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인도의 선택은?

일대일로는 인도에게 기회이기 보다는 위협이다. 인도는 중국이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되는 꿈을 실현하는데 조력자가 될 마음도 없을뿐더러 더욱이 자국의 영토주권에 도전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추진하는 한 일대일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로라는 중국의 이니셔티브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는 일대일로를 제외한 중국과의 기존 협력 메커니즘을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일대일로 대상국 및 주변국과 보다 적극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맺고 나아가 일대일로를 견제할 수 있는 실리적 다자외교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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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세종연구소)

일대일로와 중국의 꿈

BRI(Belt and Road Initiative)로도 불리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영문명 One Belt, One Road)는 아시아를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세계 각국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여 무역과 경제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중국식으로 세계화를, 특히 경제의 세계화를 실현하기 위한 야심찬 개발 캠페인이다. 궁극적으로 일대일로는 중국제조2025(‘Made in China 2025’)와 함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 즉 2049년에 중국을 세계 초일류 국가로 만드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양대 축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일대일로는 단순하게 무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 나아가 사람, 문화, 기술 교류를 확대하는 민심 상통의 민심 상통(民心相通)의 5통(通), 즉 5개 분야를 포괄하는 보다 광범위한 협력의 프레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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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중심으로 일대일로에 포함되는 국가와 지역에서 이미 파이프라인(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항만(파키스탄, 스리랑카), 철도(태국, 라오스), 발전소(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대형 인프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까지 연결하는 철도, 카자흐스탄의 내륙 항만, 이란의 수력댐, 헝가리의 화웨이 물류센터, 이스라엘의 하이파 항구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10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단순하게 무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육상실크로드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로 이루어지는 일대일로는 ➀ 중국 내부 뿐만 아니라 참여 국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정책소통(政策溝通)’, ➁ 국가 간 인프라, 운송뿐만 아니라 기술표준화 등 시스템까지 연계하는 ‘인프라 연계(設施聯通)’, ➂ 전자통관, 공동 자유무역구 건설 등 무역 원활화를 위한 ‘무역 연계(貿易暢通)’, ➃역내 금융협력을 강화하는 ‘자금 융통(資金融通)’, ➄ 그 외 사람, 문화, 기술 교류를 확대하는 민심 상통(民心相通)의 5통(通), 즉 5개 분야를 포괄하는 보다 광범위한 협력의 프레임을 갖고 있다. 나아가 런던 역외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RMB)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의 세계화까지 바라보는 구상이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의 발표 이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실크로드기금 격으로 2016년 1월 신(新)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이 출범하였다. 중국은 AIIB 총 자본금 967억 달러의 31%인 298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해 정상급 회의를 개최하여 참여와 집행을 독려하고 있다. 2017년 5월에 개최한 ‘2017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 포럼(2017国际合作高峰论坛)’에서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일대일로 건설계획 협력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2019년 4월에는 150개국, 37개의 국제기구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일대일로 포럼을 개최하였다.

 

인도는 왜 일대일로 참여를 거부하는가?

역사적 배경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인도는 어떤 입장일까? 인도에서 인프라 건설이 갖는 중요성만을 놓고 본다면 참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9년 5월 두 번째 정권 창출에 성공한 모디 정부는 7월 5일 발표한 2기 정부의 첫 예산안에서 인프라 구축이 정부의 최우선 과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프라 건설을 위해 5년간 100조 루피를 투자하고, 이를 전담하는 금융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제시했다.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기대하며 일대일로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인도가 일대일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인도에 일대일로는 기회보다는 위협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이 중국몽, 중국식 세계화라면, 인도가 여기에 참여할 가능성은 작다.

근본적으로 인도와 중국은 역내 패권경쟁국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인도는 중국과 1950년 국교를 수립하였으나, 영국 식민지시대인 1914년 인도 영토로 편입된 티베트 남부지역을 둘러싼 국경분쟁으로 1962년 전쟁을 치렀고, 이후 지속되는 국경분쟁과 핵 경쟁 등으로 반중정서가 팽배해있다. 국경지역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2000년대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양국은 200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으나, 이듬해인 2006년 중국은 인도령 티베트 지역에 대한 권리를 다시 주장하며 공군기지를 건설하고 다양한 형태의 침입을 거듭했다. 이에 인도는 2009년 12월 자국방어전략 독트린을 파키스탄 대응 중심인 ‘Cold Start’에서 파키스탄과 중국을 모두 겨냥하는 ‘Two Front War’ 독트린으로 전환했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핵개발 기술을 이전해준데 이어, 인도양 주변국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는 ‘진주목걸이 전략’을 통해 인도양에서 해군력을 증강하는 것은 인도 입장에서 명백한 위협으로 인식할 만한 것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2017년에도 도클람(중국명 둥랑) 지역 영토분쟁으로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주변국에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인도 입장에서 상당한 안보적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에 대한 99년 장기운영권 획득(’17.7),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건설 추진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 인도를 포위하는 해상실크로드는 진주목걸이 전략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인도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이미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프로젝트를 수행한 국가들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지원을 받아 건설한 인프라의 운영권을 빼앗기거나 채무위기 한계에 직면하게 된 스리랑카·말레이시아·아프리카의 사례가 잇따르면서 일대일로에 대한 경계심도 확산하고 있다.

CPEC(상)과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하)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주변국에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 인도 입장에서 상당한 안보적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CPEC 건설 추진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도를 포위하는 해상실크로드는 진주목걸이 전략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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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를 두고 인도의 행보를 보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인도는 2017년 중국이 주최한 제1차 일대일로 포럼에 참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Endowment, 2018). 2018년에는 외무부 공식 성명을 통해 일대일로의 투명성과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파키스탄을 관통하는 경제회랑 프로젝트가 인도의 영토 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참여할 수 없음을 공식 선언했다(Ministry of External Affairs, 2018).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은 파키스탄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인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카슈미르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따라서 자국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는 프로젝트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2018년 4월에 열린 제5차 인-중 전략경제대화(India-China Strategic Economic Dialogue)에서도 인도는 일대일로에 관련된 어떠한 프로젝트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2019년 4월에 열린 2차 포럼에도 불참했다(The Diplomat, 2019).

결국 인도는 ① 중국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인프라 프로젝트는 국제 규범 및 기준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으며, ②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례와 비슷하게 인도 주권과 국경 지역 등의 이슈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③ 인도 및 인도 주변국들에 중국이 더 큰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대일로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도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인도 동부-중국 남서부를 잇는 BCIM 경제회랑(Bangladesh-China-India-Myanmar Economic Corridor) 프로젝트가 있다. 하지만 BCIM 경제회랑은 중국이 1990년대에 중국의 쿤밍 시, 인도 콜카타, 방글라데시 다카, 미얀마 만달라이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제안한 것이다. 1999년 쿤밍 이니셔티브, 2000년 뉴델리 콘퍼런스, 2002년 다카 성명, 2003년 양곤 성명, 2004년 쿤밍 협력 선언, 2006년 델리 성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바 있다. 2015년에도 모디(Narendra Modi)와 시진핑(Xi Jinping)은 BCIM 경제회랑 프레임워크 아래 이루어진 협력을 계속해나갈 것임에 동의했다. 현재 BCIM 경제회랑 프로젝트는 인도의 반대로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서는 제외되었고, 프로젝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인도-중국 정치의 희생양으로 불리며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도는 BCIM 경제회랑이 일대일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므로 동 프로젝트는 재개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The Economic Times, 2019).

BCIM 경제 회랑
BCIM 경제회랑은 인도가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면도 있으나, 실제로는 일대일로와 무관하다. BCIM은 199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99년 쿤밍 이니셔티브, 2000년 뉴델리 콘퍼런스, 2002년 다카 성명, 2003년 양곤 성명, 2004년 쿤밍 협력 선언, 2006년 델리 성명을 거쳤고, 2015년에도 모디(Narendra Modi)와 시진핑(Xi Jinping)은 BCIM 경제회랑 프레임워크 아래 이루어진 협력을 환영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BCIM 경제회랑은 인도의 반대로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서는 제외되었고, 프로젝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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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협만이 아니다. 영토뿐만 아니라 시장까지 중국이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인도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인도 수입 시장에서 중국제품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 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장악해서 성장 기회를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아래 그림을 보면 지난 10년 간 인도 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 유지, 일본은 약화(0.5% 감소)된 반면 중국은 7.1%나 점유율을 확대했다.

인도 수입 시장 내 한·중·일 비교 (단위, %)
출처: CEIC, 인도 상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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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적 배경

역사적인 중국과의 갈등관계와 함께 일대일로에 대한 인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2기 정권 출범에 성공한 모디 정부의 정치, 외교 정책이다.

인도는 2019년 4~5월 총선을 치렀다. 연초만 해도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2014년 사상 최초로 BJP(Bharatiya Janata Party, 인도국민당)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획득하여 정권 창출에 성공한 이후 7%를 웃돌던 경제 성장률은 2019년 연승을 목표로 총선을 준비하던 2018년 하반기부터 6%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1억 개의 일자리 창출 공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 제조 강국 프로젝트 Make in India의 5년간 성적도 초라했다. 실업률이 45년 이래 최고치인 6.1%까지 치솟았다. 표심을 좌우하는 청년층과 농민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체감하지 못한 채 경제가 휘청거리자 모디 총리의 독선적 리더십과 극단적 힌두주의(Hindutva)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급기야 2018년 12월 중앙은행 총재를 친(親) 모디 성향의 샤크티칸타 다스(Shaktikanta Das)로 전격 교체하고 시중에 화폐를 긴급 수혈하는 등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초조한 속내를 드러내자,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모디 총리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암울한 선거 분위기의 반전은 2019년 2월 16일 인도 북부 지방에서 파키스탄 무장 조직의 자살폭탄 테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테러 직후 모디는 오랜 앙숙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을 무장 조직의 배후로 지목하고 지체 없이 강력한 공습을 단행했다. 국지전이 지속되는 긴장된 상황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인의 단결을 호소했고, 자신의 인도 ‘파수꾼’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각인시켰다.1)

이어서 선거 캠페인을 국가 안보 캠페인과 동일선상에 두는 전략으로 강력한 수호자의 이미지를 강화했다(The New York Times, 2019). 여당 BJP는 선거 공약 결의문에서 독립 75주년이 되는 2022년까지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부강한 인도를 현실로 만들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2022년까지 완수할 75가지 과제(75 Milestones of India @ 75)를 발표하고,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47년을 위해 탄탄한 기초를 쌓겠다고 공언했다.2) 이는 중국의 중국몽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비전을 연상케 한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에 비견되는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인도인의 자긍심을 고취한 것이다. 모디 정부는 독립 75주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75개의 과제를 12개 목표별로 구분하여 제시했는데, 그 제1 목표가 바로 안보와 국가 우선주의다.

이와 같은 모디 2기 정부의 정치, 외교정책이 확실하게 나타난 것이 2019년 8월 5일의 북부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직접 통치 선언이다. 파키스탄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잠무 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주(state)에 특별자치권을 부여하는 헌법 370조를 대통령령으로 즉각 폐지한다고 의회에 통보해 승인을 받았다. 인도 헌법 370조는 국방·외교 등을 제외한 영역에서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이 폐지돼 잠무 카슈미르 주는 인도 중앙정부의 직접 통치를 받게 됐다. 분쟁 발생 시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즉각적인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인도 국경 서쪽 영토를 중국 영토라고 인식, 인도의 행정관할 구역으로 포함하는 데 반대해 왔다. 따라서 인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국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중국 영토 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지 주민들은 물론 영토분쟁 중인 파키스탄도 “평화와 안보를 악화시키는 불법적인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3만 5000명의 인도군을 투입해 현지 정치인들을 가택연금시키고 테러 위험을 이유로 관광객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전화와 인터넷도 끊고 무장군인이 거리에서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영토와 관련된 이슈에서 양국은 한 치도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대일로를 넘을 인도의 세 가지 전략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이 CPEC을 추진하는 한 인도가 일대일로에 참여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최소한 영토와 안보 이슈를 강조하는 모디 정부가 집권하는 2023년까지 이러한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대일로는 어떤 식으로 인도의 경제와 통상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대일로라는 중국의 이니셔티브에 맞서기 위한 인도의 대응은 ① 일대일로를 제외한 중국과의 협력 메커니즘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② 일대일로 대상국 및 주변국과 보다 적극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맺으려고 할 것이고(신동방정책 강화), ③ 일대일로를 견제할 수 있는 다자외교 활성화의 세 가지로 나타날 것이다.

일대일로를 제외한 중국과의 협력 메커니즘 활용

인도로서는 자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지 않는 한 중국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정책적, 실리적 판단이 우선할 것이다. 사실 그간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실용주의적 접근을 취해왔다. 양국은 200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한 이후 정상의 상호 방문 정례화와 전략경제대화 개최 등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직후 중국은 5년간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비롯한 철도, 산업단지 조성 등 경제협력을 약속했고, 2년 연속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BJP가 바즈파이(Atal Bihari Vajpayee) 총리 시절 시작했던 국가적인 항구 개발 프로젝트인 사가르 말라(Sagar Mala)를 비롯하여 중국의 투자로 역내 연계성이 강화되는데 대한 기대감도 있다.

실제 인도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 Bank) 등 중국이 핵심 역할을 하는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중국 주도의 AIIB에 84억 달러를 투자, 중국 다음으로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8.7%). 인도는 안드라 프라데시(Andhra Pradesh)의 태양열 사업, L&T 인프라금융 등에 AIIB와 4억 달러가 넘는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는 AIIB의 최우선 과제가 일대일로 구현이라는 불편한 사실을 알면서도 인프라 개발을 위해 AIIB를 활용하고 있다(The Quint, 2019).

앞서 설명한 대로 인도는 일대일로의 물리적 인프라 사업은 인도의 영토 주권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축 중의 하나인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 참여에 대한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2012년부터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별 지출을 보면 1위가 인도로 총 59억 달러를 지출했다. 인도는 아직은 다른 선진국들의 화웨이 및 중국 기술 억제 제한 노력에 동참하지 않았다. 2019년 1월 5일 인도 통신부는 화웨이 통신 기기를 금지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별 지출 (단위, 십억 달러)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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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인도 대내외적 압력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실크로드 참여 전망은 불분명하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인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 비중을 빠른 속도로 높여가고 있다. 이에 2018년 12월, 인도 통신 기기 및 수출 추진 위원회(Telecom Equipme and Export Promotion Council)는 화웨이, ZTE, Fiberhome과 같은 중국 업체로부터의 기기 구매 금지를 국가안보보좌관 Ajit Doval에게 요구하는 등 업계의 반대가 심해지고 있다(South Asia Journal, 2019). 미국은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배제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조만간 5G 시범 사업자 선정을 앞둔 있는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과 함께 제안서를 제출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의 연계성 사업 강화

동남아와의 협력은 인도의 핵심 외교정책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등 서구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떨치는 상황에서 모디 정부는 기존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에 실행력을 강조한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을 발표, 인도 동쪽에 위치한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인도 신동방정책과 대상이 겹치는 상황에서 인도는 옆마당에서 중국이 휘젓고 다니는 것을 관망하지는 않을 것이며, 신동방정책을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할 유인을 갖게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인도는 동북부 아삼 주의 구와하티(Guwahati)와 방글라데시 다카(Dhaka)를 연결하는 직항 노선을 개설했다. 미얀마를 경유해서 인도 동북부를 벵골만까지 연결하는 칼라단(Kaladan) 프로젝트와 미얀마, 태국과 함께 인도 동북부 모레(Moreh)에서 미얀마를 거쳐 태국의 매솟(Mae Sot)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2억 9천만 달러 규모의 아프가니스탄-인도 우정의 댐을 건설하는 등 인프라 부문에만 약 3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하여 최대 원조 공여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또한 파키스탄과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차원의 지역협력은 난관에 봉착했지만, 방글라데시, 부탄, 인도, 네팔이 포함된 BBIN(The Bangladesh, Bhutan, India, Nepal Initiative)에서 육로수송을 위한 협정을 시작으로 협력을 가속하는 한편, 남아시아 5개국(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부탄)과 동남아 2개국(미얀마, 태국)으로 구성된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Bay of Bengal Initiative for Multi Sectoral Technical and Economic Cooperation)를 통한 역내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파키스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인도 주변국에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이 인도 연계성 사업의 또 다른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리적 다자외교 활성화

1기 모디 정부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대표적인 분야는 외교 정책이다. 모디 정부는 과거의 ‘비동맹(non-aligned)’ 원칙을 단호하게 걷어내고, 대신 ‘다자동맹(multi-aligned)’ 외교 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공동의 이해관계(shared interest)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보다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수립하는 다자동맹 외교 정책은 인도 외교의 외연을 효과적으로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이스라엘, 이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호주, 캐나다, 일본과 핵연료 협정을 체결했고, 인도양과 남태평양의 작은 도서국에 손길을 뻗치는 한편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도 진일보시켰다. 2018년까지 전 세계 192개국 중 186개국과 교류했다(인도 외무부, 2018).

모디 정부 다자동맹의 특징은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않고 손익계산에 기반한 대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록 중국과 경쟁하고 있지만 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고 인도의 적극적인 동참을 고대하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이 될 가능성은 작다. 2003년 당시 BJP의 바즈파이(Atal Bihari Vajpayee) 총리는 미국과 인도가 ‘타고난 동맹(natural allies)’이라고 했지만,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에 끝내 동참하지 않았다. 모디 총리의 대미 외교정책도 이와 비슷한 양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 3 국과 연합하여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할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갈것이다. 일대일로 대신 인도는 2017년 11월 일본과 함께 아시아-아프리카 성장회랑(AAGI: Asia-Africa Growth Corridor)을 제안했다. AAGI는 인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를 아프리카와 연결하는 해상 네트워크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미 일본과는 인도 국내의 대표적인 산업회랑인 델리-뭄바이산업회랑(DMIC: Delhi–Mumbai Industrial Corridor), 첸나이-방갈로르산업회랑(Chennai Bangalore Industiral Corridor)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인도 동북부의 브라마푸트라(Brahmaputra) 강에는 일본 JICA 자금으로 20km에 달하는 인도 최장의 다리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제 인도와 일본의 협력 범위는 인도 영토를 넘어 신동방정책 대상국가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도는 일본과 함께 스리랑카 항만 당국이 콜롬보 항에서 수행하는 동부선적터미널(East Container Terminal) 건축에 참여할 것이다. 스리랑카가 동 터미널의 소유권을 완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에 99년간 운영권이 넘어간 함반토타(Hambantota) 모델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편 대외 통상정책과 관련해서도 다자동맹에 기반한 접근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인도 경제성장의 롤모델은 중국이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양상을 목도하며, 인도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과는 별개로, 미국과 같은 경제 대국과 양자 차원에서 통상교섭을 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인도는 현재 관여하고 있는 다양한 양자(캐나다, 호주, EU) 및 다자(RCEP) 무역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고 있으나, 최소한 전보다적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영토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시장을 내어주는 결과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와 손을 잡고 일대일로를 넘어서자

모디 정부 출범 후 인도는 이미 동방을 바라보던(Look East) 데서 행동하는(Act East) 것으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했고, 일대일로는 이를 보다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즉, 일대일로 자체로 인도의 통상지형이 바뀐다기보다는 일대일로에 대한 반작용, 대응 하는 과정에서 인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과감한 대외정책, 통상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적으로는 중국과의 경쟁구도를 유지하겠지만, 경제적으로는 모디 총리가 중국식 발전 모델을 지향하고 배우고 협력하려는 의지가 강한 대표적인 지도자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일대일로가 거북한 인도의 입장이 오히려 이 지역의 연결성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대일로 자체에는 인도뿐만 아니라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참여국들이 선택적인 참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일대일로 참여의 한계가 이들에게 새로운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아세안은 이미 아세안 통합을 위한 우선 과제로 연계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인도 역시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대일로 문제에서 한국도 편한 입장이 아니다. 일대일로의 대안을 찾는 인도와 손을 잡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 인도 연계성 사업의 핵심 파트너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먼저 인도 국내에서 대표적인 인프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에 인도와 손잡고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인도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비자그-첸나이산업회랑(VCIC: Vizag-Chennai Industrial Corridor) 같은 사업에서 먼저 협력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3) 그리고 인도 국내에서의 성공사례를 발판 삼아 인도 동북부와 아세안을 연결하는 다양한 연계성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9년 6월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의 ‘신동방정책’의 접점을 찾아 시너지를 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2월 서울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 이어 2019년에만 두 차례 결의를 다진 것이다. 인도의 전략적 선택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한국도 일대일로의 대안을 모색하는 인도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모디 총리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 연설을 통해 역내 연계성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뢰의 다리를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계성 사업 성공의 키(key)는 물리적 연결성을 넘어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성에 있다는 점은 우리도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다.

 

저자소개

최윤정(yjchoi@sejong.org)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센터장이다. 현재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민간자문, 한-아세안센터 무역․투자 사업성과평가 Consultant, 의회 남아시아외교포럼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도, 동남아 지역의 정치와 통상 이슈를 연구하여 The Journal of International Trade & Economic Development, Economies, 『남아시아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기고하였다.

 


1) 모디 총리는 3월 16일 트위터 계정 이름 앞에 파수꾼, 문지기를 의미하는 ‘초키다르(chowkidar)‘를 붙여, Chowkidar Narendra Modi로 수정했다.

2) 다른 정당들이 선거 공약을 election manifesto, 즉 ‘선거 공약 선언문’으로 일컬을 때, BJP당은 선거 공약 결의문(Sankalp Patra, Pledge 또는 Resolution Document)으로 명명하면서 분명한 실천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 7월에 발표한 예산안은 동 선거 결의문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3) 인도 정부는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와 정부 자금을 활용하여 민관합작투자(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비자그-첸나이산업회랑(VCIC: Vizag-Chennai Industrial Corridor)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 대상을 찾고 있다. VCIC는 동남아와 교역 및 연계성 강화를 위해 인도 동부해안 항구지역과 전략적으로 밀접하게 개발할 계획이다.

 


참고문헌

  • 인도 외무부, 2018. Unprecedented Outreach, Unparalleled Outcomes – Indias Diplomatic Journey: 2014-2018.
  • Carnegie Endowment, 2018. “India’s Answer to the Belt and Road Initiative: A Road Map for South Asia,” https://carnegieendowment.org/files/WP_Darshana_Baruah_Belt_Road_ FINAL.pdf (검색일: 2019. 08. 05.)
  • Ministry of External Affairs, 2018. “Official Spokesperson’s response to a query on media reports regarding possible cooperation with China on OBOR/BRI.” (4월 5일). https://www.mea.gov.in/media-briefings.htm?dtl/29768/Official+Spokespersons+response+
    to+a+query+on+media+reports+regarding+possible+cooperation+with+China+on+OBORBRI (검색일: 2019. 08. 05.)
  • South Asia Journal, 2019. “When India meets China’s Digital Silk Road,” (3월 04일). http://southasiajournal.net/when-india-meets-chinas-digital-silk-road/ (검색일: 2019. 08. 05.)
  • The Diplomat, 2019. “What to Make of India’s Absence from the Second Belt and Road Forum?.” (5월 9일). https://thediplomat.com/2019/05/what-to-make-of-indias-absence- from-the-second-belt-and-road-forum/ (검색일: 2019. 08. 05.)
  • The Economic Times, 2019. “Kunming meet revives BCIM link plan.” (6월 24일). https://economictimes.indiatimes.com/news/politics-and-nation/kunming-meet-revives-bcim-link-plan/articleshow/69921135.cms?from=mdr (검색일: 2019. 08. 05.)
  • The New York Times, 2019. “A Guide to the Drama and Dynamics Behind India’s Historic Elections.” (5월 22일). https://www.nytimes.com/2019/05/22/world/asia/india-election -issues.html (검색일: 2019. 05. 28.)
  • The Quint, 2019. “Must India Join China’s BRI to Get Infrastructure Loans from AIIB?.” (07월 19일). https://www.thequint.com/news/business/china-india-belt-and-road-infrastructure- loans-asian-infrastructure-investment-bank (검색일: 2019. 08. 05.)

 

데이터 자료

  • 인도 상공부
  • Bloomberg Businessweek, 2019.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19-01- 10/china-s-digital-silk-road-is-looking-more-like-an-iron-curtain
  • CE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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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