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의 스마트시티는 어디쯤 와 있을까?

남아시아의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주요 국가는 최근 스마트시티 개발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인구증가, 도시화 등으로 인한 주택, 교통, 상하수도, 환경, 재해 등의 도시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IT, AI(인공지능), 환경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개발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인도의 100개 스마트시티 건설, 스리랑카의 ‘스마트네이션’, 방글라데시의 ‘디지털 방글라데시’ 등이 추진되고 있다. 남아시아에서 스마트시티 시장이 커지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스마트시티 개발의 뚜렷한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남아시아 실정 맞춤형 스마트시티 적정모델과 남아시아 스마트시티 네트워크(SASCN)같은 국제협력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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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호(前 국토연구원장)

스마트 도시화(Smart Urbanization)의 물결과 스마트시티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는 실로 다양하지만 스마트시티 구조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있다. 스마트시티란 IT, 인공지능(AI), 환경기술 (E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인간의 생활 기본수요인 주택, 교통, 교육, 의료, 문화, 에너지, 환경, 안전 등의 분야에 접목되어 도시문제를 완화 또는 극복함으로써 더욱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의미한다(박양호, 2015).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개발을 위한 글로벌 추세는 기후변화와 환경을 강조하는 ‘Green Urbanization(녹색 도시화)’를 넘어 삶의 질, 경제성장 및 환경과 첨단기술을 포괄하는 ‘Smart Urbanization’(스마트 도시화)를 향한 시대적 물결 속에서 도시문명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LightCastle Analytics Wing, 2020).

스마트시티 개발은 도시화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도시로 인구가 모이는 현상인 도시화는 도시에서의 주택, 교통, 위생, 상하수도, 환경, 재해 등 각종 도시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도시의 행재정적 역량이 취약하고 도시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적 한계가 두드러지는 나라일수록 도시화로 인한 도시문제가 광범위하게 누적되고 해결도 어려운 경향이 있다.

인도 등 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아직 도시화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도시화 속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빠른 도시화로 인해 나타나는 도시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아시아 주요 국가는 최근 IT와 에너지기술(ET) 등 스마트 기술을 사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국가정책으로서 다양한 스마트시티 정책을 발표하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인도 모디 총리의 스마트시티 미션은 4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남아시아의 대표 국가인 인도는 인구 13.9억 명(2020년 기준)으로 중국의 14.4억 명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다. 인도의 경제는 높은 성장추세가 계속 이어져 경제 규모 순위에서 2020년의 세계 6위에서 2030년경에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Cebr. 2020).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100달러(2019년)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인도의 도시화율은 1961년의 18%에서 2019년에는 34.5%로 증가했다. 인도의 도시화 속도는 인구증가와 함께 비교적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조충제 외, 2017; www.statista.com).

UN은 2050년경 인도의 도시화율이 50.3%로 전망하고 있다. 그때쯤 전 세계의 도시화율은 66.4%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평균 도시화율보다도 인도가 낮을 전망이다(조충제 외, 2017). 그러나 비교적 빠른 도시화에 대응해 인도 정부의 스마트시티 정책을 통한 인도 도시에 산재한 심각한 문제인 주택, 교통, 상하수도, 환경 재해 등 도시문제 해결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

인도 모디총리의 스미트시티 미션 발표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mart_Cities_Mission

오늘날 인도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스마트시티 미션(Smart Cities Mission)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2015년 6월 25일, 인도의 모디 총리는 인도의 도시문제 해결과 경제성장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100개의 스마트시티 개발 국가정책인 스마트시티 미션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천지침이 될 스마트시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인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①물리적, ② 사회적, ③환경적 기반시설, ④정부 관리 등에 IoT 등 스마트 기술이 접목되는 4개의 기둥(Pillars)은 인도 정부가 역점을 두는 스마트시티 미션의 핵심 구조이다. 이 정책을 통해 스마트 빌딩 및 스마트 홈, 스마트 그리드, 효율적인 수처리 및 폐기물 처리, 치안 및 보안 시스템 등 광범위한 인프라 부문에서 ICT를 적절히 활용한 도시 맞춤형 스마트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미션은 모디 정부가 대내외에 특히 강조하고 역점을 두는 경제사회환경정책 비전인 “Make in India”, “Digital India”, “Clean India”와 그 궤도를 같이 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선정한 스마트시티 분포
출처: Ministry of Housing and Urban Affairs, India

 

인도 스마트시티 정책은 4가지 특성을 지닌다

인도의 스마트시티 개발정책은 몇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는 도시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차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김나연, 2018). ①기존도시의 스마트 재생(Retrofitting) ②스마트 재개발(Redevelopment) ③스마트 신도시 개발(Greenfield) 그리고 ④도시에 적합한 스마트 솔루션을 만들어 도시 전체에 적용하는 범 도시(Pan-City) 방식을 주요 전략으로 한다. 둘째는 실질적인 스마트시티 개발의 전담기관으로 도시별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Vehicle, SPV)를 설립해 계획수립, 개발, 관리와 모니터링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실천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셋째는 도시별로 스마트시티 개발에 필요한 재정의 지원을 위해 중앙정부와 주 정부가 상호 매칭방식(예: 각각 500억 루피)을 취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외의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넷째는 인도의 국토개발과 스마트시티 개발을 연계해 개발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령, 인도의 주요 국토개발전략인 델리-뭄바이 산업회랑(DMIC) 등 5대 산업회랑(Industrial Corridors)을 따라 다수의 스마트시티를 개발함으로써 산업회랑의 교통인프라 건설과 도시 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시티에 적용되는 스마트 솔루션
출처 : Ministry of Hosing and Urban Affairs, India

 

인도 스마트시티 사업성과는 초기 단계이며 일부 도시에 집중

인도의 스마트시티 개발의 중간 평가를 보면 대체로 뚜렷한 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시티 미션이 발표된 지 4년이 지난 2019년 7월 기준으로 스마트시티 개발 관련해 진행 중인 5,151개 사업 중 18.1%인 933개 사업만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완료된 사업 중 48%는 뉴델리 등 10개 주요도시에 집중되어있어 스마트시티 사업성과의 지역간 격차를 보이고 있다(Deka, 2019). 이는 주 정부의 재정 어려움, 국내외 투자부진, 주민과의 토지이용 갈등 등에 주로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인도 스마트시티 시장진출을 도모하고 있으나 아직은 양해각서(MOU)와 일부 타당성조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적으로 인도 실정 맞춤형 스마트시티 개발 적정모델이 아직 다양하게 개발되지 못한 것도 스마트시티 성과가 부진한 원인의 한 몫을 차지한다. 인도의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의 목표연도가 2019-2023년이므로 성과가 뚜렷해지기까지는 좀 더 진척상황을 지켜봐야하며 많은 사업의 경우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이 요구된다. 향후 다양한 평가 및 적정 모델개발과 정책보완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스리랑카는 스마트 네이션 (Smart Nation)’ 비전을 제시

남아시아 인도의 남쪽 인도양에 위치한 스리랑카는 인구가 2,150만 명에 이른다. 스리랑카에서도 도시문제 해결과 경제성장을 위해 스마트시티 개발이 중요시 되고 있다.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을 목표로 인구가 집중된 서부지역 중심의 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 면적의 5.6%를 차지하는 스리랑카 서부지역은 스리랑카 전국 인구의 28%, GDP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서부지역은 거의 모든 사회 지표에서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대기 오염·교통 체증 등의 문제는 다른 지역보다 매우 심각하다. 스리랑카의 서부지역 도시 개발을 담당하는 메가폴리스 행정부처는 ‘고소득 선진 국가’라는 기치와 함께 스마트네이션 전진기지로서의 서부지역 도심 공간의 구조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스리랑카 스마트시티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로드맵
출처: http://www.slembassykorea.com/eng/download/Megapolis%20Master%20Plan.pdf

특히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시의 인구는 56만 명이지만, 통근·통학의 유동 인구를 포함하면 주간 인구는 100만에서 200만 명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증가속도가 빠르지만 도시 인프라 정비가 정체되어 있어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교통 인프라의 미정비이다. 콜롬보 중심부에서의 정체는 심각해 피크시에는 1km의 이동에 30분이 걸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교통신호체계와 도로문제 등 교통 인프라의 취약과 삼륜차의 혼재 등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콜롬보 대도시의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2014년 스리랑카 정부는 2030년까지 스마트시티를 포함한 전반적인 도시 개발 종합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 개발 계획은 콜롬보 수도권을 싱가포르와 두바이(아랍에미리트)처럼, 남아시아 지역의 허브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인프라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민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Smart Citizen Service)와 정보기술 기반 스마트정부(Smart Government)가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스리랑카 정부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콜롬보항만을 중심으로 콜롬보 포트시티 개발 계획을 중심으로 150억 달러를 투자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디지털 방글라데시를 통한 지속가능한 농촌과 도시만들기
디지털 방글라데시의 핵심 요소
출처 : http://btri.portal.gov.bd/

방글라데시는 14만 평방 Km의 면적에 약 1억 7천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전 인구의 25%가 도시 지역에 주거하고 있다. 비교적 빠른 도시화로 인해 글로벌 자본이 축적되고,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도시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다카, 치타공 등 8개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방글라데시는 인구 통계학적으로 35세 미만이 63% 이르고 있으며, 젊은 층의 기술 수용도도 높다. 방글라데시의 모바일 인터넷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2019년에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 9천만 명에 이르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2008년에 ‘디지털 방글라데시’를 건설하려는 야심찬 국가 정책을 천명했다. ICT를 통해 방글라데시의 농촌 및 도시 생활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이다. 그 일환으로 주요 도시의 스마트시티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의 정보통신부는 매년 12월 12일을 ‘디지털 방글라데시의 날’로 정하여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Ahmed, 2020).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이다. Dhaka South City Corporation은 수도 다카를 스마트시티로 전환하는 운영 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2020년 11월 방글라데시 정부와 수도 다카의 스마트시티 사업의 일환인 메그나 강을 연결하는 ‘메그나 대교’ 건설 사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우선 사업권을 갖고 사업 을 추진하기로 협약했다.

 

남아시아 스마트시티 적정모델과 국제협력체(SASCN) 필요

남아시아에서의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새로이 가중되는 주택, 교통, 환경 등의 도시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도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야심찬 스마트시티 개발정책의 실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이고 투자재원의 확보 등 여러 문제도 있어 뚜렷한 가시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남아시아의 도시여건과 국가적 환경이 아주 다르므로 남아시아 국가별·도시별 현장 맞춤형 스마트시티 적정모델(Appropriate Model) 개발이 요구된다. 이러한 적정모형은 자국의 산학연관이 협력해서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주요 투자국에서도 다양한 적정 모델을 만들어 남아시아 도시현장에 응용해 투자 효과를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나아가 2018년에 아세안(ASEAN) 10개국이 역내 스마트시티 건설에 상호 협력하기 위해 구성한 ASCN(ASEAN Smart Cities Network)처럼 남아시아 지역 8개국이 참여하는 스마트시티 네트워크(SASCN: South Asia Smart Cities Network)를 구축, 국제협력체계를 통한 스마트시티 관련 정보, 정책, 경험과 적정기술을 효과적으로 공유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UN에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의 발전과 글로벌 스마트 도시화를 촉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박양호(pyhpyh26@snu.ac.kr)
국토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문리과대학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미국 UC. Berkeley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시아태평양개발기구(EAROPH) 회장, 창원시정연구원 초대원장, 한국지역학회 회장 등의 활동을 했다. 주로 국토 및 도시개발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하고 『도시와 환경』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출판했다.


참고문헌

  • 김나연. 2018. “인도의 스마트시티개발 동향.” 정보통신방송정책 30(7).
  • 박양호. 2015. “스마트 도시와 스마트 도시환경.” 『도시와 환경』. 박영사.
  • 조충제 외. 2017. 『인도의 도시화와 한 인도협력방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코트라. 2018. 『인도 첸나이 스마트시티 어디가지 왔나』. 인도 첸나이 무역관.
  • Ahmed, Helal Uddin. 2020. “Drive for Digital Bangladesh.” The Financial Express. (https://thefinancialexpress.com.bd/views/views/drive-for-digital-bangladesh-1609510757)
  • Cebr. 2020. World Economic League Table 2021. (https://cebr.com/reports/world-economic-league-table-2021/)
  • Deka, Kaushik. 2019. “Why the Smart Cities Mission will miss its deadline.” India Today. (https://www.indiatoday.in/india-today-insight/story/why-the-smart-cities-mission-will-miss-its-deadline-1574728-2019-07-29)
  • LightCastle Analytics Wing. 2020. “Smart Urbanization: Is Bangladesh on the Right Track?” (https://www.lightcastlebd.com/insights/2020/02/smart-urbanization-is-bangladesh-on-the-right-track)
  • Nomura Research Institute. 2020. Smart City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