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닝(南寧), 변두리 소수민족 집거지에서 중국과 아세안(ASEAN)을 잇는 허브로

‘남쪽의 평안한 도시’ 난닝은 중국의 대 아세안(ASEAN) 협력 강화와 일대일로(Belt & Road Initiative) 전략에 힘입어 변두리 소수민족 집거지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의 계기를 맞이했다. 일대일로를 선도하고 중국-아세안을 잇는 허브 도시로 태어나기 위한 난닝의 하향식 발전전략이 다채롭다. 광시좡족자치구와 난닝시의 변화는 어떠한 지역발전 정책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이뤄지고 있을까?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선 중국 서남부 중심도시 난닝의 발전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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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닝시 풍경
출처: 난닝시 선전부

김수한(인천연구원)

‘남쪽의 안녕’을 위한 도시, 난닝의 변화

‘남방의 안녕’이라는 뜻을 품은 중국의 난닝(南寧)시. 2017년 서남부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의 성도인 난닝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이름에 걸맞는 남방 특유의 평화롭고 고즈넉한 도시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각종 인프라 공사와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었던 난닝시의 모습은 기대와는 달랐다. 하계올림픽을 준비하며 도시 전체가 공사판을 방불케 하는 개발 열기로 가득했던 2008년 무렵 베이징의 모습이 연상됐다.

난닝시 국가경제기술개발구(國家經濟技術開發區) 건축 현장
출처: http://roll.sohu.com/20131021/n388579762.shtml

난닝 지하철 1호선이 중국 소수민족 자치구 최초로 2016년 말 개통됐다. 그 이듬해 2호선에 이어 매년 한 노선씩 지하철이 놓였다. 2021년 말에는 5호선 완공이 예정되어 있다. 난닝시는 단 6년여의 단기간에 도시 곳곳을 107개 역으로 잇는 총 길이 136km의 대중교통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2000년 113억 위안에 불과했던 난닝시 고정자산투자액은 2017년에는 380배 늘어난 4,307억 위안에 달했다. 같은 기간 120배 증가한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와 견줘 보면, 도시인프라 조성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의 규모, 그리고 도시개발을 위한 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를 엿 볼 수 있다. 교통 인프라가 갖추어지면서 각종 도시개발이 가속화됐다. 2019년 부동산 개발 투자가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2021년 현재 난닝시는 874만 명의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서남부의 대표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서역의 소수민족 자치구인 신장위구르의 우르무치(烏魯木齊)시 인구가 379만 명이며, 북방 네이멍구자치구의 성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 인구 역시 313만 명인 점과 비교했을 때, 난닝시의 규모와 발달 정도가 보다 주목될 만하다.

이 같은 소수민족 집거지의 변방 도시에 불과했던 난닝의 성장과 변모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세안과의 협력 및 일대일로 등 중국 대외전략과 그 안에서의 난닝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난닝시의 번화한 야경
출처: image.baidu.com

 

광시좡족자치구, 변방에서 아세안을 잇는 요충지로

광시좡족자치구는 우리에게는 낯선 곳이다. 한반도 전체와 비슷한 22만 3,700만km² 면적의 광시에는 현재 5,012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소수민족이 인구 전체의 37% 가량을 점하는 소수민족 집거지이며, 소수민족 가운데 좡족이 1,572만 명으로 가장 많다. 1952년 소수민족자치구로 지정됐으며 1965년 현재의 광시좡족자치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1)

광시는 줄곧 국가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접경의 소수민족 집거지였다. 변두리 낙후지역 또는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탓에 양국 간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충돌과 분쟁의 장소로 인식돼왔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이웃한 광둥(廣東)성 등이 가파른 성장을 구가할 때도 광시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대외전략 특히, 대 아세안 전략에 변화가 생기면서 광시자치구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찾아왔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본격적인 탈냉전 시기로 접어들면서 중국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로운 국제환경, 특히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주변 환경 조성이 필요했다. 특히 중국은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의 강경 진압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의 경제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했다.

이에 중국은 강대국에서 주변국으로 눈을 돌려 인도네시아와의 외교관계 회복, 싱가포르와의 수교, 베트남과의 관계 정상화 등 동남아 국가와의 외교관계 수립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1991년 7월 중국 외교부장이 제24회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 정식 참여하면서 중국과 아세안의 공식적인 접촉과 대화가 시작되었다.

특히 중국은 아시아 금융위기 국면에서 동남아 국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대 아세안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역내 다지협력 기제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2001년 당시 주룽지 중국 총리가 제안한 중국-아세안 FTA가 본격적인 협상 개시 3년 만인 2005년에 발효되었다.

<표> 중국-아세안 주요 경협 과정 (1991-2005)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6:2) 내용 정리하여 저자 작성
©Diverse+Asia

이처럼 중국의 대 아세안과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서, 광시좡족자치구는 서남부 끝자락의 변두리 낙후지역에서 중국과 아세안을 잇는 관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2003년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중국-아세안 박람회(CAEXPO)가 이듬해 11월 난닝에서 개최되었다.

난닝에서 매년 개최하는 중국-아세안 박람회는 교역·투자는 물론 MICE, 문화산업 그리고 민간교류와 지방외교의 장으로 그 영역을 확장, 중국과 아세안을 잇는 종합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광시좡족자치구 및 자치구 지급시는 31개 국가의 91개 도시와 자매우호 결연을 체결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49.5%인 45개가 아세안에 집중되어 있다. 2020년 현재 광시자치구의 수출입총액 4,694만 위안의 절반이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베트남과의 교역이 37%로 가장 많다.

 

일대일로와 광시. 기회와 약점요인

광시자치구는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다시 한번 결정적인 발전의 전기를 맞이했다. 바로 광시자치구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고 국경을 이웃한 연선(沿線) 국가들과 광범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려는 시진핑 정부의 대외구상이다. 광시자치구는 유일하게 중국과 아세안을 바다와 육지로 연결할 수 있는 요지에 위치해 있다. 육상 실크로드 벨트를 이루고 있는 서부지역의 남쪽 출해 루트이자 광둥성 등 화남 권역 발달지역과 아세안을 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대일로의 전략거점으로서 가치가 높다.

광시자치구 정부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하는 <13차·5개년 규획>을 통해, 일대일로 관련 지역전략을 제시했다. 일대일로와 연계한 동남권역 국제 교통·물류 네트워크 구상이 핵심인데, 성도인 난닝시를 허브로 하여 중국 서부권역의 육상실크로드 거점도시와 아세안 국가를 연결하려는 원대한 계획이다. 광시좡족자치구가 일대일로 전략을 기회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데 존재하는 내부적 약점은 광시의 경제산업 역량 자체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광시자치구 정부는 <13차·5개년 규획>에서 주로 광둥성 등으로부터의 생산기지 이전과 임농·광산자원을 활용한 수출가공업 육성 방안 등 저위 제조업 위주의 소극적 산업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 산업별 종사자를 지표로 하여 광시좡족자치구 입지계수(location quotient:LQ)를 산출해보면, LQ 값이 1을 넘는 특화산업이 채광업과 전력·에너지 산업 등 광물 지하자원 개발 등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철과 비철 등 채광업의 입지계수 평균이 3.18로 고도로 특화되어 있다. 또한 전력·에너지·물 공급 등이 1.82의 LQ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 입지계수는 0.99로 관련 산업이 상대적으로 저발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조업 기술수준별 업종으로 분류해서 살펴보면, 부가가치가 낮은 저위기술과 중저위기술 제조업 LQ가 각각 0.99와 0.94인 반면, 중고위 기술 및 첨단기술 제조업은 0.75 및 0.59으로 산출되었다. 이 는 자동차제조업과 금속제품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저위기술 및 중저위기술 업종 위주의 광시좡족 자치구 산업 특화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2)

〔그림 1〕 광시장족자치구 2차산업 기술수준별 입지계수(LQ) (2019년 기준)
©Diverse+Asia

 

강한 난닝 육성 전략

이 같은 여건에서 중앙정부와 광시좡족자치구 지방정부는 난닝시를 단일 성장거점으로 육성하는 지역발전 전략을 채택했다. 즉 제한된 자원을 단일 성장거점에 집중하여 경제활동의 집적도를 높임으로써 단기간에 생산기반과 내수시장 등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중국정부는 2017년 “베이부만 도시군(北部湾城市群規劃) 규획”3)을 통해 광시좡족자치구와 하이난(海南)성 그리고 광둥성 서부를 연계한 초광역 국토종합계획을 제시했다. 베이부만을 중국과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 대서양을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의 거점 조성을 목표로 하는 이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난닝을 단일 중심지, 즉 일핵(一核)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계획에서는 난닝을 단일 중심지인 일핵으로 육성하기 위해 △특대도시·역내 국제도시로의 성장 가속화 △국제협력·금융서비스,정보교류,상품물류, 혁신 등 핵심기능 강화 △현대산업클러스터·대외개방플랫폼 구축의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 2〕 베이부만 도시군 공간 개념도
자료 : 베이부만도시군발전규획(北部湾城市群发展规划).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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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국가전략에 보조를 맞추어 광시좡족자치구와 난닝시는 2019년 <강한 성도 전략(强首府戰略)>를 수립했다. 이 전략은 광시좡족자치구의 열악한 전체 경제산업 역량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성도인 난닝을 성장거점으로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감대에 기초하여, 단기간에 난닝을 경제산업, 교통물류의 중심지로 육성하려는 비전과 목표, 전략 방향과 세부 정책과제을 종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본 계획은 2025년까지 난닝시의 종합실력을 2018년의 2배로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 광시자치구 전체 GRDP의 30%까지 비중을 올리는 양적인 성장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4)

사진 출처: sw.nanning.gov.cn, m.quanj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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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닝에게 주어진 허브 역할의 미래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광시좡족자치구는 중국의 대아세안 협력 강화와 일대일대 전략에 힘입어 변두리 소수민족 집거지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의 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약한 경제산업 역량 등의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난닝시를 단일 성장거점으로 육성하는 국가전략을 제시하였고, 지방정부는 ‘강한 성회 전략 (强首府戰略)’ 수립을 통해 국가방침의 실행력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2021년 4월 공개된 광시좡족자치구 <14차5개년 규획>은 코로나 팬데믹과 급변하는 국제환경에서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기회요인을 활용한 대외개방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음을 주문했다. 광시좡족자치구가 일대일로와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분명히 명기하였다. 이를 위한 ‘강한 성도 전략’을 재차 강조하면서 △공업 △혁신 △금융 △교통 △개방 △거버넌스 분야에 걸쳐 업그레이드된 세부과제를 제시하였다.5)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등 복잡한 대외여건에서 정부 주도의 하향식 지역발전 전략을 통해 난닝이 목표대로 내실있게 성장하여 중국 남서부의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중국-아세안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자소개

김수한 박사(xiuhan@daum.net)는
인천광역시 씽크탱크인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연구위원으로 중국 및 국제분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석사(2002년) 그리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박사학위(2007년)를 받았다. 주요 연구방향은 중국 지역과 도시 및 한중지방외교이며 관련한 다수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근저로 <중국 동북지역 발전전략과 경쟁력 분석>다인아트(2021) 등이 있다.

 


1) 광시좡족자치구 일반 현황은 광지좡족자치구 인민정부 공식홈페이지 정보 참고 (http://www.gxzf.gov.cn/검색일: 2021.5.20)

2) 광시자치구 뤼저우(柳州)시에 완성차 생산 및 관련 부품 제조 국영기업인 광시자동차유한공사가 1990년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연간 12만대 완성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https://www.wuling.com.cn/jtjs.aspx 검색일 2021.5.30.)

3) [편집자 주] 베이부는 통킹을 일컫는 중국식 발음이다. 즉 통킹만을 뜻한다.

4) 관련 광시좡족자치구 및 난닝 당정 부문의 문건으로 <강한 성회 전략 실시에 관한 약간의 의견(关于实施强首府战略的若干意见)> 및 <강한 성회 전략의 전면적 실현 전략 실시에 관한 의견(关于全面落实强首府战略的实施意见>을 참고할만하다.

5) 광시좡족자치구 지방정부의 대외여건 인식 및 난닝 육성 전략의 세부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광시좡족자치구 <14차 5개년규획> pp. 23-24 및 pp. 113-115를 참고할만하다.

 


참고문헌

▪ 문헌자료

  • 김수한(2018), “중-아세안 잇는 교역·물류 역할 등 잠재력 풍부, 소수민족 집거지서 일대일로 추진의 핵심지로 부상,” Chindia Plus. 11-12월.
  •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6), 『중국경제현안브리핑』6 (26).
  • 서정경(2016), “일대일로와 미중관계,” 이희옥·서정경 책임편집, 『일대일로 다이제스트』다산출판사.

▪ 중국 정책 문건

  • 「广西壮族自治区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四个五年规划和二〇三五年远景目标」
  • 「广西壮族自治区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
  • 「关于实施强首府战略的若干意见」
  • 「关于全面落实强首府战略的实施意见」
  • 「北部湾城市群发展规划」

▪ 통계자료

  • 「中国工业统计年鉴(2020)」
  • 「廣西統計年鑑 2020」
  • 「南寧統計年鑑 (2020)」

▪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