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곤, 허정원, 김범, 김주란, 박정민(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지역정보센터)
지난 반세기 아시아의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였지만, 과연 모든 아시아 권역과 국가의 경제가 지속적인 GDP 내지 1인당 GDP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가? 아시아의 경제를 보기 위하여 먼저 다른 대륙과 아시아의 경제성장 추세, 아시아 역내의 경제성장 추세, 아시아 역내의 개별 국가의 경제성장 추세를 각각 살펴보며 아시아의‘경제성장’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아시아의 경제성장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지표로 구매력평가지수(Purchasing Power Parity, PPP)를 반영한 1인당 GDP(2011년 불변가격 기준)를 사용했다. 국가 비교연구에서는 명목 GDP와 실질 GDP 대신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GDP를 사용한다. 명목 GDP는 현재 물가를 기준으로 산출되며 실질 GDP는 물가를 특정 연도에 고정시켜 산출된다. 명목 GDP는 물가상승이 심각한 경우 생산량이 늘지 않더라도 국내총생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연구에서는 물가를 특정 연도에 고정시킨 실질 GDP를 주로 사용한다. 반면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GDP는 산출된 실질 GDP에 해당 국가의 물가수준을 반영하여 나오는 수치를 의미한다. 이는 흔히 알려진 빅맥지수와 유사한 개념으로, 개별국가의 실제 구매력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지표이다. 즉, 개별 국가의 물가수준을 반영함으로써‘1달러’가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구매력을 갖도록 표준화한 것이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1인당 실질 GDP이다.
본 분석에서는 개별국가들의 실제 구매력을 기준으로 과거 대비 경제성장의 정도와 지역·국가 간 경제수준을 파악하고자 했기 때문에 네델란드 그로닝겐 대학(University of Groningen)에서 제공하고 있는 Penn World Table V9.1의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1인당 GDP를 사용했다(보다 자세한 설명은 [부록1] 참조).
1) 아시아는 다른 대륙에 비해 경제수준이 높은가?
<그림 1>은 전 세계 대륙별 1인당 GDP의 시계열 그래프로 y축은 로그 척도를 사용했다. 로그 척도를 축에 적용할 경우 변수의 절대값은 변하지 않지만 축의 눈금이 변화율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쉽게 생각하면, 배수에 따라 눈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래 왼쪽 그래프에서 1,000달러에서 5,000달러는 5배인 바 눈금과 눈금 사이의 거리가 긴 반면, 5,000달러에서 10,000달러는 2배이므로 눈금의 거리가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로그 척도를 활용하여 1인당 GDP 추세곡선을 그릴 경우 1인당 GDP의 성장률을 시각화하는데 유용하다.
아시아의 1인당 GDP는 1980년대 초반까지 6대륙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이후 아프리카의 1인당 GDP를 추월했고, 2017년에는 남아메리카의 1인당 GDP에 근접하고 있다. 물론 북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의 최근 1인당 GDP는 35,000달러 이상으로 매우 높은 반면, 아시아의 1인당 GDP는 2017년 11,834달러로 세계은행의 기준(1,000달러~12,500달러)으로 아직 중진국(middle income country)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긍정적 측면은 주요 고소득 대륙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1인당 GDP 성장률이 정체기를 보이는데 반해, 아시아의 1인당 GDP 성장률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950년부터 현재까지 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다른 대륙에 비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950년 대비 2017년의 대륙별 1인당 GDP 성장률은 아시아가 818.9%로 가장 높고, 남아메리카(480.4%), 유럽(455.6%), 오세아니아(242.7%), 북아메리카(226.8%), 아프리카(131.5%) 순으로 나타난다.
아시아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다른 대륙들에 비해 낮은 경제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나 경제성장 속도는 다른 대륙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대부분의 대륙에서 경제성장률이 감소하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오히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아시아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지속되고 있어 아시아의 경제성장 미래는 다른 대륙들에 비해 밝다고 할 수 있다.
2) 아시아 역내 경제수준의 차이는 얼마나 커지고 있는가?
아시아를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시아는 크기가 방대한 만큼 역내 지역별 특징도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분석결과, 아시아의 경제수준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인다. 아래 <그림 2>는 아시아 역내의 지역별 구매력평가지수 1인당 GDP 추세로, 각 지역별 국가의 구매력평가지수 GDP를 합한 후 지역 인구수로 나누어 산출했다.
서아시아는 석유가격 추이에 따라 1인당 GDP 추세의 변동성은 크지만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 역내에서 가장 부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경우 소련이 해체되면서부터 데이터가 수집되기 시작했다. 소련 해체 과정에서 구소련 국가 간 경제적 협력기구인 경제상호원조회의(코메콘)가 해체되고, 지역 화폐로의 전환이 이루어짐에 따라 화폐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인당 실질 GDP가 약 7,500달러에서 5,000달러 미만으로 급격히 하락하였으나, 2000년대 들어 역내 경제가 살아나며 현재 1인당 GDP는 12,5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한국전쟁 전후 1인당 GDP가 크게 감소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근까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편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타격을 심하게 받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1인당 GDP가 소폭 감소하였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하면서 다시 높은 성장속도를 보인다.
아시아의 2017년 평균 1인당 GDP는 11,834달러이며, 서아시아 21,606달러, 동아시아 16,468달러, 중앙아시아 12,719달러, 동남아시아 11,015달러, 남아시아 5,897달러로 지역에 따른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3개 지역의 1인당 GDP 평균은 12,500달러 이상의 고소득 지역으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는 저소득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편차의 절대적 양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아시아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가이다. 특히, 남아시아와 같이 상대적으로 빈곤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성장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3) 아시아는 성장의 정체기에 접어들었는가?
폴 크루그먼(1994)은 Foreign Affairs에서‘The Myth of Asia’s Miracle’이라는 글을 통해 기술 및 인적자원 개발이 아닌 자원 동원에 의존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곧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201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여러 국가의 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였는데 과연 아시아가 경제성장의 정체 및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 그림에서 사용된 변수는 개별 국가의 실질 GDP(2010년 불변가격) 경제성장률로, 경제성장률을 비교할 때는 국가 간 비교를 위한 구매력평가지수가 상대적으로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2019년까지의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실질 GDP를 활용했다. World Bank에서는 지역별 경제성장률을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실질 GDP를 지역별로 합산한 후 연도별 경제성장률을 계산해서 사용했다.
<그림 3> 대륙별 및 아시아 역내별 경제성장률
Data Source: World Bank 자료를 활용하여 저자가 산출
<그림 3>의 왼쪽은 전 세계 대륙별 경제성장률을 시각화한 것으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회복 및 성장추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2% 수준까지 떨어졌고,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다. 2010년 경제회복 이후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은 최근 5년간 3%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성장 정체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가 높다. 반면, 아시아는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18년까지 평균 4%를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의 오른쪽은 아시아 역내 경제성장률 그래프이며 최근 5년간 남아시아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한편, 석유 등 천연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많은 서아시아나 중앙아시아의 경우 유가, 천연자원의 가격에 따라 경제성장률의 변동이 심한 편이나.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여전히 아시아는 다른 대륙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고, 아시아 역내 지역들도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의 경우 4.5%에서 8% 사이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자원 등의 의존도가 높은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제외하고 보면, 2차 산업과 3차 산업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음절에서는 아시아의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왔음에도 국내 불평등은 심화되었는지 확인함으로써 아시아 경제의 질적 성장이 이루어졌는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4) 아시아의 성장과 양극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아시아에서도 적용될까? 이를 위해 아래 <그림 5>에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별 1인당 GDP와 지니계수를 활용한 산점도를 시각화해 소득불평등도와 경제수준 간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우려와 다르게, 아시아의 경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양극화 수준이 대체적으로 감소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서의 양극화 심화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분석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1인당 GDP가 증가할 때 대체로 지니계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00년, 2010년, 2017년도의 지니계수와 1인당 GDP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2000년만 0.3944로 유의수준 5% 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고, 이외 기간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즉 2000년도에는 부유한 국가일수록 지니계수가 높아 개별 국가내 양극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2010, 2017년에는 1인당 GDP가 높은 국가에서도 지니계수가 높다는 관련성은 없었다. 국가별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말레이시아는 1997년 지니계수가 0.491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5년 0.41까지 감소하여 양극화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태국 또한 1992년 0.479에서 2018년 0.364까지 지니계수가 낮아져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같이 2000년 0.286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18년 0.378까지 증가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처럼 일부 국가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5) 아시아의 부상: 아시아의 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아시아의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 중인 것은 앞선 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전 세계 GDP 대비 각 대륙의 GDP와 미국 GDP 대비 아시아 개별 국가의 GDP 비중을 살펴봄으로써 아시아 경제의 상대적 규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World Bank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실질 GDP를 활용하여, 전체 및 지역별로 합산한 후 개별 지역의 비중을 계산하였다.
먼저 대륙별 GDP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1960년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각각 38.2%, 33.6%로 두 대륙을 합치면 전세계 3분의 2이상의 경제를 담당하였고, 아시아는 16.2%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9년 아시아의 GDP는 전 세계 GDP에서 36.2%의 비중을 차지하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유럽은 27.2%, 북아메리카는 26.3%로 그 비중이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터키, 일본 등이 주도한 빠른 경제성장으로 아시아는 바야흐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림 5>는 미국 대비 아시아 국가의 1인당 GDP 수준을 1970년과 2017년을 기준으로 비교해보았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1970년과 2017년 미국 1인당 GDP의 50% 미만의 수준을 보인다. 1970년에는 일본, 이스라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4 개국이, 2017년에는 한국, 대만, 일본, 이스라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7개국이 미국 GDP의 50%를 넘어섰다. 이 중 한국과 대만은 각각 1970년 미국 1인당 GDP 대비 8.4%, 13.6%에서 2017년 미국 1인당 GDP를 기준으로 각각 67.2%, 85.2%를 기록한 국가로서,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탈출한 국가들에 해당한다.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란 세계은행이 제시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 동력을 상실하여 성장이 둔화되고 더 높은 소득을 획득하지 못한 채 중진국에 머무르거나, 오히려 저소득 국가로 후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래 그래프에서는 눈금 제한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1970년 미국 1인당 GDP의 24%에서, 2017년 142%로 성장하였고, 쿠웨이트는 반대로 135.7%에서 68.5%로 감소하는 예외적인 추세를 보였다.
이상에서 아시아의 상대적인 경제규모를 살펴본 결과,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아시아의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1인당 GDP에 대비 아시아의 각 국가별 1인당 GDP 비중을 통해 아직까지 상당수의 아시아 국가가 서로 다른 경제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중진국 함정을 탈출한 국가가 있는 반면, 여전히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도 존재하고 있다. 아시아는 문화와 환경, 정치체제, 역사 등이 서로 다르듯 부국과 빈국이 뒤섞여 있는 상황임에 유의하여 아시아의 경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그림 5>는 미국 대비 아시아 국가의 1인당 GDP 수준을 1970년과 2017년을 기준으로 비교해보았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1970년과 2017년 미국 1인당 GDP의 50% 미만의 수준을 보인다. 1970년에는 일본, 이스라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4 개국이, 2017년에는 한국, 대만, 일본, 이스라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7개국이 미국 GDP의 50%를 넘어섰다. 이 중 한국과 대만은 각각 1970년 미국 1인당 GDP 대비 8.4%, 13.6%에서 2017년 미국 1인당 GDP를 기준으로 각각 67.2%, 85.2%를 기록한 국가로서,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탈출한 국가들에 해당한다.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란 세계은행이 제시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 동력을 상실하여 성장이 둔화되고 더 높은 소득을 획득하지 못한 채 중진국에 머무르거나, 오히려 저소득 국가로 후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래 그래프에서는 눈금 제한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1970년 미국 1인당 GDP의 24%에서, 2017년 142%로 성장하였고, 쿠웨이트는 반대로 135.7%에서 68.5%로 감소하는 예외적인 추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