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기존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된다.
본 2022년 6월호(통권 17호)는 강대국 간 세력갈등이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강대국 갈등 및 그에 맞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이라는 관점하에 이해해보고자 기획되었다.

방문학자

대만 유권자 시민운동으로서 ‘불항복서약서’ 캠페인은 왜 실패하였나?

2022년 11월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는 중국의 군사위협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선거였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일부 유권자 단체는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중국 침공 시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불항복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약 3개월의 캠페인 끝에 서약서에 서명한 후보자는 민진당 등 범여권 후보에 그쳤다. 이 시민운동이 당초 예상만큼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정권심판론’ 등 다른 이슈가 선거판을 압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촉발된 대만 ‘불항복서약서’ 운동은 이대로 소멸할 것인가.

베트남 고전(古典)의 활용: 『끼에우傳』(Truyện Kiều)을 중심으로

베트남인들은 『끼에우傳』의 많은 구절을 암송할 수 있으며, 『끼에우傳』을 인용하여 공감을 얻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어려서부터 이 소설을 듣고 말하며, 각급 학교과정에서 이를 학습했기에 베트남인의 생각에서 그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운명이 마치 그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베트남인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이다. 심지어 설날에는 『끼에우傳』으로 운명을 점치는 ‘끼에우점’이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베트남인의 호응을 얻기 위하여 베트남의 정치인과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은 『끼에우傳』을 인용하곤 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과 베트남 간의 경제교류 및 인적교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양국 간의 관계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여 진정한 동반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베트남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 지를 알아가는 노력일 것이다. 문화에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시작은 『끼에우傳』와 같은 고전읽기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