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과 글로벌 경제 위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지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 경제난이 촉발한 일자리 상실과 물가 상승으로 가중되는 생활고는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이주 노동자 등 사회 취약 계층에게 특히 큰 위험으로 다가왔다.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노동 시장 변화 또한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이주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차별과 노동 착취, 인권 탄압과 같은 문제에 마주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일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했고,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카타르의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 인권 실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지의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인권을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네팔의 아동노동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국을 떠나지 않은 노동자라도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곧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회가 가진 문제점과 위기를 분석하는 출발점이다. 이에 이번 『다양성+Asia』 20호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노동자들이 직면한 위기와 도전에 주목한다. 아울러 이러한 현실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살펴봄으로써 수동적 객체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 노동자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기회의 땅 또는 고난의 땅: 걸프 국가의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과 도전

많은 해외 이주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차별과 노동 착취, 인권 탄압과 같은 문제에 마주해 있다. 특히 2020년 이래로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코로나의 유행과, 카타르 월드컵 개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이주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에 관한 다양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노동자 : 부유(浮游)하는 삶들의 사회적 연대와 정치적 주체화

사회주의 시기 중국에서 ‘국가의 주인공’으로 인식되었던 노동자들의 존엄과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하에서 중국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신시대를 맞아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저항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선봉 인도네시아 노동운동,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다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이 오늘날 동남아에서 가장 가시적인 면모를 보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풍부하고 젊은 노동인구, 꾸준하고 높은 경제성장, 중앙에서 지방까지 책임자를 직접 선출하는 선거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노동이 힘을 갖는 배경이 되어 준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노동운동의 내부 경쟁과 분열도 유발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네팔의 아동 노동자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네팔에는 아동 노동자가 많다. 일부 집단에서는 아동노동이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기도 하다. 대대로 예속노동 또는 강제노동 형태로 아동노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동노동의 근본 원인은 빈곤과 무지에 있다. 대표적인 아동노동 현장은 벽돌공장과 카펫 제조 및 의류 공장이다. 2019년 코로나 발발 이후 아동노동 업종과 노동 시간은 더 늘어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앙아시아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도전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일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상황이 개인 차원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 중앙아시아 출신의 이주노동자는 이미 본국으로 귀국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남아있는 자들은 여전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러시아 정부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딥 스테이트’에 맞선 수단인들의 도전

2019년 4월, 대통령 오마르 알바시르를 몰아낸 수단의 혁명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2022년 10월 군부는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지만, 아직도 수도 하르툼을 비롯해 수단 곳곳에서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수단의 반정부 운동은 단순히 군부 독재 뿐만 아니라, 수단 사회가 오랫동안 겪어온 뿌리깊은 문제들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방문학자

명나라 도자기를 한반도에 가져온 일본 하카타(博多) 상인

15~16세기 하카타 상인들은 공식 사신으로 위장하여 조선과 유구국의 공식 교류에 개입하였으며, 일본의 지방세력과 협력하여 명나라 도자기를 조선 왕실로 공급하였다. 고고학 자료와 문헌을 통해 더 많은 수량의 명나라 도자기가 사무역으로도 조선에 유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카타 상인들의 활발한 활동 시기에 조선의 도자기가 유통된 고고학적 증거도 하카타-대마도-창원 내이포의 경로를 따라 발견되었다. 이러한 하카타 상인들의 동북아 자기 유통은 기존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벗어나 새로운 사용가치를 창출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다시 떠오르는 중동의 스트롱맨: 중동 권위주의 정치의 재부상

2010년 말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iddle East and North Africa, MENA 이하 메나)의 권위주의 정치를 무너뜨리고 정치 개혁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던 아랍의 봄은 그 의미가 퇴색한 지 오래다. 오랫동안 메나 지역 정치를 호령했던 독재자들이 물러난 자리에는 더욱 강력한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이들은 아랍의 봄을 통해서 정권의 취약성을 깨달은 만큼 새로운 방식으로 권위주의 정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스트롱맨 정치와 중국-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권위주의 축의 확대는 메나 지역의 독재자들이 재부상하게 하는 새로운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메나 지역의 새로운 스트롱맨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권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해갈 것으로 보인다.

대만 유권자 시민운동으로서 ‘불항복서약서’ 캠페인은 왜 실패하였나?

2022년 11월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는 중국의 군사위협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선거였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일부 유권자 단체는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중국 침공 시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불항복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약 3개월의 캠페인 끝에 서약서에 서명한 후보자는 민진당 등 범여권 후보에 그쳤다. 이 시민운동이 당초 예상만큼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정권심판론’ 등 다른 이슈가 선거판을 압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촉발된 대만 ‘불항복서약서’ 운동은 이대로 소멸할 것인가.

베트남 고전(古典)의 활용: 『끼에우傳』(Truyện Kiều)을 중심으로

베트남인들은 『끼에우傳』의 많은 구절을 암송할 수 있으며, 『끼에우傳』을 인용하여 공감을 얻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어려서부터 이 소설을 듣고 말하며, 각급 학교과정에서 이를 학습했기에 베트남인의 생각에서 그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운명이 마치 그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베트남인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이다. 심지어 설날에는 『끼에우傳』으로 운명을 점치는 ‘끼에우점’이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베트남인의 호응을 얻기 위하여 베트남의 정치인과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은 『끼에우傳』을 인용하곤 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과 베트남 간의 경제교류 및 인적교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양국 간의 관계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여 진정한 동반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베트남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 지를 알아가는 노력일 것이다. 문화에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시작은 『끼에우傳』와 같은 고전읽기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