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 재선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2019년 대선결과는 현 대통령인 조코위의 승리로, 제2기 마지막 집권 5년을 얻었다. 이번 선거는 인도네시아 국가의 정체성을 둘러싼 단기적 또는 장기적 갈등에 대해 일단락 종지부를 찍은 의미있는 선거였다. 물론 향후도 이러한 정체성 갈등의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국민이 선택한 방향으로 국가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데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2004년 직선제 대통령 이후 유도요노 10년 집권과 조코위 10년 집권을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유도요노의 정책이 조코위 정부에게도 이어지는 측면이 있고, 다시 조코위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추가하고 변모시켜 추진한다. 선거는 인도네시아 정치의 정통성과 개혁성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장치로서 2019년의 선거는 이러한 의미를 한 단계 더 심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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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선거일 투표하는 기호1번 조코위 대통령후보, 기호2번 프라보오 후보
출처: 연합뉴스

최경희(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019년 4월 17일 인도네시아 투표일이 지났다. 이번 선거는 “대체로 조용하고, 이변이 없는 선거”로, 4월 22일 싱가포르에 모인 인도네시아 연구자들은 “성공적으로 수행된 2019년 선거”라고 평가하였다.[1] 그러나 5월 21일 선거관리위원회(Komisi Pemilihan Umum, KPU)의 공식선거결과 발표이후 자카르타 중심에서 폭발된 소요사태[2]를 보면, “성공적인 선거”라는 평가에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 2019년 선거는 단기적으로 보면, 2016년의 ‘반-아혹(Anti-Ahok) 운동’[3],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결과 이후 정치적 연장선상, 중기적으로 보면 2014년 대선 이후, 그리고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민주화 이후 ‘이슬람 변수’가 정치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나타났던 일련의 변화과정에 대한 한 국면의 마무리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일련의 국면은 “인도네시아가 어떤 국가여야 하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어떤 무슬림 국가를 원하는가”라는 정체성 투쟁성격을 갖는다. 그래서 오히려 2019년 선거결과는 그 정체성 투쟁정치가 일단락 마무리되는 성격을 갖는다. 본 글에서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선택인 2019년 선거결과를 통하여 그 의미를 분석하고, 현직 대통령인 조코위의 재선이 갖는 의미를 정리하고자 한다.

 

시간의 정치, 2년의 시간표

2019년 4월 17일은 투표일이었다. 2004년에 최초로 유권자가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시작된 이래 2019년 대선은 4번째 대통령 직접선거일이고, ‘복원된’ 자유총선거인 1999년 국회의원선거로부터는 5번째 국회의원 선거이었다. 세계는 2019년 4월 17일의 선거일을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복잡한 단 하루의 선거일(the world’s biggest, most complicated one-day election)”로 명명하지만, 매우 긴 여정의 하루였을 뿐이다. 즉, 4월 17일은 2019년 10월부터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고 갈 정치지도자를 뽑는 긴 여정 중의 하루였을 뿐이다. 투표 당일이 지난 후 5월 21일 KPU가 공식적인 선거결과가 발표된 이후, 인도네시아 선거는 더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5월 22일∼23일 자카르타 소요사태 발생뿐만 아니라 야당후보가 선거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이 이뤄져야 마침내 선거의 한 사이클은 종료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 선거의 사이클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첫 출발은 전체 선거과정에 적용되는 법적 기반의 마련부터이다. 2019년에서 적용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가 같은 날 실행된다는 점이다. 그 이전 선거까지는 국회의원선거가 4월, 대통령 선거가 7월에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국회의원 선거결과로 정당연합을 통해 정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방식이었는데, 이런 순차적 선거일정을 단일 선거일정으로 변경시켰다. 2019년 총선에 적용된 선거법은 ‘UU No. 7 tahun 2017’로서 2017년 10월에 공표되었다.[4]

KPU는 매우 중요한 헌법기관으로 선거를 총괄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다.[5] 전체 주요한 선거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거의 첫 출발은 선거에 적용되어야 할 법률과 규칙을 마련하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법을 선포하고 알리는 일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매우 복잡한 선거였기 때문에, 약 7개월 계도기간을 통하여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선거과정을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하였다. 둘째, 2017년 9월 3일∼2018년 2월 20일까지 피선거권자(예비후보자) 검증기간을 가졌다. 셋째, 2018년 2월 19∼2018년 4월 17일까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 검증과 법적 절차 마무리하였다. 넷째, 2018년 11월 17일∼2019년 4월 18일까지 유권자 변동 확인 및 유권자 명부를 작성하였다. 다섯째, 2017년 11월 17일∼2018년 4월 6일까지 선거구 확정과 선거구제를 완성하였다. 여섯째, 2018년 4월 26일∼2018년 9월 21일까지 국회의원(Dewan Perwakilan Rakyat, DPR), 지역대표의원(Dewan Perwakilan Daerah, DPD), 주정부 지방의원(Dewan Perwakian Rakyat Daerah Provinsi, DPRD Provinsi)와 카부파텐/코타 지방의원(Dewan Perwakian Rakyat Daerah Kabupaten/Kota, DPRDs) 후보자 확정/ 정부통령 후보자 확정이었다. 일곱째, 2018년 9월 20일∼2018년 11월 16일까지 DPR, DPD, DPRD/정부통령 후보자 등록과 법적절차마무리이다. 여덟째, 2018년 9월 23일∼2019년 4월 13일까지 공식 선거운동기간이었다. 아홉 번째, 2018년 9월 22일∼2019년 5월 2일까지 선거후원금 신고 및 회계처리기간이다. 열 번째, 2019년 4월 18일∼2019년 5월 22일까지 출구조사(quick count)결과뿐만 아니라 최종 선거결과 발표이다. 그 이후 2019년 5월 23일∼2019년 6월 15일까지 정부통령 선거결과에 대한 법적 소송이 최종 마무리되고, 2019년 7월∼9월까지 최종 의회가 구성되어, 10월 20일부터 새로운 중앙정부와 국회와 지방의회의의 5년 회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첫째, 법치의 의미이다.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원리이고, 법은 게임의 룰인 것이다. 유권자와 피선거권자 모두에게 ‘법’안에서 정치과정이 이루어진다고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둘째, 갈등의 완화와 통합의 정치이다. 인도네시아는 균열정치가 만연할 수 있는 구조적 원인을 갖고 있다. 종교적으로, 종족적으로, 지역적으로, 계급적으로 다양한 균열구조를 내재하고 있다. 정치란 지지자를 규합하고, 지지를 획득하여 집권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칫 균열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질 좋은’ 정치는 선거과정에서 첨예한 이해대립이 표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에 순응하는 정치문화를 통해서 균열은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길고 긴 선거과정 중에서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이 거의 7개월이었다. 예를 들어, 대통령선거 TV토론이 5회나 진행된 것이다. 충분히 토론하고, 충분히 표출하고, 충분히 차이를 확인한 이후 투표에 임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물론 공식선거결과 발표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과격한 시위도 이번 선거과정에서 있었다. 그러나 이 ‘시위’도 법적과정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다.

 

규모의 정치

인도네시아 선거가 ‘시간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규모의 정치’[6] 때문이다. 흔히들 인도네시아는 지구상에서 3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한다. 인구규모로 10개 국가만 순서를 나열해 보면,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멕시코 순이다. 2018년 Economist Intelligence Unit(EIU)의 민주주의 인덱스(Democracy Index)에 따르면, 10개 국가들의 민주주의 순위는 중국 130위, 인도 41위, 미국 25위, 인도네시아 65위, 브라질 50위, 파키스탄 112위, 나이지리아 108위, 방글라데시 88위, 러시아 144위, 멕시코 71위 순위이다. 결국 인구규모가 큰 민주주의 국가 순으로는 보면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로서 세계 3위의 민주주의 대국이다. 물론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 EIU는 167개 조사 대상국가를 5개 범주로 분류하는데,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유형 속하는 국가는 20개 국가뿐이다.[7] 2018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미국도 ‘흠결이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에 속했다. 21위부터 75위까지 이 범주에 속하는데 미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모두 민주주의 과정에 결함이 있는 사례들이다.

인도네시아 선거 규모가 얼마나 방대한지를 한 번 보자. 2019년 4월 17일 투표에서 총유권자가 재외국민 2,058,191명, 국내거주 유권자 190,770,329명을 포함하여 총 유권자가 192, 828,520명이다. 투표 진행의 효율성을 위해서 한 투표소에 유권자가 300명 이상을 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투표소(Tempat Pemilihan Suara)도 전국적으로 809,500개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총 245,660명인데, 대통령과 부통령 각각 1명씩 2명, DPR 대표자 575명, DPD 대표자 136명, DPRD Provinsi 대표자 2,207명, DPRDs 대표자 17,610로 총 20,530명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로서, 공직에 출마한 후보자만 245,000명이었고, 여기에 30%가 여성후보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단체장 선거는 동시에 실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대규모의 선거과정이 진행되면서 부정적인 일도 발생하였다. 선거준비과정이 오래 소요되긴 하지만, 선거당일과 선거함 이동 및 개표진행 작업은 과중한 업무로 기록되었다. 그래서 이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500명 이상의 순직자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다. 다음 선거에서는 재발방지를 위해 여러모로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 총선에는 많은 정당이 활약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DPR 80개 선거구에 모두 국회의원 후보를 출마시킨 전국 정당 16개와 10개 선거구에서만 후보를 출마시킨 4개 정당[8]으로 총 20개 정당이 경쟁하였다. 16개 전국정당 중에서 4개가 신생정당이다.[9] 그리고 4개 지역정당은 샤리아법에 의해서 움직이는 인도네시아 특별자치주 아체(Ache)에서 활동하는 정당이다. 인도네시아 인구 약 2억 6천 백 만 명의 정치적 욕망은 계속되는 신생정당의 출현과 도전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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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성과 이익교차의 정치

인도네시아 국회를 국민협의회(Majelis Permusyawaratan Rakyat, MPR)라고 부른다. MPR는 두 층으로 구성되어 흔히들 인도네시아식 양원제라고 말한다. MPR는 정당소속 국회의원 DPR와 정당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DRD로 구성된다. MPR는 대통령 탄핵과정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단위이다. MPR는 5년 임기, DPR는 575명, DPD는 136명으로 총 711명으로 구성된다. DPR 의원 575명은 34개 주를 80개 선거구로 구분하여, 각 선거구에서 인구규모 비례로 최소 3명에서 10명의 의석수를 결정하는 중대선거구제에 의해 구성된다.

DPR의 대표자는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제도(open-list proportional representational system)를 통하여 정당명부를 통하여 선출되고, 전국적 정당 지지율(threshold)이 4%이상이어야 의회에 진출할 수 있다. 이러한 관문은 국가적 차원에서 적용되고, 지방적 차원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유권자는 DPR를 뽑을 때, 본인의 선거구에 해당되는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정당 한 개 또는 지지하는 후보자 한 명 또는 두 명을 뽑아서 손톱으로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의사를 드러낸다. 선택한 정당과 선택한 후보자의 정당이 일치하지 않을 때만, 투표용지는 무효인 것이다. DPD의 의원 136명은 34개주로부터 1개 주에서 4명씩 선출된다. 정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것으로 단기 비이양식 투표제도(single nontransferable vote system)를 적용한다.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에게 기표할 수 있고, 최대다수 득표자 순으로 4명이 선출된다.

다음은 주(Provinsi)와 그 아래 단위 행정구역의 지방의회 구성을 보자. 인도네시아는 34개 주로 구성되었고, 각 주 마다 의회를 구성한다. 인구비례로 35명에서 120명까지 각각 ‘주 지방의회(DPRD Provinsi)’가 구성된다. 전국적으로 2,207개 의석수를 두고, 272개의 선거구로 각 선거구에서 인구비례로 3∼12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방식이다. 주(Provinsi) 이하의 행정단위의 지방의회(DPRDs)는 카부파텐(Kabupaten) 416개과 코타(Kota) 98개로 전체 514개의 DPRDs를 구성한다. 지방의회의 선거제도도 각 선거구마다 20명에서 55명까지 인구비례로 지방의원이 구성된다. DPRDs는 전체 17,610개 의석을 2,206선거구에서 최소 3명에서 12명까지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방식이다.

대통령 선거제도는 대통령과 부대통령 런닝메이트 제도, 결선투표제 그리고 5년 연임제의 기본골격을 2004년 선거 때부터 적용해 왔다. 정부통령 후보는 이전 총선에서 전국적 지지율이 25%이거나 25% 의석수를 보유한 정당만이 후보를 등록할 수 있다. 1999년 총선거 이후 단독 정당이 이러한 지지율을 획득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정부통령 후보자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정당은 법제도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정당 간 연합을 구성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2019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하루에 치러지기 때문에, 2019년에 경우에는 2014년 총선의 결과를 적용하였다.

결국 이러한 선거제도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 2억 6천 만 명 이상의 국민의 이해관계가 인도네시아 선거과정에서 작동하는데, 만약에 승자독식의 단순다수제가 지속된다고 한다면 어떤 상태가 발생할까? 인도네시아 규모의 정치가 승자독식게임으로 귀결되지 않고 제도적 차원에서 다층적으로 이해관계를 교차하게 만들어서 선거 이후에 어떤 정당도, 어떤 집단도 독점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효과라고 본다. 인도네시아의 선거제도는 이해관계를 인구 비례적으로 표출하게 만들고, 정당별로 분산되게 만들고, 지역을 촘촘하게 세분화하여 대표체계를 완성하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 MPR는 국가적 차원에서 입법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인데, 이 MPR를 구성할 때, 정당(political party)과 지역(region)의 이해관계가 교차한다. 정치가 정당정치로 균열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당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국회를 함께 구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둘째,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와 결선투표제의 효과이다.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국가적 차원과 지방적 차원 모두 관철되는 것이고, 지지율에 따른 의석배분은 유권자의 이해를 비례적으로 대표할 수 있게 하는 가장 민주적인 선거제도이고, 무엇보다 개방형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정당의 공천리스트가 아닌 유권자의 선택이 후보리스트를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통령 선거에 적용되는 결선투표제도는 대통령과 부통령 2명을 뽑는 투표에서도 단순다수가 아니라 절대과반수의 지지를 받도록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셋째, 총선과 대선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고, 그 결과가 내각구성의 토대가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제도적 출마 요건을 충족시키려고 한다면, 총선의 결과에 기초하여 관행적으로 정당 간 연합을 통하여 제도적 요건을 충족시키게 된다. 결국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2명 뒤에는 정당연합세력이 존재하는 것이고, 유권자는 지지하는 정당 또는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새롭게 지지 세력이 재편되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연립된 정당은 총선과 대선 이후 내각을 구성하는 권력의 토대가 된다. 이렇듯 인도네시아 규모의 정치는 다행히 제도적으로 관행적으로 이해관계를 매우 교차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승자독식적 게임이라기보다는 유권자 지지에 따른 권력의 비례성, 국가-주-지방이라는 차원적 비례성 등이 제도적으로 작동되는 정치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4월 17일 선거당일 4개의 투표용지, 투표를 끝나고 인증샷을 찍는 인도네시아 유권자들
출처: 저자제공

 

최종적 그리고 전국적 선거결과: ‘정체성정치투쟁의 결과

KPU는 5월 21일 새벽 2시 선거결과를 발표했다. 4월 17일 선거당일에 있었던 출구조사(quick count) 발표와 최종 공식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통령 선거결과는 다음과 같다. 1번 후보군 조코위(Joko Widodo)와 아민(Ma’ruf Amin)은 55.50%의 지지를, 2번 후보군 프라보오(Prabowo Subianto)과 우노(Sandiaga Uno)는 44.50%를 획득했다. 2014년 대선결과와 비교해 보았을 때, 두 후보사이의 지지율의 격차는 8.65%에서 11%로 더 격차가 벌어졌다.

아래의 그림은 두 후보군의 전국적 지지상황이다. 2014년과 2019년을 비교해 보았을 때, 34개 주 중 잠비주, 븡클루주, 남부술라웨시, 술라웨시, 틍가라 주가 프라보오 후보군으로 넘어갔고, 고론탈로주 정도가 조코위 후보군으로 바뀌었다. 주의 숫자로 보면, 프라보오 후보군이 유리해 보이지만, 인구수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인구수가 높은 주는 반튼주, 자카르타특별주, 서부자바, 중부자바, 동부자바, 남부 술라웨시, 북부 수마트라이다. 이러한 주에서 상대적으로 조코위의 지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4년 2019년 대선결과
출처: CNN Indonesia, 뉴스클립(5월 21일자)

2019년 대선 지지도의 전국적 상황을 보면, 2016년 ‘반아혹 스캔들’과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가장 뜨겁게 쟁점이 되었던 정체성 정치, 다시 말하자면 “어떤 후보를 누가 지지하는가?” 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프라보오와 우노 후보군을 지지하는 지역은 아체주, 서부수마트라주, 반튼주와 서부자와 그리고 남부 술라웨시 지역이다. 이 지역들의 특징이 무엇인가? 바로 ‘강성 이슬람주의자(Islamist)’가 우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5월 21-22일 일명 ‘자카르타 소요사태’에서 거리로 나왔던 대중들 속에는 야당후보를 지지했던 일반 대중들도 있지만, 과격 시위대로서 2016년 반아혹 시위에 참가했던 ‘212 Alumni’와 IS 활동가, 강성 이슬람개혁을 주장하는 활동가 등이 다수 포진했다. 이 지역에는 왜 강경 이슬람주의자가 많은가?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슬람화(Islamization)의 결과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왜 하필 이 지역인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바로 인도네시아 급진적 이슬람의 조직적 기원인 다룰 이슬람(Darul Islam)의 본고장, 활동무대, 확산지역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다룰 이슬람의 뜻이 ‘Islamic State’로서, 인도네시아 식민시절 독립운동을 하면서 독립된 인도네시아가 ‘Islamic State’여야 한다는 입장을 갖는 조직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부자바 반둥을 근거지로 활동해서 반튼, 남부 술라웨시로 확대되었고, 그들은 서부 수마트라에서는 한 때 ‘이슬람 국가’를 선포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이 지역에서 ‘강성 이슬람주의자’들의 활동이 뚜렷하게 활발해졌다.

그러나 조코위와 아민 후보군의 지지는 판차실라 헌법 정신에 입각한 지지의 특성을 보인다. 이슬람 중에서도 전통주의, 온건주의, 실용주의로 대표되는 NU의 전국적 지지와 인구밀도가 높으면서 NU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부자바, 족자카르타를 포함한 중부자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이 두들어지는 자카르타, 메단, 방카 불리퉁, 수라바야, 힌두교도들의 섬 발리, 기독교인들이 다수인 말루쿠와 파푸아 등에서 조코위와 아민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14년에서 2019년 선거 사이에서 불거졌던 정체성 투쟁정치의 결과는 조코위와 아민 후보군의 승리로 나타났고, 그들을 지지했던 지역과 지역민들의 특성으로 보았을 때 ‘강성 이슬람’이 지배적인 인도네시아보다는 ‘판차실라적 전통’이 살아있는 인도네시아를 다수의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총선결과이다. 아래 그림에 의하면 16개 전국정당에서 9개 정당만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4% 이상의 전국적 지지율을 획득했다. 어느 정당도 전국적 지지율 20%를 넘지 못하였다.

연도별 총선 정당 지지율 변화
자료출처: 인도네시아선거관리위원회(KPU)
ⓒ DIVERSE+ASIA

의회에 진출한 9개 정당은 PDI-P, Gerindra, Golkar, PKB, NasDem, PKS, PD, PAN, PPP이다. 여기서 이슬람 정당은 PKB, PKS, PAN, PPP이다. 이 정당들 중에서 조코위와 아민 후보군 뒤에는 PDIP-PKB-Golkar-NasDem-PPP-Hanura-PKPI 7개 정당인데, Hanura와 PKPI는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였고, 이슬람정당은 PKB와 PPP이다. 이와 같은 지지율에 따른 의석수 배분을 보면, PDI-P는 128석, Golkar는 85석, Gerindra는 78석, NasDem은 59석, PKB는 58석, PD는 54석, PKS는 50석, PAN은 44석, PPP는 19석이다. DPR 575 의석 중에서 조코위와 아민의 정당연립 전체 의석수가 349석으로서 과반수의석은 차지하였으나 2/3의석은 차지하지 못하였다. 이후 내각을 구성하는 연립정당은 이번 대선에서 구성된 연립정당의 폭을 약간 변경할 것으로 예측된다.

 

토론의 정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2018년 9월 23일∼2019년 4월 13일까지 약 7개월 동안이 공식 선거운동기간이었다. 대통령 TV토론이 총 5번 있었다. 4월 17일 선거일 전에 마지막 5번째 토론이 4월 13일에 있었다. 5번의 TV 대선토론의 아젠다와 쟁점이 인도네시아 정치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첫 번째 대선토론은 2019년 1월 17일에 후보자 비전과 미션, 공약을 소개하고 법, 부패, 인권, 테러리즘 아젠다로 TVRI, RRI, Kompas TV, RTV가 주관해서 진행하였다. 두 번째 대선토론은 2019년 2월 17일에 식량, 에너지, 천연자원, 환경, 인프라 아젠다로 RCTI, GTV, MNC TV, iNews TV가 주관해서 진행하였다. 세 번째 대선토론은 2019년 3월 17일에 교육, 보건, 인적자원, 사회문화 아젠다로 Trans TV, Trans7, CNN Indonesian TV가 주관해서 진행하였다. 네 번째 대선토론은 3월 30일에 이데올로기, 거버넌스, 안보 및 국방, 국제관계에 대해서 Metro TV, SCTV, Indosir가 주관해서 진행하였다. 다섯 번째 대선토론은 4월 13일에 경제, 사회복지, 금융, 투자, 무역, 산업 아젠다로 tvONE, ANTV, Beritasatu TV, NET TV가 주관해서 진행하였다(Heriyanto 2019). 총 5번의 토론에서 대략 25개 영역으로 18개 방송사가 움직인 TV토론회였다.

우선, 조코위와 아민 선거캠페인의 모토는 “전진하는 인도네시아(Indonesia Maju)”였고, “상부상조(gotong royong)에 기초한 인도네시아,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인도네시아”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프라보오와 우노의 선거캠페인 모토는 “공정하고 번영하는 인도네시아(Indonesia Adil Makmur)”였고, “정의롭고, 풍요한, 품위 있는, 정치적으로 주권적이고,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인도네시아, 강력한 인도네시아 국가, 판차실라와 헌법에 기초하여 종족, 종교, 사회인종적 배경과 상관없이 조화된 시민의 삶”이라는 조금은 긴 비전을 제시하였다. 두 후보군 사이에 결정적 차이는 프라보오가 강조하는 “강한 인도네시아와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인도네시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프라보오가 과거 군부권위주의 때 군수뇌부에 있었던 경험과 19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 시위에 강경진압을 진두지휘했던 사령관이었기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강한 인도네시아”는 최초 민간인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조코위와는 매우 상반된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프라보오의 경제정책은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자원 민족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미 인도네시아경제는 글로벌 경제시스템과 매우 긴밀하게 구조화된 개방형 경제측면에서는 매우 위험하게 들릴 수 있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인도네시아 다수 국민은 조코위와 아민 후보자의 비전과 정책을 선택한 것이며, 1기 조코위 정부의 정책방향이 2기 집권시기에도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코위 정부가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정책적 방향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인프라를 구축하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카르타 중심을 가로지르는 지하철(MRT)가 3월 말에 시범운영을 마치고, 4월 초에 정식 개통하였다. 13개 구간으로 매우 짧은 지하철이지만, 유도요노 정부시기부터 주창해왔던 인프라정책이 자카르타 시민이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로 등장하였다. 취약한 인프라는 인도네시아 경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오랫동안 회자되었고 가시적인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교통인프라에서는 버스노선의 강화와 현실화, MRT, 경전철(LRT), 고속도로, 공항 등이다. 또한 인프라 발전은 경제특구와 중소기업이 포함된 산업단지발전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인프라는 조코위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고려하고 있는 디지털경제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4차 산업혁명에 기초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디지털산업-천연자원관리를 기반으로 한 산업, 농업, 임업 등 디지털혁신을 통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강화, 스마트시티 등 경제경쟁력 강화방향이다. 둘째, 인적개발과 물, 위생, 보건, 교육 등 사회보장제도의 확대이다. 특히 조코위 정부의 핵심 사회보장제도인 국가건강보험(JKN: Jaminan Kesehantan Nasional)-건강보험카드(KIS: Kartu Indonesia Sehat),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기회를 증대하는 제도(KIP: Kartu Indonesia Pintar) 등을 유지·확대할 예정이다. 인적자원개발로서는 종교교육과 기업가정신을 결합하는 프로그램(Santripreneur Program) 등이 강화된다.

셋째, 향후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샤리아경제(Sharia Economy)의 강화이다. 무엇보다 조코위와 아민의 선거공약 속에 ‘민중경제(ekonomi kerakyatan, people’s econom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경제적 동등성에 기초한 경제발전’을 추구하자는 것이며, 자캇(Zakat)과 와카프(Waqf)를 통해 빈곤해소와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슬람금융 및 할랄산업 강화와 이슬람교육기관인 프산트렌(Pesantren)을 통하여 이슬람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전략이다. 민중경제의 일환으로 지역경제와 농촌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마을’은 경제발전의 핵심단위로서 ‘마을기금정책’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넷째,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문화와 예술의 발전, 스포츠 증진을 통한 사회발전을 도모하고, 관료 사회의 혁신, 온건한 종교적 행위를 통한 사회조화의 실현, 청년프로그램(관용을 위한 종교간, 문화간 교환프로그램, 사이버문화교육, 청소년 보호 등) 등이다. 다섯째, 전 세계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국가의 능력’은 매우 중요한데, 국가시스템과 관료사회를 개혁하여 투명성, 책임성,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다른 어떤 개혁정책보다 더 힘들다. 조코위-칼라 1기 정부부터 정신혁명을 주창하면서 관료사회의 변화를 요구했고, 조코위는 솔선수범하는 가운데 탁산공론이 아닌 현장중심적 실천적 관료의 움직임(Bluskan)을 요구했다. 조코위-아민 2기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더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일명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이다. 비효율적인 국가제도개혁, 관료제혁신, 국가재정시스템혁신 등을 통하여 2045년까지 5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달성하는 ‘국가중장기발전계획(RPJMN 2020-2024)’ 중기비전과 ‘인도네시아 2045(Indonesia 2045)’ 장기비전을 제시하였다(Gorbiano 2019). 마지막으로 외교와 안보 정책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도네시아 외교노선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외교로서 주권외교, 균형외교에 기초하고 있다. 조코위 1기 정부는 해양강국건설에 기초하여 해양이슈와 관련된 외교지평을 넓혔다. 2기 외교정책의 강조점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인도네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중심지이다. 이에 좀 더 구체적인 측면에서 ‘환인도양연대(IORA: Indian Ocean Rim Association)’[10]의 강화전략을 선택하였다. 즉, 인도양 국가들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외교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무슬림민주주의로서 무슬림세계 안에서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위치를 강조하는 외교 전략이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성공시킨 사례이다. 조코위 2기 정부는 무슬림세계 사이의 중재자로서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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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정당정치와 새로운 정치엘리트 출현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신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지만 정치에 있어서 ‘이슬람 변수’가 등장한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 독립운동, 독립과정에서 이슬람조직은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수하르토 32년 집권기간 동안 이슬람세력은 탈정치화되었다. 그러나 수하르토가 물러난 1998년 이후 ‘복원된’ 자유로운 총선거 1999년 선거에서부터 이슬람정당이 출현하게 되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민주화 이후 대통령 직선제 선거 이후 20년 동안 이슬람정당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신생 이슬람정당이었던 PKS, PKB, PAN이 유도요노 집권 10년 동안 함께 움직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인도네시아 정치엘리트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민간출신’이면서 ‘기존 기득권층’이 아닌 정치엘리트인 조코위가 등장했던 2014년과 2019년 선거에서 이슬람정당은 분화하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PAN과 PKB는 같은 진영에 있지 않고, PKS는 PKB보다는 PAN과 더 친화성을 갖고, PPP는 정당연합에 있어서 가장 유동적인 정당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슬람정당의 이념, 역사적 기원의 차이로도 잘 설명된다.

정당연합 구조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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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아혹 스캔들’을 둘러싼 정치적 위기로 세계는 인도네시아 정치를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이 영향으로 2019년 총선과 대선이 매우 위기적 상황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종교적 갈등과 대결 국면이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무슬림 민주주의 성공사례였던 인도네시아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선거 국면에서 또 다른 위기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이후 ‘2019년 자카르타 소요사태’가 있기 전까지 2019년 선거는 대체로 큰 이변이 없는 조용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아혹 스캔들’은 현직 대통령인 조코위에게 가장 큰 위기로 작용하였고, 이것은 부통령 지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젊고 개혁적인 조코위 대통령이 2기 정부의 국정운영스타일을 결정하는 부통령지명에 있어서, 76세 종교지도자의 선택은 아혹 스캔들이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명된 부통령 아민(Ma’ruf Amin)은 종교적 정체성 상징뿐만 아니라 향후 2기 조코위 정부의 ‘샤리아 경제’에 힘을 실어주고 적극적인 방향성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시그니쳐가 되었다.

인도네시아 정치에 있어서 ‘조코위’라는 인물은 등장부터 과거 인도네시아에는 없었던 정치엘리트 유형이다. 조코위가 솔로시장-자카르타주지사-대통령이 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정치엘리트 충원과정이 되었고,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정치엘리트가 지방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하여 과거 엘리트구조를 변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또 하나 매우 흥미로운 점은 다음과 같다. 조코위는 솔로주지사였다. 조코위가 대통령이 되면서, 솔로의 역사적 정통성, 문화예술성이 전국적 차원에서 조명되고 부각된다. 솔로에는 족자카르타의 하멩쿠부오노(Hamengkubuwono) 왕가만큼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는 바쿠부오노(Paku Buwono) 왕가가 있었다. 두 왕가는 마타람 왕국 역사에서 분화된 두 뿌리이다. 조코위가 중앙무대에 진출하기 이전까지 바쿠부오노 왕가는 드러나지 않은 역사였다. 그러나 그의 중앙무대 진출로 ‘왕가’는 다시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기 시작하였다. 즉, 조코위의 ‘정치적 정통성’은 솔로 바쿠부오노 왕가의 역사적 정통성으로 후원받게 되는 것이다. 향후 지방정치에서 배출된 탁월한 엘리트들이 중앙무대에 진출하면서 그 개인뿐만 아니라 그 해당지역의 역사적 정통성, 문화적 우월성 등이 전국적으로 조명되는 지역정치의 역사적 복원작업도 앞으로도 함께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코위를 선택한 인도네시아 국민들

결론적으로 조코위 재선이 갖는 함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인도네시아 다수 국민들은 ‘강성 이슬람국가’보다는 ‘판차실라 민주주의 국가’를 선택했다. 물론 이러한 인도네시아 국가의 성격이 완전하거나 영원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길게 보면 민주화 이후, 짧게 보면 2016년 이후 이번 정체성 투쟁 국면의 최종적 결과라고 평가한다. 인도네시아 다수 국민은 무슬림이 다수인 사회이지만, 기독교, 힌두교도 존중받는 사회를 선택하였으며,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을 비롯한 소수 종족들의 사회적 지위가 인정받는 사회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폭력적이며 군사적인 강성 이슬람주의자(Islamist)의 움직임은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이다. 그러나 이 부분을 바라보는 관점,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둘째, 인도네시아 다수 국민들은 조코위 정부정책의 지속을 선택하였다. 그래서 인프라 강화정책,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부패극복과 관료구조의 혁신,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과 확대, 판차실라 정신의 기초한 사회통합으로서 미래 청년세대의 온건주의와 중용주의 강화정책 등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특히 제2기 조코위 정부의 추가된 정책 중에서 유심히 봐야할 것이 ‘샤리아 경제정책’이다. 민주화 이후 위로부터 준비된 이슬람경제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가 1기 조코위 정부 때까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제 제2기 단계를 맞이하여 구체적인 실행을 가속화하고자 한다. 인도네시아의 빈곤층은 사회적 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서, 샤리아경제는 빈곤극복과 빈곤층 해소에 두고 있어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다른 하나는 외교정책이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민주주의 국가로서 무슬림 세계의 중재자로서 적극적인 외교를 할 것을 밝혔다. 이것은 인도네시아 국가의 경제비전과 함께 세계를 향한 스스로의 의지이기도 하다.

셋째, 인도네시아 다수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선택하였다. 현실에서 전개되는 민주주의는 늘 불완전하다. 그래서 그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계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32년 동안 집권한 군부권위주의가 물러나고 1999년부터 현재까지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를 위한 법제도를 계속적으로 변화시켰고, 민주주의 지지를 위한 의식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 그래서 무슬림과 민주주의는 양립가능하다는 것을 인도네시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때론 혼란과 우려, 한계 등을 노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에서 보여주듯이 인도네시아 국민은 무슬림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도네시아를 선택했다고 평가한다.

 

저자소개

최경희(kalli@snu.ac.kr)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를 2004년에 취득하고, 한국동남아연구소와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비교정치로 박사학위를 받고, 인도네시아 지역연구, 아세안 정치안보연구 그리고 한국기업의 동남아시장진출을 위한 현지화전략·소비시장·소비문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 Indonesia Studies Programme Seminar. “Indonesian Elections 2019: A Review” (Monday, 22 April2019)
https://www.iseas.edu.sg/medias/event-highlights/item/9561-seminar-on-the-indonesian-elections-2019-a-review

[2] 2019년 5월 21일에 KPU 공식선거발표에 강한 불만을 갖는 야당 지지자 그룹인 “민중주권 국민행동(Peopel’s Sovereignty National Movement)”은 선거감독기관(Bawaslu) 앞에서 시위를 시작하였고, 이 시위는 저녁이 되면서 폭력시위로 변화하였다. 이 시위과정에서 최종적으로 9명이 죽고, 700여명이 검거되었다. 죽은 9명 중에서는 10대가 다수로 4명이었고, 강성 이슬람주의자가 다수이다.

[3] 2012년 조코위와 함께 자카르타 부지사에 당선된 사람이 바수키 타하자 푸르나마(Basuki Tjahaja Purnama)이고, 그를 아혹(Ahok)이란 애칭으로 불렀다. 2014년 조코위가 대통령이 되면서, 아혹은 조코위 지명에 의해 주지사로 승계되었다. 그리고 주지사활동 중 2015년 9월 자카르타 인근 플라우스리브(Pulau Seribu)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중연설을 하던 도중 이슬람경전을 인용한 것이 사건의 발달이 되었다. 이 사건은 이슬람단체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였고, 점차 시위대의 규모가 확산되어 10만∼20만 등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되었다. 아혹은 이러한 과정에서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를 치렀고, 선거 이후 ‘신성모독죄’ 로 실형을 살았다. ‘반아혹 운동’은 강성 이슬람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종교운동을 상징한다.

[4] 그 밖에도 이번 선거에 적용된 법률은 UU No. 10/2016, 2/2011, 2/2018 등이 있다.

[5] 그러나 인도네시아 선거과정에서 KPU뿐만 아니라 선거감독기관인 Bawasulu(Badan Pengawas Pemilihan Umum)의 역할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역할을 하는 다른 기관이 있었고, 그 전에는 KPU 내부에서 이러한 기능을 하다가 2007년에 최초로 독립기관으로 만들어져서 활동하였다가 2017년 법개정 이후 그 권한이 더 강화되었다. 불법, 금권, 관권 등 선거과정의 법적 문제를 지적하여 법적 해결을 진행하는 기관으로 선거의 투명성과 선거의 법적 효력을 높이는 기관이다.

[6] 규모의 정치는 ‘규모의 경제’라는 말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투입규모가 커질수록 장기평균비용이 줄어들어 생산량이 증가되는 경제현상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인구규모, 종족 다양성, 영토규모, 생산규모 등 크기의 측면에서 세계적 순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치의 민주적 발전은 국가적, 지역적 그리고 세계적 차원으로 영향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7] EIU가 측정하는 2018년 민주주의지수로 1위에서 10위 국가들을 나열하면,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스웨덴, 뉴질랜드, 덴마크, 캐나다, 핀란드, 호주, 스위스, 네덜란드이고, 한국은 21위로 ‘완전한 민주주의’에 속하지 못하고,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에 속한다(EIU 2019).

[8] 아체당(Partai Aceh), 아체독립당(Partai Suara Independen Rakayt Aceh, Partai SIRA), 아체지역당(Partai Daerah Aceh), 아체지역당(Partai Nangroe Aceh)으로 아체주에서만 활동하는 지역당이다. 이중에서 Partai SIRA는 신생 지역정당이다.

[9] 16개 전국정당에는 민족각성당(Partai Kebangkitan Bangsa, PKB), 거대인도네시아행동당(Partai Gerakan Indonesia Raya, Gerindra),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Partai Democrasi Indonesia Perjuangan, PDIP), 직능연합정당(Partai Golongan Karya, Golkar), 민족민주당(Partai Nasional Demokrat, NasDem), 인도네시아변화행동당(Partai Gerakan Perubahan Indonesia, 이하 Partai Garuda), (Partai Beringin Karya, 이하 Partai Berkarya), 복지정의당(Partai Keadilan Sejahtera, PKS), 인도네시아통합당(Partai Persatuan Indonesia, Perindo), 통일개발당(Partai Persatuan Pembangunan, PPP), 인도네시아연대당(Partai Solidaritas Indonesia, PSI), 민족위임당(Partai Amanat Nasional, PAN), 민중양심당(Partai Hati Nurani Rakyat, Hanura), 민주당(Partai Demokrat, PD), 월성당(Partai Bulan Bintang, PBB), 인도네시아통일정의당(Partai Keadilan dan Persatuan Indonesia, PKPI)이다. 16개 정당 중에서 PKPI만 77개 선거구에만 후보를 출마시켰다. 16개 정당 중에서 신생정당은 Partai Garuda, Partai Berkarya, Perindo, PSI이다.

[10] IORA는 1997년에 정부간 조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1995년 인도방문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8년에 20주년 기념회의를 인도네시아에서 개최하였다. 22개국의 회원국과 9개의 대화상대국을 갖고 있다. 회원국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하여 호주, 방글라데시, 코모로스, 인도, 이란, 케냐, 마다가스카르,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모잠비크, 오만, 세이셸, 싱가포르, 소말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리랑카, 탄자니아, 태국, UAE, 예멘 등이다. 해양안보 및 협력, 무역 및 투자, 어업, 재난관리, 관광 및 문화교류, 학술 및 과학기술교류, 경제협력, 여성역량 및 경제력강화 아젠다로 협력증진을 도모하고 있다(IORA 사이트).

 


참고문헌

 

*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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