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만 지역의 정치, 경제 중요성 확대, 인도가 BIMSTEC에 적극적인 이유

1997년에 설립된 BIMSTEC은 회원 국가들 사이의 상호간의 지지 부족으로 20년 넘게 눈에 띄는 협력이 없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두 지역의 국가들을 포함하는 BIMSTEC 회원국들은 이들 지역의 해상 관문인 벵골만(Bay of Bengal)에 위치하고 있다. 벵골만 지역의 경제 및 지정학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인도는 BIMSTEC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협력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과의 갈등으로 SAARC의 발전이 소원해지면서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통합이 가능한 BIMSTEC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BIMSTEC을 통해 인도 북동부 지역을 개발을 추진해 이 지역의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BIMSTEC이 앞으로 성공적인 지역협력체로 발전하려면 인도의 적극적인 자세와 각 회원국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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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수 (한국외대)

BIMSTEC은 남아시아 5개국-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과 동남아시아 2개국-태국, 미얀마-가 참여하는 지역협력체이다. 설립 당시에는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태국만 참여하는 협력체로 ‘BIST-EC(Bangladesh-India-Sri Lanka-Thailand Economic Cooperation)’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1997년 12월에 미얀마가 2004년에 부탄과 네팔이 참여하면서 BIMSTEC (The Bay of Bengal Initiative for Multi-Sectoral Technical and Economic Cooperation: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현재 BIMSTEC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2% 정도이며 전세계 인구의 22% 정도인 약18억 명의 인구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BIMSTEC은 협력 분야를 선정해 각 회원국마다 담당국가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14개의 협력 분야를 2021년과 2023년의 각료회의를 통해 아래 표처럼 재조정했다.

벵골만 지역의 정치, 경제적 중요성 확대로 BIMSTEC 관심 확대

1997년에 설립된 BIMSTEC은 회원 국가들 사이의 상호간의 지지 부족으로 20년 넘게 눈에 띄는 협력이 없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두 지역의 국가들을 포함하는 BIMSTEC 회원국들은 이들 지역의 해상 관문인 벵골만(Bay of Bengal)에 위치하고 있다. 벵골만 지역의 경제 및 지정학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세계 정치 경제 관계가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서 벵골만 주변 국가들은 지역 협력체를 통해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것이 그들의 경제 이익과 국가 안보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깨닫고 있다. 지역협력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경제적 이득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BIMSTEC 회원국들의 기대감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BIMSTEC 역내 지역간 교역액이 2000년 48억 달러에서 2019년 459억 달러로 크게 늘어나면서 이 지역의 경제 협력이 점차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De 2021).

벵골만(The Bay of Bengal)과 BIMSTEC 회원국(노란색 강조)의 지정학적 위치

실제로 회원국마다 BIMSTEC을 발판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방글라데시는 BIMSTEC을 활용해 교역과 투자를 확대를 기대하고 있으며, 스리랑카는 환적(Trans-shipment) 중심지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또한 히말라야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상품 교역이 불리한 네팔과 부탄의 경우, BIMSTEC를 기반으로 벵골만 지역으로의 접근이 용이해서 교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동남아시아 국가인 미얀마와 태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소규모 회원국들은 BIMSTEC을 통해 주요 강대국들의 영향력에 대응할 수 있는 잠재적 견제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인도의 경우 BIMSTEC을 통해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안보, 정치외교적 지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최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2010년 들어서 인도는 양자, 다자 경제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세계 전반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했지만, 인도의 경우 빠르게 늘어나는 대외무역적자도 이런 현상의 또 다른 이유였다. 또한, 이와 같은 배경으로 인도는 2019년 RCEP(Regional Cooperation of Economic Partnership: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에 최종 서명을 거부하고 RCEP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2016년 BRICS-BIMSTEC Outreach Leadership Summit을 Goa에서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BIMSTEC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2016년 예정되어 있는 SAARC(South Asian Association for Regional Cooperation: 남아시아 지역협력연합)의 정상회담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및 외교적 갈등으로 취소되었던 것과 매우 비교되는 현상이다. 이후에도 인도 정부는 BIMSTEC 회원국들과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중 하나가 모디 총리가 연임에 성공한 후 2019년 취임식을 할 때, BIMSTEC 정상들을 초대한 것이다.

BIMSTEC 회원국 정상들을 만나고 있는 인도의 모디 총리.
출처: Prime Minister’s Office (India)
인도는 왜 BIMSTEC에 적극적인가?

SAARC가 아닌 BIMSTEC

인도가 BIMSTEC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SAARC가 지역협력체로서 더 이상 잘 작동되지 않고 BIMSTEC 발전의 걸림돌이었던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갈등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모디 정부의 주요 외교 정책 중 하나인 ‘Neighborhood First’ 정책을 통해 인도는 주변 국가들과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2014년 처음 취임식에 SAARC회원국들의 정상을 초대하고 취임 직후 부탄과 네팔을 방문하면서 인도 정부의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및 강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인도와 파키스탄과의 오래된 갈등과 파키스탄-중국의 밀접한 관계는 SAARC가 지역협력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또한, 인도와 벵골만 주변국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BIMSTEC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40년이 넘는 국경문제로 정치외교적으로 복잡한 상황이었으며 이 문제는2001년 무력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문제는 2015년 모디 총리의 방글라데시 방문 기간 동안 양 국가의 합의를 통해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가 상대적으로 양보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인도의 주변국가와의 협력을 위한 노력이었다. 이를 계기로 인도 북동부와 방글라데시 다카를 잇는 버스 노선 개통에 양 국가는 합의를 했다.  가장 최근에는 네팔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인도를 통해 방글라데시로 수출하는 것에 대해 세 국가가 합의를 함으로써 이들 지역에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인도의 모디 총리와 방글라데시의 하시나 총리가 인도-방글라데시 합의문 교환을 지켜보고 있다. (2015년 6월 6일)
출처: Prime Minister’s Office, Government of India

인도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견제 장치로의 BIMSTEC

인도 주변국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은 인도의 안보와 주변국과의 관개 개선을 하고자 하는 인도 입장에서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인도는 벵골만 주변에 위치한 국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 BIMSTEC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인도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의 국가 역시 이들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인도와 함께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BIMSTEC 지역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 터미널 개발은 2019년 인도와 일본이 함께 계획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2021년 스리랑카 정부가 인도-일본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중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인도가 추진하는 콜롬보 항구 개발에 5억 53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스리랑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고 한다. 또한, 인도 북동부와 방글라데시 개발을 통해 일본은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구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 일본, 방글라데시의 고위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4월 인도 북동부 도시 라가르탈라에서 협력과 안보에 대해 논의를 하기도 했다.

또한, 1991년 경제 개혁 이후 인도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Look East Policy를 추진했으며 최근에는 Act East Policy로 이름을 바꾸고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참여하는 BIMSTEC은 인도에게 중요한 지역협력체가 되었다. 이 외에도 인도는 BIMSTEC을 통해 ‘인도-태평양’ 과 인도양 지역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의 지역 공동체 구축이라는 전략적 접근과 경제 발전이라는 실리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인도 북동부 지역 인프라 개발

인도 국내적으로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에서 소외되었던 북동부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BIMSTEC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그 동안 경제 발전에서 소외되었던 이들 지역에서 인도 정부에 대한 반감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 지역에 대한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북동부 지역은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으로 중국과 국경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에도 인도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북동부 지역을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를 통해 벵골만 지역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북동부 지역의 인프라 개발을 통해 북동부 지역뿐 아니라 인도 경제에도 큰 이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진국 경제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인도는 새로운 시장을 찾게 되었고 이 중 하나가 인도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남아시아 국가이다. BIMSTEC 국가들과의 인프라 개발 협력은 인도의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e(2021) 연구에 따르면, 2019년 255억 달러였던 인도의 BIMSTEC 국가에 대한 수출은 2025년 4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IMSTEC 전망과 한계

이처럼 BIMSTEC의 중요성은 벵골만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지역협력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BIMSTEC이 예전처럼 지지부진한 협력 관계에서 벗어나려면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BIMSTEC은 2014년 방글라데시 다카에 사무국 개설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헌장을 발표함으로써 제도적인 측면도 보강하고 있다.

또한, 지역협의체 성공에서는 비공식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인도가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SAARC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과의 관계 때문에 균형적 관계가 중요했다면, BIMSTEC에서는 회원국들의 융합과 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주도하는 국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 규모나 최근 국제 정세 상황을 비추어 봤을 때, 인도가 BIMSTEC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회원국들은 인도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BIMSTEC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인도의 BIMSTEC에 대한 태도는 적극적이며 이를 반영하는 지난 해 BIMSTEC 사무국 운영 예상 확대를 위해 백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모디 총리는 지난해 BIMSTEC정상회담에서 BIMSTEC을 연결의 다리, 번영의 다리, 안보의 다리로 만들어 경제, 안보 부문에 있어 함께 협력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 상황, 미얀마의 정치적 혼란, BIMSTEC FTA 체결 지연 등 BIMSTEC 결속을 강화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은 아직 남아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합의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소개

김미수(mskim9@hufs.ac.kr)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교수이다. 인도 Jawaharlal Nehru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포스코경영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근무했다. 주로 인도 경제 발전 및 산업 전반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이와 관련한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