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포스코경영연구원)
Make in India, 제조업 성장률 정체로 부진
모디 총리는 제조업 발전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창출을 목표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추진하였다. 25개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여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4년 14%에서 2025년까지 25%로 확대해 1조 달러 규모로 성장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해외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인도를 글로벌 수출기지로 육성 하였다. 이를 위해 민간항공과 철도운영 및 유지와 제약부문의 자유화 조치와 더불어 방위산업과 은행 등에도 규제완화와 자유화 허용 비중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실행 3년이 지난 2017년, 정부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수정전략(Revamp Make in India)’을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경제개발 달성을 목표로 성장 잠재성과 고용 기회가 많은 5개 노동집약업종(기존 25개 에 포함된 업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매년 새로이 유입되는 1천만명 이상의 청년층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5개 집중육성 부문은 가죽사업과 의류 및 섬유, 엔지니어링과 자동차, 제약 부분이다. 자동차는 부품을 수입하여 조립 후 판매하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인도 내에서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부품산업을 육성하고 생산능력을 강화하여 수출중심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이다. 또한 가죽과 의류산업은 특히 여성 고용창출이 엄청나며 자동차보다는 80배, 철강보다는 280배나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것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금년 1월에 인도정부가 수정 발표한 FY18 GDP 통계에 의하면 전체 GVA[1] 중에서 제조업 비중은18.1%를 기록하였다. 모디 총리 취임 전인 FY15의 17.2% 대비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인도 제조업 발전이 미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정부의 아젠다(agenda) 발표와 달리 제조업 연관산업의 미발전으로 단기간에 제조업 발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 발전은 인프라 정비와 함께 부품 등 원자재 업체들이 동반 성장해야 하나 원자재 공급업체들의 영세성과 수입품에 의존하다 보니 성장 제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제조업 유치를 위한 토지확보의 어려움이다. 수출기지 육성과 제조업체의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토지가 확보되어야 하나 인도 내에서 대규모 토지를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이다[2]. 셋째는 복잡한 노동법이다. 구식 노동법과 해고의 어려움 등으로 제조업체들이 해고가 용이한 100명 이하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모디 총리는 취임 후 3개 개혁법안으로 세제개혁 및, 노동법과 토지수용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였으나 토지를 보유한 농민들과 근로자들의 표심을 우려하여 강력한 개정을 시도하지 못했다. 세제개혁 및 노동법과 토지수용법 개정 지연은 여전히 제조업 육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유능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제조업체가 필요로 하는 적정교육수준과 기술을 갖춘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제조공장 인근 소재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할 경우 노조결성이나 단체 행동으로 나설 위험이 높다는 것을 고려하여 고향이 다르거나 다른 먼 거리에 거주하는 근로자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 점 등도 필요로 하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액권 사용 금지(Demonetisation), 검은 돈 근절보다 디지털 거래 활성화에 기여
급작스러운 화폐개혁 불구, 대다수 국민들 환영
모디 총리는 2016년 11월 8일 오후 8시 TV 중계를 통해 “시중 유통화폐가치의 86.4%를 차지하는 500루피(Rupee)와 1000루피의 사용을 11월 9일 0시부터 전격 금지”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는 GDP의 약 40%에 해당하는 지하 경제에 숨어 있는 검은 돈과 테러리스트들이 주로 사용하는 위폐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며 국민들에게는 50일만 참아주면 모든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급작스러운 화폐개혁으로 발생하는 화폐 유통량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국영병원과 철도티켓 예매와 구매, 국영버스와 공기업 소유의 석유 및 디젤가스 충전소 등에서는 11월 24일까지 구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 발표를 가장 반긴 층은 청년층과 지식인들로 이들의 90%가 찬성했다. 부정부패나 뇌물 거래에 반감이 많았던 이 계층들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은행지점이 적어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농촌 거주 서민들도 현금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늘어나고 현금을 찾기 위해 줄을 섰던 노인들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급작스러운 화폐 사용금지조치 발표 후 당일 저녁 전국의 고급상가(고가의 시계, 만년필, 의류, 자동차)들은 현금을 뭉치로 들고 모여둔 부유층 대상으로 엄청난 매상고를 올렸다. 입금을 위해서는 소득원을 입증해야 했기에 현물로 교환한 것이었다. 일부 부유층은 물에 흘려 보내거나 버리기도 했으며 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는 말만 듣고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경제 위축 반면 디지털 경제활성화 촉진은 긍정적
인도는 당시 현금거래 비중이 87% 정도였으며 90%의 상인들도 현금 외 다른 지급수단을 받은 적이 없을 만큼 현금의존성이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유동성 공급 부족은 인도 경제의 커다란 손실과 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먼저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부동산은 주택 가격이 20~30%나 급락하였고 건설공사 중단으로 건설업체와 일용직 근로자들의 해고로 이어졌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고용주들이 신권 부족을 이유로 고용을 줄이거나 구권을 급여로 지급하면서 실직과 현금 부족으로 먹거리도 구하기 어려워 외상으로 연명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둘째, 중소 영세상인들의 휴업과 소비 감소로 업체들이 영향을 받았다. 중소영세상인들은 신용카드 결제기기나 대체 지급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자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특히 현금거래가 대부분인 노점상들과 야채나 과일가게 장사들은 어려움이 커져갔다. 셋째, 현금 부족으로 휴대폰과 가전제품 등의 구매 연기와 생산 감소로 파급영향이 증가했다.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는 화폐개혁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1조 2840억루피에 달할 것이라 발표했다.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상거래 급락과 소비 둔화로 기업들이 6150억 루피 손실을, 은행들이 구권 교환업무와 ATM 현금 충원 등의 부가업무로 3154억 루피, 개인들은 구권 교환을 위한 대기시간 등으로 1500억 루피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3].
반면 화폐개혁으로 인해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된 것은 긍정적 효과이다. 정부는 11월 8일 당시 발표문에서 언급이 없었던 디지털 결제와 현금 없는 경제(cashless economy)를 11월 13일부터 강조하기 시작했고 11월 27일 언론보도에서는 디지털 결제를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상인들은 현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자 신용카드 결제기기 구매를 늘리면서 제조업체들이 뜻밖의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IT업체들인 페이티엠(Paytm)이나 모비윜(Mobiwik)과 같은 모바일 페이먼트(payment) 기업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인프라 구축과 지속적인 교육이 디지털 경제 정착의 관건
올해 2월말 기준으로 시중 화폐 유통량은 17조 9700억 루피로 화폐개혁 당시의 19조 5700억 루피의 91.7%까지 회복했다. 문제는 시중 유동성이 회복되면서 현금거래 비중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도시와 농촌의 온라인 거래 비중을 보면 도시는 44%이나 농촌 지역은 16%에 불과하다.
현금 거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먼저 인프라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특히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은행지점 개설을 확대하고 디지털 결제에 따른 혜택 등을 교육시켜 자발적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농촌지역 영세상인들에게는 디지털 결제기기 지원 등을 통해 사용 기반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현금 거래의 편리성이다. 그 동안 현금거래에 익숙한 국민들이 단기간에 신용거래에만 의존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독특한 온라인 거래 방식인 물품을 받고 확인한 다음 현금을 지급하는 cash on delivery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결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디지털 결제 정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디지털 결제의 편리성을 인식시키고 신용거래 정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실패 논란, 모디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듯
신규 유입 노동력 흡수를 위해 8% 이상 고성장 지속 필요
인도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평균 연령 29세의 청년 층이 가장 많은 젊은 국가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집권당에게는 일자리창출에 대한 압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새로 유입되는 근로자가 약 1,00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연평균성장률이 8% 이상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정부 역시 매년 수 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 스킬 인디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집권 전 선심행정이라고 비난하던 전임정부의 농촌지역 국가고용보장제도(MGNREGA)[4]는 오히려 예산 배정을 확대하는 등 고용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실시하고 있다.
집권 5년이 된 지금 현재 모디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으며 올해 4~5월 총선에서 청년층의 표심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통계청이 조사한 실업률 조사결과 역시 1972~73년 5.18%를 기록한 이후 최고인 6.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1972~73년은 파키스탄과의 전쟁이 끝난 이후이며 글로벌 유가 급등으로 다른 석유수입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에 충격이 큰 시기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2017~18년 실적은 충격적이며 2019년 총선을 앞둔 모디 정부에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인도의 노동참여율은 2011~12년 39.5%에 달했으나 2017~18년은 36.9%로 악화되고 있어 구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MIE는 2018년 12월말 기준으로 고용인구는 3억 9700만명으로 전년 동월의 4억 790만명 대비 2.67% 하락했으며 109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분석하였다. 인도 정부가 공식 발표한 2011~12년 실업률 2.2%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악화된 것이며, 특히 15~29세 도시 거주 청년층 실업률은 남성 18.7%, 여성 27.2%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해 12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여전히 작성 중이며 최종 분석이 완료되면 발표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동 조사를 책임졌던 통계청의 고위 관료 2명은 정부의 발표 지연에 항의하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제조업 성장을 위한 연관 부문 발전과 지속적인 투자 필요
7% 이상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먼저 고용창출효과가 적은 IT나 서비스 중심의 성장과 모디 정부가 강조해온 Make in India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모디 정부의 의도와 달리 특정 목적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일자리 창출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화폐개혁과 GST 실행이라 할 수 있다. 급작스럽게 단행된 화폐개혁과 GST 실행으로 특히 중소영세상인 타격을 입으면서 이들 중소영세상인에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여성들과 교육 수준이 낮거나 농민들과 중소영세상인의 타격이 가장 컸다.
셋째, 제조업 발전이 정부 의도와 달리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으며 이들 제조업체들도 생산성 제고를 위해 자동화나 자본집약적인 생산 방식을 채용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고용창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철도청이 전국적으로 헬퍼(helper), 청소부, 수위, 트랙관리자 등 일상적 업무에 필요한 6만 3천명의 채용 공고에 무려 1천 900만명이 몰려 300대 1을 훌쩍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청년층의 실업 이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클린 인디아(Clean India), 의식 개조와 깨끗해진 도로 등 가장 성공적인 정책
국민의식개혁과 위생환경 개선을 위해 2014년 10월 2일 클린 인디아 캠페인(Swacch Bharat Abhiyan: Clean India Mission)이 발표되었다. 이 날은 마하뜨마 간디의 탄생일로 전국적인 공휴일이다. 거리를 뒹구는 온갖 쓰레기와 각종 먼지를 제거하고 노상 방뇨와 노상 배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미지 저하와 질병과 성폭력 등)을 개선하기 위하여 간디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2019년 10월 2일까지 전국에 약 300억달러를 투자하여 1억 2000만개의 화장실을 건립하여 노상 용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다른 이니시어티브(initiative)들이 성장률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것은 국가 이미지 변화와 여성 권리 강화 등과 연계된 사회변혁 프로젝트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신규 건설된 화장실은 9213.5만개로 76.7%가 달성[5]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화장실 사용에 필요한 용수확보와 별개로 국민들의 의식수준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청결과 화장실 사용 교육을 통해서 이를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화장실 건설 목표 달성을 위해 강압적 처벌과 가정 내 화장실 설치를 주정부가 강요하면서 돈이 없는 주민들은 생계수단인 염소 등 가축을 팔아서 신축하거나 융자를 내서 설치할 수 밖에 없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건설된 화장실들 중 관리 부족과 사용자들의 의식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된 공용 화장실이 무려 35%에 달한다. 이는 기존 시설들이 적절히 보수되지 못했고 충분한 물 공급 인프라가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시설들의 이용률 제고 투자와 더불어 정화조와 하수관 시스템의 현대화와 기계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통합간접세(GST) 도입, 장기 성장 동력으로 확대 중
세계은행이 매년 발행하는 사업하기 좋은 순위(ease of doing business) 중 조세납부와 관련된 순위는 2015년 172위에서 GST(Goods and Service tax, 통합간접세)의 실행으로 2017년은 119위로 급등하였다. 이는 그 동안 주별로 상이했던 세율과 지나치게 복잡한 간접세를 전국적으로 통일된 하나의 세율을 적용하는 획기적인 세제개혁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7년 2월에 처음 논의된 이후 10년만인 2017년 7월 1일부터 법제화됐다. GST는 주별로 상이했던 간접세를 단일세제로 통일한 것으로 17개의 간접세를 하나로 통일시켰다. 또한 주별 이동시 입시세(Octroi, 주에 들어갈 때 내는 세금) 납부를 위해 검문소에 들리지 않아도 되기에 장기운송비를 60%나 줄일 수 있으며 주간 이동장벽 제거로 일일 이동 거리가 280km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HSBC는 GST 시행으로 3~5년내 인도 경제가 0.8%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GST의 기본 세율을 보면 평균 18%로 영국의 20%, 독일의 19%, 뉴질랜드의 15%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모디 정부는 GST 시행 이후 중소영세업체들의 실적 부진 지속과 높은 세율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자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높았던 품목별 GST 세율을 1년 6개월이 경과하면서 인하하기 시작했으며 기업들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GST에 대한 이해도 증가로 GST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기업들 특히 중소영세기업 중심으로 GST 실행에 대한 준비를 등한시 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들과 달리 GDP의 45%와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0인 미만의 영세상인들(Unorganized Sector라고도 함)은 정부의 시행의지에도 불구하고 자금과 실행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GST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 부족으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업체들은 GST에 맞춘 시스템 보완에 주력하는 한편 실행 방향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 대세였다. 기업체들은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재고 판매에 주력하면서 일시적으로 산업생산과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었다.
2019년 들어 업체들은 GST 제도에 대한 경험 누적과 정부의 세율 인하 등 GST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외직접투자 유치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다.
디지털 인디아, 아드하르(Aadhaar) 도입으로 본격적 도약 기반 구축
모디 정부는 2014년 8월 20일 디지털 역량을 갖춘 지식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디지털인디아(Digital India) 이니시어티브를 발표했다.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국민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인도의 대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인디아 구축을 위한 기초 인프라로 마을단위 자치정부인 그람 판차야트에 광섬유 통신망을 가설하고 전자정부포털을 만들기로 했다. 인터넷을 활용해 거주지역에서 모든 정부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도록 하여 각종 절차의 투명성, 효율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구자라트 총리시절 인터넷 확산과 전자정부 구현으로 정부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국민들의 디지털 역량을 제고시킴과 동시에 농촌 지역에 컴퓨터를 공급하였고 모바일 플랫폼 사용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의지와 달리 농촌 정부의 자본 부족과 전문 교육인력 부족, 지역 주민들의 협력의지 부족 등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디지털 인디아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아드하르(Aadhaar)를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드하르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국민 개개인에게 12자리의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함으로써 신원 파악을 쉽게 하고 정부의 보조금 수수나 은행 거래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아드하르 카드에는 이름, 생년월일과 주소 등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얼굴 사진, 열 손가락 지문과 두 눈의 홍채 스캔 정보까지 연동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집약되어 있다 보니 프라이버시 우려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여기저기에서 제기되는 등 정착 과정상의 혼란도 발생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동 제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각종 사회보장제도와 계좌 개설 등을 아드하르 시스템과 연계시킴으로써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빈곤층 주민에게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을 은행계좌를 개설하도록 유도하여 직접 송금하는(Direct Benefit Transfer, DBT) 방식을 택하여 보조금 지급을 중간 관리가 착복하는 문제를 개선하도록 하였다. 식량배급, 출산과 육아 관련 수당 및 장학금 등의 교육혜택도 카드가 있어야만 수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아드하르 기반의 전자지불 수단을 도입해 상점에 설치된 인식기기에서 지문 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전자상거래 촉진과 지불 수단 다변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확대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절반의 성공,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 개선이 성공의 핵심
인도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권한 모디 총리는 새로운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5년간 누구보다 많은 각종 이니시어티브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글로벌 기업들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도를 재부각시켰다. 경제 성장률 역시 7% 이상을 유지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고성장국가로 부상하였다[6]. 그 동안 모디 총리는 주별로 상이한 조세를 2017년 통합간접세로 통일시켰으며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사업하기 좋은 순위(ease of doing business)[7]를 2014년 142위에서 2018년 75위로 개선시켰으며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로 사업 여건을 개선시킨 점은 찬사를 받을만하다. 특히 전력부문은 과거와 달리 단전이 혁혁하게 줄었으며 야밤의 밝기 정도로 측정한 결과에서 뚜렷이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인도 사업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은 실망감을 보였으며 총리에 대한 평가도 각종 이벤트만 발표했지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하고 서민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비난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소 실망스러운 평가는 역으로 인도 시장과 인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더 잘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G3를 꿈꾸고 있는 인도가 새로운 전환을 위해 먼저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의 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클린 인디아와 디지털 인디아 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의식개혁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화장실 건립과 인터넷 활용 기반을 갖추는 것보다는 교육을 통해 어떻게 의식을 전환시키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국민이 스스로 깨우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확대되고 있는 농민부채 탕감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천수답에 의존하는 농촌 환경을 자연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도록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것, 더불어 농사짓는 방법과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교육을 통해 냉동저장 시설 등을 공동으로 설치하여 유통과정이나 저장과정에서 부패하는 작물의 비중을 줄이기만 해도 농가소득을 빠르게 증가시킬 수 있다.
둘째는 GST의 성공적 정착과 더불어 토지인수법과 노동법의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세제 개혁으로 주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선순환을 가져올 것은 명백하다. 이 밖에도 성공적인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산업단지 조성과 토지수용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선거를 등한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국적 차원에서 상호양보를 이끌어내는 협치의 정치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발전을 위해서는 연관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동시에 기업 규제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부품산업과 10인 이상의 영세상인들에게 전문성을 키우도록 각종 지원과 규모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단순히 사업하기 좋은 국가 순위의 개선보다는 실질적으로 강력한 중소기업을 육성하도록 유도하고 이들이 전체 가치사슬상의 하나의 독립개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소개
김용식(sendmail01@nate.com)은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 강원대 등 강사를 거쳐 2001년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략센터에 입사했다. 글로벌 전략과 기업 전략을 연구하였으며 2011년 11월1일부터 2017년 2월까지 포스코경영연구원 델리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했다. 기업의 글로벌화, 다국적기업의 인도 내 CSR 활동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1] GVA는 『GDP+ 제품 보조금(subsidy on products) – 세금』으로 산정한다.
[2] CMIE의 대형프로젝트 정체를 가져 오는 요인들 중 7.3%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베 일본 총리와 모디 총리의 가장 큰 프로젝트인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가 금년말까지 토지확보를 목표로 하였으나 현재까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토지인수 실패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3] CMIE는 “유동성공급 부족으로 인한 상거래 급락과 소비 둔화로 기업들이 6150천만 루피, 은행들은 구권 교환업무와 ATM현금 충원 지원 등의 부가업무로 3514억 루피,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은 신권 발행과 공급 비용으로 1680억 루피, 개인들은 구권 교환을 위한 대기시간 등으로 1500억 루피의 손실이 발생하여 총 1조 2840억 루피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ET Bureau).
[4] MGNREGA는 Mahatma Gandhi National Rural Employment Act로 농촌지역 가구별로 성인 미숙련 노동자에 한해 매년 100일간의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기본 소득을 제공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5] 클린인디아 미션을 발표하는 정부 사이트(http://sbm.gov.in)에 의하면 2014년 10월 2일 이후2019년 2월 8일 현재 전국에 지어진 화장실은 9213.5만개이며 2018년 4월부터 2019년 2월 8일가지 21,905,448개의 화장실이 새로 건설됐다. 노상용변을 하지 않는 구(districts)는 602개라고 발표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화장실을 보유한 가구의 비중은 2014년 10월 2일 38.7%에 불과하였지만 2019년 2월 8일 기준으로 98.85%가 보유하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6] 금년 1월 발표한 경제성장률을 보면 집권 첫 해인 FY15 7.4%에서 FY16은 8.2%, FY17은 8.2%, FY18은 7.2%로 7% 이상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수정 전망치 발표 이전보다 FY16은 0.2% 줄어든 반면 FY17은 1.1%, FY18은 1%나 급등하여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신뢰성 의혹을 일으키기도 했다.
[7] 인도의 사업하기 좋은 순위(Doing ease of business index)는 2014년 142위에서 2017년 처음으로 100위에 진입하였으며 2018년은 77위로 65계단이나 상승하였다. 세금 납부와 관련하여서는 2014년 172위에서 GST가 추진된 2017년은 119위로 대폭 상승하였으나 실행과정상의 애로 요인 등으로 2018년은 2계단이 후퇴한 121위를 기록하였다.
참고문헌
- Ruchika Chitravanshi, 2017. “Government will soon revamp Make in India to meet its twin objectives of jobs, GDP growth.” The Economic Times (11월 14일). (접속일: 2019.02.28)
- ET Bureau, 2016. “Demonetisation: Currency recall could cost India a massive Rs 1.28lakh crore, says CMIE.” The Economic Times(11월 25일). (접속일: 2019.02.27)
- Nilanjana Chakraborty. 2019. “Cash transaction up after demonetization but India’s ATM network far from adequate.” LiveMint(2월 10일). (접속일: 2019.02.28)
- Chitranjan Kumar. 2019. “India’s unemployment rate hit four-decade high of 6.1% in 2017-18, says NSSO survey.” Business Today(1월 31일). (접속일: 2019.02.25)
- Joanna Slater. 2019. “India’s railroads had 63,000 job openings. 19 million people applied.” The Washington Post(1월 4일). (접속일: 2019.02.28)
- CSO(Central Statistics office), 2019. “First revised estimates of national income, consumption expenditure, saving and capital formation. 2017-18.”
- Praveen Chakrawart, 2016. “How Modi Changed(And Changed) The Demonetisation Narrative.” IndiaSpend(12월 5일). (접속일: 2019.02.26)
데이터 자료
- Indiaspend. www.indiaspend.com (접속일: 2019.03.05)
- MOSPI. http://www.mospi.gov.in/sites/default/files/press_release (2019.1.31) (접속일: 2019.02.28)
*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