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정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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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곤, 허정원, 김범 (서울대학교)

아시아의 민주체제 및 유지기간
  • 변수 설명

Center for Systemic Peace에서는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권위주의 수준 등 민주체제 점수(combined polity score)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정치체제 유지기간, 체제 변동 등 다양한 정치체제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사용된 변수는 민주체제 점수, 정치체제 유지기간,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고려한 2010년 기준 1인당 GDP이다. 민주체제 점수(Combined Polity Score)는, 민주주의 점수(0점 ~ 10점)에서 권위주의 점수(0점 ~ 10점)를 차감한 값이다. 따라서, 민주체제 점수는 –10점부터 10점의 값을 가지며, 10점에 가까울수록 민주주의 체제가 성숙된 것을 의미한다.

정치체제 유지기간은 정권교체 이후 몇 년이 유지되었는가를 의미한다. 본 자료에서 정권교체란, 민주체제점수가 3년 이내에 3점 이상 변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1987년이 정권 교체시기이며, 1988년을 0년으로, 체제유지기간의 시작점이 된다(1987년 이전 민주체제점수는 –5, 이후는 6점이며, 김대중 정부 1998년 때 8점으로 향상된 후 계속 8점을 유지하고 있음). 본 분석에서 사용된 국가는 이집트를 포함해 46개국이며, 브루나이와 내전상황인 예맨은 결측값으로 분류되었다.

구매력평가지수는 한 나라의 화폐가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한 구매력을 가져야 한다는 가정하에 구해지는 통화교환비율이다. 즉,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하여 구해진 1인당 GDP는 한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이 속한 국가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동일한 구매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1인당 GDP는 국가비교연구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본 분석에서 사용된 1인당 GDP는 Penn World Table V9.1의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아래 그림에서 버블 크기가 클수록 높은 1인당 GDP를 의미한다.

  • 지역 간 지역 내의 민주체제의 다양성은 높은가?

민주체제점수를 GIS 시각화 기법으로 표현한 지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신권주의 또는 전제주의가 팽배한 서아시아에서도 레바논, 이스라엘,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라크에서 민주주의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남아시아의 인도, 동남아시아의 미얀마1),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아시아의 몽골, 한국, 일본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 적지 않은 국가의 민주체제 점수는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및 서아시아 국가의 경우에는 민주체제 점수가 전반적으로 낮아 인도,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중국을 축으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와 구분되는 지역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출처: polity 5 데이터를 활용하여 저자 작성
  • 잘사는 나라일수록 민주적인가?

분석에 사용된 아시아 국가 수는 46개국이며, 이 중 26개국이 0점 미만, 20개국이 0점 이상이다. 19개국이 정권유지기간이 20년 미만이며, 20년 이상인 국가 중 민주주의 국가는 9개국, 권위주의 국가는 17개국이다. 지리적 분포로 볼 때 서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에 권위주의 국가가 주로 분포하고 있으나, 동아시아의 중국과 북한,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상당 수 국가들이 권위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민주체제점수와 경제력을 고려하여 볼 때, 두 변수간의 상관계수는 -0.00005로 상관관계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이,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등 산유국이 높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Polity 5, Penn World Table V9.1 데이터를 활용하여 저자 작성
  • 대통령제가 가장 보편적인 정부형태인가?

Database for Political Institution(DPI)은 헌법에 명시된 정부형태, 행정수반 및 국회 특징 등 정치 권력기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배포하고 있다. 본 분석에서 사용된 변수는 정치제도 유형으로,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정부형태를 나타낸다. 아시아의 정부형태 분포는 대통령 직선제가 29개국, 대통령 간선제가 6개국, 의원내각제가 11개국으로, 아시아의 보편적인 정부형태는 대통령제이며, 특히 대통령 직선제가 보편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이사항으로, 한국,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등 대통령직선제와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로 구성된 변형된 대통령제도 있지만, 아래 유형에서는 대통령 직선제로 분류되었으며, 터키는 대통령 직선제와 의원내각제를 병행하고 있으나 의원내각제로 분류되었다. 또한, 대통령 간선제 국가 6개국 중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채택하고 있는 중국, 북한, 베트남, 라오스 모두가 포함되어있어 사회주의 국가 특징이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를 기반으로 한 간선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DPI 데이터를 활용하여 저자 작성
  • 아시아의 독재체제는 지속되고 있는가?

아래 그림에서는 민주체제 점수와 개별 국가의 행정수반 수행기간 연수를 확인할 수 있다. 행정수반 수행기간 연수는 2020년 기준으로, 현직 행정수반이 취임한 후 몇 년간 직무를 수행했는지를 보여주며, 해당 자료는 개별 국가 웹사이트, 뉴스 등을 수집하여 데이터를 구축했다. 취임 시점 연도에 6개월 이상 행정수반직을 수행했다면 1년, 아니라면 0년을 부여했으며, 연임한 경우 이전 임기의 기간을 포함한다. 본 분석에서도 내전상황인 예맨은 제외하였으며, 이집트가 포함된 46개국을 분석대상으로 활용했다. 전반적으로 민주체제 점수가 낮을수록 행정수반 수행기간이 높으며, 민주체제 점수가 높은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모두 10년 미만에 분포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의 평균 행정수반 수행기간을 보면, 권위주의 국가는 12.9년, 민주주의 국가는 3.8년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석에서 확실한 것은 정치 체제의 점수가 높은 나라들이 행정수반의 재임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행정수반 재임기간이 10년 미만이면서도 민주체제 점수가 낮은 국가 중 북한, 중국, 태국, 라오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공산주의 혹은 신정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수반이 바뀌더라도 동일 집단에 의한 권력은 유지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행정수반의 권력이 오래 지속될수록 민주 정치체제의 가능성은 낮을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출처: polity 5 데이터를 활용하여 저자 작성

* 행정수반 수행기간 데이터는 개별 국가의 웹사이트, 뉴스 등을 참조하여 저자 수집 및 작성

 


1) 미얀마의 경우에는 2016년 대통령 선거로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 민족동맹 소속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정치체제 점수가 –3점에서 8점으로 급상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