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주(산업연구원)
피라밋과 스핑크스의 나라 이집트는 메소포타미아와 함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 발생한 곳이며,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동은 물론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나라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의 세 대륙을 잇는 연결부에 자리잡고 현대에는 세계 물류의 주요 관문인 수에즈운하를 보유하여 그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역사 문화 유산과 함께 1억 명의 인구와 대한민국의 10배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를 기반으로 이집트는 중동과 아랍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강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집트의 위상은 경제력의 약화로 인근의 아랍 산유부국들에 비해서도 많이 약해져 있다.
장기간의 경제 침체와 산업 활동 부진으로 1인당 소득 3천 달러 내외의 중저소득국에 머무르고 있으며, 인구의 1/4 이상이 절대 빈곤선 아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 활동의 부진 속에 늘어나는 인구에 따른 식량수입으로 세계 최대 밀수입국이며, 국제기구들과 인근 아랍 산유국들의 원조를 받아왔다. 2016년에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고 통화가치를 50% 평가절하하면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최근 동부 지중해 연안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개발되어 모처럼 경제에 활력을 기대했으나, 2020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경제난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집트의 코로나19 상황과 정부 대응
이집트는 2월 14일 카이로 공항에 도착한 중국인으로부터 첫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3월 초까지 미국, 튀니지, 프랑스, 캐나다, 타이완 등에서 방문한 관광객들 가운데 확진자가 보고되었다. 이후 4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여 6월 19일에는 하루 최고 1,774명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7월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서 11월 초까지 하루 200-300명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11월 중순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11월 20일에는 363명을 기록하였고, 이날까지 누계로 총 11만 2,318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6,521명이 사망하였다. 확진자 수로 단순하게 집계하면 세계 전체에서 57위이다.[1]
이집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경제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부심해왔다. 3월에는 공항과 각급 학교, 쇼핑몰, 체육시설, 모스크 등을 폐쇄하고, 모임을 금지시켰다. 4월에는 라마단을 앞두고 쇼핑몰과 기업들의 영업 제한을 완화했으나,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였다.[2] 10월 20일 기준으로 이집트는 14일간의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결혼식과 장례식 모임을 금지하고, 공원과 해변도 폐쇄하고 있다. 사원의 금요일 예배는 8월 28일부터 허용되고 있으며, 각급 학교들은 10월 27일 개학하여 부분 등교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3]
이집트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로 기업 활동이 저하되고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서민층의 생계 위협이 심화되자 여러 가지 긴급 대응책을 발표하였다. 3월 14일 정부는 총예산 64억 달러 규모의 긴급 경제안정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주요 조치는 다음과 같다.[4]
이밖에도 5월 7일 이집트 기획부는 민간 대기업들 및 테루스 재단(Terous Misr Foundation) 등과 협력하여 “Misr Hataady”(이집트는 무사할 거야)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들의 협조 하에 고용과 서비스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5] 이와 함께 “Takaful and Karma”(연대와 존엄)라는 이름으로 서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구호정책도 시행하였다.
IMF 지원으로 외환위기 재발 억제
이집트는 2016년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따른 외환 부족으로 IMF로부터 12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도입하면서 2019년 6월까지 3년 동안 거시경제 안정을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정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통화가치를 50% 평가절하하여 2015년 미화 1달러당 7.7 파운드였던 환율이 2017년에는 17.8 파운드로 급증하였다. 이후 수입물가 폭등에 따라 201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5%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뛰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가스 수출과 관광수입 및 외국인투자가 늘어나고 건설, 제조업 등이 활기를 띠면서 2018년 5.3%, 2019년 5.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동시에 물가와 실업률, 정부 부채 비중이 하락하면서 경제 전반의 안정과 활력 회복이 이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 사태는 안정궤도로 들어서던 이집트 경제를 다시 크게 악화시켰다. 전세계적으로 대내외 봉쇄 조치가 취해지면서 이집트의 주요 외화가득원인 수출과 관광, 외국인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산업 활동도 침체되었다. IMF는 2020년 6월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세계 전체 성장률이 2019년 2.9%에서 2020년에는 –4.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였으며,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은 –4.7%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집트 기획부는 5월 시점에서 연말까지 코로나가 지속될 경우 2020년 성장률이 2%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6]
이런 가운데 5-6월에는 코로나의 급속한 확산 속에 대규모 자본 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외환보유고가 4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다시 한번 외환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하여 5월 중 긴급재정지원(Rapid Financing Instrument: RFI) 자금 28억 달러를 지원받고, 6월에는 대기성 차관협정(Stand-By Agreement: SBA)에 의해 52억 달러를 추가 지원받았다. 이후 외환시장이 다시 안정되고, 이집트 정부는 각종 구호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들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지대추구 경제 속에 군 역할 확대
이집트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갖추지 못하고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물론 대부분의 소비재와 산업재를 수입함으로써 해마다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 고갈로 인한 금융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무바라크정권(1981-2011) 정권 시절인 1991년에 IMF와 세계은행으로부터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장기간에 걸친 구조조정정책을 시행하였으나, 2016년에 다시 같은 현상을 반복하였다.
이집트의 외환수요를 충족하는 주요 외화공급원은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 수출과 관광수입, 수에즈 운하 통관 수입, 해외취업 노동자 송금, 외국인투자 및 원조 등으로서 거의 다 지대(地代)의 성격을 갖는다.[7] 이로 인해 대외환경의 변화에 따른 취약성이 커 이집트경제는 흔히 인근의 아랍산유국들과 함께 “지대추구형 경제”(rent-seeking economy)로 표현되고 있다(Thomas Richter, 2007; Pascal Devaux, 2015). 국민생활에 필요한 물자들을 자급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수입에 필요한 외화조달원조차 취약하다는 점이 이집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이로 인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재원에 따라 금융과 재정정책으로 위기를 넘겨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집트는 1952년 파루크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수립한 나세르정부(1952-1970) 시절에 급속한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자동차, 철강, 화학, 금속 등 주요 산업 분야의 개발을 시도했지만, 사회주의적인 수입대체 정책의 실패로 그 성과가 좋지 못했다. 뒤를 이은 사다트정부(1971-80)는 나세르 노선을 탈피하고 친서방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1974년 민영화, 자유화를 기초로 하는 개방(Infitah) 정책을 내세웠지만, 급속한 개방에 따른 수입 폭증,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 속에 1977년 전국적인 폭동을 겪고, 1980년에는 사다트의 암살로 막을 내렸다. 이어 집권한 무바라크정부(1981-2011)는 새로운 1, 2차 5개년 개발계획을 수립했으나, 개방화의 부작용 속에 경제난을 겪고 1990년대에는 IMF 개입하에 장기간의 구조조정정책을 수행하였다.
2011년에는 소위 “아랍의 봄”(Arab Spring)으로 불리는 시민혁명으로 무바라크가 퇴진하고 이슬람형제단(Muslim Brothers)의 지원을 받은 무르시정부가 출범했으나, 2013년 군사 쿠데타로 퇴진하였다. 현재의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대통령은 무르시 정부의 국방장관으로서 쿠데타에 관여하고 2014년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하였으며, 2018년 3월 선거를 통해 연임하고 있다.
엘시시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집트 경제의 변화는 군(軍)의 개입이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역대 지도자들이 군 출신이었던 이집트에서는 각종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군 출신들이 간부를 맡은 경우가 많았으나, 군조직이 직접 경제에 개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엘시시정부에 들어와서는 군이 직접 정부 사업을 계약하고 각종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군의 산하조직인 The National Service Projects Organization (NSPO)은 이집트 경제에서 가장 큰 엔진이며,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 참여하여 민간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군 산하 기업들은 현재 2,300여 개의 프로젝트를 관장하며, 500만 명 이상의 민간인들을 고용하고 있고, 그 영역은 중공업, 신도시 및 인프라 건설 등으로부터 농업, 수산업, 광업, 낙농, 의약품, 운수업,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Mahmoud Khalid, 2020).
2019년 자료에 따르면 군은 정부의 주택 및 공공인프라 건설 예산의 1/4을 차지했으며, 그 규모는 3,700억 이집트 파운드 (240억 달러)에 달한다(Yezid Saigh, 2019). 이집트 정부는 2022년까지 수도 카이로를 대체할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총괄 시행하는 The New Administrative Capital for Urban Development는 군이 51%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49% 역시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2014년 8월 착공되어 1년 만에 끝난 수에즈운하 확장 공사는 총예산 80억 달러가 투입된 대공사였는데, 이 사업 역시 군이 맡았다.[8] The Engineering Authority of the Armed Forces가 이 사업들을 관장한 조직이다(Ishac Diwan, 2020: 16).
엘시시 정부에서 군의 경제 활동이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민간기업들의 효율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군을 가장 효율적인 경제개발의 주체로 간주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Yezid Saigh, 2019). 그러나 위에 인용한 여러 학자들은 한결같이 군의 과도한 경제 개입을 시급히 개혁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제기한다. 이집트 경제는 가뜩이나 비효율적인 국영기업들이 지배하면서 민간기업이 육성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군의 직접적인 경제 개입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비판되고 있다. 명령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조직이 일견 효율적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면세 혜택을 받으며 이윤동기를 고려하지 않는 군조직이 가뜩이나 취약한 민간 기업들을 몰아내고 있는 상황은 이집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집트의 민간 기업들은 매우 취약하며 사다트와 무바라크 정권 시절 권력과의 유착으로 성장한 일부 대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들은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의 상공회의소와 경제단체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전히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고 금융지원을 받고 있다(Ibrahim Saif, 2013). 2011년 혁명 직후에는 무르시 정부를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과 연결된 민간기업들의 약진이 있었으나, 현 엘시시정부에서 이들의 활동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민간기업들은 이집트 노동력의 70% 정도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자리가 많지 않아 청년실업률이 30%를 넘어서고 있으며,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경제의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추측된다.
경제개발 정책과 주요 산업 동향
엘시시 정부는 2016년 2월에 이집트의 지속가능 개발을 목표로 하는 장기전략으로 “2030 Vision of Egypt”를 발표하였다. 이 전략은 “포괄적인 지속가능 개발”과 “지역간 균형 발전”을 두 가지 원칙으로 하여 경제, 사회, 환경을 고려한 세 가지 방향의 지속가능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는 “강한 경제”를 내세우면서 “경쟁력 있고 다변화한 경제”를 목표로 제시하였다.[9] Vision 2030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았다기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긴 시간에도 계속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급속히 악화된 2020년 11월 현재 시점에 이 전략이 얼마만한 현실성을 지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Ishac Diwan (2020) 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코로나 이후의 이집트”를 분석하면서 △개혁없는 경제 안정 △민간 부문으로부터의 공급 부재 △민간 부문 개발에 대한 정치적 제약 △경제의 군사화 △비포용적인 성장 속에 사회적 조건의 악화 △반대 여론 억압과 시민 참여 부재 등을 현시점의 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비전 2030에서 표방한 목표들이 내세우는 방향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진행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Abla Abdel-Latif(2020)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악순환에 갇혀있다”고 진단하고 세계 속에서 생산과 무역을 늘리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집트 정부는 주요 산업의 공급 확대를 위한 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각 분야별로 코로나 이후의 상황을 자세히 알기는 힘들지만, 몇 가지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이집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과 현황을 개관해보고자 한다.
○ 석유 및 가스, 석유화학 산업
이집트는 1908년 석유 생산을 시작해 오래된 산유국이지만, 수출능력 부족으로 OPEC(석유수출국기구)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대신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석유매장량은 33억 배럴로 추정되며 하루 7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하였다. 수에즈만 유전에서 전체 생산의 절반 정도가 이루어지고 서부 및 동부 사막 지역에 나머지 주요 유전들이 있다. 석유는 이 나라의 최대 수출품으로 2018년 총수출액 352억 달러의 14%가 원유였으며, 정유는 5.64%로 2위였다. 석유가스는 3.32%로 질산 비료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원유, 정유, 석유가스를 합친 석유산업 부문의 수출액은 80.8억 달러로 총수출의 23%에 달하였다.[10] 정유산업은 9개 공장에서 하루 84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갖추어 아프리카에서 최대이나, 시설 노후화 등으로 실제 생산은 하루 50만 배럴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77.2조 입방 피트(tcf)로 추정된다. 2015년 지중해 동부 해상의 조흐르(Zohr)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굴되어 2017년 말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하였다. 추정 매장량은 30조 tcf로써 이는 지중해 지역의 최대 가스전이다. 이집트 정부는 인근에 LNG 공장을 지어 수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나일 델타 지역의 누로스(Nooros) 가스전과 동부 델타 가스전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11]
이집트 정부는 2013년 11월부터 2020년 2월 사이 국제석유회사들과 총 85건의 유전 및 가스전 개발 계약을 맺었으며, 전체 금액은 155억 달러에 달했다. 신규 가스전과 유전의 발굴로 동부문은 외국인투자가 집중되면서 이집트 경제의 활력 회복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6-19년간 이집트의 외국인투자 유입액은 223억 달러에 달했는데, 그 가운데 66%가 에너지 부문에 집중되었다(UNCTAD, 2020). 이집트의 에너지 산업은 다음과 같은 5개 국영기업이 관장하고 있다.[12]
1. The Egyptian General Petroleum Corporation (EGPC)
2. The Egyptian Natural Gas Holding Company (EGAS)
3. The Egyptian Petrochemicals Holding Company (ECHEM)
4. The Ganoub El-Wadi Holding Company (GANOPE)
5. The Egyptian Geological Survey and Mining Authority (EMRA)
석유화학산업은 2022년까지 70억 달러를 투자하여 14개의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고 생산능력을 연간 450만톤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포트 사이드, 수에즈, 다미에타, 알렉산드리아 등 4 지역에 8개의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과 함께 에인 소크나(Ein Sokhna)에 부지가 500km2에 달하는 최대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타흐리르 석유화학단지(Tahrir Petrochemicals Complex)라고 명명된 이 단지는 연간 폴리에틸렌 135만 톤, 프로필렌 88만 톤, 부타디엔 25만 톤, 벤젠 35만 톤 등을 생산할 계획이며, 당초 2017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지연되었다. 그러나 2016년에 Ethydco가 완공되어 연간 48만 톤의 에틸렌 생산을 시작하였다.
○ 자동차 산업
이집트는 1961년 아랍 세계에서 최초로 나세르 자동차(El-Nasr Automotive Company)가 이탈리아 Fiat와 합작으로 설립되었고, 1974년 사다트의 개방정책(Infitah) 이후에는 1990년대까지 Citroen, Hyundai, Nissan 등 여러 자동차 회사가 들어와 조립 생산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2011년 혁명 이후 사회 혼란과 노동쟁의 등으로 상당수 기업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했다가 엘시시 정권 이후 정국이 안정되면서 다시 투자를 모색하였다. 2018년 Mercedes-Benz, KIA 등이 조립공장에 투자했으며, 현재 12개 조립공장, 83개 업체가 조업하면서 7.5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 30만 대이나 2017년 기준 3만 6,640대를 생산하였으며, 업체별 판매량은 쉬보레 21,468, 니싼 15,847, 현대 13,613, 토요타 7,930대를 기록하였다.
이집트 정부는 2030년까지 생산량을 매년 10%씩 늘이고 이집트를 중동의 자동차 생산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해왔으나, 코로나19 발생으로 현재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 ICT 산업
ICT 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구분되며, 제조업 부문에서는 산업용 전자, 가정용 전자, 전자부품으로 생산품목을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이집트 ICT 제조업 시장의 규모는 2019년 26억 달러로 세계 시장의 0.14%에 불과하다. 국내 생산 규모는 7억 달러로 자급률(생산/시장)은 26.5%로 나타났다. 가정용 전자제품이 전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데, 이러한 가전제품 중심의 구조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서 비슷하다(이경숙, 2020).
주요 제조업체로는 LG전자, 삼성전자, El-Araby, AOI (Arab Organization for Industrialization) 등이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디지털TV를 CKD/SKD 방식으로 조립생산하고[13], 이밖에 BLU, 오픈셀 패널, 플라스틱 캐비넷, 금속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AOI는 디지털TV, LED 전구, 태블렛, 산업용 전자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2019년에 매출이 전년비 16.5% 증가하여 총 1,490만대가 판매되었으며, 이중 스마트폰이 72%, 피처폰이 28%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 시리즈로 시장 점유율을 계속 확대하면서 2019년 30%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뒤를 이어 오포(22%), 화웨이(12%), 샤오미(10%) 등 중국계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산업 육성이 장기적인 최대 과제
이집트는 광대한 국토와 풍부한 인력, 높은 교육 수준 등으로 매우 큰 개발잠재력을 지닌 나라이나 장기간의 경제개발 실패로 산업기반이 취약하여 반복적인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는 1995년 대사급 외교 관계를 수립하여 금년에 수교 25주년을 맞았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수출이 16억 달러, 수입은 3억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 돌발한 코로나19 사태는 신규 가스전과 유전 개발 등에 힘입어 호전되어오던 이집트의 경제 사정을 일거에 다시 악화시키고 있다. 당장에는 이 신종질병을 퇴치하고, 경제활동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육성을 통해 지대추구형 경제의 성격을 벗어나는 일이 최대 과제이며, 이를 위해 민간 기업 육성 등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저자 소개
주동주(djj102@gmail.com)는
국책 씽크탱크인 산업연구원(KIET)의 선임연구위원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국제개발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과 경희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개발과 중동경제를 강의하였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장기간 개발도상국 경제와 공적개발원조(ODA)를 연구하고 많은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지구의 위기와 지속가능개발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위기의 인류,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는 있는가』(2020), 『Industrial Cooperation between Korea and Ethiopia』(2019, 공저), 『수메르 문명과 역사』(2018), 『70억의 별, 위기의 인류』(2016), 『한국형 ODA 모델 수립』(2012, 공저), 『중동 GCC 산업다각화 전략과 한국의 협력』(2012, 공저), 『국제개발과 국제원조』(2011, 공저) 등이 있다.
[1] 이집트의 확진자 수 세계 순위는 인근의 리비아(72), 알제리(75), 튀니지(67) 보다는 낮고, 레바논(56), 요르단(39), 이스라엘(30), 사우디아라비아(29) 등 보다는 높다. 중동지역에서 현재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이란(15)이며, 이라크(20), 터키(25) 등이 뒤를 잇고 있다.
[2] AP 통신 2020. 5. 22; The Economist, 2020. 5. 23
[3] U.S. Embassy in Egyp, COVID-19 Information, October 19, 2020,
[4] KPMG, Egypt: Government and institution measures in response to COVID-19, September 30, 2020 update.
[5] https://en.amwalalghad.com/egypt-to-pass-campaign-calls-on-private-sector-to-retain-workforce-minister/
[6] https://www.reuters.com/article/us-egypt-economy-poll-idUSKCN24M0MA
[7] 지대(rent)란 노동에 의해 새로이 창출되는 소득이 아니고 주어진 자산을 활용해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주어지는 임대료적인 성격을 갖는 소득을 말한다.
[8] https://en.wikipedia.org/wiki/Economy_of_the_Egyptian_Armed_Forces
[9] Ministry of Planning and Economic Development, 2030 Vision of Egypt, https://mped.gov.eg/EgyptVision?lang=en
[10] https://oec.world/en/profile/country/egy
[11] https://www.trade.gov/energy-resource-guide-egypt-oil-and-gas
[12] Energy Resource Guide – 2020 Edition
[13] 완성품이 아닌 부품을 수입하여 조립 생산하는 방식을 녹다운(Knock Down)이라고 하며, CKD(Complete Knock Down)와 SKD(Semi Knock Down) 방식이 있다. CKD는 부품을 완전히 분해하여 수입한 다음 조립, SKD는 반제품 형태로 수입해서 조립한다.
참고문헌
- 주동주 외(2020). 『한국-이집트 산업협력 방안 연구』, 산업통상자원부 용역과제 보고서
- 이경숙 (2020), Enhancing Korea – Egypt Cooperation in the ICT Industry, Presentation in the Korea – Egypt Industrial Cooperation Seminar organized by KIET and held on November 13, 2020 in Seoul
- Ishac Diwan, Nadim Houry, Yezid Saigh (2020), Egypt After the Corona Virus: Back to Square One, Arab Reform Initiative
- Ibrahim Saif, Ahmed Ghoneim (2013), The Private Sector in Postrevolutionary Egypt, Carnegie Middle East Center
- Yezid Saigh (2019), Egypt’s Military Now Controls Much of Its Economy. Is this 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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