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수출의존도가 37%(대중 24.8%, 대미 11.9%, 2017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 미·중 통상마찰심화는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라는 피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되어 있는 수출비중을 줄이는 과제가 더욱 시급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한 및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적인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대외경제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만하다. 특히 현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인도와 아세안(ASEAN)을 신남방정책의 핵심대상 국가 및 지역으로 선정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기존 4강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이 과거 정부처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비전 및 목표와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글은 이런 측면에서 신남방정책의 한 축인 인도와 지난 2010년 발효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Korea-Indi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CEPA, 이하 한·인도 CEPA 혹은 CEPA로 기술)[2]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한·인도 CEPA는 양국이 체결한 가장 포괄적인 경제협력 기반이기 때문이다.
한·인도 CEPA 체결 의의와 개선협상 경위
한·인도 CEPA는 2003년 12월 인도 뉴델리(New Delhi)에서 열린 제2차 한·인도 공동위 외무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투자 및 서비스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관계 수립을 위한 공동연구그룹 설치문제를 검토하기로 합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조충제, 송영철, 2009: 9). 이후 2004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인도 방문으로 개최된 뉴델리 정상회담에서 CEPA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동연구그룹 설치에 양국이 합의함에 따라 한·인도 CEPA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조충제, 송영철, 2009: 9). 2005년 1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친 공동연구그룹 회의, 그해 12월 한·인도 CEPA 공청회, 2006년 1월 제4차 CEPA 공동연구그룹 회의에서의 CEPA 체결 건의 보고서 채택에 이어 같은 해 2월 압둘 칼람(Abdul Kalam) 인도 대통령 방한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인도 CEPA 협상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2008년 8월까지 15차례에 걸친 협상과 공식협상 중간에 열리는 3차례의 회의 끝에 2008년 9월 양국은 협상 전 부문에 대해 실질적으로 합의하고, 법률 검토를 시작하여 2009년 8월 7일 역사적인 한·인도 CEPA 협정이 서울에서 최종서명 되었다. 2006년 3월 첫 공식협상이 시작된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당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아난드 샤르마(Anand Sharma) 인도 상공부장관의 서명으로 한·인도 CEPA 체결이 이루어졌으며(조충제, 송영철, 2009: 9-10), 국회비준을 거쳐 2010년 1월부터 발효되었다.
당시 한·인도 CEPA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한 브릭스(BRICs) 국가와의 첫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으로 다른 경쟁국보다 가장 먼저 FTA를 체결한 데 큰 의의가 있었다(조충제, 이준규, 송영철, 2009: 2). 실제로 당시 인도는 1조 2,000억 달러로 세계 12위의 GDP규모와 세계 4위의 소비시장, 세계 2위의 인구대국으로 중국과 함께 BRICs를 대표하는 국가였다. 2004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8.4%의 높은 인도의 경제성장률과 함께 같은 기간 양국 간 교역증가율도 30%를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교역증가율 평균인 17.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이어서 거대 신흥국인 인도와의 FTA 체결에 대한 기대와 의의는 대단히 높았다. 또한 인도는 당시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EU와도 FTA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가장 먼저 인도와 체결함으로써 경쟁국에 비해 한발 앞서 거대 인도시장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실제로 한·인도 CEPA 타결로 자극받은 일본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일·인도 CEPA를 급진전시켜 2011년 8월 일·인도 CEPA가 발효되었다.
한·인도 CEPA 타결 이전 한국의 대인도 교역 추이 비교
자료: 조충제, 이준규, 송영철(2009: 3).
© DIVERSE+ASIA
2010년 한·인도 CEPA 발효 1년 만에 개최된 양국 공동위원회에서 CEPA 조기 개선(upgrade)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장에서 양국 장관은 CEPA 협정 조기 개선과 이를 위한 실무 작업 추진에 합의했다. 당시 양국은 CEPA 협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2006년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기준으로 협상을 시작, 2009년 타결하고 2010년부터 발효함으로써 CEPA 협정관세율보다 낮은 MFN관세율이 존재했음을 인식했다. 이는 협상개시 이후 양국이 MFN관세율을 지속 인하했기 때문인데 특히 인도의 인하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기 때문이다. 2006년 인도의 비농산물 평균 MFN관세율은 16.4%이었으나 2009년에는 10.1%로 낮아졌다. 실제로 2011년 기준으로 한국 수출금액의 17.3%, 인도 수출금액의 1.5%에 해당되는 품목의 CEPA 협정관세율이 MFN관세율보다 높았다(이웅, 송영철, 조충제, 2011: 2). 또한 2011년 8월 발효된 일·인도 CEPA 상품부문 양허율이 한·인도 CEPA 양허율보다 약 5% 정도 높은 점도 한·인 CEPA 조기 개선의 명분을 높였지만, 이후 한·인도 CEPA 개선협상은 사실상 추진되지 않았다. CEPA 협정관세율의 단계적 인하로 MFN관세율보다 높은 품목이 사라지고, 인도의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문제 등으로 양국 간 CEPA 개선협상 의지가 약화됐기 때문이었다. 양국 간 정상회담 등에서 CEPA 개선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한인도 및 한일본 CEPA 상품부문 양허안 비교
양허 스케쥴 | 한국 → 인도 | 양허 스케쥴 | 일본 → 인도 |
즉시철폐 | 34.80% | 즉시철폐 | 7.60% |
E-5 | 14% | B5 | 10% |
소계 | 52.4% | 소계 | 17.6% |
E-8 | 22.1% | B7 | 0.1% |
소계 | 74.5% | 소계 | 17.7% |
RED | 8.5% | B10 | 72% |
SEN | 2.4% | ||
누계 | 85.5% | 누계 | 90% |
주 : 해당국 양허 스케줄에 의거하여 작성. E-5, E-8은 각각 5년 철폐, 8년 철폐를 뜻하고, RED는 8년 내 1~5%로 인하, SEN은 10년 내 50% 감축을 의미. B5, B7, B10은 각각 5년간 철폐, 7년간 철폐, 10년간 철폐를 의미. 관세감축 방식은 양 FTA별로 차이가 있어 한·인도 CEPA는‘1/n’방식으로 E-5의 경우 1/5씩 관세를 인하하고, 일·인도 CEPA는 ‘1/(n+1)’방식으로 B5는 1/6씩 감축함.
자료: 이웅·송영철·조충제(2011: 11)(한국무역협회, 2011: 9에서 재인용).
© DIVERSE+ASIA
한·인도 CEPA 개선의 필요성
2011년 이후 교역 정체
한·인도 CEPA는 2010년 체결 당시는 물론 2011년까지도 상당한 기대와 함께 많은 성과가 나타났다. 앞서 보았듯이 CEPA 체결 직전까지 대인도 교역증가율은 대세계 교역증가율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 2009년 80억 달러였던 대인도 수출이 2010년 약 43% 증가한 114억 달러로 사상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11년에도 10.7% 증가해 126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대세계 수출증가율 평균인 23.7%보다 3%p 정도 높았다. 같은 기간 대인도 수입증가율도 38.1%로 대세계 수입증가율보다 10%p 정도 높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인도 CEPA 발효에 따른 교역증대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대인도 교역은 증가하지 않고 정체했다. 대인도 수출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감소하다 2014년 잠시 회복했지만 다시 2016년까지 연속 감소했다. 대인도 수입은 2012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7년 교역액은 2011년 205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200억 달러를 다시 겨우 넘어섰지만 그 내용적인 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2016년 대비 2017년 증가한 대인도 수출 34억 달러 중 약 절반인 14억 달러가(전년대비 1,300%) 금세공품(HS 7114)이었기 때문이다. 금세공품은 한·인도 CEPA 양허유형 E-8에 해당되는 품목으로 2017년부터 관세가 철폐된(0%) 품목이다. 이는 양국 간 산업 협력 혹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 협력의 과정 혹은 결과로 간주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금세공품의 대인도 수출이 급증하자 인도는 2017년 8월부터 금세공품의 수입을 금지하였다.
한·인도 CEPA 타결 전후 한국의 대인도 수출 및 수입 추이 비교
(단위 : 백만 달러)
자료: 한국무역협회 DB
© DIVERSE+ASIA
물론 2017년을 제외할 경우 한·인도 CEPA 발효 이후 지난 7년간 한국의 대인도 수출입 증가율은 각각 6.5%와 2.5%로 같은 기간 한국의 대세계 수출입 증가율인 5.2%와 4.5%에 비해 수출증가율은 소폭 높고 수입증가율은 낮았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국 및 대베트남 수출입증가율과 비교해 보면, 수출증가율은 대중국 수출보다(6.1%) 소폭 높았으나 대베트남(24.7%)보다는 매우 낮았고, 수입증가율은 대중국(7.7%) 및 대베트남(27.5%) 모두에 비해 매우 낮았다. 여기에다 한·중국 및 한·베트남 FTA가 각각 2015년에서야 발효된 점 등을 고려하면 한·인도 CEPA 발효에 따른 교역증대의 효과가 기대 이하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2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양국 교역 목표액을 2015년까지 400억 달러로 설정한 것만 봐도 당시 양국 교역증가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걸었으며, 이후 부진에 대해 실망했을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모두 한·인도 CEPA 개선의 필요성을 환기시켜 준다.
가장 낮은 양허율과 활용률
여기에 한·인도 CEPA 양허율과 활용률을 한국이 체결한 다른 FTA와 비교해 보면, 한·인도 CEPA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상품부문에서 인도가 한국에게 양허한 비율은 품목 수 기준으로 85.3%인데, 이는 콜롬비아의 99.4%, 베트남의 89.2%, 라오스의 89.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10년 당시만 해도 인도는 콜롬비아, 베트남, 라오스 3개국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큰 콜롬비아에 비해 5배 이상의 GDP규모이고, 경제개발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양허율은 이들 국가보다 낮았다. 앞서 기술했듯이 한·인도 CEPA보다 1년 8개월 늦게 발효된 일·인도 CEPA에서 인도가 상품부문에서 일본에게 양허한 비율도 90%이다. 물론 이는 관세인하 속도측면에서 한국보다 1년 정도 느리지만 양허품목 수 기준 양허율 자체는 한국보다 약 5%p 높았다. 인도의 양허율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낮음을 알 수 있다.
한·인도 CEPA 협정관세 활용률도 평균이하 수준이다. 2017년 기준 한·인도 CEPA의 수출입 활용률은 각각 67.5%와 61.5%로 전체 평균인 70%와 74%보다 낮다. 수출 활용률만 보면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에 비해 소폭 높으나 이들 국가와의 FTA가 모두 2015년 이후 발효한 것에 비해 한·인도 CEPA가 2010년에 발효한 점을 고려하며 대인도 수출 활용률은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입 활용률은 아예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보다 낮고 유럽자유무역연합(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EFTA)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FTA 체결국의 대한국 양허율과 FTA협정별 수출입 활용률 비교
자료: FTA 포털에서(www.fta.go.kr) 각 FTA별 상품부문 양허내용을 바탕으로 작성
한국 관세청 FTA 포털, FTA활용률 DB
© DIVERSE+ASIA
대인도 투자도 기대보다 저조
‘한·인도 FTA’라는 용어 대신 ‘한·인도 CEPA’라는 용어를 선택한 배경은 상품 및 서비스의 시장접근과 한국으로부터의 상당한 투자 증대를 기대한 인도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실제로 인도는 싱가포르와 2003년 FTA를 체결하고, 2005년부터 발효시켰는데 이후 싱가포르의 대인도 직접투자가 급증하여, 싱가포르는 최근까지 국가별 대인도 직접투자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06년까지만 해도 인도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의 약 5%를 차지하며 투자국 순위 6위에 그쳤다(조충제 외, 2012: 111). 그러나 2007년부터 투자비중이 12.5%로 급증하여 인도와의 FTA 체결이후 싱가포르는 모리셔스 다음으로 대인도 투자국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2005년 싱가포르·인도 FTA 발효와 함께 양국 간 이중과세방지협정을 개정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도 기업이 싱가포르에 회사를 두고 인도로 재투자한 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싱가포르에서만 부과하는 데 양국이 합의하였는데 싱가포르가 이마저 면제함으로써 싱가포르의 대인도 투자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조충제 외, 2012: 118).
인도가 한국과 CEPA를 체결하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싱가포르와 같은 대인도 투자증가였다[3] . 실제로 한·인도 CEPA 협정 투자부문에는 투자의 전 과정, 즉 법인 설립, 인수, 확장, 경영, 운영, 매각 및 처분 등에 대한 최혜국대우, 최혜국대우의 중앙정부 및 주정부 차원의 적용, 투자활동과 연계한 일정비율 수출 의무 혹은 국산품 사용 의무, 우선구매 등의 금지, 우선 협상 및 협의가 용의하지 않을 경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the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ICSID)를 통한 분쟁해결 등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자 여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수출 성과와 마찬가지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추이 및 해외투자에서 중국 및 인도 비중 추이
(단위 : 건, 백만 달러, %)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DB
© DIVERSE+ASIA
한·인도 CEPA 발효 2년차인 2011년 한국의 대인도 신규 투자금액은 4.6억 달러로 2007년 5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후 2억 달러 미만을 기록하다 급증했다. 하지만 2012년 3억 달러대로 둔화된 한국의 대인도 투자금액은 그 이후 2016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는, 정체현상을 지속했다. 신규법인 수는 오히려 2011~12년 당시보다 줄어들었다. 2017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롯데제과가 인도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를 약 1.5억 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2017년 대규모 기업인수를 제외한다면 2011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 다른 나라, 특히 일본, 중국 등의 대인도 투자가 최근 급증한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대인도 투자의 정체 현상을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가 정체되는 동안 일본의 대인도 투자는 급증했다. 특히 일본의 대인도 투자는 일·인도 CEPA가 발효되면서 급증하였는데, 이는 한·인도 CEPA 체결 이후에도 대인도 투자가 정체된 한국과는 대비된다. 인도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일·인도 CEPA 발효 1년차인 2011/12 회계연도(이하 2011/12년) 일본의 대인도 투자는 29.7억 달러로, 2009/10년의 11.8억 달러와, 2010/11년의 15.6억 달러에 비해 급증했다[4]. 이후 일본의 대인도 투자는 2013/14년 17.1억 달러를 제외하면 2011/12년부터 매년 2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15/16년은 26.1억 달러, 2016/17년에는 47억 달러를 이루었다. 이에 따라 2017년 말 누적 투자 기준 일본은 269.4억 달러의 대인도 투자를 기록했다. 투자자에게 세제혜택이 있는 모리셔스와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일본은 사실상 대인도 투자국 1위이다. 반면 한국의 동일 기간 대인도 누적 투자액은 25.6억 달러로 일본 대인도 투자액의 1/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17년 말 누적 기준 인도의 국가별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위에서 일본은 3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14위에 그치고 있다. 더군다나 대인도 FDI에서 갈수록 벌어지는 한국과 일본의 투자 규모의 격차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협상 및 발효 당시 기대와 달리 성과가 부진한 한·인도 CEPA는 좀 더 일찍이 개선되었어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 정부는 공히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도의 국가별 FDI 현황
(단위: 백만 달러, %)
2015~ 2017 년 국가 별 FDI 현황은 그림을 클릭하면 볼 수 있음
주: 인도회계연도 기준, *는 2017년 4~12월임.
자료: 인도 상무부
© DIVERSE+ASIA
한·인도 CEPA 개선 방향
한·인도 CEPA는 종국적으로 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상품부문 양허율 제고가 시급하다. 당장 일·인도 CEPA 양허율보다는 높아야 한다. 일본대비 양허 수준이 낮거나 한국 및 일본 모두에게 양허되지 않은 품목만 약 5,600개 이상에 이른다[5]. 둘째, 원산지 기준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역내가치 포함비율과 세 번 변경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6] 하는 기준은 일·인도 CEPA 원산지 기준과 비슷하지만 다른 FTA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다. 원산지 증명도 현재의 기관증명 방식보다 완화된 방식을 채택하여 활용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CEPA 활용률이 높아야 상품부문에서 무역창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은 확보했지만 한국은 확보하지 못한 서비스부문에서의 최혜국대우도 한·인도 CEPA 개선협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인력이동은 한국이 미국과 EU 등 선진국과 체결한 FTA에도 포함되지 않은 부문이다. 인도의 우수한 전문 인력, 특히 IT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포함된 것으로 163개 전문분야 중 약 90개가 IT분야이다. 하지만 이 역시 활용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7]. 인도 IT 전문 인력의 알선, 한국체류 비용 지원 강화 등의 조치가 우선이지만 이들 전문 인력의 보다 용이한 활용을 위한 한·인도 CEPA 개선 방향의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후속 조치 및 협약 등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시청각 공동제작 협정[8], 전자 및 통신 제품, 장비 등에 대한 상호인정협약(Mutual Recognition Agreement: MRA) 등을 조속히 체결할 수 있도록 CEPA가 개선되어야 한다. 이것들은 인력이동 부문과 함께 향후 급진전될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고 인도의 우수한 인력과 잠재된 거대시장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섯째, 한·인도 CEPA는 문재인 정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남방정책의 비전과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인도 양국 간 정상회담이 아직 개최되지 않아 신남방정책에서 대인도 정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2017년 11월과 2018년 3월 아세안 및 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밝힌 3P(사람·상생번영·평화, People·Prosperity·Peace) 공동체 비전 등을 비춰볼 때 한·인도 CEPA 개선에 상생번영을 실현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상생번영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한국과 인도의 무역 불균형을 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내용들이 CEPA 개선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인도의 교역은 2010년 이후 전반적으로 정체되면서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인도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출범 초기 약 50억 달러 수준에서 70억 달러로 상승하여 2017년에는 1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과도한 무역흑자는 상생번영의 비전과 상충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인도를 한·인도 CEPA 개선 협상 탁자로의 유도가 어려울 수 있다. 한·인도 CEPA 협력기금 조성 및 운영을 CEPA 개선협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과 아세안은 양국간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아세안 FTA 협력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11월 아세안 정상방문에서 한국 정부는 이 기금의 두 배 증액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제조업, 인프라, 산업회랑, 스마트시티 협력 등도 상생번영 차원에서 CEPA 개선협상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분야는 인도, 특히 모디 정부가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와의 교류협력에서 가장 원하는 분야다. 한국은 이들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나라이며, 인도 또한 빠른 시간 내에 세계적 수준으로 기술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우리나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한·인도 CEPA 개선 협상에서는 이들 분야에서의 협력을 최대한 반영하고, 이 분야의 한국과 인도의 통상장관 간 공동위를 장관급 회의로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CEPA 개선 협정문에 최대한 포함된다면 한국과 인도의 경제협력과 더불어 신남방시대 상생번영의 공동체 비전 달성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다.
저자소개
조충제 박사(cjcho@kiep.go.kr)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조정실장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인도팀 자문,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미국 Clarermont Graduate University 방문학자 등으로 활동하였다. 주로 인도 및 남아시아 경제, 경제 및 개발 협력, 도시화 및 서비스화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하고, 분야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1] 본 글은 2018년 4월 20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개최한 [다양성+Asia] 제1회 콜로키움에서 발표된 원고임. 제 5차 한인도 CEPA 개선협상은 2018년 5월 30~31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2] CEPA는 상품교역은 물론 서비스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인도측이 요청하여 채택된 용어로서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과 성격이 다르지 않다.
[3] 싱가포르의 경우 자본이득세 등의 영향으로 대인도 투자가 더 많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4] 인도의 회계연도는 당해 4월부터 이듬 해 3월이다. 2011/12는 2011년 4월에 시작하여 2012년 3월에 마감되는 회계연도를 의미한다.
[5] 저자가 한·인도 및 일·인도 양허표를 HS코드 8단위 분류표와 비교하여 분석한 결과이다.
[6] 상품 제조에 사용된 양국의 원부자재 및 중간재 등이 가격기준 최소 35%이상이어야 하며 동시에 HS코드 6단위 상품분류 번호가 변경되어야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받아 CEPA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7] 특히 중소기업 이하의 활용률이 낮다.
[8] 사행성 게임 등을 제외한 방송, 영화, 음반, 게임 등 사실상 모든 컨텐츠 부문 포함
참고자료
- 이웅·송영철·조충제. 2011. 『한·인도 CEPA 체결 2년의 평가: 교역부문의 성과와 과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조충제·송영철·최윤정·이웅·정혜원. 2012. 『아시아주요국의 대인도 경제협력 현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조충제·송영철. 2009. 『한·인도 CEPA 주요내용』. 외교통상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조충제·이준규·송영철. 2009. 『한·인도 CEPA 주요내용과 경제적 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한국무역협회. 2011. 『일·인도 CEPA 체결이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데이타 자료
- 인도 상무부 FDI Statistics
- 한국무역협회 DB
- 한국 관세청 FTA 포털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DB
- FTA 포털(www.fta.go.kr)
*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