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한성대학교)
원인불명의 폐렴이 보고되다.
후베이성 우한은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다. 우한은 양자강을 사이에 두고 우창, 한커우, 한양 등의 세 도시로 이루어졌다. 우한 사람들은 중국 고대 문명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신해혁명의 시작이라 불리는 우창봉기가 발발한 곳, 나아가 당대에는 동서남북을 잇는 교통중심이자 중부 중국의 경제중심, 교육중심에서 살고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중국적 정체성의 대표주자로 자각하는 우한사람들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2020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랑스러운 과거와 현재적 영광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였다. 우한에 무슨 일이 있었나?
2019년 12월 30일, 양자강 서쪽 한커우에 위치한 화난수산물도매시장(华南海鲜批发市场)에서 원인불명의 폐질환이 보고되었다. 발열, 호흡곤란, 기침 등의 임상증상을 보인 환자는 일반 감기 또는 폐렴 증상과 비슷하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이 증상이 분명 일반 유행성 독감과 다르고, 감기는 더욱 아니라고 했다. 의료진은 2003년의 경험을 빌려 “신종사스(변종사스)”라고 불렀다. 우한의 위생보건당국은 12월 31일 기준 우한에서 27명의 감염자가 확인되었고 그 중 7명이 중증환자라고 발표했다. 화난수산물도매시장은 1월 1일 신정에 폐쇄 절차에 들어갔고 상인들은 철수했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확산되어 1월 3일 감염자 44명(중증환자 11명)이 되었다.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보고된 일주일 후인 1월 7일, 중국의 의료전문가들에 의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新型冠状病毒)”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바이러스는 이후 우한폐렴, 우한바이러스, 2019-nCoV 등으로 불리다가 WHO에 의해 공식 코로나19가 되었다.
중국 내 첫 번째 사망자는 1월 11일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방역당국 전문가들은 이 병이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사람간 감염이 없고 통제 가능하다고 했다(人不传人,可防可控). WeChat에서 1월 17일-18일을 전후하여 유통된 코로나19 관련 글에 의하면, WHO가 1월 12일에 코로나19 감염예방 및 임상치료 가이드를 만들었고, 푸단대학교부속 화산병원 감염과에서 이 가이드를 다음 그림처럼 이미지화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료에도 코로나19의 심각성 보다 손 씻기, 감염자와 거리 두기 등의 일상적인 상식만 있었다.
이렇게 1월 초 중국은 코로나19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1월 27일을 전후로, 중국의 WeChat, Weibo에 공개된, 1월 3일자 우한지방공안의 훈계서는 당국이 이 역병의 초기단계에 무관심 했던 것이 아니라 여론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드러났다. 훈계서는 수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했다. 27일은 우한봉쇄를 비롯하여 전국이 비상이 걸린 시점이었다. 이 훈계서에는 “2019년 12월 30일 WeChat 단체채팅방에서 화난과일수산시장에서 SARS 확진자 7명이 나왔다고 한” 가짜 여론을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안은 “당신의 행위는 사회질서를 엄중하게 훼손 하였는바 … 이는 ‘중화인민공화국치안관리처벌법’을 위반하는 일종의 불법행위다.”라고 명시되었다. 공안은 처벌대상자에게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유사한 내용을 더 이상 유포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사진 파일이 공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 그런 일이 있었네!” 였다. 2~3일 뒤 모자이크가 지워진 파일이 공개되었고, 처벌된 사람이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으로 밝혀졌다. 분노한 중국인들은 1월 초에 리원량 의사 등 초기 역병을 알린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안에 처벌되었다는 뉴스를 쏟아 낸 관영 매체 CCTV를 기억해냈다. 방송 영상과 캡처 화면이 대대적으로 유통되었고 중국인들의 성토가 시작되었다.
2020년 1월 중순까지, 중국이 한 일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은폐하고, 이 사태를 알린 선구자(吹哨人)를 처벌한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우한과 호북성은 조용히 바이러스 배양접시가 되어갔고, 수만 명에 달하는 유동인구는 설 귀향길에 올랐다. 이들은 1월 20일, 중난산(钟南山) 원사가 사람간 감염이 발생한다고 공표할 때까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생활했다. 지구적 팬데믹-헬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에 우한 지역 사람이 선정되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전국에 감염자가 확인되고, 이동이 통제되었다.
1월 21일, 베이징시, 광둥성, 상하이시에서 감염자가 보고되었다. 중국경제의 중심축에서 감염자가 동시에 확인된 것이다. 그 외에도 같은 날 저장성, 톈진시, 허난성, 충칭시, 헤이룽장성, 광시쫭족자치구에서 감염자가 확인되었다. 22일에는 후난성, 윈난성, 쓰촨성, 장시성, 안후이성, 마카오, 랴오닝성, 하이난성, 홍콩, 푸젠성, 꾸이저우성, 닝샤회족자치구, 장쑤성, 산둥성, 허베이성, 23일에는 지린성, 깐수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샨시성, 25일 칭하이성, 29일 티벳자치구에서 감염자가 확인되었다. 첫 확진자 발생 일주일이 좀 넘어 감염자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상태였다.
위 그래프에서, 1월 21일 이후부터 후베이(우한 포함)와 기타 지역의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1] 21일부터 중국의 SNS에는 감염자로 보이는 사람이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에 의해 구급차에 싣고 내리는 영상과 사진이 증가했고, 길거리에서 기침을 하다 쓰러지는 영상들이 급증했다. 다음 그림들은 1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영상화면이다. 이 방송사는 다른 방송들에 비해 일찍 환자이송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자료를 보면 1월 21일 이전에 감염자는 이미 사회적으로 확인 가능한 수준의 규모가 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우한이 먼저 비상이 걸렸다. 우한 시장은 1월 21일 “원칙적으로, 외부의 사람들은 우한에 들어가지 말고, 우한 시민들 역시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외부에 나가지 말 것을 건의” 했다. 시장의 건의는 사실상 우한과 외부의 통행금지령이었고 곧 취하게 될 우한 봉쇄의 예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1월 20일 이전에 귀향 길에 오른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한 시장의 건의 당일에도 이미 많은 지역에서 감염자가 보고되고 있었다. 급해 난 후베이 당국은 22일 현 상황을 돌발공공위생사태 2급으로 지정하고 사회 방역을 강화한다고 했다. 우한시의 대중교통은 23일부터 운행이 중단되기 시작했고, 우한과 외부를 연결하는 도로도 잠정 폐쇄되었다. 24일, 후베이성 방역당국은은 종전의 돌발공공위생사태 2급을 1급으로 격상했다. 같은 날 국무원은 감염자 수치를 은폐 또는 조작하거나, 방역 사업에 태만하여 바이러스가 더 큰 규모로 확산될 경우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각 지방정부도 동시다발적으로 후베이성 방역당국에서 취한 것과 같이 사태 1급으로 지정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자 했다. 우한시-후베이성(지방정부)-중앙정부, 3급 국가행정체계가 드디어 동시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1월 25일, 중국 여행사들에 국내 단체관광 금지령이 내려졌고 전국적인 이동 제한이 본격 시작되었다. 우한 당국은 1월 26일부터 시내 자동차 운행을 통제했다. 역병은 많은 사람을 공포 속에 밀어 넣었다. 사람들은 성과 성을 잇는 국도를 막고, 도시와 도시를 잇는 지방도를 막고, 마을 입구를 막았다. 1월 25일부터 27일 사이에 SNS에서 유통된 아래 사진들은 사회적 차원에서 이동이 어떻게 통제되었는지 보여준다.
전국 방역이 시작되었다.
1월 24일은 섣달 그믐이다.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한 장의 그림이 Twitter에 돌아다녔다. 오른쪽은 화려한 불꽃, 용솟음, 그리고 춤사위, 왼쪽은 바닥에 앉아 절규하고 머리를 긁적 갸우뚱한 의료진이다. “춘절만회(春节晚会)”의 풍악은 태평성세를 노래했고 의료진은 처참한 현실에 절망하는 듯 했다. 어느 쪽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오른쪽? 왼쪽? 온라인 상에는 중국을 사랑 하느냐 중공을 사랑 하느냐에 따라 이 그림을 다르게 본다고 한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위기는 모자이크 되었던 중국인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분화 시켰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 생겼다. 중국에서 위생, 보건, 방역을 책임진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컨트롤타워는 누구인가?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것일까? 1월 25일 중앙정부 차원의 방역팀이 구성되었다.
방역팀은 많이 늦었지만 다각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만들고자 했다. 첫 번째는 리더십의 건재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1월 27일, 리커창 총리가 우한을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의 위탁으로 우한을 방문했다고 한 리커창 총리는 현장에서 방역 상황을 점검 및 지도하고 1선 의료진을 격려했다. 28일, 시진핑 주석은 WHO총재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와 회담을 가지고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이번 방역은 내가 처음부터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방역 시설 증축이다. 1월 23일과 25일에 시작된 임시병원 훠선산병원(火神山医院)과 레이선산병원(雷神山医院) 건설은 컨트롤타워가 구성된 후 가속도가 붙었다. 이 병원은 당시 급증하는 환자 치료를 위하여 우한에 건설한 병원으로써 전자는 2월 3일에 완공되어 병상 1,000개, 후자는 2월 6일에 완공되어 병상 1,500개를 확보했다. 이와 동시에 임시 막사병원(方舱医院)도 건설되었는데 2월 중순까지 방역당국에 10개 정도를 제공했다. 팡팡(方方)의 2월 5일자 『우한일기(武汉日记)』(이하 『일기』)에 의하면 이 병원들은 환자 치료에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 방역당국은 환자의 상태에 근거하여 중증, 경증, 밀접접촉자 또는 의심환자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훠선산병원, 레이선산병원, 지정병원은 1급병원으로써 중증환자의 격리와 치료를 맡았다. 이미 건설한 11개의 막사병원은 2급병원으로써 경증환자의 격리와 치료를 맡았다. 호텔, 당교[2] 건물은 3급으로 지정되어 감염자의 밀접접촉자와 의심환자의 격리 용도로 사용되었다. 중증환자가 경증이 되면 막사병원에 이송되고, 다시 중증이 되면 1급 병원에 옮겨졌다. 환자의 임상 증상과 바이러스 체크 상황에 근거하여 병원을 활용하는 체계였다.
세 번째는 인사 교체였다. 1월 28일, 후베이, 산둥, 허난 등 지역의 기층간부들이 방역태만으로 해임되었다. 중국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문제가 발생하면 꼬리자르기가 시작되었다. 2월 중순에는 상하이시 시장 잉융(应勇)이 쟝차오량(蒋超良)을 대체하여 후베이성 당서기가 되었다.
네 번째는 군의 투입이었다. 군은 방역 및 사회질서 유지의 최전방에 투입되었다. 먼저 1월 24일, 군당국은 우한 지역에 40명의 의료진을 파견했다. 2월 2일부터 후베이 군당국은 수송지원대를 결성, 우한 시민의 일상용품 운송 임무를 수행했다. 『일기』 에는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내용 못지 않게 우한 시민들이 1선 의료진과 군인에 보낸 고마운 마음도 자주 등장했다.
다섯 번째는 방역 전반에 대한 과학(의학)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1월 27일 당국은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방법을 공개했다. 당국은 코로나19는 주로 비말에 의해 호흡기가 감염, 근거리(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고 했다. 28일, 방역당국은 무증상감염자가 있을 수 있고 이들 역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시작된 것도 이 즈음부터 였다. 당국은 또한 “완치” 기준을 발표했다. 임상 증상이 호전되고, 체온이 정상이 된 상태에서 2회에 걸친 바이러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중난산은 대다수의 감염병은 2주 이내에 임상증상이 보이기에 각 지역에서 추진하는 격리 기간은 10-14일이 적절하다고 했다.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말은 방역에 가장 효과적인 의학 정보였다.
방역의 효과일까 정치의 산물일까? 증가하던 신규 감염자 수는 2월 초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완치자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3월초부터는 외국에서 입국한 중국인 감염자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의 방역은 일정한 성과를 보았는데 외국에서 유입된 감염자가 신규 감염자가 되는 것으로 비쳐졌다. 3월 3일, 저장성에서 유입된 감염자 8인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이들은 후베이나 우한과 연고가 없었다. 이후 국제선을 보유한 여러 공항에서 신규 유입 감염자가 보고되면서 방역의 초점은 이들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3월 23일부터 중국은 도착지가 베이징인 모든 국제선은 필히 톈진, 스자좡, 타이위안, 훅호트, 상하이푸둥, 지난, 칭다오, 난징, 선양, 다롄, 쩡저우, 시안 등 12개 지정 공항을 경유해야 한다고 했고, 3월 26일, 외교부, 국가이민관리국은 중국비자, 체류허가증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일시 중단한다고 했다. 중국 내에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중국정부와 WHO가 중국인의 입국금지를 지양해야 한다고 할 때와 다른 행태였다.
죽은 자를 기리고 산자를 위로 … … 할 수 있을까?
전염병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벌되었던 리원량 의사는 2월 7일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했다. 새벽, 리원량 의사의 사망소식은 SNS를 타고 중국 내는 물론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온라인 상은 중국인들의 절망, 분노, 애도로 찼다. 리원량 의사가 공안의 처벌을 받은 것은 알려졌지만, 그 역시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리원량 의사가 사망한 날 공개된 그의 웨이보(추정) 1월 31일자에는 “… 공안의 훈계서에 서명을 한 뒤 나는 정상적인 의료활동을 했다. 감염자 치료를 하던 1월 10일 나는 기침이 나기 시작했고, 11일 발열, 12일 입원했다. 당시 나는 왜 아직도 사람 사이 감염이 없다고 하는지, 의료진 감염 등이 없다고 하는 지에 대해 공개 문제제기 하려고 했다. 후에 ICU에 들어가서 핵산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늦게 나왔고 … 음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전히 호흡이 힘들고 활동이 어렵다. 나의 부모님도 입원 중이다 … 치료에 적극 협조하여 빠른 시일 내에 퇴원 해야지” 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리원량을 추모했다. 그가 근무했던 병원 근처에 작은 빈소가 차려졌고, 외국에서도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눈 내린 중국의 어느 강둑에 누군가가 “송별리원량”을 새겼다. 그의 웨이보에는 추모의 댓글이 90만여개나 달렸다고 한다.[3]
4월 2일, 중국 정부는 리원량(외 13인)에게 죽은 자에 수여하는 최고 명예인 “열사” 칭호를 수여했다. 관방언론인 신화망은 홈페이지 색을 흑백으로 처리하여 열사에 대한 조문의 뜻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국가 지도자의 우한 현지 행차가 되겠다. 2월 11일,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 신규확진자가 감소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월 21일, 랴오닝성, 지린성, 장쑤성, 푸젠성, 장시성, 하이난성, 꾸이저우성, 티벳자치구, 샨시성, 칭하이성, 닝샤회족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4] 2월 23일은 베이징시, 상하이시, 2월 24일, 후난성, 허난성, 톈진시에서 신규 확진자가 0명이었다. 방역당국은 28일 우한을 제외한 후베이성 기타 국부 지역에서 감염자 확산 추세가 꺾이었다고 했다. 3월 15일에는 충칭 신규 확진자 0명이었다. 전국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거의 보고되지 않을 때인 3월 10일, 시진핑 주석은 비행기로 우한에 도착했다. 후베이와 우한의 방역 사업을 점검하고 훠선산병원을 방문했다. 오후에는 우한의 둥후신청사구(东湖新城社区)의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여 격리 중인 시민을 위로했다. 우한에서 첫 감염자가 보고되어 두 달 하고도 10여일이 더 지났다.[5]
청명을 앞둔 중국은 사망자에 대한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국기를 절반 하강하고, 모든 오락 활동을 중단했다. 4월 4일 10시, 전국적인 묵념 3분, 자동차, 기차, 선박, 방공사이렌은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중국의 핵심 지도층은 중남해 화이런탕(怀仁堂)에서 사망자에 대한 애도의 묵념을 가졌다. 5월 1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4,385명, 완치자 78,845명, 사망자는 4,643명이었다.
당국의 프로파간다인지 사회의 자발적 창작물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온라인 상에는 1선 영웅을 찬양하는 글과 그림이 많아졌다. 일례로 “역행” 시리즈의 만화 포스터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고 출발하는 모습, 그리고 경찰, 의사, 간호사 등이 일상이 아닌 특수한 상황으로 자발적 “역행” 하는 영웅적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코로나19, 이미 사회적인 것이고 정치적인 것이 되었다.
5월 21일과 22일, 중국은 연기되었던 양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국가의 입법기관과 정(협)치기관의 연례 본회의에 금이 가고 찢어진 국가와 사회 관계의 복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 늦었지만 국가가 방역에 최선을 다해 잃어버린 신뢰의 일정부분을 만회한 것에 대해 마냥 인색하게 부정만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코로나 19가 보고되어 4개월, 희미하게 엉켜있던 것들이 더욱 분명해 졌고, 설마 했던 것들이 현실의 갈등으로 증폭되었다. 필자는 이미 2019년에 2020년은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사회변동의 요소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가시화 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6]
시(인)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1월과 2월, WeChat, Weibo, TikTok에 당국의 리더십 무능을 비판하는 글과 영상이 얼마나 많았는지 인터넷 여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심지어 여과 없이 육두문자 욕설을 게시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비판하는 이런 현상은 1989년 이후 본 적 없었다. 필자가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저장해 두었던 이런 “민심”은 4월이 되니 전부 삭제되었거나 불법적인 내용이라는 경고창이 뜨면서 접속 불가해졌다. 기록에 대한 영구 포멧은 물리적으로 가능하겠지만 경험과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역병이 가장 창궐했을 때 핸드폰이나 태블릿 또는 컴퓨터로 시신을 보았고, 먼 지인, 친척, 이웃으로 죽음이 가까워 지는 것을 접하면서 심각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일상의 경제생활이 복구 불가의 상태가 된 것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분노했다. 공포는 완전히 가시지 않을 것이고, 시민들의 분노도 쉽게 그리고 빨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식인 사회가 대대적으로 반응했다. 분량의 제한으로 당국에 연행되고, 경고 받고, 심지어 사법처리 된 비판적 지식인의 사례는 다루지 않겠다. 소박한 사례 하나만 보자. 위에서 여러 번 언급했던 『일기』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을 다루었다. 우한에서 역병이 시작되어 봉쇄된 이래 그 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당국의 선전물은 이미 신뢰도가 바닥났으니 특별히 맹신하는 집단을 제외하고는 보는 사람도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일기는 너무 평범해서 비범했다. 그런데 『일기』는 첫 회부터 공격을 받았고 심지어 외국에서 출판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저자는 매국노로 지명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난징에 저자의 무릎 꿇은 사죄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저자의 죄행이 난징대학살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기』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흡사 1966년 “해서파관(海瑞罢官)”을 대했던 장춘챠오와 요원위안 일당을 보는 듯 하다. 『일기』는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중국의 좌파 vs. 우파, 애국 vs. 매국 논쟁을 일으켰다.
위 그래프는 중국과 기타 주요 국의 누적 확진자 변화다. 중국과 외국은 약 20일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보다 검사 속도를 늘려 확산을 막는 한국식(일명 K방역이라고도 한다) 방법을 채택하면서 외국의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으로써 5월 현재 누적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구적 팬데믹은 짧은 1-2개월 사이에 중국에 대한 국제 여론의 논조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이들은 WHO를 무능하고 무책임한 기구, 친중국적 기구, 중국의 한 정부기관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의 신임 외교부 대변인이 불을 지핀 “바이러스의 출처” 가설은 명백한 외교적 악수였다. 외교 실패의 비용은 고스란히 중국인(민)들이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중국인 혐오가 그것이다. accountable, pay, cost, 도처에서 손해배상 청구의 요구가 나왔다.
많은 기관과 연구진들이 바이러스의 약물 개발에 착수했고(이미 효과적인 약물이 나오긴 했지만), 백신은 이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에 상용화 될 수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치료되고 예방되겠지만 바이러스로 인해 급격하게 재편된 관습은 현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100% 원상복구 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만큼 모든 사람은 불확실한 내일과 모레, 그리고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중국정부는 최선을 다해 무조건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을 그 이전보다 좋아지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일상의 영역은 너무 당연해서 차치하고, 최소한 당국의 무능함을 비판해도 처벌되지 않고, 정보의 불투명으로 인해 피해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 리더십이 잘못되었으면 책임감 있게 사과하여 대중적 분노를 식혀줄 줄 알아야 하고, 누군가의 업적을 위한 프로파간다보다 묵묵히 생활하는 사람들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강제적으로 변화해야만 했던 일상이 재난 이전과 같거나 심지어 더 나쁘다면 불만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내부의 불만과 외부의 추궁이 일치해 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기에 코로나19는 이미 사회적인 것이고 정치적인 것이 되었다.
저자소개
박우(parkwoo34@gmail.com)는
한성대학교 교수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관심분야는 중국지역연구, 재중한인, 국제이주, 시민권 등 분야이다. “중국사회 2019년 평가와 2020년 전망” (2020, 『성균차이나브리프』), “북중러 접경지 개발사업과 지역정체성의 변화: 연변을 중심으로” (2020, 『만주연구』), Chaoxianzu Entrepreneurs in Korea: Searching for Citizenship in the Ethnic Homeland (2020, Routledge), China’s Ethnic Minority and Neoliberal Developmental Citizenship: Yanbian Koreans in Perspective(2020, Citizenship Studies), The Asianization of Northeast China: Segmented Integration of Local Authority and Yanbian Korean Autonomous Prefecture(2019, Journal of Asian Sociology) 외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출판했다.
[1] 확진자는 2월 4일과 5일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2월 11일 후베이당국이 그간 “누락” 된 확진자를 추가하면서 중국 당국의 통계치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기도 했다.
[2] 공산당학교를 말한다. 당교는 당간부를 양성하거나 당간부의 행정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당교는 당의 정체성,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이론화 작업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 張美悅·李瑞洋·張若窪(2020)을 참조하라.
[4] 2월 21일, 후베의 확진자(누락)가 추가되어 기존의 62,662명에서 63,088명이 되었다.
[5] 시진핑 주석은 4월 8일에 이 사구 책임자에게 편지를 보내 그동안의 노고를 칭찬하는 등 친(서)민적 이미지를 적극 만들고 있다.
[6] 박우(2019)를 참조하라.
참고문헌
- 박우. 2020. “중국사회 2019년 평가와 2020년 전망”. 성균차이나브리프 제8권 제1호, 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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