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무(성균관대학교)
서론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로 성장이 둔화된 선진국을 대체할 시장으로서 신흥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와 글로벌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대외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도 교역 시장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아세안 국가들과 경제, 문화,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높이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은 제도와 시스템이 완비된 선진국 시장과 달리 다양한 제도적 공백(Institutional Voids)이 존재하여, 기업이 해당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적 공백은 선진국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일이 신흥국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신흥국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하여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환경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도는 있으나 제품, 노동, 자본시장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적인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 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신흥국 시장의 성장이 늦어지고 있다. 즉, 시장 정보의 부족, 불명확한 규칙, 비효율적인 사법 제도에 의해 제도의 간극이 존재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거래 비용이 발생하고 기업의 거래를 저해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초기 단계인 1980년 초 방글라데시에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OEM) 방식의 의류 제조 공장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 환경은 신흥국의 저소득층(Base of the economic Pyramid; BoP) 시장을 단순히 소비시장으로 간주하는 BoP 1.0 (Selling to the poor) 단계를 넘어서, BoP층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신뢰하여 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BoP 2.0 (Working with the Poor)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원무역에 관한 선행 연구는 주로 선진·중진국 기업이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이라는 BoP 1.0의 관점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자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 신흥국 진출 기업과 현지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 파트너로서 상생하는 발전 모델인 BoP 2.0의 관점에서 영원무역 사례를 분석하고자 한다.
기업이 제도적 공백을 극복하고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 및 환경 자원을 핵심 비즈니스에 반영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친환경적인 혁신을 창의적으로 통합하여야 한다. Osterwalder and Pigneur (2010)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BoP 2.0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 Osterwalder and Pigneur (2010)의 기존 경제 중심 모델 캔버스에 2개의 계층(환경과 사회)을 추가한 3계층 BMC (Triple Layer Business Model Canvas; TLBMC)를 사용하여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진출 사례를 분석한다. TLBMC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하여 전체적인 관점으로 일관되게 분석하는 통합된 도구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영원무역 사례 분석
사례 분석의 프레임워크
본 절에서는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진출 사례를 분석한다. 제도적 공백은 4가지 세부 영역으로 구분된다. 즉, 제품(소비 성향, 소비자 니즈, 경쟁 상황, 원자재 소싱, 유통망 등), 노동(교육·훈련 인프라, 노동 유연성, 업무 관행, 고급 인력, 노동조합 등), 자본(자금 조달, 회계 투명성, 인수·합병, 금융 분석기관 등), 거시적 환경(사회·문화·정치·경제적 여건, 법률시스템, 규제 등)이다(Kanna and Palepu, 2011).
Osterwalder and Pigneur (2010)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 BMC)를 다음과 같이 4개 핵심 분야(제품, 고객, 인프라, 재무)와 9개 빌딩 블록(가치제안, 고객 세그먼트, 채널, 고객 관계, 핵심 자원, 핵심 활동, 핵심 파트너, 비용 구조, 수익 흐름)으로 분류하였다. BMC는 영리 기업을 넘어서 비영리 조직, 사회적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윤 추구 비즈니스 목표가 수익 극대화라면 공공조직들은 환경, 사회적 대의 등 비재무적 사명에도 집중한다.
본 연구에서 분석 대상 기업에 적용할 비즈니스 모델은 Osterwalder and Pigneur (2010)가 개발한 모형에 환경·사회적 요인을 추가한 3계층 BMC (Triple Layer Business Model Canvas; TLBMC)를 사용하였다. 신흥국 시장 진입 시 경제적 요인 외에 환경·사회적 요인을 고려한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개념을 적용하여, BMC 모델을 확장하였다.
본 연구 모형은 <그림 1>과 같다.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 진출에서 직면한 제도적 공백을 네 가지 세부 요인으로 분석하고, 3계층 BMC를 설명한다. 이어서 3계층 BMC의 수직·수평적 연계성을 바탕으로 제도적 공백의 극복 과정을 분석한다.
영원무역의 해외시장 진출
영원무역은 1974년 설립되어, 노스페이스, 아디다스, 랄프로렌 등 전 세계 40여 유명 아웃도어·스포츠 의류와 신발 브랜드에 상품을 공급하는 의류 OEM 업체다. 전 세계적으로 1,100여 개 생산설비와 8만 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저임금만을 경쟁력으로 하는 단순 의류 제조업체가 아닌 제품개발 능력과 기술력을 두루 갖춘 업체로서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및 중남미 지역 공장별로 다변화된 생산기지와 뛰어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에 1980년에 처음 진출하였으며, 현재는 수도 다카와 항구도시 치타공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6만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최대 기업으로 방글라데시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섬유 수출 세계 2위인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에서 영원무역은 누적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외국계 기업이기도 하다.
영원무역은 1970년대 국내 스포츠 의류 수출업체로서 성장하였으며, 1980년대에 밀어닥친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 변화에 대처하여 일찍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하여 해외생산을 통해 경영난을 극복하였다. 당시 방글라데시에 외국인 투자 업체가 몇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하는 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뒤따랐다. 특히 미시적 투자환경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정확한 정보 입수나 타당성 분석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성기학 회장은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고, 투자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방글라데시에 굳건한 세계적 규모의 스포츠웨어 생산기지를 구축하였다.
방글라데시의 제도적 공백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할 때 직면한 제도적 공백은 <표 1>과 같다.
<표 1>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 진출 시 직면한 제도적 공백
제도적 공백 | |
제품시장 | 낙후된 물류시스템,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용지 확보의 어려움, 만성적인 전력 부족, 가스 공급 부족과 비효율적 교통 인프라.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 |
노동시장 | 종교(이슬람교) 장벽, 언어(벵골어) 장벽, 낮은 노동 생산성, 숙련된 전문가 부족, 빈번한 동맹파업, 노동 관련 법률의 미정비 |
자본시장 | 낙후된 자본시장, 영업활동에 대한 허가취득이 까다로움, 현지 파트너들의 경영지식 부족, 상업자본의 형성 미비 |
거시환경 | 높은 실업률, 정치적 불안, 정책의 일관성 부재, 행정처리에 오랜 기간 소요, 정치적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판결, 높은 변호사 비용, 현지 파트너와 문화적 차이, 낮은 국민 소득, 다수의 빈곤층이 존재 |
① 제품
방글라데시는 물류 시스템이 낙후되어 있었으며,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용지 확보도 쉽지 않았다. 만성적인 전력, 가스 공급 부족과 비효율적 교통 인프라로 인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업계에서 요구하는 적기 조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전력 수요·공급 갭이 10~15% 정도여서 전력 사정이 비교적 좋은 EPZ (Export Processing Zone)의 공장도 하루 20여 분의 정전을 겪고 있다. 수출입 운송의 대부분을 치타공(Chittagong) 항에 의존하고 있는데, 항만 시설이 부족하고 운영의 효율성이 매우 낮다. 특히 내륙 수운과 내륙 운송망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② 노동
방글라데시는 국민의 89%가 이슬람교를 신봉하고 있어서 종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국민 대다수가 벵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언어 장벽이 존재한다. 방글라데시는 외국인 1명을 고용하려면 반드시 현지인을 100명 고용하여 1:100의 비율을 맞추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 허가를 최대 5년까지만 인정하여, 경험 있는 외국인 관리직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는 빈번한 동맹파업(Hartal)이 매년 발생하여 사회 불안 요소가 되고 있었다.
③ 자본
방글라데시는 경제적으로 후진국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기업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과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경제 및 산업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기업 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고, 영업활동에 대한 허가 취득이 무척 까다롭다. 대금 결제의 경우도 T/T (Telegraphic Transfer)송금을 통한 대금 결제가 불가능하며, L/C (Letter of Credit)로만 가능하다.
④ 거시적 환경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급격한 임금 상승과 노동 규정 강화에 따라 대체 투자 대상국으로서 방글라데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공무원들의 부패가 만연하여 의사결정과정에서 일관성이 없으며, 문제 발생 시에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며 행정 처리에 긴 시간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재판에 대한 장시간 소요되며, 높은 변호사 비용, 정치적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판결 등의 문제가 있다.
영원무역의 3계층 BMC
BMC (Business Model Canvas)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영리 기업에 널리 사용됐으며, 최근에는 영리 기업을 넘어서 비영리 조직, 사회적 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신흥국 시장 진입 시 경제적 요인 외에 환경적 요인 및 사회적 요인을 고려한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개념을 적용하여 BMC 모델을 확장하였다. 3계층 BMC 중에서 경제적 계층은 경제적 관점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적 계층은 환경 영향의 수명주기 관점에서 구축된다. 이는 수명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공식적인 접근 방식인 LCA (Life Cycle Assessments) 방법을 사용한다(Svoboda, 1995). 사회적 계층은 조직의 사회적 영향을 탐구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관리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다(Freeman, 1984). 이해관계자의 관리 접근 방식은 조직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 균형을 추구한다. 영원무역의 3계층 BMC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표 2> 영원무역의 3계층 BMC
3개 측면 핵심영역 | 경제적 측면 | 환경적 측면 | 사회적 측면 |
Infrastructure | Partner | Supplies and Out-Sourcing | Local Communities |
Activity | Production | Governance | |
Resources | Materials | Employees | |
Product | Value Proposition | Functional Value | Social Value |
Customer | Customer Relationship |
Recycle | Societal Culture |
Channels | Distribution | Scale of Outreach | |
Customer Segments | Use Phase | End-User | |
Financial Aspects |
Costs | Environmental Impacts |
Social Impacts |
Revenues | Environmental Benefits |
Social Benefits |
3계층 BMC와 제도적 공백 극복의 연계성
3계층 BMC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지속 가능성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된 접근 방식이다. 특히 3계층 BMC는 수평 및 수직 연계성을 지원한다(Joyce and Paquin, 2016). 각 계층은 각 계층의 9개 구성 요소 내에서 주요 행동과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수평 연계성 또는 조직의 경제적, 사회적 또는 환경적 영향을 탐구하기 위한 통합된 접근 방식을 지원한다. 3개의 계층을 결합하면 각 계층의 구성 요소를 다른 계층의 요소에 연결하여 수직 연계성을 제공하여, 주요 활동과 계층 간의 영향을 더욱 명확하게 설명한다. 특히 경제, 환경, 사회적 계층을 통합하면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Zott and Amit, 2009).
① 수평 연계성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 시장 진출 시 직면한 제도적 공백을 극복한 내용을 3계층(경제, 환경, 사회)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BMC의 경제적 계층을 제도적 공백의 4가지 측면(제품, 노동, 자본, 거시적 환경)에서 극복 방안을 분석하였다. 제품 측면의 제도적 공백인 낙후된 물류 시스템,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용지 확보의 어려움, 만성적인 전력 부족, 가스 공급 부족, 비효율적 교통 인프라.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제안한 한국 수출 가공 공단 조성사업(Korea Export Processing Zone Project)의 개발사로 선정되어 생산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영원무역은 생산관리시스템 구축 및 직원 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개발에 노력하였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폴로 등 글로벌 아웃도어 업체들과 오랜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였다. 그 결과 증가하는 주문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만한 생산 여력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제적 계층의 노동 측면의 제도적 공백인 이슬람권이라는 종교 장벽, 낮은 노동 생산성, 숙련된 전문가 부족, 빈번한 동맹파업, 노동 관련 법률의 미정비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은 현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평소 구축된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였다. 영원무역은 8만여 명 직원 가운데 600~700명을 제외하면 모두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공장도 인력의 99.9%가 현지인이다. 영원무역은 문화가 달랐지만,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충분한 보상을 했다. 그리고 중간관리자를 현지인으로 채용하여, 그들의 애사심 고취 및 기업과 종업원 간의 신뢰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많은 기술자를 보내 운영하는 단기적 전략보다 현지에서 직접 양성하는 장기적 전략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 계층의 자본 측면의 제도적 공백인 해외 기업이 활동하기에 적합하지 못한 환경과 시스템, 영업활동에 대한 허가 취득이 까다로움, 현지 파트너들의 경영 지식 부족, 상업자본의 형성 미비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은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는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현지 정부와 지자체, 현지 금융 네트워크와의 긴밀한 협조로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거시적 환경 측면의 제도적 공백인 실업률 증가와 정치적 불안, 행정처리 및 법 해결에 장시간 소요. 현지 파트너와 문화적 차이, 정치적 대립, 사회 불안, 낮은 국민 소득 및 다수의 빈곤층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은 1980년부터 일찍이 진출하여 장시간에 걸쳐 현지 환경에 적응해오며 투자를 해온 축적된 경력을 바탕으로 극복하였다. 한국 수출 가공 공단(Korea Export Processing Zone; KEPZ)의 개발사로 선정되어 여러 가지 제도적 공백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극복해왔다. 또한, 방글라데시의 최대 기업의 지위를 확보하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서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한 위험, 관료의 부정부패로 인한 위험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안전하였다.
BMC의 환경적 계층에서 살펴보면 방글라데시는 해수면 상승 및 극심한 기후 변화에 취약한 국가이다. 영원무역은 KEPZ를 친환경 산업단지로 조성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17% 줄일 수 있었다. 또한, KEPZ 공단 내에 폐수의 배출 방지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KEPZ 공단 주변에 물을 가둔 수역(Water Body) 시설을 다수 설치하여 가뭄·홍수 해소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방글라데시는 저탄소 채택한 최초의 개발도상국이 되었다. 그 외 지역사회에서 추진하는 현대식 가축 사육 및 유제품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농민들이 친환경적인 사료와 곡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퇴비를 통한 토양의 개선 작업을 지원하였다.
BMC의 사회적 계층에서 살펴보면,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에서 여성을 최초로 고용을 고용하여 성 평등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사내 탁아소와 진료소를 운영하여 가정주부들이 직장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여성이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면서 건강과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늘어나 빈곤층에서 벗어나 중산층으로 편입될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안정된 직장을 갖춘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사회 전체적으로 교육·의료·환경 등의 사회 인프라 개선과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② 수직 연계성
캔버스에서 각 계층의 구성 요소를 정렬하면 수직 연계성이 제공된다. 영원무역이 제도적 공백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현지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지속 가능한 상생 발전을 모색한 내용을 3계층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의 4개 핵심 영역(인프라, 제품, 고객, 재무. <표 2> 참조) 측면에서 3계층(경제, 사회, 환경)을 수직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프라 측면에서 현지에서 공장 설립, 운영이 어려운 환경을 방글라데시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 수출가공지역을 만들고 운영함으로써,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제품 측면에서 기존 저임금만을 경쟁력으로 하는 단순 의류 제조업체가 중심을 이루었던 방글라데시 경영 환경에서, 제품개발 능력과 기술력을 두루 갖춘 업체로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여, 아웃도어 업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고객 측면에서 방글라데시 최초로 여성을 고용함으로써 저소득층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가난을 줄이는데 기여했으며, 전 세계 의류 구매자에게 친환경적이고 노동 친화적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재무적 측면에서 보면 고용 인력의 대다수를 현지인으로 고용하여 인건비 절감 및 지속적인 수입 확대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수직 연계성을 통해 영원무역은 현지국 이해관계자와 지속 가능성 상생 전략을 구축하였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 발전이라는 공유가치를 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하였다. 이러한 공유가치는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에서 직면한 두 번의 위기(홍수로 공장이 침수했을 때 종업원들의 헌신적 복구, 공장 파업 시 보여준 지역사회 및 언론의 호의적 태도)를 극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결론
본 연구는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영원무역의 사례에 대해 제도적 공백과 3계층 BMC (Triple Layer Business Model Canvas)을 통해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제도적 공백과 3계층 BMC를 통해 제도적 공백의 극복과 현지에서 지속 가능한 상생 발전 방향을 살펴보았다. 3계층 BMC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경제 중심 접근 방식에서 확장하여, 수명주기 및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구축된 환경과 사회적 계층으로 확장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이다. 이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영원무역은 20년 전부터 방글라데시 시장에 진출하여 매우 열악한 시장 환경을 극복하고,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방글라데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기업이다. 방글라데시 내 각종 학교 설립, 섬유‧패션 특화도시 구축 계획 등을 통해 진출 기업과 현지국 간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연구에서 해당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아시아의 맹주국인 인도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이 직면한 제도적 공백 극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분석할 계획이다.
저자 소개
이명무(05azure@gmail.com)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에서 학사학위를 마치고 동 대학교경영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 IT산업 관련 강의를 오랜 기간 운영하였으며,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홍익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소속으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의 방문학자로 선정이 되어 남아시아의 제도적 공백(Institutional Voids)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인도 IT산업, BoP (Bottom of the pyramid),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프런티어 경영, 기술경영 등의 분야에 약 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인도 BoP 및 적정기술, 팹랩(Fablab)과 관련한 주제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참고문헌
- Anderson, J. and Markides, C (2007). “Strategic Innovation at the Base of the Pyramid”, MIT Sloan Management Review, 83-88.
- Joyce, A. and Paquin, R. L. (2016). “The Triple Layered Business Model Canvas: A Tool to Design more Sustainable Business Models”,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135, 1474-1486.
- Khanna, T. and Palepu, K. G. (2011). Winning in Emerging Markets: Spotting and Responding to Institutional Voids.
- Khanna, T., Sinha, J., Yacoub, M., Kaji, N., Sanchez, L., Klump, A. and Palepu, K. G. (2005). “Strategies that Fit Emerging Markets”, Harvard Business Reveiw, 83(6), 63–76.
- Mair, J. and I. Marti (2009). “Entrepreneurship in and around Institutional Voids: A Case Study from Bangladesh”,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24(5), 419–435.
- Mair, J., Marti, I. and Ventresca, M. J. (2012). “Building Inclusive Markets in Rural Bangladesh: How Intermediaries Work Institutional Void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5(4), 819-850.
- Osterwalder, A. and Y. Pigneur (2010) Business model generation: a handbook for visionaries, game changers, and challengers, John Wiley & Sons.
- Prahalad, C.K. (2004), The Fortune at the Base of the Pyramid: Eradicating Poverty through Profits, Wharton School Publishing, Upper Saddle River: NJ.
사사
본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신 김윤호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김윤호 박사님은 BMC (Business Model Canvas) 전문가로 본 연구의 모형인 3계층 BMC 모형 구축과 사례 분석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