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형 커먼즈로서 마을자치연금 사례연구 – 익산시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사례를 중심으로

경제적 불평등 심화, 사회적 재생산이 위협받는 돌봄 위기는 공유재를 확대하고 자치에 기반해 공동체가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커먼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은 그동안 쌓아온 마을 공동체의 역량을 기반으로 마을의 공동자원을 인식하고 자치에 기반한 규칙을 만들어 가고, 새로운 돌봄 커먼즈의 주체로서 공동체의 등장과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이익공유형 커먼즈 사례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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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애(아시아연구소)

왜 지금 커먼즈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를 지탱해왔던 성장중심의 가치관, 탄소기반 생활양식, 글로벌 경제분업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경제적인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삶에서 누리는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가 국가에 의해서 제공되거나 시장을 통해서 구매해야할 때 사회는 재난에 더욱 취약해진다. 반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부가 도시를 함께 만들어 온 사람들에게 정당한 권리로 속하게 되고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유재(Commons)가 다양하게 유지되는 도시일수록 재난에 대한 회복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생활권 단위에서 공유재가 많아지고 이를 만들고 관리하고 향유하는 방식(Commoning)이 성숙해가는 과정은 사회의 공공성, 사유재산, 대안적인 사회조직화 방식에 대한 질문과 답을 구하는 과정이자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논의로 주목받고 있다.

커먼즈 논의가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먼저 불평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와 공동체의 자치를 기반으로 필수재에 대한 보편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홍덕화, 2022). 두 번째는 생태적 차원의 위기를 불러온 성장신화에 대한 도전이다. 무엇이 성장이고, 누구를 위한 성장이며, 그 비용은 누가 치르고, 그 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국가와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서비스와 재화를 다르게 생산하고 다르게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레이워스, 2018). 세 번째는 사회의 재생산이 위협받는 돌봄의 위기이다(백영경, 2017). 공공 돌봄 서비스는 제한적이고 시장의 돌봄 서비스는 고비용일 때 공동체가 서로 돌보는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가정경제, 시장, 커먼즈, 국가를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수단으로 보았다. 국가는 전체 국민을 위해서 공공재를 생산하고 가정경제는 성원들을 위해 핵심재화를 생산하며, 시장은 돈을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이들을 위해 재화를 생산한다. 하지만 커먼즈는 공동체를 위해 함께 생산하는 수단이다(레이워스, 2018). 또한 커먼즈 논의는 물, 공기, 숲, 토지 같은 자연자원으로부터 지식, 문화 같은 비물질적 자원을 넘어 돌봄, 공동생산 같은 물질·비물질적 자원과 엮인 사람들의 행위 과정 및 결과 또한 커먼즈로 범주화하고 있다. 새로운 커먼즈 연구자들은 1)공동자원, 2) 제도, 3) 공동체를 커먼즈를 구성하는 요소이자 속성으로 파악하면서 특히 어떤 것이 커먼즈가 되고 이것을 자치에 기반해 규칙과 제도로 재구성 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 관계와 주체가 생겨나는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이승원, 2019).

 

마을자치연금과 커먼즈

도시와의 소득격차, 일자리 부족, 문화, 교육, 정보의 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도시로의 인구유출로 인한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농촌지역의 인구는 연금가입률이 낮고, 노인복지에 대한 재정지출의 한계로 인해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자체가 미흡하고 이에 따라 돌봄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되어왔다.1) 이에 따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마을 돌봄에 대한 다양한 실천들이 생겨나고 있고 특히 공동체의 소득을 마을돌봄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들이 시도되고 있다. 지방정부차원에서는 농촌지역의 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를 위해서 자생적 마을공동체 중심으로 자체 사회보장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가시리 마을공동목장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대규모 관광개발로 제주도의 많은 마을 목장이 사라져갔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풍력발전단지를 유치해서 연간 약 10억원대의 토지임대료 수익으로 전기요금 보조금, 케이블방송 시청료, 장학금, 노령연금형태로 마을주민에게 돌려주고 있다.2) 마을자치연금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 양식장 갯벌을 통해 얻은 수익을 80세 이상 어르신과 중증환자, 장애인 등 경제활동이 어려운 주민에게 월25만원씩 지급하는 태안군 고남면 만수동 어촌계의 사례, 포천시 교동 장독대 마을의 경우처럼 농촌체험마을 수입으로 2018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매월5만원연금을 지급하는 사례, 익산 성당포구 마을처럼 지자체와 국민연금공단 같은 공공기관이 태양광 인프라를 제공하고 마을공동체의 수입을 매칭해서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부터이다.

마을자치연금을 이익공유형 커먼즈로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는 첫 번째 무엇이 마을의 공동자산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시리 마을공동 목장의 경우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는 공동의 인식이 있었고, 만수동 어촌계의 경우도 마을어장을 ‘우리의 것’으로 인식하는 과정이 있었다, 두 번째는 공동체의 이익을 공동체에 돌려주는 과정에서 자치에 기반한 규칙을 만드는 커머닝 과정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가시리 마을의 경우 땅을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합의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관광개발이익을 위해 공동목장을 매각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고, 성당포구 마을의 경우 마을자치연금지금을 위해 조합비를 통일하고 조합원의 자격을 재조정하는 합의과정을 거쳐야 했다. 세 번째는 새로운 돌봄 주체로서 공동체의 등장과 활성화이다. 성당포구 마을의 경우 전통적인 마을회, 비영리법인, 영농조합법인, 유한회사 등이 마을자치연금을 위한 주체로 연결되었다.

익산시 마을자치연금 제1호 마을 준공식 사진
출처: 익산시 홈페이지

 

마을차지연금사례 왜 성당포구마을 인가?

성당포구 마을은 행정구역상 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로 762에 위치해 있으며 2020년 11월 기준 53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바람개비 마을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마을이다. 성당포구 마을이 익산시가 공모한 마을자치연금1호 마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태양광 발전수익과 1:1로 매칭 할 수 있는 마을수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그동안의 마을공동체 사업경험을 통해 축적된 공동체의 역량이다. 성당포구 마을은 2013년부터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 테마마을, 체험휴양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전라북도의 슬로푸드 사업 등을 통해 공동체의 참여역량, 합의역량, 사업역량 등을 쌓아왔다. 세 번째는 문화적자원이 공동체의 전통과 유대감을 갖는데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350년의 역사를 이어온 성당포구 농악과 1668년부터 시작된 성당포 별신제등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지금도 마을의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익산시 마을자치연금백서, 2021).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 개요

익산시는 2021년 1월 농촌 고령인구의 사회보장확대와 공동체 사업 활성화, 농촌인구유입을 통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마을자치연금1호 공모사업을 하고 성당포구마을을 선정하였다. 익산시가 마을자치연금 사업을 실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대목은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역량이다.

“공동체 조직화가 잘 되어 있다. 의사결정과정이나 마을 체험관 수익 등 공동체 수익이 있고 영농조합법인 설립할 때 의견수렴과 공동출자경험이 있다. 마을기금 매칭조건은 1:1로 태양광수익 50%,마을공동체수익50%인데 자신들의 수익이 들어가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1:1 마을수익 매칭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젊은 이장이 추진력도 있고 어르신한테 잘하고 마을 운영도 잘되는 마을. 걱정이 없는 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재산적으로 잘사는 마을이 아니라.”

(익산시 담당 공무원)

익산시는 국민연금공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한국전기안전공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새만금개발공사, 한솔테크닉스 등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태양광발전 설치비용1억5000만원을 지원하였고 최대76kw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태양광발전 수익과 마을공동체 사업수익금 매칭으로 발생한 재원은 월 320만원이며 마을자치연금으로 지원하고 남은 비용으로 유지보수액과 안전관리자 1인의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 2021년 8월부터 매월10만원씩 전체주민 35%이상인 28명에게 지급을 시작하였고 사망, 수급포기, 지급연령도래 등의 이유로 2023년 11월 현재 지급대상은 25명이다.

마을자치연금지급대상

대상자 – 신청. 지급 시 해당마을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5년 이상 거주이력과 현재 실거주 중인 자
– 법인 정관에 등재되어 마을 사업을 위해 활동 중인 자
재전입자 – 전체 5년 이상 거주이력과 전입 후 3개월 이상 거주하며, 현재 실거주중인 자
– 법인 정관에 등재되어 마을사업을 위해 활동 중인 자
신규전입자 – 전입 후 5년 이상 거주 이력과 현재 실거주 중인 자
– 법인 정관에 등재되어 2년 이상 마을사업을 위해 활동 중인 자
– 마을 주민 10인 이상 동의
이익공유형 커먼즈로서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

이익공유형 커먼즈로서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은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공동체가 마을의 자원을 공동으로 형성해가는 과정이다. 둘째는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누구에게 어떤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규칙을 정해나가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이 과정에서 돌봄 주체로서 어떻게 공동체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당포구 마을은 농촌마을에서 드물게 마을공동체의 재원으로 에너지 발전수익을 50% 매칭을 할 수 있었던 곳이다. 마을공동체의 수익원은 주로 성당포구 금강체험관, 전통마을체험운영 등 마을 관광수입과, 영농조합법인 수입이 주를 이룬다. 마을공동체의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서 2006년부터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 테마마을, 체험휴양마을등과 전라북도 슬로푸드 사업, 문체부의 공공디자인 공모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통 테마마을의 경우 마을소유의 토지에 보조금을 받아 건물을 지었고, 10년의 기간이 지나 마을의 자산이 되었다. 또한 3년 전 마을공동체가 모은 돈으로 토지를 구매해서 지원금을 받아 슬로푸드 체험관을 지었다. 마을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부지를 늘려가면서 보조금을 받아 건물을 짓고 10년이 지나면 마을자산이 되는 제도를 이용해서 마을의 자산을 늘려왔고 지금도 시설이 노후화 되면 마을 땅을 사기 위해 적금을 붓고 있다.

금강체험관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으로 농사지을 땅을 잃게 되자 자구책으로 주민들이 먹고 살 것을 요청하였고 2013년부터 금강체험관을 위탁운영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또한 영농조합법인이 인허가를 받아 마을공동소유인 자전거로 바람개비 생태투어를 운영하며 수익이 발생한다. 현재 영농조합법인의 수익은 이익배당을 출자금의 40%를 할 만큼 튼튼하다. 마을자치연금의 규약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마을자치연금의 대상자는‘마을사업을 위해 활동 중인 자’이다. 이러한 마을사업은 마을관광체험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일자리부터 동네 청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13년부터 2011년까지 마을주민에게 지급한 인건비가 5억3천만원 정도에 이르는데 이는 공모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마을 사업과 수익이 ‘우리의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돌아가면서 마을일자리가 생긴다. 숙박 청소 체험운영을 주민이 한다. 움직여서 일할 수 있는 분들은 다 고용했다고 보면 된다. 청소, 체험, 식사를 순번을 메겨서 하고 있다. 13년-22년 인건비를 계산해보니 5억3천정도가 지급되었다. 여기에는 사무장 이장 활동비 지원이 포함된다. 주민이 108명인데 108명이 거동할 수 있고 청소년이 아니면 여기 일자리 경험을 다 해봤다고 보면된다. 어르신은 일년에 한,두번 쓰레기 치우고 주로 많이 움직이는 건 부녀회이다. 11-12명이 돌아가면서 한다. 나머지는 가끔 일하면서 일일 경비 드리는데 예를 들면. 제초작업 일당 드리고. 저게 내가 일하면서 가꾼 건물이니 내거라는 생각을 한다. 주민들이.”

(마을 이장)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에너지 발전수익과 50%매칭을 하는 곳은 영농조합법인이다. 다른 마을공동체의 수익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영농조합법인의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매칭이 가능한 상황이다. 누가 영농조합법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는 마을주민이 공동체의 자산을 만들고 어떻게 이익을 나눌 것인지를 결정해가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1년만 지나면 영농법인 가입자격이 생기고 2020년 총회를 통해 출자금을 균등하게 맞추었다. 그 이전까지는 출자금이 30만원,50만원,100만원으로 천차만별이었는데 이익배당을 평균 40%정도를 하기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어 출자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2년여의 토론을 거쳐 출자금을 150만원으로 균등하게 만들었고 1년에 60만원 정도의 배당수익을 고르게 가져가고 있다.

“이 마을은 공동체가 잘 된다는 걸 알고 있고. 1년만 지나도 영농법인가입이 가능하다. 2년 전에 출자금을 가구당 150만원으로 맞추었다. 2년을 토론을 했다. 이익배당 연간 40%나 되다보니 많이 낸 사람은 돈을 안 빼려고 하고 적게 낸 사람은 더 내려고 하고. 가장 쟁점이 되었던 건 출자금인데 동등하게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농협에 출자금 많이 낸 사람들은 어깨가 달라진다. 으스대고 다닌다. 이익배당금 40%를 10년 넘게 드렸으니 출자금을 이미 충분히 받아가지 않았냐. 1년 밖에 안 살고 출자금 많이 내고 40% 받아 가면 불만이 생기고 했다. 그래서 300만원 낸 사람이 좀 양보해라. 이미 배당금을 받았으니 서로 양보하자. 이게 주민자치연금보다 더 어려웠다. 이제 와서 새로운 사람 들어오게 하면 안 된다고 반대도 심했다.”

(마을 이장)

또한 마을 성당포구 마을 영농조합은 기존 조합원이 이사와 감사 등 7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2020년 총회를 통해서 ‘마을 주민 전부가 합심하여 만든 조합이고 실제 마을 주민 전부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주민 전부가 조합원이나 준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고 미성년자를 제외한 마을주민 61명 모두를 준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바 있다.3)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의 주요한 수익원이 발생하는 영농조합법인의 실질적인 대표성을 만들고 이익 공유를 위한 공감대를 만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토론과 합의기반은 이후 마을자치연금공모에 지원하고 마을자치연금 운영을 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마을자치연금 10만원은 노후보장체계가 부족한 농촌마을 고령자에게 중요한 소득원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무엇보다도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마을자치연금 지급의 효과는 어르신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1년이면 120만원이니 제법 목돈이 된다. 농촌의 경우 주거 생활비용이 식비 빼고 전기세, 수도세, 공과금으로 14만원 정도 드니까 10만원은 충분히 도움을 주는 비용이다. 여유가 있으면 이걸 모아 자제, 손자 선물 하고 용돈 주는 재미가 있다고 하신다. 소득이 없으신 분들은 이 자체로 요긴하고.”

(익산시 담당 공무원)

“10만원 받아 뭐하냐는 방송용어다. 요양원 가기 부담스러운 어떤 노인이 10만원 더 받으면 요양원 갈 수 있다. 10만원 가지고 뭘 용도를 정해서 쓰지는 않는다. 좀 더 여윳돈이 생겨서 연금 평균치 늘리면서 복지가 좋아지는 거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건 매스컴에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너네 동네는 돈도 주고 이사를 가야겠다 이러니 동네 자부심이 높아진다. 나도 선배들이 전화 와서 TV에서 봤다 이러고 인정을 받는 거.”

(마을 이장)

이전의 마을조직인 경노회, 부녀회, 마을회, 영농조합법인은 서로 잘 돌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마을 돌봄을 수행해 왔다. 영농조합법인의 지원으로 부녀회가 정기적으로 어르신들 식사대접을 하고 경노회, 부녀회가 놀러 가면 서로 비용을 보태주는 관계였다. 또한 마을주민이 무보수로 모두 참여하는 성당포 별신제와 고유한 특징을 가진 익산성당포구 농악처럼 전통문화가 계승되면서 마을의 정체성과 유대감을 갖도록 하는 공동체 문화가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마을조직은 자치에 기반한 본격적인 마을 돌봄을 수행하는 주체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마을공동체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하면서 성당포구에는 다양한 조직이 생겨나고 역할도 확장되었다.

성당포구 마을회는 비영리법인으로 전 마을주민이 참여하고 있고 2006년 비영리법인 성당포구 전통테마 마을을 만들어 찜질방과 건강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버스만 두 시간 타고 목욕탕을 다니던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전기세 등을 마을회에서 지원하고 있다. 영리법인인 성당포구마을 영농조합법인은 2020년 총회를 통해 미성년자를 제외한 모든 주민을 조합원과 준조합으로 만들면서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마을수익50%를 매칭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거래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 in Traffic)를 활용하기 위해서 유한회사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발전소를 설립하였다. 농촌지역의 전통적인 부녀회와 경노회를 넘어서서 비영리조직, 영리조직, 주식회사 등이 각자의 역할을 통해 마을의 자산을 늘려가고 마을자치연금을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 돌봄이 가능한 주체로 성장해가고 있다.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의 커먼즈로서의 과제

첫 번째는 빗장공동체가 아니라 열린 공동체로 진화하는 것이다. 페데리치는 협력의 규칙이 준수되는 경우에 이루어질 수 있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질적인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구성원들 간의 연대를 촉진하면서도 인종주의적·배타적 실천을 저지를 수 있는 빗장 공동체와 커먼즈를 구별하는 요인으로 보았다.(페더리치외 2019) ‘돈 주는 마을’ 이라는 자긍심이 높아질수록 외부에 무관심하거나 외부인을 배제할 위험이 있다. 마을자치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후 1년 동안 7.7%의 인구유입이 있었고, 앞으로 전입인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신규전입자에 대해서는 2년 이상 마을사업을 위해 활동해야하고 마을 주민 10인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만 이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가 일차적으로 커먼즈로서의 개방성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마을자치 연금이 송당포구 마을을 넘어 보편적인 권리로 인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커먼즈 정치는 커먼즈의 구성 원리, 즉 자치와 필수재에 대한 보편적 권리가 서로 충돌하면서 스스로를 변신시키는 힘으로 작동하는 것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정연신, 2020) 고령화가 심해지고 사회보장정책의 지역기반이 취약한 농촌에서 돌봄의 권리는 필수재로서의 보편적 권리이다. ‘우리의 것으로 마을자치연금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지역기반 돌봄모델로서 ‘ 모두의 것’ 이라는 보편성을 인식하는 것은 마을 돌봄에 관한 국가와 공동체의 역할 경계를 끊임없이 재조정하고 자치의 경계를 확장한다.

세 번째는 공모사업의 한계를 넘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무엇이 공동의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마을구성원 스스로가 인식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태양광 발전은 설비를 하고 나면 안전관리자 1인이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이라 비교적 관리가 쉽고 발전차액지원제도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 현재의 수익만으로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마을자치연금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마을 돌봄의 영역은 비단 마을 고령자에게만 있지 않다. 또한 마을소유의 땅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이 더 마을의 공동의 자산이 되어야 하는지를 상상하고 토론하고 합의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자소개

정선애(designsun21@gmail.com)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이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6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국인권재단 등에서 일했다. 초대 서울시NPO지원센터장과 서울혁신기획관을 역임하며 새로운 비영리 생태계 확산과 도시전환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만드는 일을 했다. 공동저서로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서울을 바꾸다, 혁신가 박원순의 도시혁명10년」등이 있다.

 


1)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4.7%로 전국 고령인구 비중14.3%에 비해 3배이상 높고 농업인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4%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가입률 69.8%의 절반수준이다(익산시 마을자치연금백서14P)

2) 마을 공동목장에 세운 풍력발전…임대료로 장학금, 관광객도 온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60182 (검색일 2023.1.29)

3) 성당포구마을 영농조합법인 조합원 총회 의사록

 


참고문헌

  • 홍덕화. 2022. “커먼즈로 전환을 상상하기.” 『환경사회학연구 ECO』 26권 1호, 179-219.
  • 레이워스, 케이트. 2018. 『도넛 경제학』. 홍기빈 옮김. 서울:학고재.
  • 백영경. 2017. “커먼즈와 복지.” 『환경사회학연구 ECO』 21권 1호, 111-143
  • 이승원. 2019. “도시커먼즈와 민주주의.” 『공간과 사회』 29권 2호, 134-174
  • 페데리치, 실비아 외. 2019. “자본주의에 맞선 그리고 넘어선 커먼즈.” 『문화과학』 101호, 170-190
  • 정영신. 2020. “한국의 커먼즈론의 쟁점과 커먼즈의 정치.” 『아시아연구』 23권 4호, 237-260.
  • 익산시. 2021. 『익산시 마을자치연금 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