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동북아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4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쟁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가치 공동체 ‘서구’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비자유세계 간의 문명의 충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전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더 굳건해져 왔다. 외교는 가치와 이익 사이의 적절한 균형잡기를 추구한다. 우리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지만 러시아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이기 때문에 이 전쟁으로 가치 추구와 경제적 이익 지키기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또 한미동맹에의 연루 때문에 대만해협의 위기 때 우리가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리스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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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대구대학교)1)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 분리될 수 없어

2022년 2월 24일 전격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줄임)이 1년 9개월이 더 지났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압박정책은 일부 균열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지 중이다. 천연가스와 원유 등을 러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유럽은 이런 원자재가 거의 끊어진 채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전쟁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세계와 러시아 및 중국 등의 비자유주의 세계 간의 일종의 ‘문명의 충돌’로 해석되곤 한다. 우리는 자유세계의 일원으로 이 전쟁을 규탄하며 ‘서구’ 진영에 섰다. 러시아와 중국은 전쟁 발발 후 ‘무한한 우정’을 강조하며 연대를 강화해 왔으며 북한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동참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유럽의 전쟁이지만 이 전쟁이 동북아시아의 진영별 갈등을 더 부각하고 강화한다.

이 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북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황과 전쟁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다룬다. 이어 이 전쟁이 초래한 동북아시아의 주요 국가 간의 갈등 양상, 그리고 이 전쟁이 우리의 외교정책에 가져온 딜레마를 분석한다.

장기전 가능성이 커진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는 전쟁 후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점령지를 굳히려는 방어전을 지난해 11월부터 집중적으로 전개해왔고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 몇 개국으로부터 탱크 등을 지원받은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전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되도록 많이 되찾고자 했다. 반격이 성공하려면 신속하게 영토를 재탈환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전격전이 아니라 더딘 속도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 중이다. 그만큼 병력과 무기에서 앞선 러시아의 방어가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성공은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전황을 타개할 수 있기에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대체로 그리 큰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군의 발레리 잘루즈니 사령관은 11월 초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전황이 완전히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조만간 싸울 군인이 충분하지 않음을 우리가 깨달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9월 말에 퇴임한 마크 밀리(Mark Milley) 미국 합참의장의 인터뷰에서도 전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9월 10일 BBC에 “기상 문제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 30~45일가량 남아 있다”면서 이후에는 날씨 문제로 우크라이나군의 기동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지켜보자. 춘계 대반격은 부분적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기상은 매년 가을 우기에 우크라이나의 흑토 지대가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Rasputitsa, распутица)를 말한다. 이때는 진흙 때문에 탱크와 전차의 기동이 매우 어렵다. 10월 말부터 전선이 라스푸티차로 변했고 곧 이어지는 맹추위가 우크라이나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022년 가을과 겨울에 우크라이나군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전선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2023년 가을과 겨울도 이와 유사하게 그리 큰 전황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젖은 땅속에 갇혀 있다가 발견된 러시아 탱크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통신(armyinform.com.ua)

이처럼 전선에서의 교착이 지속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혹은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점령한 땅을 내놓지 않으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휴전/평화의 전제조건으로 러시아군의 점령지 철수를 요구한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동부부터 크림반도까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를 점령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공화당의 우크라이나 지지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2023년 9월 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의회에서 연설할 수 없었다(New York Times, 23/09/22).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성탄절 직전, 전쟁 발발 후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젤렌스키는 미 상하 양원 합동의회에서 연설하며 대규모 군사 및 경제지원을 확보했다. 2023년 8월 초 CNN의 설문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군사적·경제적으로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28%에 불과했다.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62%가 계속 지원에 찬성했다. 그만큼 미국 사회가 양분화되어 있다(CNN, 23/08/04).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의 주적이 중국인데 왜 러시아로 시선을 분산하냐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 지원을 꺼린다. 보수당 내 일부 온건 성향의 의원들조차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며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를 비판한다. 2024년이 되면 미 대선전이 본격 시작되는데, 우크라이나 지원은 더욱더 정쟁의 소재가 될 것이고 이전과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쉽지 않을 듯하다.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의 신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거부하고 이스라엘 지원을 우선해 이스라엘 지원안만 승인했다(New York Times, 23/11/02). 신임 의장의 이런 방침을 두고 공화당에서는 두 개 지원을 한 묶음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와 분열 중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더 분산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황
출처: 미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https://storymaps.arcgis.com/stories/36a7f6a6f5a9448496de641cf64bd375 )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 극명하게 드러내

이 전쟁으로 러시아는 중국의 하위 파트너가 되어 불가피하게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됐다. 중국은 이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지 않고, 되도록 미국을 이 전쟁에 오래 묶어두려 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23년 3월 말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 관계가 ‘무한한 우정’에 기초한다며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지 않았다.

2023년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는 푸틴 대통령
출처: Kremlin.ru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소련이 시행한 미국의 손발 묶어두기 전략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 중이다. 한국전쟁의 경우 1950년 6월 25일 발발 후 11개월이 지나 휴전선 인근으로 전선이 거의 고정됐고 휴전협상 체결에 2년 넘게 걸렸다. 당시 소련의 스탈린은 미국을 한국전쟁에 지속적으로 얽매이게 하려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가 1953년 3월 사망한 후 4개월 만에 휴전협상이 체결됐다. 중국은 타이완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여겨 왔으며, 시진핑 정부가 2030년 안에 타이완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각계의 분석이 자주 나왔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력을 집중하는 게 나쁘지 않다. 미국의 전력이나 관심을 대중국 견제에서 이곳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원유를 지원받았지만 미사일 기술도 추가로 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를 지원받으면서, 양국 관계도 긴밀해졌다. 지난 9월 중순 러시아에서 북한-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린 데 이어, 10월 중순에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천 개가 넘는 분량의 군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고 미국 정부는 발표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유주의 대 비자유주의 세계 간의 진영별 대결 구도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도 더욱더 분명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7일 한국전 휴전 70주년을 맞아 러시아와 중국 사절이 거의 동시에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지지해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한 참호에 있다”며 유대를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발사를 두둔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는 우리와 미국, 일본 대 북중러의 대결이 더욱더 굳건해진다. 2023년 8월 17일부터 이틀간 미국의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이런 대결 양상을 공고화했다. 세 나라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기존의 안보협력을 더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3국 간 연례 정상회담, 합동 군사훈련 실시 및 3국간 비상 핫라인 설치 및 운영이 합의됐다. 중국은 이 합의를 ”동북아시아에서 신냉전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New York Times, 23/08/19).

2023년 8월 16일 미 캠프데이비드 별장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가치와 이익의 적절한 균형잡기 속 우리 외교의 딜레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우리는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했고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155mm 포탄의 우회 지원과 관련한 사례는 우리 외교가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이 포탄의 사정거리는 22-32km 정도이고 재래식 포탄뿐만 아니라 정밀폭탄, 여러 곳에 분산 폭파되는 포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또 병력은 물론이고 탱크와 장갑차까지 공격이 가능하기에 이 전쟁에서 필수 무기다. 우크라이나는 하루에 평균 6~8천 발을 발사했지만, 러시아는 이보다 7배 정도 많은 4만 발을 발사했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좌관은 매일 155mm 포탄의 재고와 우크라이나 지원 상황을 점검한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FT, 23/08/01).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전에서 이 포탄이 더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계속해서 우리가 보유 중인 이 포탄을 미국에 판매하고 미국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미국 판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뉴스타파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지난 4월 말 진해항을 출발해 6월 초 독일 북부의 군수물자 전용항인 노르덴함(Nordenham)에 도착한 선박 2척을 추적 확인했다. 이 배는 155mm 포탄을 적재한 것으로 보이고, 이곳에 도착했음이 확인되었다(뉴스타파, 23/06/22).

우리의 이런 우회 지원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직후 우리가 경제제재를 부과하자 우리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양국 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미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LNG 선박 미수금이 80억 5천만 달러(9조 7,000억 원·33척)에 이르렀다(한국일보, 22/05/22). 또 러시아에서 수입차 인지도 1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는 전쟁 발발 후 생산을 중단하고 현지 공장을 매각한 뒤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가 제법 크다.

코로나 발발 이전인 2019년 러시아는 우리의 15번째 교역 상대국인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대러시아 교역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또 러시아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6자 회담의 당사국으로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크라이나가 남북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중순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인도적 지원의 지속과 함께 인프라 재건 지원을 약속했다. 이 방문은 두 나라가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글로벌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임을 보여줬으며, 무기지원은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다. 현 정부도 무기 지원이 매우 민감한 복잡한 이슈임을 알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듯하다.

2023년 7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한-우크라이나 확대 회담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앞으로도 미국이 우리에게 유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가치 공동체 ‘서구’의 일원으로서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이럴 경우 우리에게 미칠 경제적 손실이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이슈다. 외교는 가치와 이익 간의 적절한 균형잡기다. 이를 실천하는 정교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동맹에의 연루 위험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체결한 우리는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미국이 우리에게 요청한 155mm 포탄 판매 요구에서 보듯이 미국이 관여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대만 해협을 둘러싼 무력 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은 주일 미군을 우선 파견하고 이어 주한미군을 파병할 가능성이 높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 포럼에서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해 국내에서 논란을 야기했다(경향신문, 23/09/22; 연합뉴스, 23/11/04). 이럴 때 우리에게는 동맹에 따른 연루의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외교정책에 가치와 이익 사이의 딜레마를 안겨주었고 아울러 동맹에의 연루 위험도 일깨워주었다.

 

저자소개

안병억(anpye9@daegu.ac.kr)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대구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사는 유럽통합과 지역주의 비교 연구, 평화연구이다. 역서로는 귀도 크놉(Guido Knopp), Kanzler:Die Mächtigen der Republik, 『통일을 이룬 독일 총리들』 (서울:한울, 2000) 등 다수가 있다. 저서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서울:서울대출판부, 2014 공저),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서울:페이퍼로드, 2020) 등이 있다.


1) 이 글은 최근 필자가 발표한 다음 글을 일부 이용했음을 밝힌다. 안병억, “러-우전쟁의 장기화 전망과 한국 외교의 딜레마,” 이영한 외 31인 지음, 『2024 대한민국 대전망』 (서울:지식의 날개, 2023).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