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신성함과 활력의 도시

메카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도시로서 그 어원 자체만으로도 도시 내부의 활력과 붐빔을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메카는 이슬람의 예언자 아브라함 시절부터 그 신성함을 인정받았다. 메카에는 하나님의 성전인 카으바가 있으며, 십만 배의 축복을 있다는 하람 성원(al-Masjid al-Haraam)은 카으바를 정중앙으로 삼고 있다. 메카의 방문객 및 순례객들이 일으키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사우디의 주요한 경제적 동력이다. 메카는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그 활력을 잠시 잃은 듯 보였으나 각종 방역 정책을 통해 카으바 방문객들과 순례객들을 적절히 제어함으로써 여전히 자신의 트레이트 마크인 붐빔과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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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의 하람 성원과 메카 클락 로얄 타워 호텔>
출처: Wikimedia Commons

김은수(킹사우드대학교)

‘메카’는 아랍어 단어로서 밈-카프-카프(M.K.K)의 어원을 가진다. ‘메카’라는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언어학적 견해는, 메카가 ‘마크마카’(makmaka)라는 동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마크마카’는, 유아가 어머니의 젖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는 의미를 가지며, ‘메카’(Makkah)라는 도시 이름은 이 뜻에 기초하여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즉, 메카라는 도시가 주위 도시의 방문객을 남김없이 다 흡입하여 자신에게로 끌어 모은다는 해석이다(Jabal, 2010). 메카라는 도시가 고대부터 얼마나 붐비는 도시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카는 다양한 이름을 지닌다. 이슬람의 계시서 꾸란은 메카를 ‘움물 꾸라’(Umm al-Quraa, 도시의 모체)라고 칭하고 있다(꾸란 제 6장 92절). 메카라는 도시가 형성되기 이전의 아랍인들은 천막 생활을 하고 있었고, 아랍 반도 최초로 메카라는 도시가 생긴 후부터 꾸란이 계시되기까지 메카는 아랍 최초의 도시이자 가장 오래된 도시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Ibn ‘Aashoor, 1984). 꾸란에 언급된 메카의 또다른 이름은 ‘알-박카’(al-Bakkah)이다(꾸란 제 3장 96절). ‘알-박카’의 어원은 ‘알-박크’(al-Bakk)이며 이 단어는 ‘붐빔. 혼잡함’이라는 뜻을 지닌다(at-Tabari, 2000). 이처럼 메카의 언어적 기원과 그 다양한 이름은, 메카가 아랍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며, 혼잡함과 붐빔이 상존하는 도시임을 알려주고 있다.

메카가 붐비는 이유는 방문객들로 인함이며, 방문객들이 메카를 방문하는 이유는 이 도시의 신성함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카의 신성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메카의 신성함은, 꾸란이 메카를 두고 맹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이 안전한 도시(메카)를 두고 맹세코” (꾸란 제 95장 3절). 이슬람의 믿음에 따르면, 메카가 신성한 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은 최소한 예언자 아브라함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메카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주시고 그 거주민들에게 양식을 제공해 달라고 기도하였는데, 꾸란은 그의 기도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저의 주님이시여! 이 마을(메카)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주시고 그곳(메카)의 거주민 중 하나님과 최후의 날을 믿는 자에게 열매의 양식을 제공해 주십시오” (꾸란 제 2장 126절).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기도에 응답하였고, 하디쓰(무함마드 언행록) 전승에는 하나님께서는 메카를 축복이 가득한 도시로 두었다는 기록이 나온다(Sahih al-Bukhaari, No.1885).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슬람의 견해에 따르면, 메카는 성경에도 등장한다. 신명기 33장 2절과 하박국 3장 3절에는 바란 산(Mount Paran)이 언급되는데 ‘바란’은 메카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것이다(Firestone, 1990).

<카으바 신전을 도는 성지순례객들>
출처: Wikipedia

 

메카, 카으바와 하람 성원이 있는 곳

메카는 이슬람의 계시가 최초로 시작된 신성한 도시로서, 메카 영역 안에서는 그 신성함으로 인해 살상이나 사냥이 금지되며 초목조차도 벨 수 없다. 메카가 이슬람의 제 1의 신성한 도시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 ‘카으바’라 불리는 성전이 있기 때문이다. 꾸란에 따르면 카으바는 인류 역사상 하나님을 경배하기 위해 지어진 최초의 전당이다: “진실로 인류를 위해 놓여진 최초의 집은 메카(박카)에 있는 것으로서, 축복이 가득하며 모든 이들을 위한 진리의 길잡이라” (꾸란 제 3장 96절). 이 카으바는 아브라함과 그의 아들 이스마엘이 주춧돌을 세운 건축물로서, 꾸란은 그들이 카으바를 건축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아브라함과 이스마엘이 (카으바) 성전의 토대를 올리니 “저희의 주님이시여!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실로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들으시는 분이시며 모든 것을 알고 계신 분이십니다” (꾸란 제 2장 127절).

이렇듯 카으바는 아브라함의 시절부터 아랍 사회에 그 신성함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슬람 이전 시대에도 아랍인들은 카으바에 신성한 위치를 부여하였다. 카으바 근처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살해도 금지되었으며, 범죄를 저지른 자라 할지라도 카으바에 몸을 숨기는 이상 그는 안전을 보장받았다. 한편 카으바의 신성함과 그 명성은 일찍이 서구 사회에도 알려져 있었다. 그리스 역사가인 디오도로스 시켈로스는 BC 2세기경(이슬람 시작 약 800년 전)의 그리스 역사가 아가타르쿠스의 관찰에 기초하여 카으바를 “모든 아랍인들에 의해 추앙받는 매우 신성한” 성전으로 묘사한 바 있다(Siculus, 2011).  카으바는 여러 번의 증축 과정을 통해 현재 정육면체의 건축물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꾸란 구절이 새겨진 검은색 천으로 그 외부가 감싸져 있다.

이슬람에서 성지에 따른 예배의 보상
© Diverse+Asia

하람 성원(al-Masjid al-Haraam)은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슬람의 대표적인 모스크이며 그 정중앙에는 카으바가 위치한다. ‘신성한’ 도시 메카에 위치한 이 하람 성원은 ‘신성한’ 카으바를 품고 있는 모스크이기에 그 어떤 다른 모스크보다 더욱 신성하다. 이곳은 이슬람의 순례 의식인 대순례(Hajj)와 소순례(‘Umrah)에서 순례객들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장소다. 하디쓰(무함마드 언행록) 전승에 따르면 예루살렘의 아끄싸 성원에서 드리는 예배는 250배, 메디나의 예언자 성원에서 드리는 예배는 1,000배, 메카의 하람 성원에서 드리는 예배는 10,000배의 축복을 받는다. 또한 이곳은 무슬림들의 예배 방향이기도 하다. 꾸란은, 어느 곳에서든지 예배를 드릴 때는 하람 성원으로 예배 방향을 잡으라 명하고 있다(꾸란 제 2장 144절). 이와 같은 이유로 하람 성원은 순례 기간이 아닌 평상시에도, 예배를 드리고 카으바 주위를 도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하람 성원은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메카의 불야성인 것이다.

<밤에도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모인 순례객들>
출처: Flickr

경제 도시, 순례 도시로서의 메카

메카의 종교적 위치는 이미 서술한 대로 그 어떤 도시와의 비교도 불허하는 이슬람 제 1의 신성한 도시이다. 메카는 무슬림들에게 정신적 고향이자, 성지 순례의 장소이며, 죽기 전에 반드시 한번은 방문해야 하는 도시이다. 한편, 메카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메카는 카으바를 방문하려는 방문객들, 성지순례를 하는 순례객들로 언제나 넘쳐났다. 방문객들이 많은 장소는 경제적 활동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배출한 메카의 ‘꾸라이쉬’ 부족은 카으바 방문객들을 십분 활용하여 국내 무역에 있어서 그들의 경제적 위치를 공고히 하였고, 메카는 이미 이슬람 이전부터 예멘과 샴 지역을 잇는 해외 교역의 교두보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경제 도시로서의 메카의 입지는 현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석유가 발견되기 전, 사막과 낙타의 나라 사우디의 경제를 이끌던 핵심 축은 메카의 하람 성원 방문객들과 순례객들을 기반으로 한 경제 활동이었다. 1938년 동부 도시 담맘(Dammaam)에서 사우디 최초로 석유 시추가 성공하였고, 2018년 기준 사우디 석유 산업은 GDP의 30%를 차지하는 등, 석유 수출 시작부터 지금까지 석유 산업이 사우디 경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메카의 경제적 위치는 석유 발견 이후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4차 전쟁이 발발한 후, 파이쌀 사우디 국왕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및 서방으로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였다. 이와 같은 조치로 인해 사우디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파이쌀 국왕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우리 조상들은 타무르(야자 열매)와 우유로 연명해왔다. 우리는 다시 타무르와 우유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언급 뒤에는, 메카 방문객과 순례객들만으로도 사우디 경제가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는 파이쌀 국왕의 자신감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메카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다양하다. 메카 방문객 및 순례객들이 사용하는 국제 항공편과 국내 렌터카, 그들이 머무는 호텔 및 숙박 시설, 기념품으로 구매되는 보석, 장신구 등의 기념품, 순례 기간의 아드하 축제일(이슬람력 12월 10일)부터 시작되는 하루 수천만 마리의 희생양 도살과 그에 따른 모피 및 육류 가공 등은 메카로 인해 유발되는 대표적인 경제 활동이다. 그리고 그 파급 효과는 사우디의 항공 산업과 관광 산업에서 잘 드러난다.

국영 사우디 아라비아 항공(현 사우디아 항공)은 1945년에 설립된 후 1946년 최초로 순례객을 사우디 항구 도시 ‘젯다’로 실어날랐고, 이후 사우디아 항공은 순례객들과 하람 성원 방문객들을 주고객으로 하여 현재까지 중동의 3대 항공사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의 관광 산업은, 매년 약 1,300만명에 달하는 메카 순례객들 및 관광객들에 힘입어 국가 GDP 비중의 9.4%을 차지하는 등(Air Transport Action Group, 2018) 사우디의 경제에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6년 사우디는 장기 국가 발전 계획인 ‘Saudi Vision 2030’를 발표하였다. 네옴(NEOM) 신도시, 홍해 관광 프로젝트 등 다양한 관광 육성 정책을 담은 이 계획에서 사우디는 메카 관련 관광 정책도 빼놓치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이 계획을 통해 현재 연간 1,600만명(성지순례 관광객 1,3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 수를 2030년까지 1억 명으로 증가시길 계획에 있으며, 메카 하람 성원의 동시 수용 인원을 60만명에서 250만명까지 늘리기 위해 지속적인 확장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 확장 정책을 이유로 하람 성원과 그 주변 호텔들의 공사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하람 성원 가까이 자리잡았던 수많은 상점들은 확장 공사로 인해 사라졌고, 몇 년 전에는 있었던 성원 진입 도로가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람 성원 가까운 곳에서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하던 저렴한 모텔들은 새로 지어질 고급 호텔에 터를 내주기 위해 허물어졌다.

최근 5년간 메카 핫지 순례객 수 및 2019년 국내 거주 외국인 핫지 순례객 국적별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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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메카의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약 158만명이다. 인구 밀도는 1,857 m2로 그리 높지 않으나, 메카는 매년 라마단 기간(이슬람력 9월)과 성지순례 기간(이슬람력 12월 초)가 되면, 그 어원이 가진 의미에 걸맞게, 엄청나게 붐빈다. 2019년 성지순례를 위해 메카를 방문한 무슬림의 숫자는 약 250만명이다. 기존의 메카 인구수를 압도하는 숫자의 방문객이 메카에 체류한 것이다. 여느 유명 관광지가 그러하듯, 순례 시즌이 되면 메카에서도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린다. 순례 기간 동안 극심한 정체로 인해 장소간 이동이 어려워질 때면, 오토바이를 탄 젊은이들은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웃돈을 받으며 순례객들을 원하는 순례 장소로 재빨리 실어 나른다. 택시비 역시 가파르게 상승한다. 사우디에서는 버스나 택시 등 공공 교통 서비스의 발달이 매우 더디기 때문에 대부분의 택시 서비스는 무허가 사제 택시이다. 자신이 소유한 승용차로 택시 기사 노릇을 해가며 순례 시즌에 넉넉한 용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언제나 들려오는 굴착기 소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대 시설의 잦은 폐쇄 및 이동, 순례 시즌의 붐빔과 이동의 어려움 등에 방문객들이 민원을 제기할 만도 하지만,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묵묵히 인내할 뿐이다. 부유한 순례객들은 하람 성원의 가까운 오성 호텔에서 편안한 순례 일정을 보내지만, 대순례를 위해 평생 동안 돈을 모아 메카를 방문한 순례객들은 정해진 숙박지 없이 메카의 한 길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부유한 순례객들 입장에서는 길거리에 앉아있는 정돈되지 못한 모습의 순례객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을 것이며, 가난한 순례객들 입장에서는 돈 많은 자들 만이 누리는 특권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그들에 대한 반발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불평하지 않는다. 가난한 무슬림이든 부유한 무슬림이든 중요한 것은 순례 의식을 무사히 마치는 일이다.

모든 무슬림들은 자신의 경제적 사정과 무관하게, 오직 두 장의 흰색 천으로만 몸을 감싼 채, 카으바를 돌고 아라파 평원에 서서 기도한다. 그들은 이렇게 빈부 격차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핵심 순례 의식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라는 명제를 되새긴다. 짧게는 일주일간, 길게는 한달 이상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대순례 의식을 모두 끝마쳤을 때 무슬림들이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하나님의 성전인 카으바를 방문했다는 뿌듯한 심정, 십만배의 보상이 있는 하람 성원에서 예배를 드렸다는 벅찬 느낌, 평생의 의무인 성지순례를 무사히 끝마쳤다는 안도감에 그들이 메카에서 겪은 불편함은 금세 잊혀지고 만다. 순례 의식 중에 겪은 번잡함과 무질서함, 이동 및 숙박의 어려움은 그들에게 있어 오히려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소중한 추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코로나 전후 하람 성원 성지순례 모습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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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메카

하디쓰(무함마드 언행록) 전승에 따르면 예언자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허락으로 메카를 신성한 곳으로 만들었다(Sahih al-Bukhaari, No.2129). 신성의 도시 메카가 받은 여러 축복 중의 하나는, 특정 사건에 대하여 하나님의 보호를 약속 받은 것이다. 이슬람의 믿음에 따르면, 심판의 날이 가까워졌을 때 적그리스도(ad-Dajjaal)가 출현하며 그는 40일 동안 전세계를 휩쓸고 다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닷잘도 메카만큼은 들어오지 못하는데, 천사들이 메카의 입구를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으바를 부수려 진입하는 군대는 땅이 꺼져 침몰하게 된다.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역병인 페스트(Pest, 흑사병)는 메카에서만큼은 창궐하지 못한다. 그러나 신성함의 상징인 메카도, 보호를 약속 받지 못한 인간 사회의 여러 대형 참사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244명의 사망자를 낸 주하이만(Juhaiman) 주도의 1979년 하람성원 점령 사건, 111명의 사망자와 394명의 부상자를 낸 2015년 하람성원 내 크레인 붕괴 사건 등 메카는 인재(人災)와 천재(天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코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흑사병으로부터 보호를 약속 받은 메카지만 코로나에 관하여는 여느 다른 도시처럼 확진자와 사망자로 고통받고 있다. 붐빔과 활력의 대명사였던 메카가 사우디의 타 도시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코로나가 확산되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2020년 3월 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사우디는 신속히 주요 도시의 전면 봉쇄(lockdown) 명령을 내렸다. 3월 25일에 최초로 도시 봉쇄가 실시되어, 약 두 달이 지난 5월 21일에 사우디의 모든 도시는 봉쇄령이 해제되었다. 그러나 메카만은 예외였다. 타도시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보이던 메카는 타도시보다 한달이나 늦은 6월 21일에야 락다운이 해제되었다.

 

통제된 붐빔

사우디 코로나 관련 어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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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 해제 후 메카는 다양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사우디의 타도시처럼 메카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타왓칼나’(Tawakkalna)를 통해 개인의 공공 장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타왓칼나’는 사우디 보건부 주관 하에 제작된 어플리케이션으로서, 복지부가 보유한 의료 데이터에 근거하여 비확진자에게는 초록색 바코드를, 확진자에게는 붉은색 바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앱을 작동시킨 후 스마트폰 화면으로 나타나는 초록색 바코드를 제시할 때만이 개인의 공공 장소 출입이 허용된다. 사우디에서 ‘타왓칼나’가 없으면 슈퍼마켓, 음식점, 관공서 등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타왓칼나’는 사우디 내에서의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코로나 시대의 필수 어플인 것이다. 한편, 메카는 ‘타왓칼나’ 이외의 추가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여 메카 방문객들의 방역 및 출입 통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으타마르나’(Eatmarna)는 하람 성원의 방문객 통제를 위해 제작된 어플리케이션이다. 메카 하람 성원에서의 예배 및 순례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으타마르나’를 통해 예약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코로나 백신의 2차 접종을 모두 끝냈거나, 1차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경우에만 예약 자격을 얻는다. 2021년 라마단 금식월 바로 직전에 실시한 이 정책은 사우디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정책의 주요 타켓은 종교적인 이유로 백신 접종을 기피하던 자들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들에게, 백신 접종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축복이 증가되는 라마단 금식월에, 십만배의 보상을 받는 메카의 하람 성원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순례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백신을 접종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화이자와 에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사용 중인 사우디의 백신 접종률은 5월 15일 기준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인 32.8%에 달한다 (사우디 보건부 21/05/15).

사우디 아라비아 백신 접종 월별 누적 현황 (2021년 6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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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람 성원 내부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순례를 실시하는 자는 최소 1회의 백신 접종을 거친 자들로서,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마스크를 쓴 채로 경배 행위에 임한다. 카으바 주위를 도는 의식인 ‘따와프’(Tawaaf)를 실시할 때 순례객들은 카으바를 기점으로 둥글게 그려진 이동 지침선을 밟으며 카으바를 돌며, 예배시에는 스티커가 부착된 지정된 장소 위에서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로 예배를 드린다. 여전히 붐비는 하람성원이지만, 이전과는 달리 통제된 붐빔인 것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메카의 하람성원은 전세계에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모스크로 평가받고 있다. 이슬람 국가의 어떤 대형 모스크도 하람 성원처럼 예배 참석자 전원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안내 스티커를 따라 거리두기를 하며 따와프를 하는 순례객들>
출처: Thecognate.com

코로나 시대의 관광도시 메카는 줄어든 방문객으로 크게 침체되어 있다. 대순례(Hajj)를 위해 매년 무려 약 200만명의 무슬림을 수용하던 메카였지만, 2020년만큼은 코로나 유행을 이유로 국외 순례객들을 일체 받지 않았다. 오직 1,000명의 내국인들을 대상으로만 한 해 대순례가 허용된 2020년은 메카 역사에 있어 유례없는 침체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지만, 메카는 올해부터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기지개를 시작하였다. 2021년 사우디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의 대순례객 허용 인원은 60,000명으로 작년에 비해 대폭 상향되었다. 백신 2차 접종을 모두 완료한 자에게만 대순례가 허용되며, 순례를 위해 입국한 자에게 3일간의 의무 격리가 적용하는 등의 여러 제한 사항이 있지만, 메카는 올해를 기점으로 코로나 이전 시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신성의 도시 메카가 언제쯤 자신의 활력과 붐빔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무슬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자소개

김은수(eunsuya@naver.com)는
사우디 아라비아 소재 킹 사우드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 중인 대학원생이다(전공: 꾸란 주석학).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사를 취득한 후, 메디나 이슬람 대학교의 샤리아(이슬람법) 단과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동대학교에서 다와(선교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슬람 학문 전반, 특히 타프시르(꾸란 주석학), 피끄(경배학), 다와(선교학)의 이론 및 실천에 관하여 연구하며, 최근에는 꾸란 의미의 한국어 번역을 진행 중이다. ‘한국의 이슬람 선교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한 석사 논문의 요약본을 책으로 출간한 바 있으며(아랍어). 그 외 다수의 영어, 아랍어 이슬람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참고문헌

  • 사우디 아라비아 보건부, 코로나 대쉬보드, http://covid19.moh.gov.sa. (검색일: 2021.5.15).
  • Air Transport Action Group. 2018. Aviation benefits beyond borders, 71.
  • at-Tabari, Muhammad Ibn Jareer. 2000. Jaami al-Bayaan an Taweel Aayil al-Quraan, Beirut, Muassasah al-Risaalah.
  • Firestone, Reuven. 1990. Title Journeys in holy lands: the evolution of the Abraham-Ishmael legends in Islamic exegesis, New York, SUNY Press.
  • Ibn ‘Aashoor, Muhammad At-Taahir. 1984. at-Tahreer wa at-Tanweer, Tunisia, ad-Daar at-Toonusiyah.
  • Jabal, Muhammad Hasan. 2010. al-Mujam al-Ishtiqaaq al-Muassal, Cairo, Maktabah al-Aadaab.
  • Siculus, Diodorus. 2011. Bibliotheca Historica, B.G. Teub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