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연(아시아연구소), 민보미(서울대학교), 이담(아시아연구소)
오늘날 중동 성소수자들이 마주한 현실
중동의 성소수자의 인권 현황은 어떠한가?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는 전 지구적으로 문제시되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지역은 중동 이슬람 국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일부 국가들에서 동성애가 처벌 조항에 명시되어 있거나 동성 간의 성관계가 문화적 논쟁을 넘어 최대 사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예멘 등 샤리아 혹은 샤리아에 토대를 둔 형법에 따라 동성과 성교한 이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국가 대다수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다(ILGA World 2020). 이라크는 요르단, 바레인과 함께 중동에서 동성애를 범죄화하지 않은 아랍 국가 중 하나였지만, 2022년 7월 동성애를 전면으로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이라크에서 동성애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처럼 사형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범죄 행위로 여겨지게 되었다.1)
아랍 국가 대다수에서 성소수자는 사회적 차별과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형법에 명시적으로 처벌 조항을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법령에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동성애” 등의 단어나 표현을 사용하여 의율 대상과 행위를 특정하지 않지만, 법조문과 조항에는 동성애라고 해석될 수 있는 행위들이 함축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동성애를 비도덕적이고 사회적 윤리를 훼손하고 타락시키는 행동으로 규정하여 형사적으로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동의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가장 위협적인 사실은 사회문화적 차별을 넘어 로컬 법안으로 발현된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중동 이슬람 국가의 성소수자들을 위협하는 로컬 법안들과 그 로컬 법안의 법적 근거가 되는 이슬람적 해석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두바이에서의 한 성범죄 사건을 통해 사법제도 안에서 동성 간 성관계 실제로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룻의 백성들에게 유황불을 내릴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슬람적 해석
이슬람권에서 동성애는 왜 금지되고 처벌되는가? 이슬람법인 샤리아에서 동성 간의 성교는 합법적 결혼 외의 성적 관계인 간음(zina)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죄로 간주되며, 쿠란에 명시된 하드(hadd; hudud) 처벌의 대상으로 다루어진다 (Ali 2006: 110). 순니 이슬람 법학의 4대 법학파 중 하나피 학파를 제외한 말리키, 샤피, 한발리 학파는 쿠란에 명시된 간음에 대한 처벌을 근거로 들어 동성, 특히 남성 간 성교(liwat)에 대해 최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시아 법학파의 경우에도 남성 간 성교는 도덕적 지탄과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Rehman and Polymenopoulou 2013: 11).
이슬람 법학자들은 쿠란에 나온 룻(Lot/Lut) 이야기와 하디스를 근거로 들어 남성 간 성교를 하드 처벌의 대상으로 해석해왔다. 기독교 성경의 레위기에서 룻은 선지자이며 룻과 소돔의 이야기에서 직접적으로 동성 간 성교를 지탄하는 내용이 등장한다(Ibid.: 14). 쿠란에서도 룻은 선지자로 등장한다. 비록 쿠란에는 성경과 달리 직접적으로 남성 간 성교를 저주하는 내용이 없지만, 룻과 소돔의 이야기는 동성애에 대한 처벌을 뒷받침하는 가장 핵심적인 근거로 사용된다. 이 이야기에서 룻은 남성의 모습을 한 천사들을 손님으로 맞이해 자신의 집에 묵게 한다. 이를 안 타락한 소돔의 남성들은 룻의 집에 찾아와 그들을 강간하기 위해 룻에게 손님들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룻은 천사들을 지키기 위해 소돔의 남성들에게 대신 자신의 딸들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고전 법학자들은 소돔의 남성들이 룻의 딸이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모습을 한 천사들을 취하기를 원했다는 점에 방점을 두었다(Kugle 2010: 79-89). 쿠란 내에는 남성 간 성교를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단어가 없으나, 법학자들은 룻에서 파생된 리왓(liwat)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이슬람 법학 전통 내에 편입시켰으며 리왓을 소돔이 멸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해석했다 (Ibid.: 394).
이슬람 법학자들이 동성애에 대한 처벌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다른 근거는 무함마드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전해지는 무함마드의 언행집, 즉 하디스다. 직접적으로 남성 간 성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지 않은 쿠란과 달리, 하디스 중에는 선지자 무함마드가 남성 간의 성교를 저주하거나 이들에 대한 처벌을 주장하는 전승이 다수 존재한다(Rehman and Polymenopoulou 2013: 22-23). 그러나 스콧 쿠글(Scott Kugle)을 비롯한 이슬람 해방 신학 계열의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하디스 문헌 중 방대한 양이 위조되었거나 신빙성이 없는 전승으로 받아들여지며, 권위 있는 하디스 모음집 중 선지자 무함마드가 동성과의 성행위에 대해 처벌을 명령했다고 전하는 하디스는 소수이다(Kugle 2010: 119).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슬림 대중과 일부 이슬람 법학자들이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매우 약한 전승의 계보(isnad)를 가진 하디스를 동성애를 처벌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현상은 이슬람에서 동성애는 금지되어 있다는 순환논리를 공고화하는 것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쿠란의 룻 이야기는 성경과 달리 남성 간 성교에 대해 상대적으로 넓은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며, 이슬람 법학 전통 내 남성 간 성교에 대한 해석은 이성애 중심적인 남성 이슬람 법학자들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미 시대적 한계를 가진다. 케샤 알리(Kecia Ali)는 쿠란을 근거로 성적 다양성을 긍정하고 현대의 LGBT 운동에서 정립된 권리를 주장하는 쿠글과 같은 학자들이 룻 이야기에 대해 대안적인 해석을 제안함으로써 기존의 이슬람 법학과 거리를 둔다고 정리한다. 해당 학자들에 따르면 고전 이슬람 법학자들은 소돔이 멸망한 이유 중 성적 방종과 남성 간의 성교에만 지나친 방점을 두었으며, 도덕적 타락에 대한 거시적인 경고를 희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Ali 2006: 117). 나아가 이들은 인간의 성적인 면과 다양성을 긍정하는 쿠란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슬람 사회 내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변화를 촉구한다. 이러한 대안적인 해석은 샤리아를 근거로 동성 간 성교를 처벌하는 탄압 이외의 다른 모습이 중동 이슬람 사회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더불어 알리가 지적하듯 다양한 시공간의 이슬람 사회에서는 법적인 해석과 실제 처벌 사이의 괴리가 있었으며 동성 간의 성교 혹은 동성에 대한 사랑은 개별 법학자들의 재량에 따라 일정 수준 묵인되었다(Ibid.: 119).
성소수자들에 대한 각국 법안의 쟁점
쿠란과 하디스에 토대를 둔 샤리아가 집행되는 현대 중동 사회에서 동성애는 어떻게 정의내려지고 또한 처벌을 받고 있는가? 동성애를 금지한다는 말은 매우 추상적이고 상이한 해석을 가져올 수 있다. 이 절에서는 성소수자에 관한 법과 성소수자 처벌 규정을 국가별로 비교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탄압이 적은 편이며, ‘브랜드 이스라엘’ 사업을 통해 국가적으로 동성애 친화적인 이미지 조성을 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이스라엘을 동성애에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오아시스로 홍보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을 비가시화하는 전략은 ‘핑크워싱(Pinkwashing)’으로 불리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Schulman 2012).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국가에서는 동성애, 특히 성교를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나 방탕 행위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처벌 정도와 적용되는 법은 국가마다 상이하다.
먼저, 레바논, 시리아, 바레인은 “자연에 반하는 행위”라는 표현으로 동성애를 정의하고 있다. 레바논의 경우 “자연에 반하는 모든 성교는 1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형법 제534조에 밝히고 있다. 레바논은 다른 중동국가와 비교했을 때 처벌의 수위가 약하거나 처벌 여부가 불분명하다(Ferchichi 2011). 형법 534조는 “자연에 반하는 성교”의 경우 최대 1년 징역이라고 밝히지만, 실제로는 벌금형으로 처분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또한 2018년에는 동의하에 이루어진 동성 간 성관계는 불법이 아니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도 하였다.2)
요르단은 중동 국가 중 특수하게 동의에 따라 이루어진 성교에 대해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LGBT에 대한 어떤 표현도 허용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언론법 제28조에 “공익에 반하는 내용은 출판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ibid.: 15) 성소수자와 권리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경우, 동성애를 처벌하지도 않지만, 차별에 대해 보호하지도 않는다. 튀르키예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명시하지만, 현실에서 성소수자는 배제되어있다.3) 또한 레젭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집권 이후 터키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관련 행사, 퍼레이드를 전면 금지4)하고 있으며 관련 표현의 자유 역시 억압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등을 통해 명시적으로 동성애를 중범죄로 처벌하는 국가도 존재한다.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라크 등은 형법 이외의 법률에서 동성애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이집트는 2017년에야 개정된 1961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반성매매 특별법 제10조에서 “성매매 혹은 성적방탕”을 금지해왔다. 여기서 성매매가 금전 교환을 의미한다면 성적 방탕은 비도덕적 성행위를 의미한다. 실제로 2002년 8월 12명의 남성이 해당 조항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하였다.5)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은 별도의 형법이 아닌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통해 동성애 행위를 의율하고 있으며, 중동 국가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처벌을 하고 있다. 샤리아는 합법적인 결혼 외에 이루어지는 모든 성교, 성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므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국가에서 결국, 동성 간 성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사 및 기소 과정, 판결문, 관련 통계 등이 일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동성애로 기소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11년 4월 사형선고를 받은 영국 국적의 게이 남성이 있었지만, 동성애로 기소되었는지, 실제 사형되었는지 알 수 없다(Rehman 2013).
동영상 설명: 202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지개색 장난감을 압수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연방법과 더불어 7개 토후국의 법으로 동성애를 규제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법은 이집트와 프랑스 민법의 영향도 받았지만, 샤리아가 배타적으로 형사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성애 처벌 조항도 샤리아에 기반하고 있음을 추단할 수 있다(Cortis et al., 2022). 아부다비는 “다른 이와 비정상적인 성교를 하는 것”을 처벌하고 연방형법은 “자발적인 타락”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어떤 행위를 말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7개 토후국은 서로 다른 법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중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샤리아를 근거로 제정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성문화된 연방 형법을 가지고 있으며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는 특히 연방 형법 아래에 자체적인 형법을 두고 형사사건을 다루고 있다. 샤르자는 176조에서 “섭리를 거스르는 범죄”를 “자연의 섭리에 거슬러 다른 이와 성교를 한 경우” 혹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남자들 간 성교를 한 경우”라고 정의하며 이로 기소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고 두바이 역시 샤르자와 동일하다. 아부다비에서는 제80조에 의해 “합의된 남성 간 성교라도 최대 14년의 징역”이 가능하다. 나아가 아랍에미리트 연방법과 각 토후국 법 모두 성정체성, 성적 지향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6)
이란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동성애를 가장 강력하게 처벌받는 국가 중 하나이다. 2022년 2월 이란에서 “위력에 의한 동성 간 간음”로 사형선고를 받은 남성 두 명이 처형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7) 한편, 2022년 9월 두 명의 이란 레즈비언 활동가 여성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중동 이슬람 지역에서의 각국이 금지하는 동성애의 범주는 다양하지만 주로 “남성 간 성교”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쿠란과 하디스에 남성 성교를 금지하는 구절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으로 처벌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는 동성애를 남성 성교로 특정하며, 레즈비언에 대한 금지와 처벌 규정이 있고 처벌이 실제 이루어지더라도 처벌 수준은 전반적으로 게이보다 경미한 편이다(Ferchichi 2011). 이에, 최근의 이란의 두 여성 레즈비언에 대한 판결은 이란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여성들은 동성애를 조장했을 뿐만 아니라 아니라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비판적인 미디어와 소통했다는 죄로 기소되었다. 특히 이 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 이란 내 성소수자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리고,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이란 내 LGBT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밝힌 바 있다.8) 외신은 또한 유엔 인권 조사관의 말을 인용하며 이란에서 게이를 향한 사형선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이란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사형선고 대부분이 2010년 이후에 내려졌다.
주목할 지점은 이슬람 공화국 건국 직후 동성애에 대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본 이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가 1987년에는 트렌스젠더, 즉 성별을 바꾸는 것은 이슬람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파트와를 내렸다는 사실이다. 이는 2022년에 되어서야 ‘이성의 모방’ 즉 트렌스젠더들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을 철회한 쿠웨이트와는 대비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합법화가 트렌스젠더의 인권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성 확정’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과이며, 여전히 이란 내 트랜스젠더의 인권 역시 사회문화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아랍에미리트 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인식
동성애가 다른 범죄와 동일한 수사 및 재판 절차, 증거 채택 절차 등을 거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성교했다는 사실을 5명의 증인이 진술하면 유죄로 확정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에서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판결문이나 수사과정이 자세히 공개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이란을 제외한 무슬림 국가가 점진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완화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나마 외국인이 동성애 처벌에 개입된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건, 수사 과정, 그리고 처벌까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중동에서의 동성애 판결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아래의 사건과 판결 과정을 따라가보자.
2007년 7월 14일 두바이에 체류 중이었던 15살 프랑스 소년이 두바이 남성 3명에 의해 납치 및 강간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어 서구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9) 해당 사건은 피해자의 어머니 베로니크 로베르(Veronique Robert) 본인이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외신과 프랑스 정부에 연락을 취하며 수사와 재판이 대중에게 그나마 공개될 수 있었다. 호텔 매니저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아랍에미리트에서 살게 된 알렉산드르 로베르(Alexandre Robert)는 해변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알고 지내던 현지인 남성의 태워다주겠다는 제안에 따라 차에 탔고, 결국 사막에 끌려가 강간을 당하게 되었다. 피해자가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을 때, 경찰과 법의학 의사는 피해자 진술을 녹취하거나 번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성 간 성교”로 처벌받을 수 있을 것이라 협박했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던 베로니크가 연락을 받자마자 프랑스 대사관에 연락하여 영사관 변호사가 피해자와 동행하여 고소를 할 수 있었다. 가해자 2명은 미성년자 강간이 아닌 “위력에 의한 동성 간 간음”과 “납치”로 기소되었고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다만 나머지 가해자 1명은 피해자를 당구채로 위협한 행위만 기소되었다. 재판 중 피고인 측 변호사는 성관계가 동의하에 이루어졌으며 따라서 피해자 역시 동성 간 성교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해자가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은 판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경찰은 에이즈 검사 결과 가해자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프랑스 영사관 변호사의 조사 결과 가해자 한 명이 5년 전 감옥에서 이미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피해자 어머니는 경찰이 에이즈 가능성을 은폐 및 배제하여 피해자가 빠른 시일 내에 예방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에이즈 보균자에 대해 항소를 제기해 종신형을 받아낼 것이라 밝히기도 하였다.10)
아랍에미리트 대변인 하비브 알물라(Habib Al Mulla)는 이 판결은 “UAE가 강간과 성범죄에 매우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11)고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였다,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것은 아니며 아랍에미리트가 해외 여론과 프랑스 정부를 의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이 동성 간 성관계 처벌에 대한 보편적 판결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에 공개된 판결문 인용만 보았을 때 유의미한 지점이 있다. 우선 해당 사건은 강간이 아닌 “위력에 의한 동성관 간음”으로 기소되고 형이 확정되었다.
두바이에서 강간은 태형에서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즉, 강간으로 기소되었다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본래 원하는 바와 같이 사형으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이에 피해자 측은 가해자들이 강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였다. 그러나 당시 두바이에서 강간은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이 동성애 처벌법뿐이었다.12) 또한 에이즈 검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피해자 어머니는 에이즈를 숨기고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가해자는 가중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관련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는 민법을 통해 개인 상해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는 병원비, 정신적 피해, 소송비용 등을 절차에 따라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랍에미리트에서 “동성 간 간음”으로 손해배상을 받은 선례는 없다. “동성 간 간음”의 기본 전제가 최근까지 성폭행이 아닌 “동성애”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추단된다. 외국인 소년이 당한 성폭행 피해가 명백한 상황에서도 “동성 간 간음”으로 오히려 피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수사 기간이 위협하는 환경에서 “동성 간 간음”이 위력을 동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2021년 성폭행 처벌법이 개정된 이후 두바이에서 남성 피해자가 어떤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슬람적 해석이 새롭게 시도되어야 할 때
중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 초기만 하더라도 유럽보다 동성애에 대해 관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성애를 용인했던 전근대 시기의 성 담론이 중동에서 위축되기 시작한 것은 서구와 근대화의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엄한진 2020). 현재 이슬람의 이름으로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국가들의 근대적인 사법 체계는 서구식민주의 시기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동성애가 반이슬람적이며 서구적인 도덕적 타락의 상징으로 정치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인식하고 이슬람과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의 관계에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동의 성소수자의 현실은 아직까지도 가혹한 수준에 놓여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겪는 사회문화적 차별에 더해 샤리아를 기반으로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현실은 수많은 중동의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난민의 길을 택하게 한다. 때로는 사랑하는 동성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결정하는 등 중동의 성소수자들은 다각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중동 각국의 성소수자 관련 법안에 대해 다루었지만, 법 처벌 이상으로 성소수자들을 힘겹게 하는 것은 이슬람을 근거로 한 따가운 사회적 시선이다. 중동 대다수 국가의 성소수자들은 사법 처벌을 받기 이전부터 가정 내, 그리고 교육 환경 내에서의 폭력을 경험한다. 이와 같은 폭력의 악순환은 성소수자들을 더욱더 사회적으로 배제하며, 교육 기관과 가정 내에서 경험하는 학대 그리고 폭력은 그들이 사회적 구성원으로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중동 성소수자들의 법적, 사회문화적 인권 현황 개선에 대한 다각적이고, 전지구적인 관심과 경계 없는 인권 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성소수자 관련 법안 개정과 더불어 그들에 대한 진보적인 이슬람적 해석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저자 소개
구기연(kikiki9@snu.ac.kr)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란 청년 세대에 대한 심리인류학 연구로 박사논문을 작성했다. 주로 이란의 청년세대와 여성 문제, 이란 내 한류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시민사회운동 등에 대해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한국 내 이슬람혐오 이슈와 한국 무슬림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여성 연구자, 선을 넘다: 지구를 누빈 현장연구 전문가 12인의 열정과 공감의 연구 기록』(공저, 2020),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2017)가 있으며, “국제 사회의 여성 인권 규범과 이슬람권 내 페미니즘의 흐름과 동향: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사례를 중심으로”(2022)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민보미(bomi625@snu.ac.kr)는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아시아언어문명학과에서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슬람 페미니즘, 무슬림 사회 내의 성 다양성, 무슬림 여성과 ‘테러리즘’, 젠더화된 오리엔탈리즘과 이슬람 혐오, 페미니즘과 세속주의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담(maclairdam@gmail.com)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다양성+Asia의 연구조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인류학을 공부하였으며 재생산권과 성폭력에 관심이 있다. 현재 이은의 법률사무소 인턴으로 근무하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직장 내 성희롱, 친족 성폭력 등 다양한 성폭력 사건을 공부하고 있다.
1) LGBTQ communities facing new repression in Middle East, https://www.dw.com/en/middle-easts-culture-war-over-gay-rights-heating-up/a-62487448
2) https://www.state.gov/wp-content/uploads/2020/02/LEBANON-2019-HUMAN-RIGHTS-REPORT.pdf (검색일: 2022. 09.15)
3) https://www.lgbti-era.org/content/turkey (검색일: 2022.08.30)
4)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7/nov/23/its-just-the-start-lgbt-community-in-turkey-fears-government-crackdown (검색일: 2022.08.30)
5) https://www.hrw.org/reports/2004/egypt0304/9.htm (검색일:2022.08.29)
6) https://www.humandignitytrust.org/country-profile/united-arab-emirates/ (검색일: 2022.09.15)
7) https://www.cbsnews.com/news/iran-purportedly-executes-2-gay-men-over-sodomy-charges/ (검색일: 2022.09.17)
8) https://www.bbc.com/news/world-middle-east-62793573 (검색일: 2022.09.18)
9) https://www.lemonde.fr/proche-orient/article/2007/11/08/le-tabou-du-viol-en-proces-a-dubai_975995_3218.html (검색일: 2022.08.30)
10) https://www.cbsnews.com/news/raped-european-teen-gets-justice-in-dubai/(검색일: 2022.08.30)
11) https://7starsdubai.wordpress.com/2008/04/13/the-case-alexandre-robert/ (검색일: 2022.09.15)
12) https://www.siasat.com/new-uae-laws-revamp-sexual-assault-rules-apply-to-both-sexes-2232176/ 2021년이 되어서야 남성도 강간피해자가 될 수 있음이 처벌법에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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