정례회의를 제안하며 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추진된 것이다.

제1차 정상회의는 2018년 3월 아스타나(현재 누르술탄)에서 개최되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하였고,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쿠웨이트, UAE 방문으로 불참하는 대신 하원 의회 의장이 참석하였다. 2차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2019년 11월 타슈켄트에서 개최되었는데, 카자흐스탄은 토카예프 대통령 대신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나머지 국가의 대통령들은 모두 참석하였다. 3차 정상회의는 당초 2020년 10월 키르기즈에서 개최 예정이었으나, 키르기즈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이러한 역내 협의체 구성은 수자원, 국경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상황의 급격한 변화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협력국인 러시아와 미국·EU 간에 국제 정치무대에서 전개된 대립 상황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경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지속해서 확대됨에 따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외경제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동시에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회의체를 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대 후반 이후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 2020년 이후의 코로나19 확산,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인해 역내 국가들 간의 논의와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었다. 2020년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각국은 역내 교역과 국경봉쇄 등의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하고 대처해야 했다. 그리고 2021년 아프가니스탄의 급격한 정치·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각국 내의 급진이슬람주의 유입에 대응하고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안보를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상호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021년 8월 투르크메니스탄의 휴양지 아바자에서 개최된 3차 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는 정치·안보 측면에서의 역내 협력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긴급의제로 아프가니스탄 사태, 코로나19, 독립 30주년, 중앙아시아 원자력 무기 자유화 15주년 등이 제시되었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이 회의 기간에 각국들 간에 양자 회담을 통해 당사국들 간의 주요 현안이 논의된 것도 주목할 사항이다.

 

향후 전망 : 협력의 폭과 범위 확대 전망

이처럼 최근 중앙아시아 역내 정치·안보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역내 협력체의 구축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정상회담 추진을 통해 공동의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책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정기적인 정상회담 이외에도 역내 협력을 모색하는 중앙아시아 국가 간의 부정기적인 회의나 포럼이 개최되고, 다양한 영역에서 관련 기구들이 설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이 단시일 내에 기존의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수 있으나, 역내 협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 소개

조영관 박사(ykj@koreaexim.go.kr)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모스크바 국립대 경제학부에서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원연구원에서 러시아,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지역 연구를 하였다. 주요 연구로는 “미국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 “중앙아시아 이슬람 금융의 특징에 대한 연구”, “중앙아시아와 중국의 에너지 협력의 특징과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 등이 있다.

 


1) 이외에 ADB에서 주도하는 CAREC 인프라 구축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ADB, 세계은행 등의 다자기구들과 중앙아시아 각국이 참여하여 지역에 필요한 교통,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