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의 도시, 선전(深圳)

1970년대 작은 어촌도시에 불과했던 선전은 끊임없는 기술혁신 활동을 통해 글로벌 대도시로 발전했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가 기술창업을 위해 모여들고, 이들에 의해 제기된 아이디어가 수많은 창업지원기관을 통해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중앙과 시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이 펼쳐졌으며 성공한 선배 IT기업들이 스타트업들에게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자금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었다는 것도 주요 이유이다. 선전이 가지고 있는 젊고 개방적인 분위기 역시 기술혁신 활동의 원동력이었다. 한편, 선전에서 일어난 기술혁신은 단순히 도시의 경제발전을 인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기버스 및 택시, 도시공공서비스 플랫폼 등의 수단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이바지하였다. 종합해볼 때, 선전은 기민함과 지속성, 확장성을 가진 기술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해 미래에도 성장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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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현 (충남연구원)

경제특구 지정과 선전의 공업도시화

어촌마을에서 일어난 상전벽해

선전은 광둥성 남부 주강(珠江) 동쪽에 위치한 거대 도시이며, 중국 기술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다. 1978년 개혁개방이 이뤄지고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이전까지 선전의 전신이었던 바온안(寶安)현은 인구 3만 명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1] 고층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자전거가 주요 이동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79년까지 선전에 있는 차량은 모두 7대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2] 당시 GRDP는 1.9억 위안에 불과하였으며 주민 연평균 소득은 100여 위안에 불과하였다.

1979년 이전까지, 선전은 도시발전 수준이 매우 낮은 어촌도시였다. 단차(單車)라 불리는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도시의 주요 교통거점은 조그만 매표구와 허름한 대기실만 있는 작은 기차역 하나였다.
사진 : 快資迅(2018.06.09)

그러나 1979년 국무원 비준에 의해 선전시로 이름이 바뀌고 이듬해 경제특구[3] 로 지정되자 지역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17년 GRDP는 약 2조 2천억 위안으로 38년 전에 비해 1만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1,250만 명의 인구가 상주하게 되었다.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드론 기업 다장촹신(大疆创新, DJI) 등 첨단제조업 분야 세계 1위 기업이 속속들이 등장하였으며 기업가치가 미화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을 지칭하는 유니콘 기업 14개가 들어섰다. 이 뿐만이 아니다.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 OPPO 등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업들의 본사가 다수 입지하고 있으며 핀테크,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 매일 50건이 넘는 특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7년에 출원한 국제특허 수는 약 2만 여건에 이른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버스와 택시는 첨단 자동차산업의 결정체인 전기차이며, 선전시민들은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威信, wechat)을 통해 매일같이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그야말로 선전에는 상전벽해가 이뤄졌다. 선전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렇게 변화하였는가? 무엇이 선전을 글로벌 기술혁신의 메카로 만들었는가?

경제특구로 지정된 지 38년이 지난 현재, 선전은 경제발전 수준이 높고 인구규모가 큰 글로벌 대도시이자, 끊임없이 기술창출 활동이 일어나는 기술혁신의 메카로 거듭나게 되었다. 기술혁신의 성과는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대중교통 서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 시내버스 운영사례를 들 수 있다.
사진 : 新浪汽車(2017.12.28)[4] 및 百度검색자료(검색일:18.10.22)

세계의 공장으로 변화

선전의 발전은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삼아 질 낮은 2차 산업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세계에 수출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초기부터 제품의 생산과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중앙정부는 선전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여력이 없었고, 당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던 홍콩에서는 중국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선전은 홍콩을 포함한 대외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까지 도시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경제특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의 회사 설립을 장려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영기업도 설립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는 외국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고 선전에서 가공하여 최종제품을 생산, 중국 내륙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홍콩으로부터의 투자도 늘기 시작하였으며 이전과 달리 대규모의 투자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내륙의 발전수준이 낮은 현실에서 이러한 내향적인 경제발전체제는 근본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이 같은 국내 지향적인 중계무역을 통해서 일부 관료와 사업가가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자, 선전은 성공한 사회주의 모델이 아닌 병든 자본주의 모델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선전은 도시의 경제발전 방향을 대폭 수정하였다.[5] 국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대외 수출지향적인 경제발전을 모색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값싼 노동력 외에는 비교 우위가 없었던 선전에서 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었다. 이를 위해 선전시정부는 외자기업 또는 중외합자기업들에게 기업소득세, 관세, 토지 및 건물 임대에 대한 특혜, 지불수단 특혜 등을 제공하였다. 중앙정부가 경제특구를 위시한 선전시에 이례적으로 상당한 권한이양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그 결과, 1992년 선전에서 생산된 제품 중 75%는 해외로 수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1993년 선전의 총 수출규모는 미화 약 83억 달러로, 이는 중국 전체 수출규모의 약 9% 수준에 이르는 것이었다. 이 시기 선전에는 제품의 종류, 생산단계, 생산규모별로 관련된 기업들이 모두 입지하여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생산한 것은 대부분 OEM 제품이었으며 산자이(山寨)라고 불리는 소위 ‘짝퉁’ 제품도 많았다. 그러나 이 시기 선전이 세계적인 수준의 거대 제조업 공장기지로 변모하였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일례로 다소 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1995년 선전에서 설립되어 현재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비야디 역시 그 시작은 핸드폰 배터리와 케이스를 생산하던 OEM 기업이었다. 이 시기 선전의 제조업 클러스터에서는 다양한 제조업 분야의 공급 가치사슬이 견고히 구축되었으며, 제조과정이 모듈화 되어 부품확보부터 최종 제품생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1990년대 초중반부터 선전은 국내외 첨단산업 중심지로의 변모를 꾀하기 시작했다. 노동집약적인 형태의 제조업 육성을 통한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전은 고신(高)기술산업이라 불리는 기술집약적 하이테크 산업발전에 초점이 맞추었다. 산업구조의 전환은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고 2000년에 이미 하이테크 산업 관련 재화가 전체 선전시가 생산한 재화의 48%를 차지하게 되었다. 당시 컴퓨터 마더보드, CD롬, 키보드, 복사기 등의 전세계 총생산량 중, 제품별로 30-80%가 선전에서 생산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6] 여전히 OEM, 산자이 제품 생산과 수출이 주를 이루었지만, 선전은 기술혁신의 메카가 되기 위한 준비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었다.

 

세계의 공장에서 기술혁신의 메카로 진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衆創業萬衆創新)’을 통해 기술혁신의 메카로 거듭난 선전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선전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창업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선전 경제특구 내 첸하이(前海) 자유무역구에서만 연간 3만 개 이상이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다. 또한 시 전체적으로 하루에 1,500여 건에 달하는 창업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부분이 하이테크 산업과 관련된 기술창업이다. 2014년 리커창 총리가 창업을 독려하며 제시한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이 현실화되고 있는 곳이 바로 선전인 것이다. 도시 중심가 선난대도(深南大道)에는 이러한 기술창업의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는 텐센트, 비야디, 다장촹신, 화웨이, 샤오미 등 기업의 본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또한 이들이 주축이 되어 출원한 국제특허 건수는 2017년 기준으로 약 2만 여 건에 이르렀으며, 이는 중국 전체 출원 건수의 43.1%에 해당한다. 한편, 중국 타 대도시와 국제특허 출원 건수를 비교해보았을 때, 선전의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선전은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등을 제치고 13년 연속으로 도시별 국제특허 출원 건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한편, 실리콘밸리에서도 선전을 주목하고 다양한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른바 ‘캘리차이나(CaliChina)’현상[7]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신기술 연구, 시제품 제작을 위해 선전으로 향하고 있다. 본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전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선전의 기술혁신 환경이 얼마나 양호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선전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제조도시에서 첨단 기술혁신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기술도시로 탈바꿈 하였다.

개혁 개방 40년 선전의 변화
© DIVERSE+ASIA

무엇이 선전을 글로벌 기술혁신의 메카로 만들었을까? 우선 선전이 하이테크 제조업이 집적된 클러스터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선전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시절부터 중국 내 가장 큰 제조업 집적지구였다. 선전은 20여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다양한 제조업 분야의 전후방 연계망을 구축하였으며 관련 노하우를 축적하였다. 2000년대 들어 이러한 특징이 빛을 발하였다. 영세업체에서부터 첨단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전문화, 분업화된 첨단기술 제조업 생태계가 완벽히 구축되었다. 이를테면, 선전에서 기술창업을 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은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화창베이(華强北) 같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으며 스마트폰 설계를 담당하던 ODM 기업[8]들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설계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제품이 도출되면 소규모 OEM 공장을 통해 시험 생산을 한 후, 폭스콘(Foxconn)과 같은 대규모 공장을 통해 초기 양산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창업을 통해 기술혁신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창업을 원하는 소규모 기업이 스스로 창업 관련 제반 절차를 추진하기는 상당히 까다롭다. 선전에서는 이와 같은 고민이 필요 없다. 시제품의 제작에서부터 홍보·판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전에 있는 창업보육센터는 약 500여 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에서는 스타트업들에게 투자유치, 제품화, 주식상장 등에 관한 전반적인 지원을 실시한다. 잉단(硬􈫆)과 같은 IoT 스타트업 전문지원 기관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잉단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겸 유통 플랫폼으로, 스타트업은 제품의 설계도만 제시하면 제품의 생산단계가 어떻게 구별되는지, 단계별로 필요한 협력자가 누구이며 필요한 비용은 얼마인지를 알려주고 직접 연결해준다. 한편, 선전시 난샨(南山)구에 위치한 소프트웨어단지에는 위에서 언급한 IT 관련 창업지원기관들이 집적해있다. 창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 안에서 소규모 시제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고 테스트할 수 있으며, 액셀러레이터들을 쉽게 만나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선전에는 창업자보다 창업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다”라고 하는 농담은 선전의 창업지원 인프라 구축 수준이 얼마나 높은 지 설명해주고 있다. 정부차원의 창업지원 정책 역시 기술혁신 활동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시정부는 각종 세제혜택 및 법률 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산업단지에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기술 스타트업들이 입지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인재유치 정책인 천년계획(千年計劃) 등을 중앙정부와 함께 실시하고, 창업자금 및 초기 정착금 지원 등을 통해 외부의 우수 인재들을 불러 모으고자 노력 중이다. 선전에서는 기술창업 활동에 필요한 풍부한 투자자금 역시 상당히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선전에서는 기술창업과 관련하여 벤처 및 엔젤투자, 대기업으로부터의 투자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샤오미, 텐센트와 같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선배기업들로부터의 투자유치가 다양한 형태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전이 가지고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 역시 기술혁신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선전은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선전 인구의 90% 이상이 외지 인구라는 것이다. 또한 평균연령이 30대 초반에 불과할 정도로 젊다. 즉, 선전의 인구증가는 원천적으로 타지로부터 유입된 청년계층의 증가였으며, 이는 개인이 선전에서 창업을 하고 기술혁신 활동을 해나감에 있어 중국 특유의 ‘꽌시’ 문화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외래인구의 증가가 많으므로 지역의 개방성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는 선전이 개방형 혁신체계를 조속하고 효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기술혁신의 성과를 사회와 공유

선전에서 일어난 기술혁신 활동은 개인과 기업, 지역에 다양한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도시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졌고, 우수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도시의 위상은 크게 올라가 더 이상 중국내 도시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해졌으며, 이는 선전이 세계의 수위 도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선전은 도시의 기술혁신 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를 사회와 함께 나누고자 노력했다. 최근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된 사례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로 전기차를 활용한 대중교통 서비스, 웨이신을 활용한 도시공공서비스 제공 사례를 들 수 있다.

선전은 2018년 말까지 약 1만 6천 대의 전기버스[9]와 1만 3천 대의 전기택시를 공급하여 시내 대중교통서비스의 100% 전기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치로 연간 135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되고 34만 5천 톤에 이르는 연료가 절약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대기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던 선전시의 환경보존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조치는 전기자동차 기업 BYD의 기술력과 선전시의 강력한 지원 정책을 통해 실현 가능하게 되었다. 세계 1위의 전기차 생산업체 BYD의 기술력은 전기버스와 택시의 안정적인 주행거리, 배터리의 지속력, 내구성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전기차를 대중교통 서비스에 전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반적인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일례로 비야디의 버스 모델 중 하나인 K9은 약 2시간 동안의 충전으로 410km를 주행할 수 있고 최대 시속은 75km에 달하였다. 배터리의 내구성 역시 높은 편이었다. 1만 번을 충전하고도 배터리 잔존용량은 약 65%에 달하였다. 즉, 선전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은 기존에 축적되었던 기술혁신 역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선전시 정부와 중앙정부가 함께 재원을 마련하여 추진했던 보조금 정책 역시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선전시의 버스나 택시 운영업체는 전기버스 한 대당 50만 위안, 전기택시 한 대당 13만 6천 위안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보조금 총액은 약 976억 위안으로 한화 1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실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기버스와 택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내 약 4만 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였다. 결과적으로 선전시는 세계 최초로 전기동력에 기반 한 대중교통 서비스 체계를 확립하게 되었다.

한편, 8억 5천만 명의 이용자를 가지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은 도시공공서비스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10] 이 서비스를 통해 웨이신 이용자들은 사회보장, 교통, 차량, 의료, 법률, 문화·예술 등과 관련된 실시간 정보를 획득하고 행정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별로 제공하고 있는 공공서비스 수준은 편차가 큰 편이며, 서비스를 아예 구축하지 않고 있는 곳도 상당수다. 이 플랫폼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선전이다. 텐센트 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중국 인터넷망 지수> 보고서에서는 선전의 웨이신 도시공공서비스 활용지수가 전국 도시 중 1위를 차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선전은 웨이신 도시공공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납세, 교육, 출입국, 호적, 도시 관리, 민정(民政), 공상(工商), 우편, 체육, 문화 등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공공서비스가 포괄하고 있는 범위는 매우 넓은 편이며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내용도 다채롭다. 선전시가 운영하는 웨이신 도시공공서비스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실제 행정업무를 온라인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그것이 어려울 경우, 해당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웨이신 도시공공서비스 플랫폼은 선전에 입지한 IT 대기업, 텐센트의 노력과 선전시 정부의 합작품이다. 텐센트는 웨이신이라는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시민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공공서비스를 연결시키는, 이른바 모든 것이 연결된(all-connected)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시정부는 웨이신 플랫폼 상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 제공하였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선전은 진정한 스마트 도시로의 변모를 시도 중이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시도가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선전은 2018년 말까지 약 3만대의 전기버스와 택시를 보급하여 시내 대중교통 서비스의 100% 전기화를 달성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 내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가진 온라인 메신저(웨이신)를 통해 선전시민과 관련된 다양한 도시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 百度검색자료(검색일:18.10.22) 및 필자 직접 캡처한 사진자료

 

기술혁신으로 부강해진 도시, 선전의 교훈

2000년대 이후 선전에서 이뤄진 기술혁신들은 선전을 중국이라는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대도시로 발전시켰다. 하이테크 산업분야의 견고한 클러스터가 집적되어 선전속도(深圳速度)라는 말이 나을 정도로 빠르게 기술혁신을 창출하였기 때문이다.[11]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가 기술창업을 위해 선전에 모여들고, 이들에 의해 제기된 아이디어가 수많은 창업지원기관을 통해 구체화되었다는 점도 주요 이유였다. 시정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정책도 다양했으며, 성공한 선배 IT기업들이 스타트업들에게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자금의 선순환 체계도 구축되었다. 선전이 가지고 있는 젊고 개방적인 분위기 역시 혁신의 원동력이었다. 선전에서 일어난 기술혁신은 단순히 도시의 경제적인 발전을 인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기버스 및 택시, 도시공공서비스 플랫폼 등의 수단을 통해 사회적인 발전을 이룩하는데 공헌하였다. 종합해볼 때, 선전은 기민함과 지속성, 확장성을 가진 기술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해 미래에도 꾸준히 성장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판단된다. 선전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의 기술혁신 생태계는 어떠한가? 생명주기가 짧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선전속도에 견줄 수 있게 기술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는가? 기술창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행정규제가 복잡하며, 기술창업 실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청년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장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개방형 기술혁신이 가능한 사회분위기는 조성 되어 있는가? 기술혁신 활동이 개별기업의 경제적 수익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편리화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뼈아픈 일일 것이다.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와 대응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술혁신의 중요성이 빠지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을 기술혁신의 실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가 이뤄지고, 실패가 쉽게 극복 가능한 장소와 지원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참신함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선전속도를 따라잡을, 우리만의 속도를 내어야 할 시점이 도래하였다. 우리나라 기술혁신의 주체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판단의 귀추가 주목된다.

 

저자소개

송영현 宋映鉉 Song, Younghyun
충남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 책임연구원.
베이징대학교 지역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논문의 제목은 「지역혁신의 공간적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 -양쯔강 삼각주지역 하이테크 산업을 사례로-」로서, 도시 간 기술혁신 네트워크의 형성이 양쯔강 삼각주지역의 기술혁신 창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중국에서 「지방공공재정지출의 공간적 스필오버 효과에 관한 연구」, 「복잡계시스템을 활용한 동북아 항구도시 정책변화에 관한 연구」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1]단 최종적으로 선전시 행정구역이 확정된 후 집계된 인구는 30만 명 수준이었다.

[2]快資迅, 2018年06月09日, “震撼!深圳改革開放之前的老照片,珍藏……!”

[3]선전시의 전체면적은 약 2,000㎢이며 이 중 약 320㎢가 경제특구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4]그림에서 제시된 선전의 인구는 2,000만 명으로, 이는 6개월 이내 거주자를 포함한 수치이다. 앞서 언급한 상주인구의 경우, 6개월 이상 상주하는 인구만을 집계한 것이다.

[5]유석춘·이승건(1997)에 따르면, 이 시기 선전의 지역발전 목표는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며 정치적인 측면도 강조된 것이었다.

[6]정형곤(2002)은 인근의 동관(東莞)과 주하이(珠海)를 포함한 선전 일대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산업 위탁가공단지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7]선전과 실리콘밸리가 기술혁신을 위해 융합하는 현상을 통칭한다.

[8]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제조자 개발생산의 약칭으로, 하청업체인 제조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9]2018년 1월 3일 상용차신문 뉴스자료에 따르면, 이는 뉴욕, LA, 뉴저지, 토론토, 시카고 등 미국 내 전기버스 보급률이 가장 많은 5개 도시의 전기버스 숫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이다.

[10]김현수(2018)에 따르면 도시공공서비스 플랫폼이 시민들에게 친숙한 모바일 SNS, 온라인 결제 시스템과 결합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11]원래 1984년 선전 국제무역센터 빌딩의 건설 과정 중, 빌딩이 3일에 1층씩 건축된 데에서 유래된 단어이나, 주로 최근 선전의 빠른 경제성장이나 기술혁신 창출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 宮奕·璐楊磊, 2017, ‘以深圳爲例論深化改革開放的重要作用’, 法制與社會(3), pp. 162-3
  • 快資迅, 2018年06月09日, “震撼!深圳改革開放之前的老照片,珍藏……!”
  • 新浪汽車, 2017年12月28日, “深圳實現公交全電動化 全球大城市首個”
  • 騰訊研究院, 2017, <中國“互聯網 ”指數(2016)>
  • 中國互聯網絡信息中心, 2018, <第41次中國互聯網絡發展狀況統計報告>
  • Weinswig., K Popov., S. Chan, 2017, ‘Deep dive : Shenzhen-An International Hub of Hardware Innovation’, Fung Global Retail & Technology
  • Kazuyuki, 2018, ‘The Regional Innovation System in China: Regional Comparison of Technology, Venture Financing, and Human Capital Focusing on Shenzhen’, RIETI Policy Discussion Paper Series
  • 김현수, 2018, ‘중국 지방정부의 온라인 정무서비스 활용 현황 및 시사점’, 충남연구원 중국 동향과 진단 제 21호, pp. 2-18
  • 상용차신문, 2018년 1월 3일, “중 심천市, 세계 최초 시내버스 100% 전기화 달성”
  • 유석춘·이승건, 1997, ‘심천 경제특구의 역할과 중국의 경제발전’, 비교사회, pp. 64-93
  • 정형곤, 2002, ‘심천경제특구의 개발 및 운영정책 : 성공요인과 시사점’, KDI 북한경제리뷰(4), pp. 18-50
  • 한국경제, 2017년 1월 22일,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그래도 나는 선전이 너무 부럽다”
  • 한국무역협회, 2018, ‘심천은 어떻게 창업의 메카가 되었는가?’, Kita Market Report

 

*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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