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 학계의 다양한 인식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하여 공식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립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비판의 예봉을 미국에게 견주고 있다. 본 글은 중국 학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초보적으로 정리한 것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를 파악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가 강대국 간 지정학적 각축전의 일환으로서 향후 국제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 에너지, 금융, 첨단기술 등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전면적 압박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의지가 강하다. 아울러 양안통일에 관한 중국의 강한 의지에 미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력은 두드러지지 않으며, 중국은 장기적으로 진행해온 자국의 군비확충 단계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807

서정경(아시아연구소)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동학뿐 아니라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변화시키는 주요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명 간 충돌, 이익 간 충돌,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중첩된 전쟁으로서 탈냉전기 국제정세를 동요시키고 있다. 이는 또한 중국이 오늘날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 압박, 대만과의 통일 환경 조성, 그리고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 등 긴요한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에, 중국 역시 비상한 관심을 갖고 면밀히 관찰 중이다.

전쟁 초기 유럽에서는 중국만이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다는 여론과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중러관계에서 “독립자주(独立自主)”를 언급함으로써 자신이 러시아를 설득하거나 강요할 수 없음을 정당화한다. 동시에 러시아와의 강한 유대관계를 지속시키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중국이 대외 이미지의 심각한 훼손 및 유럽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러시아를 두둔만 할 수도 없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중국몽 즉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필수불가결한 대만문제에 관하여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관방의 공식입장 외에 중국학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분석하여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치는 영향?

중국 관방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다섯 가지 기본 입장’(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 존중,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및 인도주의 위기 방지, 대화를 통한 해결, 유엔안보리의 건설적 역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어려운 중국의 딜레마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러시아 옹호)”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우크라이나 옹호)”는 입장을 동시에 표출함으로써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비난의 화살을 침공을 범한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에게 돌리는 한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자신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외부의 비판에도 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판단 및 복잡한 심경은 중국 학계의 주요 논의를 통해 파악가능하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정세 및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주요 싱크탱크 및 전문가들 상당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정세 및 국제질서를 크게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 일대 사건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과 견해들이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강대국 간 게임이 복잡해졌다는 시각이다. 이차대전 이후 형성된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본질은 강대국 거버넌스였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국부적 충돌이 국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전쟁 배후에 미국과 러시아라는 양 강대국 간 충돌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차대전 이후 조인된 얄타협정이나 유엔안보리 등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는 사실상 강대국이 통치하는 거버넌스였고, 이 외에도 냉전시기의 양극, 탈냉전 시기의 일초다극 구조 또한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는데, 오늘날 미국과 서방진영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아 대만해협과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강대국 간 게임과 대결국면이 단기간내 유럽지역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를 둘러싼 전략 공간 쟁탈전이 향후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둘째, 국제사회에 지정학적 각축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견해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지정학적 체스판을 두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국내 빈부격차, 금융자본의 과도한 확장, 산업 구조상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을 외부로 이전시키려 하며,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맹이 밀월기에 들어섰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이번 사태의 격화로 인해 유럽이 지정학적 대결시대로 회귀할 것을 우려하는 유럽국가들은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지만, 미국의 전략적 견제로 인해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이 제약된다는 분석이 있다.

유럽의회에서 이번사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출처:유럽연합의사회, https://newsroom.consilium.europa.eu/events/20220504-president-michel-at-the-high-level-international-donors-conference-for-ukraine)

셋째, 두 번째와 같은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특히 글로벌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러시아 혹은 나토와 러시아 간 지속적 긴장과 군사적 대결구도가 지속된다면, 특히 미국이 계속 러시아를 압박할 경우, 전략적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넷째,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가 급속하게 “균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에너지, 통화, 국제무역 등 분야는 글로벌 경제의 신냉전 과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서방은 급속히 디커플링될 것이며, 국가 간 경제무역 왕래가 세계화에서 점차 지역화로 전이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외에도 소수이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존 미국 패권의 점진적 쇄락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허구경제 위주로 세계의 부(富)를 획득해온 서방국가들의 주도적 지위는 타격 받을 것이며, 자원과 제조업 강국들이 국제사회에서 보다 평등한 지위를 얻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여러 국가와 지역들의 전략적 자주 의식이 소환되었기에 강대국과 중견국들이 현재 자신의 대국몽과 강국몽을 둘러싸고 다양한 세력 조합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 경제 세계화가 역진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경제 세계화를 역사의 뒤안길로 인도할 것이며, 신흥경제체가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세계화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종결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방향을 잘못 잡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기 때문에 향후 쇄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며, 국제사회의 일초다강(一超多强) 질서는 다원화, 다극화 추세를 띄게 될 것이라는 다소 중국의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러우충돌의 ‘세계 충격파’ – 금융” 신화사 해당 기사에 첨부된 그림
(출처: 신화사 http://www.news.cn/world/2022-05/13/c_1128645998.htm)

중국은 특히 미국이 취하는 대러 금융제재의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국영 언론사인 신화사의 한 기사(“俄乌冲突‘世界冲击波’之金融篇: 러우충돌의 ‘세계충격파’ – 금융 )”는 미국과 서구국가들이 러시아에게 취한 극단적인 금융 조치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치고 국제금융질서의 변화를 초래하며, 국제화폐 시스템과 글로벌 금융질서를 크게 동요시키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 기사는 특히 미국의 금융제재가 달러 패권의 기저를 흔들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주목할만하다. 첫째, 미국이 추진하는 대러 금융제재가 달러의 사용범위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보리와 에너지를 수입해온 주요 수입국들이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는데는 시간과 돈이 소요되므로,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서방의 대러 제재를 우회하려 든다는 것이다. 둘째, 금융제재는 달러의 안전성에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서방국가들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의 외환비축 자산을 동결한 것은 근본적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신뢰관계를 동요시켰으며, 따라서 각국들이 비축자산의 안전성에 더욱 치중하면서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늘날 개도국이 보유한 국제 비축의 78%는 외환 자산이다. 이러한 비축분은 오랫동안 저축 내 비축으로 여겨져 왔는데, 서방국가들의 제재조치는 이러한 외환비축이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음을 개도국들이 깨닫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이제 어느 국가의 기업인가와 무관하게 언제라도 워싱턴의 제재목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는 주장이다.

각 화폐의 달러 교환율 변화(2020.Q.1 – 2022.Q.3)
(출처: https://econofact.org/the-strong-dollar-and-the-war-in-ukraine)

 

중국이 러시아를 사실상 두둔하는 이유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의 위기의식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2018년 펜타곤의 국방전략보고서가 나올 당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등한 수준의 전략적 경쟁상대로 평가했지만,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국력이 점차 소진됨에 따라 미국이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욱 장기적 위협 세력으로 여기게 되었다는 인식이다.

중국 국내 다수의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러시아의 입장을 동조하고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견해가 주류를 이룬다. 이번 사태는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러시아의 안보 위기 인식이 초래한 것이며, 러시아는 그동안 서구를 학습하면서 공업화를 추진해왔지만 유럽은 러시아를 진정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적 요인, 지정학적 요인, 특히 냉전시기 동서 진영간 이데올로기 대립, 나토와 바르샤바기구 간 장기적 군사 대치를 이어 소련 해체 이후 독립국들이 유럽연합과 나토에 속속 가입하며 나토의 동진이 이뤄지면서 러시아가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내정치에 개입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압박 속에서 러시아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러시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룬다. 또한 미국은 이러한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려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양자사이를 이간했으며 기름을 부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적 관점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전쟁 발발이후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 무역제재, 정치제재, 군사제재를 주도하고, 국제여론을 동원해 반러시아 여론을 조성한다고 비판한다. 더욱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도 이간하고, 중국에게 러시아와의 경계를 분명히 할 것을 강요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좌)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를 이간질한다고 풍자하는 중국 만화
(출처: https://image.baidu.com/search/detail?ct=503316480&z=0&ipn=d&word=%E4%BF%84%E4%B9%8C%E6%88%98%E4%BA%89&)
우) 미국이 나토 확장을 통해 우크라이타 전쟁을 일으켰다는 중국 풍자 만화
(출처: https://zhuanlan.zhihu.com/p/499984126)

중국이 이처럼 러시아를 감싸는 이유는 미중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된 시기 러시아와의 공조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다 체계적인 대 중국 견제진영에 유럽과 일본이 편승하면서 중국의 대외환경은 더욱 불리해졌다. EU는 중국의 국가 주도적 경제체제의 불공정성과 시장 왜곡을 콕 집어 비판했고, 나토정상회의는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및 동맹안보 관련 영역에 구조적 위협(systemic challenge)이 된다는 입장을 정립했다. 이 외에도 민주주의 정상회의,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중국을 암묵적으로 견준 미국 주도의 다자외교가 국제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미 트럼프 정부 시기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로 중국의 수출이 약화되었고, 중간재 및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이 차단되면서 중국의 위기감은 전례 없이 고조된 상태이다. 리커창 총리는 2016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이미 중국이 향후 오년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적으로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대외적 압박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모멘텀이 꺽일 경우 시진핑 정부가 추구하는 소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타개하고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 중국은 소위 ‘쌍순환’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대순환을 주축으로 국내와 국제 간 대순환을 촉진시킨다는 쌍순환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중국은 내수를 증진시키는 것 외에도 자체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첨단기술 산업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상대의 목을 조를 수 있는 전략적 무기가 된 오늘날 중국은 자력갱생을 위해 오히려 스스로를 미국 중심적 공급망에서 분리시키는 디커플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를 통해 미국 등 서방 세계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고, 경제성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중국 중심적 공급망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해외 핵심 거점들과 연결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이든 시기 미국의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때리기”가 강화되고 있고, 권위주의 강화와 공세적 외교에 따른 국제사회의 반중정서가 중국으로의 구심력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에너지 및 핵심광물을 포함하여 중국의 장기 발전 계획에 필수 불가결한 핵심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이다. 러시아는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제재에 편승해 러시아로부터 원류 수입을 감소시키자 유럽에 수출하던 원유를 중국과 인도에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결코 악화시킬 수 없는 이유이다.

강고한 중러 경제관계
(출처: https://www.bbc.com/news/60571253)

이 외에도 미국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 은행이 SWIFT에서 배제된 것은 중국에게는 일종의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대안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SWIFT의 대안으로 CIPS(Cross – 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개발해왔다. 러시아 국영은행의 SWIFT 퇴출은 CIPS 및 위안화 사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독일,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스위스 등 23개 은행 및 404개의 금융기관과 연결된 자체 SPFS (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를 보유한 러시아와 중국 간 경제적 유대관계는 향후 더욱 긴밀해질 것이며, 러시아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중·러 양국은 2024년까지 교역량을 2,500억 달러로 늘리는데 합의하였다.

SWIFT 송금의 지리적 분포
(출처: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https://sgp.fas.org/crs/row/R46843.pdf)

왕이 외교부장은 올해 양회 브리핑을 통해 국제정세의 악화 정도와 무관하게 중러 양국은 계속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신시대에 맞는 전면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동반자관계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시기 미중관계의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러관계는 지속적 유대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며, 에너지 산업과 경제, 특히 첨단기술분야에서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과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하여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공식화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입장도 일부 대변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의 분리 독립 시도를 민의로 규정한 러시아의 논리를 수용할 경우, 향후 대만이 분리독립하려고 나섰을 때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대만이나 신장, 티벳 등의 분리 독립을 막는 것을 자신의 “핵심이익(core interest)”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원천적인 타협 불가성을 주장한다.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 대만 상실은 근대시기 반식민지화 굴욕의 경험 그 자체이며, 대만 수복은 중국공산당의 위신 및 생존 가치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전제는 국토의 완전한 통일이며, 대만 독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할 핵심사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 교훈 삼아 중국이 소련처럼 무력을 감행할 것으로 예측하긴 어렵다.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있지만, 2035년까지 총 6척의 항모를 확보해 미군 항모전단의 대만해협 1천㎞ 이내 진입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중국은 인내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특히 지금 같이 민감한 시기에 대만에게 무력을 감행할 경우, 이는 서방국가와 국제사회에 중국이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의 축(axis)으로 인식되는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 간 공동대응이 강화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과정에 상당히 불리한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중국 주변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대치

우크라이나 사태는 중국 관방으로 하여금 대 대만 무력 동원 시 맞닥뜨릴 전 세계 및 대만 인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각인시켰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대만 이슈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유엔헌장에 따라 우크라이나 주권을 존중해야 하는 만큼, 대만에 관한 중국의 주권도 침해당할 수 없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겉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하면서 실제로는 원칙을 위반하는 미국과 유럽의 전략적 행태 속에서 중국은 이제 자신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한 비용조차도 증대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중국이 현재 당면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국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맞물리며 소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추진 과정에 상당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소개

서정경(jksnu@snu.ac.kr)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 학술연구교수이다.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연구로는 『일대일로 다이제스트』 (공동책임편집) (다산출판사, 2016) ; 『시진핑 사상과 중국의 미래: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분석』 (공저) (지식공작소, 2018) ; “시진핑시기 중국의 강대국 외교(大國外交)와 미중 무역분쟁,” 『국가전략』 (공저) (25권 1호, 2019) ; 『중국 발전모델의 변화와 미중경쟁』 (공저) (명인문화사, 2020) ; “중국의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인식 및 정책: 중국몽(中國夢) 실현 과정 속 ‘도전’을 ‘기회’로 만들기,” 『한국과 국제정치』 (37권 3호, 2021) 등이 있다.

 


참고문헌

  • 서정경, “진영대립 속 ‘내편 만들기’: ‘방역’,‘경제’ 그리고 선별적 ‘운명공동체’,” China Perspective,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센터, 2022.3.
  • Christian Perez, “What Does Russia’s Removal From SWIFT Mean For The Future Of Global Commerce?,” Senior Policy & Quantitative Analyst with FP Analytics, 2022.
  • 新华社, “王毅阐述中方对当前乌克兰问题的五点立场,” 2022.2.26.
  • 中国外交部, “王毅谈乌克兰问题:输送武器换不来乌克兰的和平,制裁施压解不开欧洲安全困境” 2022.5.19.
  • 丝路智谷研究院, 「俄乌冲突下世界变局出现‘裂化’趋势」, 2022.5.27.
  • 凌胜利, “俄乌冲突整一月:国际秩序正发生叁大变化,” 「新京报评论」 2022.3.24.
  • 陈文玲,“俄乌冲突:世界格局演化的重要变量,” 「国家安全研究」 2022年 第2期.
  • 新华社, “俄乌冲突“世界冲击波”之金融篇——金融秩序遭遇重创 美元霸权…. “ 2022.5.14.
  • 朱丹. “新冠疫情和俄乌冲突是世界重构的助推器和催化剂” 2022.5.24.
  • 法苑群瑛, “俄乌冲突改变世界格局?美高官:俄罗斯注定衰落,中国是长期威胁,”百家号, 202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